능연도 사람들과 함께 일출을 지켜봤다.
한 시간 전에 마지막 수술이 끝났다. 사람들이 다 함께 수술실을 정리하고 환자를 병실로 보내고 나니 거의 해가 뜰 시간이었다.
그리고 누군가 다 함께 일출을 보자고 제안했다.
의외로 능연은 일출 보는 걸 좋아했다. 해가 뜨고 달이 지고, 사실 매우 질서적인 일이었다.
수술도 모두 끝났고, 이제는 회진이나 약 바르는 일만 남아서 이제 능연이 나설 일은 없었다.
능연은 어느 선원이 가지고 온 건지 모를 선베드를 하나 찾아 갑판의 시원한 구석을 찾아 핸드폰을 꺼내고 배의 와이파이를 연결했다. 재빨리 클릭 몇 번 하니 사람 마음을 흥분시키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적군이 이제 곧 전장에 도착합니다. 무찌르세요!
능연은 몇 초 만에 게임 세상에 빠져들었다.
열혈이 들끓는 오후에 한가하게 게임을 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통쾌한 일이었다.
능연은 통쾌하게 게임을 즐겼고, 세 번째 게임을 시작했을 때 연문빈이 나타나 그를 불렀다.
“능 선생. 막 구운 생선, 먹을래?”
연문빈은 셰프 모자까지 쓰고 있었다. 새 가운에 조미료가 묻은 것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낚시했어요?”
“낚시도 했고, 구조대원이 물에 들어가 작살로 잡은 것도 있고.”
연문빈이 껄껄 웃었다. 그에게 배 위의 생활은 신선함 넘쳤다.
능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금방 갈게요. 단체전 끝나면 갈게요.”
“그래.”
돌아서던 연문빈이 문득 걸음을 멈추고 의문이라는 듯 능연을 바라봤다.
“능 선생, 뭐 특별한 와이파이 써?”
“아니요. 그냥 운화 893 이거요.”
연문빈이 눈썹을 찡그렸다.
“그럼 위성 인터넷 맞지? 우리는 게임 로딩이 안 되던데. 렉도 엄청 걸려.”
연문빈은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내밀어 능연의 핸드폰을 내려다봤다.
바로 그때 능연의 액정에 유형을 분별하기 어려운 마법이 흔들흔들 날아와서는 제대로 맞지도 않았는데 조금 멋있어 보이던 캐릭터가 천천히 쓰러졌다.
“응? 안 맞았잖아.”
“이럴 때 있더라고요.”
“렉 걸린 거잖아.”
연문빈의 목소리에 의혹이 가득했지만, 능연은 담담했다.
“이럴 때 있더라고요.”
능연은 바로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가요. 선생님이 구운 생선 솜씨나 보죠.”
“님, 게임 아직 안 끝난 거 아닌가요?”
연문빈이 걱정되는 듯 묻자 능연이 고개를 저었다.
“못 살려요.”
“누굴 못 살려요?”
그때 환자복을 입은 환자가 휠체어를 굴리며 다가왔다.
“게임이요. 능 선생이 하는 게임.”
“능 선생님이 게임 할 틈이 어디 있어요. 환자 얘기죠? 누군데요? 몰래 말해봐요.”
연문빈의 대답에 환자복을 입은 남자가 바짝 긴장한 모습으로 휠체어를 굴렸다.
연문빈은 어쩔 수 없이 나서서 해명했고, 이야기 나눌 의사가 전혀 없는 능연은 그 김에 병실로 내려가 한 바퀴 회진을 돌았다.
병실에 있는 환자 대부분은 안정적으로 접어들었고, 가끔 무슨 일이 생기면 담당 의사를 부르라고 간호사에게 말해두었다. 운화 893호에 담당 의사는 모두 주치의부터여서, 약 바르고 어쩌고는 수월하게 해냈다.
특수 병실로 가보니, 좌자전이 구조대 부대장 머리맡에서 사과를 깎고 있었다.
뒤따라온 연문빈은 좌자전 한 번, 그의 손에 들린 사과 한 번 바라봤다.
좌자전은 연문빈 한 번, 능연 한 번 바라봤고.
“데이터 검사하러 온 거야.”
“믿어 드리죠.”
좌자전이 하는 말에 연문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침대에 누운 부대장이 억지로 눈을 뜨고는 도착했냐고 물었다.
“아니요. 아직 바다 위입니다.”
좌자전이 서둘러 대답했다.
“좀 어떠세요?”
능연이 앞으로 나가 외과 의사가 할 질문을 했다. 부대장은 한참이나 생각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늑골이 여덟 개나 금이 갔는데 부러지진 않았고, 심장과 폐는 아무런 문제 없다네요. 그러니 아마 괜찮을 겁니다.”
좌자전은 칭찬하듯 엄지를 치켜세웠다.
“잘됐네요. 우리 사진 찍어요.”
연문빈이 하는 말에 부대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옷 안 입었는데, 사진이 나중에 핫해지면 어떡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