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 연결됐습니다.”
운화병원에 남아 있던 운리제약 IT 엔지니어가 수술실에 있던 좌자전에게 한 마디하고 밖으로 나갔다.
운화병원 응급의학과 수술실에 고해상도 생중계 작업을 하는 건 운리제약 상주 엔지니어에게 매우 익숙한 일이었다. 그러나, 불만은 존재했다.
“그냥 스위치 켜는 건데, 의사는 그것도 못 하냐? 영상의학과 의사도 만날 기계 만지잖아. 그런데 다른 기계는 굳이 우리더러 하라네. 의사는 자이언트 베이비라니까.”
엔지니어는 카메라를 돌릴 때 전원을 켜는 것 외에 나머지는 다 전화를 걸어 운리제약 직원을 부른다고 낮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의사들의 습관이기도 했다. 자주 쓰는 기기를 제외하고 모든 외부 기기는 판매처에 사람을 보내라고 요청한다. 그러니까 건드리지 않을 수 있으면 최대한 건드리지 않으려고 들었다. 전자 차트 사용하던 초기에는 온종일 전화를 해대기 일쑤였다.
병원에 파는 설비가 비싼 이유 중에 이런 점도 포함되어 있었다.
의사들은 아무런 자각이 없었다. 의사로서는 어느 회사 제품을 샀다는 건, 그 회사 사람을 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어 어느 회사 강판을 샀다면, 그 회사 영업사원이 와서 강판을 자르는 데 도움을 주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스트레처 카를 샀다면, 그 회사에서 사람을 보내 보름쯤은 그 침대를 같이 밀어줘야 하는 것도 너무나 당연했고. 같은 이치로, 어느 회사의 주삿바늘을 샀다면 그들이 와서 주사를 놓아야······ 아, 이건 주사가 너무 싸서 미안해서 안 된다.
그러나 카메라나 중계 시스템 가격은 의사들이 배짱을 부리기 충분했고, 복잡한 기능은 더욱 의사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싶지 않게 만들었다.
너무 한가해서 미칠 것 같으면 차라리 회진을 돌지, 촬영 기술을 배울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고해상도 렌즈를 사용해야 할 때는 운리제약 엔지니어가 출동하기 마련이었다.
운리제약에서도 매우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일하는 IT 엔지니어야 내키지 않아 했지만, 엔지니어의 호불호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능연이 ‘비교적 넓은 범위’의 생중계를 하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들은 맥순은 정상적인 신호 방출을 위해 직접 달려왔다.
능연은 시간이 되길 기다렸다가 수술실에 들어가기만 하면 됐다.
좌자전이 곁에서 나지막이 속삭였다.
“능 선생, 운리에서 전국적 방송을 할 거래. 창서성 대부분 병원 그리고 전국, 특히 북경 병원에서도 우리 수술 생중계를 볼 거야.”
그는 구석에 디지털 지표를 힐끔 보고는 말을 이었다.
“지금 22곳에서 보고 있어.”
22곳 생중계는 대중 매체 기준으로 보면 보잘것없는 수치다. 그러나 전문 매체로 보면 굉장한 숫자였다. 학술회의를 열고 현장에서 시범 수술을 한대도 현장에 사람이 100명 있을까 말까고, 생중계되는 영상은 세 명이 볼까 말까 했다.
사실 지금 능연의 수술 생중계를 보는 것도 무신 시 1 병원처럼 능연이 자주 출장 수술 나가는 병원 간담췌외과였다.
소위 학술 세력이라는 건 바로 이런 것, 무신 시 1 병원 간담췌외과는 능연의 출장 수술을 통해 배우고 연습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그러니 그들은 능연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 가질 수밖에 없고 능연의 생중계 수술을 당연히 보려 한다.
무신 시 1 병원 간담췌외과 같은 병원 진료과로서 간 절제를 배우거나 배우지 않거나, 모두 선택에 불과했다. 선택하고 나면 배울 수 있는 경로는 상대적으로 정해져 있었다.
이미 병원에서 주임, 부주임 자리에 있는 의사들이 새로 배울 수는 없고,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스스로 배우는 것 외에 스승 하나를 구해서 서서히 연마할 수밖에 없었다.
22곳에서 생중계를 본다는 건 22 병원에서 배우고 있다는 뜻인데, 그중에 참관실에서 무심결에 모니터를 켰거나 의대생이 무의식적으로 보고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운화병원 의사들로서는 여전히 매우 긴장된 수술이었다.
“마연린, 오른쪽으로 좀 더 가.”
오늘도 퍼스트 어시를 맡은 연문빈은 수술실로 와 수술복을 입은 다음 위치 싸움을 시작했다. 몇 시간이나 걸리는 수술에서 편하게 서 있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너무 중요한 문제였다.
마연린은 고분고분 자리를 조금 물러났다. 다크써클이 생긴 얼굴에 심심한 피로가 느껴졌다.
“야, 너 괜춘? 안 되겠으면 그냥 쉬어.”
솔로인 연문빈은 짜증 난다는 듯 마연린을 바라봤다.
“마누라 돌아올 때마다 그렇게 노력해야겠냐? 그것도 상황을 봐야지, 오늘같이 중요한 수술을 앞두고.”
“안 중요한 수술이 어디 있다고. 그리고 마누라 아직 안 돌아왔어요.”
마연린이 차갑게 반박했다.
“그럼 뭔데?”
“어제 당직 서느라 한잠도 못 잤어요. 아침에 회진 돌다가 긴급 상황 터져서······. 30시간째 깨어 있습니다.”
운화병원 낮 근무는 아침 9시부터 6시였고, 이론적으로는 점심 휴식 시간이 있는 8시간 근무제였다. 그리고 야간은 저녁 6시부터 다음 날 9시였고 당직 의사는 다음 날 교대하고 집에 가서 쉴 수 있었다.
별로 변태적인 제도가 아닌 것 같지만, 병원에서 실제 집행될 때는 전혀 다른 제도가 된다. 병원은 자주 돌발 사태가 생기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 교대해야 할 때 갑자기 진료과에 사람이 필요해진다. 그렇게 되면 내 휴식이 중요할까? 아니면 환자 목숨이 중요할까? 내 휴식이 중요할까? 아니면 윗선의 명령이 중요할까? 선택권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당직설 때 꾀를 피울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야간 당직 때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이고, 야간 당직에서는 의사들은 야간 당직 신에게 사과를 공물로 바치고 기도한다.
마연린은 운이 안 좋은 편이었다. 야간 당직 운도 안 좋았고, 낮 근무 운도 안 좋아서 지금까지 버티다 보니 못 버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훅 정도는 당길 수 있었다.
연문빈은 전혀 동정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30시간이 뭐라고. 나는 말이야······. 에휴, 너는 기본이 안 되어 있어서 그래. 적당히 해야 하는 일도 있단다.”
“나도 이러고 싶지 않지요. 무슨 방법이 있어요. 지금은 밥 먹는 거보다 콘돔 사는 데 돈을 더 쓰는 지경이라고요.”
연문빈의 입가가 실룩였다.
“족발 먹고 몸보신이나 해라.”
“돈 아끼려면 부추도 괜찮아. 너희 레지던트 기숙사에는 후원이 없으니까, 옥상에 PVC 파이프 비우고 안에 부추 심어. 먹고 나면 또 심고, 한동안 먹을 거야.”
좌자전도 매우 합리적인 건의를 했다.
연문빈과 마연린은 약속이나 한 듯 좌자전을 바라봤다.
“좌 선생님도 힘드시겠어요.”
“좌 선생님, 고생이 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