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494화 (475/877)

“수술 준비합시다.”

새로운 속옷으로 갈아입은 능연은 상쾌한 기분으로 수술실에 들어왔다.

깔끔한 샤워실, 깔끔한 속옷, 깔끔한 수술실이 능연이 좋아하는 생활이었다. 수술대에 누워있는 환자조차 깔끔한 느낌을 주었다.

물론 간에 수많은 벌레가 자라고 있지만, 벌레는 알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환자의 간에서 생활했고, 거기서 성장하고 교배하고 알을 낳았다고 생각하면, 느낌상 깨끗한 벌레 같았다.

잠시 후, 절개구를 열고 나면 능연은 최대한 출혈량을 조절하여 더 확실한 수술 시야를 노출할 것이고 그와 동시에 깨끗한 거즈와 집게로 아름다운 공간을 열어 수술할 것이다.

수술 회복을 위해, 간 절제할 위치만 노출할 예정이었다.

그건 매우 질서 있게 해야 하는 작업이었다.

능연은 매우 만족하며 위치에 서서 각 준비 작업을 심사하고 모니터링 기기 위에 나타난 숫자를 관찰했다.

“환자가 뚱뚱한 편이니까, 전동메스는 최대한 쓰지 맙시다.”

능연은 손을 뻗어 사인펜을 받고 환자가 확실히 민박집 주인 뇌백함 님인 걸 확인하고서야 배 위에 느긋하게 선을 그었다.

“안 쓰는 게 제일 좋지. BBQ는 암을 유발하니까.”

마연린이 진지하게 말했다. 인체 지방이 타는 냄새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좌자전이 태연하게 한마디 했다.

“욕정도 암을 유발한단다. 콘돔 한 박스 다 썼다며?”

“할인해서 산 거라 그래요. 많이 사면 싸니까.”

마연린이 얼굴을 붉히며 하는 말에 순회 간호사가 고개를 돌려 헛기침을 했다.

“저기요, 카메라 돌아갑니다.”

“소리는 안 들어가. 렌즈에 음성 버튼을 눌러야 소리가 들리지.”

“그러니까 지금 눌려 있는 이 녹색 버튼 말이죠?”

연문빈이 개의치 않는 듯이 하는 말에 순회 간호사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되물었다.

허리를 구부린 채 힐끔 본 여문빈이 허리를 세우고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

“누군가 유명해지겠군.”

마연린과 좌자전은 각자 뜨끔해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수술실이 조용해졌다.

몇 분 후, 능연이 그 문제를 겨우 의식했다.

조수들끼리 수다 떠는 건 원래 자동으로 필터링 했지만, 지금은 조금 이상했다.

“왜 말을 안 해요? 긴장했어요?”

“아니.”

마연린은 세컨드 어시였고, 훅맨 생활이 익숙할 대로 익숙해서 당연히 긴장할 일이 없었다.

정말로 조금 긴장한 좌자전은 억지로 웃어 보였다.

“생중계에 소리가 들어가서 그래.”

“여러분 상태에 지장 주나요?”

연문빈이 문제점을 지적하자, 능연은 바로 수술 문제를 고려했다.

“아마도? 조금은?”

“소리 꺼요.”

능연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고개를 돌려 명령 내렸다. 수술에 영향 주는 요인을 줄일 수 있으면 어떻게든 줄여야 했다. 간단한 수술실이 수술 효율을 가장 발휘할 수 있다.

순회 간호사는 잠시 망설이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능 선생님, 지금 24군데서 수술 지켜보고 있습니다. 다들 수술 중 대화를 듣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능연은 고개도 들지 않고 손을 놀리며 대답했다.

“저는 수술 중에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수술실이 싸늘해졌다.

그의 뜻을 알아차린 순회 간호사가 허둥지둥 음성 버튼을 끄고는 후회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가만히 있을걸. 능 선생님 생각도 못 읽고. 이따 난리 나겠네.’

능연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간 절제 초기 노출 스텝을 완성했다.

그러자 썩은 사과 같은 간이 드러났다.

“세상에, 이 간······. 돼지 간도 이것보다 예쁘겠다.”

“돼지 간은 보통 한 살 안 된 돼지 거잖아요. 58세 간이랑 비교하면 안 되죠.”

좌자전이 멍해져서 하는 말에 연문빈이 대답했다.

“할 수 있겠어? 이런 꼴인데, 수술이 끝나도 회복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좌자전이 조금 걱정되는 듯 능연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물었다.

사실 회복 문제가 아니라 환자가 이대로 간혼수 상태가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하고 싶었다.

간은 자아 갱신 능력이 있다. 부분 절제한 간은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회복한다. 그러나 간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한자는 간이 회복하기도 전에 간혼수상태, 혹은 목숨을 잃는 일도 있다.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간 절제 안전성이 점점 높아졌다. 정상적으로는 간 절제 수술 사망률은 1% 정도여서 20년 전과 비교하면 대대적으로 진보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위험 높은 수술이긴 했다.

수술대 위의 뇌백함은 더욱 위험했다.

그의 간 상태가 어떨지 평가 등급으로도 상상할 수 있었다. B급에서 C급이라는 평가 자체가 이미 상당히 안 좋은 상태였고,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B급 환자도 수술대에 오를 자격이 없었다.

영상 자료에서도 뇌백함의 간이 최악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직접 열어보고 나서야 얼마나 최악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갖가지 수술 전 준비를 다 하고 수술대에 올라 개복하고는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그대로 포기했다는 이야기는 다들 적잖게 들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수술 이야기가 새어 나가는 건 아무래도 좋은 일은 아니었다. 특히 생중계 중인 상태에서는 더욱. 그래서 좌자전은 걱정스러운 듯 능연에게 물으면서 어떻게 체면을 유지하며 수술을 끝낼 수 있을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개복하고 바로 폐복하는 건, 비록 체면이 깎이는 일이지만, 적어도 환자가 수술대에서 죽는 것보다는 나았다.

좌자전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능연을 바라봤다.

“조심은 해야죠. 다들 조심하세요. 자신 없으면 절대로 간은 건들지 말고요. 석션할 때도 건들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능연은 복강 안 간 상태가 전혀 의외가 아니라는 모습으로 그렇게 주의를 주었다.

좌자전은 더할 나위 없이 의외라고 생각했다.

“계속한다고?”

“당연하죠. 약하긴 한데, 좌측만 좀 그래요. 조심하면 괜찮습니다.”

이미 가상 인간으로 살펴본 능연은 당연히 계속할 생각이었다.

“연두부보다는 좀 낫지만, 두부보다 안 좋은데.”

“됐습니다.”

능연은 길게 설명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집도의고 그가 하겠다면 하는 것이다. 조수들은 그저 열심히 도우면 그만이지, 해결책에 참여할 발언권은 없었다.

임상 의사는 매우 매우, 매우 프라이빗한 직업이었다. 팀으로 협업 중인 외과 의사라고 해도 대부분 결정은 자기 머릿속에서 한 바퀴 굴리면 그만이었다.

능연은 새로운 기술을 쓰고 싶어서 매우 허기진 상태였다.

“보통대로 합니다.”

능연은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뻗어 기구를 요구했다.

탁!

능연과 오래 협력한 스크럽 간호사 왕가는 이미 능연의 수술 습관에 익숙해서 그가 말을 꺼낼 필요도 없이 벌써 필요한 기구를 그의 손에 올려놓았다.

능연은 고개를 숙이고 수월하게 부드럽고 찰진 간을 건드렸다.

좌자전 눈엔 건들기만 해도 깨질 것 같은 간이 능연의 손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탄력을 보였다.

능연은 재빨리 간 인대를 각각 박리했다. 그랜드마스터급 ‘조직 박리’는 그의 모든 동작을 게임 고수가 게임 스틱을 놀리는 것처럼 순조롭게 만들어주었다.

정확한 위치, 딱 들어맞는 동선, 안정적인 민첩도.

“해부를 너무 잘해.”

“혈관이 바로 드러나네요.”

“이런 간을 저렇게 깨끗이 해부하다니, 이게 실화라고?”

동황구 병원 의사들이 모니터를 보며 낮은 목소리로 토론했다.

이미 능연의 수술을 본 적 있지만, 수술마다 난도가 달렸다. 전에 능연이 했던 수술은, 창의성이 강하고 본인들도 배울 만한 수술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 수술은 아예 배우고 싶은 생각조차 생기지 않았다.

‘조직 박리’라는 외과 기초 기술은 노출과 마찬가지로 너무 기초적이라서 오히려 배우기 어려웠다. 절대적 고도에 오르면 아예 배우고 싶은 의지마저 상실하게 된다.

현장에서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는 사람은 노란 머리 파란 눈의 로이더가 유일했다. 그는 수술도 하고 싶지 않아져서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허공에서 손을 놀렸다. 미친놈 같아 보였는데, 유심히 보니 모니터에 비추는 동작을 따라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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