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85화 (466/877)

우우.

의료선 운화 893이 뭍에 접근하자, 운화항 안에 기적소리가 끊임없이 울렸고, 크고 작은 선박에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밖으로 나와 멀리서 바라보면서 눈인사했다.

길고 긴 부두 구역에 평소에는 사람보다 설비가 많은데, 오늘은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 그리고 어디에서 온 건지 모를 단체가 대열을 꾸리고 그룹으로 모여있었다.

또 어디 소속인지 몰라도 해안에서 진짜 폭죽을 터트려 폭죽 소리가 하늘을 뒤흔들었다. 분명 규정 위반이었다.

모인 사람들은 모두 껄껄 웃고 있었고 웃는 얼굴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고위층 그리고 기자들까지 다들 꽃처럼 환하게 웃는 얼굴이었다.

핸드폰을 꺼내 멀리서 운화 893호를 찍는 일반 작업자도 있었다. 요 며칠 뉴스에 운화 893호 이야기가 자주 등장했고, 그 바람에 많은 매체가 주목하고 있으니 지금 배 사진을 SNS에 올리면 ‘좋아요’를 많이 받을 것이다.

능연과 좌자전 등은 배 안에서 각자 핸드폰을 만지거나 낮은 목소리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오늘은 부상자, 구조 요원, 운화 893 선원 그리고 의료진이 먼저 내리고 외부 구원 의사는 마지막에 내리게 되어 있었다.

곽종군을 비롯한 의사들은 불만이 없었다. 배에서 힘들게 수술하긴 했지만, 구조 대원과 부상자가 겪은 파란만장에 비하면 현장에 있는 의사는 본인이 얼마나 행운인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80해리 밖의 폭풍 구역 깊숙이 들어가 구조 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그저 직책 때문일 뿐.

세레모니는 그렇게 오래 진행되지 않아서, 의사들이 갑판으로 나갔을 때 윗분들은 진작에 현장을 떠났고 막내 기자 몇몇이 단렌즈를 손에 들고 연습하는 김에 의사들 인터뷰를 진행했다.

선두로 내린 곽종군은 웃는 얼굴로 인사말을 했다. 조금 뒤에 내려간 제진해는 에너지가 넘쳐서 가장 좋은 상태로 카메라 세례를 받으리라 생각했는데, 고개를 돌려 보니 렌즈는 모두 능연을 향해있었다.

“병원에서 뵙겠습니다.”

눈앞의 광경에 익숙한 능연은 손을 흔들고는 몇 발짝 걸어서 병원에서 보낸 차에 올라탔다.

카메라에 적힌 이름을 본 곽종군도 능연을 붙잡지 않았다.

현장까지 나가진 않았어도 배 위에서 의사들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곽종군은 능연도 엄청나게 힘들 것으로 생각했고, 지금 돈 되는 대형 매체도 없는 마당에 차라리 돌아가서 푹 쉬게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기자들은 머뭇거리면서 자동차가 떠나는 모습을 눈으로 배웅할 수밖에 없었다.

능연은 집으로 돌아가 한숨 푹 잠을 잤다.

잠이란 원래 매우 행복한 것, 스태미너 포션이 많다고 해서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시간만 있다면 능연도 잠으로 에너지 보충하는 걸 더 좋아했다.

다음 날, 구조 활동에 참여한 의사들은 모두 이틀 휴가를 얻었다. 병원에서 이틀 휴가는 정말 귀한 일이었다. 그러나 능연은 아침 일찍 병원으로 향했고, 회진 한 번 하고 다시 돌아가 쉴 생각이었다.

능연뿐만 아니라 조낙의와 주 선생도 휴가 첫날 아침, 회진하러 병원에 왔다.

며칠 전에 수술한 환자는 아무래도 한 번 확인해야 마음이 놓였다. 그 점에서는 주 선생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는 우선 레지던트를 보내 한 바퀴 돌고 난 다음에 본인이 체크하는 방식으로 다른 의사들보다 편하게 회진했다.

“어떠세요?”

“방귀는 나왔어요?”

“침대에서 내려와 운동 좀 하세요.”

주 선생은 다정한 말투로 익숙한 말을 하면서 병실 몇 개만에 모든 업무를 끝냈다.

배에 있느라 수술을 별로 안 해서 회진 대상도 많지 않았다.

배에 있던 환자가 대부분 운화병원으로 트랜스 된 바람에 병실을 연달아 살피고 또 살피는 능연을 바라보며 주 선생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좌우를 살펴본 주 선생은 뒷짐 지고 어슬렁어슬렁 능연을 뒤따랐고, 환자와 대화를 마치길 기다렸다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능연아, 넌 너무 진지해. 너무 진지하면 힘들다. 게다가 이렇게 한 번에 여러 가지 일하면 업무 효율도 떨어지지 않니?”

“수술한 환자가 이렇게 많은걸요.”

능연은 주 선생의 말에 별로 반응하지 않았다. 그의 뒤를 따르는 마연린, 여원은 더욱이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능 치료팀에서 일 년 일하는 동안, 회진이 가장 수월한 임무였다.

바다에서 돌아와 생명에 대해 새로운 생각이 많아진 주 선생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 안 돼. 환자가 많으면 네가 환자를 다 기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환자도 널 기억 못 해. 사실 환자를 기지나 아니면 성립으로 보내도 됐잖아. 우리 의사는 수술하고 사람 구하고, 그러면 됐어. 모든 수술을 다 하고 모든 환자를 다 살릴 수는 없어.”

능연은 듣기만 하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의 곁에는 항상 이치를 늘어놓는 사람이 있었기에 능연은 일일이 상대하지는 않았다.

심지어 반박도 하지 않고 앞에 보이는 병실에 바로 들어가 검사하기 시작했다.

주 선생도 뒷짐 진 채 따라 들어가 중얼거렸다.

“우리는 응급의학과라고 응급의학과! 곽 주임님이라고 우리가 다른 진료과 환자를 몽땅 먹길 바라는 건 아니라고.”

병실에 좌자전도 자신 몫의 회진을 하고 있다가 능연이 온 걸 보고 바로 다가갔다.

“이분이 바로 간 절제 수술하고 악성 종양 제거한 환자분이셔.”

좌자전은 바로 고개를 돌려 병실에 있는 가족과 환자에게 소개를 시작했다.

“우리 능 선생님 오셨네요. 능 선생은 우리 치료팀 팀장입니다. 집도의이기도 하고요. 바로 능 선생이 외상 치료하다가 유 선생님 초기 간암 증상을 발견했지요.”

“능 선생님, 능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환자 어머니가 능연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능 선생님, 내가, 내가······ 고맙소.”

원래 엄숙한 표정이던 환자의 아버지는 아내가 우는 걸 보더니 놀랍게도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능 선생님, 우리 아들을 두 번 살리셨소, 두 번. 우리 가족 모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오.”

나이가 제일 많은 두 노인이 울음을 터트리자 환자 아내도 흐느끼기 시작했고 병실 안이 눈물바다가 되었다.

특히 엄마가 우는 모습을 본 환자의 딸은 바로 병실이 떠내려가라 큰 소리로 울었다. 어른 허리춤에 겨우 오는 아이였지만, 울음소리는 제일 컸다.

좌자전은 할 말을 잃은 듯 능연과 주 선생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하고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노인은 자식을 잃게 되고, 중년은 배필을 잃게 되고, 아이는 부모를 잃게 되고. 죽은 사람이야 모르겠지만, 주변 사람들은 평생 괴롭지. 중년이 죽으면 괴로운 사람이 제일 많아. 죽으면 안 돼.”

능연의 뒤에 있던 여원과 마연린도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신체검사 좀 하겠습니다.”

능연은 주변 사람들 기분 때문에 제 할 일을 잊지는 않았다.

가족들은 다급하게 자리를 내주고는 기대하는 눈빛으로 능연을 바라봤다. 그들은 운화병원에 온 이래 ‘능 선생’에 관한 이야기를 잔뜩 들었고, 능 선생에 대한 기대치가 감사치와 더불어 수직으로 상승했다.

“제 말 들리세요?”

능연은 목소리를 조금 높여서 환자에게 물었고, 환자는 눈을 뜨려고 노력하면서 능연을 한 번 보고는 무기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큰 수술에서 대량 출혈한 환자는 머리를 쓸 수 있으면 괜찮은 편이었다. 능연은 가족들에게 피해달라고 하고 커튼을 친 다음 환자의 이불을 걷고 시진 위주로 신체검사를 진행했다.

임홍후는 그날 출혈 포인트를 찾기 위해 초대형 절개구를 열었기에 환자의 상반신이 미이라 꼴이 되었다. 당연히 예후에 영향을 줄 수밖에.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임홍후는 그날 출혈 포인트를 찾아내지 못하면 나중에 시체가 절개구가 크니 적니, 따질 일도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능연의 도움이 없었다면, 임홍후는 출혈 포인트를 찾아내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의사의 실력이 안 되면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른 각도로 보면, 임홍후는 이미 의사 중에 실력자였다. 삼갑병원 부주임 의사하고 비교해도 명확하게 뒤떨어지지는 않는다. 사실 그날도 삼갑병원 응급 주임이 갔더라도 환자를 살렸을 확률이 임홍후보다 대단히 높지는 않을 것이다.

부주임 의사 혹은 주임 의사 기술은 일반 주치의보다 낫고, 경험이 일반 주치의보다 많겠지만, 기술로 임홍후 같은 의사를 깔아뭉갠다? 그건 꼭 그럴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능연의 맨손 지혈 기술은 전 세계 범위로도 손에 꼽힐 수준이다. 능연이야말로 특수한 상황이라고 해야 한다.

능연은 최대한 완벽하게 신체검사를 한 후 커튼을 열고 좌자전에게 PET 예약 상황을 확인하라고 했다.

PET는 암세포 전이를 반영할 수 있는 영상 설비이며 제조 단가와 검사비 모두 비쌌다. 국내에서는 한 번에 1만 위안 정도 들고, 검사 시간도 상대적으로 길다. 그러나 PET는 다른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장점이 있어서 여전히 빈번하게 사용한다. 그리고 현재는 기기를 많이 들여놓지 않아서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운화병원도 딱 한 대뿐이었고, 창서성에서 제일 먼저 들여놓았다. 병원에서는 영상의학과 의사를 4명이나 배정해서 귀하게 모시고 있었고, 긴급 없이 줄을 서면 보통 이틀은 기다려야 했다.

좌자전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간단하게 PET 설명을 하고 다시 나왔다.

“환자가 보험이 없어서 기본적으로 자비 처리해야 한대. 그래서 조금 망설이는데?”

“보험 있는 사람도 PET 쓰려면 자기 부담금이 많아요. 미국에서 검사하려면 만 달러는 들고요. 연봉 10만 위안이 안 되는 중산 계급은 부담되죠.”

주 선생의 말에 좌 선생이 손을 비비며 말을 이었다.

“환자는 어선 주주 중 한 명인데, 이번 일 때문에 어선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어선에서 일하던 어민도 책임져야 해서 이래저래 곤란한가 봐.”

“어선엔 보험 들었을 거 아니에요.”

“보험은 있는데 그 돈은 못 쓰지. 나중에 새 어선 살 때 써야 하니까. 아니면 다른 주주들이 돈 다 내서 밀려날 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안 쓸 수 있으면 안 쓰겠다는 거야.”

“그래서 PET 안 한대요?”

능연이 물었다.

“완전히 안 하겠다는 건 아니고······.”

좌자전은 말을 멈췄다가 능연을 힐끔 보고는 말을 이었다.

“내가 생각이 하나 있긴 한데.”

“네.”

“이번 건도 일단 조난에 속하잖아? 그럼 무슨 지원금 같은 거 나오지 않을까? 곽 주임님한테 감면 같은 거 신청해 보라고 말씀드리면 안 될까?”

좌자전은 주 선생을 바라봤다. 능연은 그런 방면은 모를 것이고, 주 선생은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좌자전의 눈빛을 느낀 주 선생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해보는 건 상관없을 거 같은데요? 곽 주임님도 기꺼이 하실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말만 잘하시면요.”

좌자전은 바로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곽 주임 위치라면 바로 경비를 신청해 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의사들과 환자도 부담이 가벼워진다. 전에는 이런 보조금이 없었지만, 곽 주임이 확실한 케이스만 가지고 들어가면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

어쨌든 구조를 위해서 더 큰돈도 썼는데, 인제 와서 의료비에 연연하지는 않으리라.

“그럼 내가 가서 여쭤볼까?”

좌자전이 능연에게 물었다. 능연은 안 된다고 할 이유가 없었다.

“참 가시는 김에 콜리스 골절 환자 보내 달라고 하세요. 연습 계속하셔야죠.”

“어, 어. 알았어.”

좌자전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마음에 따듯한 기류가 흐르는 느낌으로 마흔 넘은 늙은 다리를 재빨리 놀렸다.

망망대해의 구조 활동을 겪고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능연이 자기 일을 기억하고 있다는 생각에 저절로 감동했다.

그리고 콜리스 골절 환자를 모으는 건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 곽 주임이라면 전화 몇 통이면 끝날 일이지만, 능연이 아니었다면 곽 주임이 쉽게 전화를 하지 않으리라.

지금 응급의학과에 있는 의사 중에서도 곽종군이 이렇게 전문적으로 트레이닝한 의사는 몇 되지 않았다.

좌자전은 생각할수록 기운이 나서 같은 나이의 말도 이길 만큼 빠른 속도로 달렸다.

주 선생도 부러운 듯 능연을 따라가면서 물었다.

“능 선생. 곽 주임님한테 내 듀티 좀 바꿔 달라고 말하면 안 돼? 야간 당직은 그렇다고 쳐도, 불금 불토에 야간 당직은 너무 심하잖아. 새벽 두 시에 술에 취해서 칼에 찔려오는 사람, 맥주병에 머리 찔려서 오는 사람. 유리 조각 일일이 치우는 것도 일이라고.”

“그러니까,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야간 당직 서고 싶으시다는 건가요?”

능연의 말에 주 선생이 흠칫하고는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며 내용을 고쳐주려고 다시 말을 꺼냈다.

“일요일에서 목요일 사이에 하루 야간 당직 서는 거야.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야간 당직을 서면 사람이 살아남겠냐? 물론 너는 살겠지. 하지만 다른 사람은 죽어. 에휴, 됐다. 말하지 마라. 제대로 설명하면 내가 혼날 거고, 잘못 설명했다가는 곽 주임님이라면 모르는 척하고 그렇게 하라고 하시겠지.”

능연은 아무런 파동 없는 모습으로 조용히 주 선생을 바라봤다.

회진이 끝난 후, 능연은 응급실에 들르지 않고 바로 제타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거의 도착했을 때 머릿속에 제시어가 떠올랐다.

- 퀘스트: 신인 훈련

- 퀘스트 목표: 의사의 기술 등급을 UP 시켜라

- 퀘스트 보상: 중급 보물 상자

“같은 퀘스트라.”

능연은 차 안에서 한마디 내뱉고는 액셀을 밟았다. 제타가 우아아앙 거리면서 옆에 있는 오토바이를 가볍게 앞질렀다.

집에 돌아오니 아직 점심시간도 전이었다. 즉, 두어 시간 만에 회진을 끝냈다는 말이었다.

“침대가 비어 있으니 진심 어린 감사도 주는구나.”

그런 답을 정리해 낸 능연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흔들면서 선베드로 올라가 핸드폰을 꺼냈다.

주 선생의 농땡이 상태를 이해할 것도 같았다. 의사 생활에 더 흥미가 있는 게 아니라면 누워서 놀기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상태가 아닌가 싶었다. 특히 집에 있을 때는 인터넷도 빠르고 온도도 적당하고.

“능연, 오늘은 연습 안 하니?”

웅 선생이 진료실에서 방금 전에 맥을 짚은 노부인 처방전을 쓰면서 능연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은 쉴래요.”

지금 근육통 파스를 붙였다고는 하지만 처음으로 쓰는 물건이니 몸을 계속 굴리는 것보다 편안하게 쉬기로 했다.

의사니까 신체가 얼마나 약한지 그만큼 잘 알았다.

웅 선생은 안타까운 표정이었다.

“너희 젊은이들은 참. 게임 할 시간에 마사지하면 얼마나 좋니.”

웅 선생이 혀를 끌끌 찼다.

능연이 가끔 한 번씩 마사지 팻말을 꺼낼 때마다 웅 선생은 부러워 죽을 것 같았다. 몇 분 만에 20위안을 벌다니. 그야말로 공돈 버는 것 아니냔 말이다. 직접 받아본 게 아니라면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욕했을 것이다. 능연 아버지 능결죽과 50위안 올리는 것으로 얼마나 오래 입씨름을 하는데 말이다.

물론, 지금도 세상이 불공평하다고는 생각한다.

“능연아, 내가 너라면 온종일 마사지하겠다. 사람만 있으면 마사지하는 거지. 쉬지도 않고 할 거야. 내가 계산해봤는데, 조금 빽빽하게 하면 한 시간에 4, 5백은 벌겠더라. 그럼 하루에 만 위안이야.”

“얘, 잠은 안 자요?”

연자가 다가가 처방전을 가지고 약을 꺼내러 가면서 천군만마의 기세를 드러냈다.

웅 선생은 찻잔을 들어 차를 홀짝이고는 계속했다.

“하루에 만 위안 번다면 나는 잠 안 자겠다. 잠은 무슨 잠. 생각해보라고 어디서 그런 돈을 벌겠어?”

“출장 수술이요.”

능연은 순순히 웅 선생의 질문에 대답하는 마음으로 답을 내놓았다.

웅 선생은 차를 내뿜고 켁켁대다가 능연을 위아래로 살폈다.

“물어본다는 게 깜빡했네. 너 요즘 출장 수술로 얼마나 받냐?”

“6천에서 8천?”

능연은 자신의 수임을 딱히 감추지 않았다. 감춰야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웅 선생의 작디작은 간이 달달 떨렸다.

“하루에 6천?”

“한 건에요.”

“그럼 한 달에 몇 건이나 하는데?”

“계산 안 해 봤는데요.”

능연은 대략 계산해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

“2, 30? 3, 40일 때도 있어요. 무슨 수술이냐에 따라 달라서요.”

웅 선생은 묵묵히 계산해보고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내과 전공하는 게 아니었어.”

“외과 전공해도 지금은 출장 수술 못 하잖아요.”

연자는 웅 선생을 바라보며 고개를 젓다가 20킬로짜리 퉁퉁한 손을 내밀었다.

“몇 개게요?”

“손가락에 살이 잔뜩 붙었는데 몇 개인지 어떻게 알아?”

웅 선생이 씩씩거리며 하는 말에 연자가 씨익 웃어 보였다.

“그거 봐요. 노안 오셨다니까. 어르신, 이거 몇 개게요?”

옆에서 수액 맞던 노인이 실눈을 뜨고 바라보더니 네 개라고 대답했다.

“맞아요!”

연자가 접혀 있던 손가락을 몰래 잡아 폈다. 아무도 눈치 못 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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