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더 선생, 이제 신호 전환해야 합니다.”
허금억은 로이더를 바라보며 턱을 치켜들었다.
“환자도 이미 준비 끝났습니다.”
수술복 입고 수술대에 올려진 환자는 영어를 못 알아듣고 눈만 껌뻑이면서 로이더와 그의 팀원을 바라보며 핸드폰을 꺼내 셀카 한 장 찍지 못함을 분해했다.
로이더는 아쉬운 듯 100인치 모니터에서 눈을 뗐다.
“수술 다 보고 하면 안 됩니까?”
“벌써 두 번째 수술 아닙니까.”
허금억이 할 말이 없다는 듯 대답했다.
“끝까지 보는 데 얼마 걸리지도 않는데······. 중국 의사가 간 절제 수술하는 걸 볼 기회가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궁금한 겁니다.”
허금억은 얼마 전에 수술받은 간을 수천수만 마리 낙타가 밟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이 외국 노인네가 정말로 능연 수술을 다 볼 생각인가. 본인이 간 경화 아니라서 매우 자랑스러운 가보다, 응?
순식간에 생긴다고!
“로이더 선생, 능 선생은 간 절제 수술을 매우 자주합니다. 관심 있으면 기회가 얼마든지 있어요. 그리고 능연은 수술을 쉬지 않고 합니다. 한 번에 4건, 5건도 한다고요. 계속 보고 있을 순 없지 않겠습니까?”
허금억은 조금 불만스럽기까지 했다. 수술을 보는 데 중독되어서 본인이 수술해야 한다는 사실까지 잊어버릴 수는 없는 거 아닌가!
“오호. 어쩐지. 음, 저는 간 절제 수술을 연달아 4건, 5건은 못 합니다. 간단한 수술이라면 자신 있지만. 오, 문정맥 재건까지 했군요. 좋아요, 좋습니다.”
로이더는 마지막에 연신 ‘good, good’하고 외쳤다.
수술대 위에 영어를 모르는 환자는 어딘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자기 집 작은 침실에서 무심결에 튼 채널에서 나오는 소리와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한 환자는 로이더의 표정을 보더니 완전히 불안해졌다.
“설마. 수술을 앞두고 수술실에서 야동 보는 겁니까?”
환자는 벌떡 일어날 기세로 그렇게 물었다.
“야동은 무슨! 수술 장면 보고 있습니다.”
허금억은 간이 다 저릴 정도로 화가 나서 환자의 머리를 받치고 모니터를 보여준 다음 다시 내려놓았다.
“이건 다른 사람 수술이니까 안심하시고요. 마취해.”
중국 마취의가 외국 팀 마취의에게 눈짓했다.
외국 마취의는 로이더 한 번, 다른 사람들 한 번 바라보고는 손을 놀렸다.
수액을 맞고 있던 환자는 마취의가 약을 투여하자 바로 정신이 몽롱해졌다.
완전히 잠들기 전에 환자는 갑자기 생각난 듯 중얼거렸다.
“아, 알겠다. 이게 의사들의 AV구나. 의사들은 저런 거 보고 흥분하는구나.”
방안에 있던 의사들은 모두 멍해졌다가 푸하학 웃음을 터트렸다.
허금억은 자신의 간을 부여잡고 고함쳤다.
“웃긴 뭘 웃어! 누가 당장 환자한테 주사 놓아서 깨워 봐! 누가 이런 걸 보고 흥분하겠냐고!”
부주임 조동이 웃음을 참으려 입가를 실룩거렸다.
“저 외국놈 표정 보니까 흥분한 거 같은데요.”
그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로이더는 과연 두 눈을 번뜩이며 코를 벌름대고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로이더 선생, 환자 마취됐습니다.”
허금억이 다시 재촉했다.
“아아.”
로이더는 여전히 흥분한 목소리였고 고개를 숙이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런 수술을 보고 나니 오늘 환자가 참 시시해 보이는군요.”
“환자 증상이 부족하다는 거냐. 앞으로 환자도 등급이 생기겠군.”
퍼스트 위치에 선 부주임 조동이 중국말로 농담을 했다.
허금억 역시 싱긋 웃으며 중국말로 대답했다.
“대가니까, 대가가 하는 말 들어야지. 잘 배우게.”
앤더슨 센터 팀 모두가 조동 주위를 가득 둘러쌌다. 정말이지 좋은 학습 기회였다. 다른 사람 역시 일대일로 외국 팀원들을 지켜봤다.
국내 의학계는 지금 이미 외국 의료팀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집도의 1, 조수 2, 간호사 2, 마취의 1인으로 팀을 구성한다. 집도의만 따지면 국내 의사도 실력이 많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조수도 크게 떨어지지 않고.
간호사와 마취의는 중국 국내 병원과 외국 병원과 다르다. 특히 마취의는, 국내에서 발전이 늦은 관계로 외국팀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없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국내 정상급 삼갑병원에서 외국 정상 팀과 한 팀을 이룬다면, 200년 뒤엔 어떻게든 팀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국 의료팀의 정체성은 여전히 중국 병원보다 복잡했고, 중국 병원과 중국 의사들이 배워야만 하는 포인트였다.
허금억은 로이더가 수술을 시작하길 기다렸다가 특별히 한마디 했다.
“자, 다들 전에 이야기했던 거 기억하라고. 상대가 어떻게 협력하는지, 각자 위치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집중적으로 볼 것.”
위원회 소속 병원은 이미 외국팀과 빈번히 교류하지만, 동황구 병원 같은 일반 외과로서는 처음 있는 기회였다. 게다가 매우 성대한 첫 경험이었다.
수술실에서 의사, 간호사가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해상도 신호를 통해 각 병원 참관실에도 방출될 예정이었다.
허금억이 상기시키는 말에 다들 정신을 집중했다.
이어서 로이더가 싱글벙글 메스를 그었다.
로이더가 뭐라고 하기 전에 스크럽 간호사가 거즈와 핀셋을 건넸고 로이더는 피를 닦고는 바로 버리고 개복을 계속 진행하여 반짝거리는 간을 노출했다.
“절개구가 참 크네.”
현장에 있던 중국 의사가 놀란 소리를 냈다.
“외국인은 이래. 수술만 잘하면 그만이지, 절개구 같은 건 신경 안 쓰지.”
주임 허금억이 작은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했다.
“소송을 피하기 위해서도 있지. 나중에 일 터져서 법정에 서서 변호사한테 왜 절개구를 크게 내지 않았냐고 추궁당하지 않으려고 말이야.”
“우리가 이런 식으로 하면 환자한테 욕 진탕 먹을 텐데요.”
“추세야. 앞으로 수술하면 안전이 제일이야. 일 터져 봐. 환자가 자기 절개구가 크니 작니 따지겠냐고.”
허금억이 담담하게 말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절개구밖에 안 보이니까. 환자는 그 속사정을 모르니 그런 소리를 할 수밖에.”
“환자가 하는 말을 다 들을 수 있나. 환자 말 다 들을 거 같으면 의사가 왜 필요해.”
중국 의사들의 작은 토론 소리는 오래 가지 않았다.
로이더의 수술이 너무 빨리 끝났기 때문이었다.
노출하고는 박리하고, 박리하고는 자르고, 자르고, 자르고.
로이더는 가위를 즐겨 사용하는 외과 의사였지만,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이렇게 잘하고 이렇게 빠른 의사가 뭘 사용하든, 사람들은 엄지를 치켜들 수밖에 없었다.
“대단하긴 하네요.”
“명불허전.”
“아, 후회된다. 유학 갈걸.”
동황구 병원 의사들은 차근차근 지켜보며 작은 소리로 서로 의견을 나눴다.
그들의 눈엔 외국 의료팀이 다르긴 달라 보였다.
우선 수술하는 방식과 협력 방식부터 달랐다.
간 절제 같은 큰 수술도 로이더는 조수 두 명만 썼다. 동황구 병원 부주임 조동이 한자리 차지하니, 그가 데리고 온 의사는 아예 옆으로 가서 병풍 노릇을 하며 거들지조차 않았다.
수술이 중간으로 돌입해, 사람 손이 모자라는 상황에도 할 일 없는 사람은 여전히 할 일 없이 놀았다.
동황구 병원 의사들이 웅성웅성 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요즘 의사들이 교류할 기회는 매우 많고, 특히 국내 의사끼리의 교류는 출장 수술만으로도 일상적인 일이다.
동황구 병원만 해도 해마다 북경에서 여러 의사를 초빙해 수술을 열었다. 어떤 때는 심지어 출장 수술을 열고 싶지 않아도 열어야 했고, 혹은 아예 출장 수술 의사가 환자를 데리고 와 수술하는 경우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 업계에서 20년 활동한 의사가 견문을 넓힐 기회는 많았다. 그러나 외국의 이런 인력 절약 모드는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았다.
물론, 인력 절약이라는 건 듣기 좋은 표현이고 ‘돈이 없어서 사람을 초빙하지 못한다’고 표현해도 틀린 건 아니었다. 주치의 하나 모시는 데 몇백 달러, 심지어 천만 달러 가까이 돈이 드는 상황에 일반 환자와 보험회사는 더 많은 의사를 불러 수술을 진행할 필요가 없었다.
또 한편으로 의사가 많지도 않았다.
로이더 같은 대가 의사 밑에도 오랜 시간 부릴 제자가 없었다. 이번에 데리고 온 팀도 장기간 협력한 팀일 뿐이었다. 받은 달러 만큼, 조수는 열심히 조수하고, 구경꾼은 정말로 구경만 하면서 수술대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퍼스트 어시 조동이 기구를 잘 사용하지 못 할 때나, 구경하던 의사가 한 번씩 나서서 간단하게 한두 마디 코치했다.
자주 보는 기구는 당연히 조동도 사용 방법을 잘 알았다. 그러나 자주 쓰지 않는 도구나, 국내에서 아예 쓰지 않는 도구는 전혀 도리가 없었다. 예를 들어 간 수술에서 훅을 당길 때나 쓰는 매우 복잡한 기구라던가.
조수가 손으로 당길 필요 없이, 나사를 조절하면 알아서 훅을 당기는 기구는 중국 의사로서는 아무런 의미 없는 신문물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조동은 많이 배운 느낌이 들었다.
로이더의 수술법은 국내 외과 의사와 상당히 달랐다. 가위를 즐겨 사용하는 방법이라던가. 조동조차도 국내 의사들이 그런 식으로 하는 건 본적 없었다. 대가 집안 대빵 의사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잘못된 방법이라고 지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로이더는 양손을 휘휘 놀리면서 수준 높은 수술을 보여주고 있었고, 누가 지적한대도 가볍게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그런 의사의 스타일과 습관을 지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 기술의 대단함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토론하는 게 옳다.
제약회사가 큰돈을 들여 의사를 초빙해 시범 수술하고, 논문을 쓰면서 그저 이름 하나 올리는 것도 바로 이런 ‘스타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중국에서든 어느 나라에서든, 로이더는 절대로 스타 의사에 속한다.
다른 특별한 설명도 필요 없고, 운리제약 생중계 시스템에 몰린 112 시청자 수만으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었다.
운리제약은 올해 초에 겨우 이 고해상도 영상 시스템을 시작했다. 손쉽게 전국 최대 규모로 올랐다고 해도 아직 그런 시스템을 설치한 병원 총수는 많지 않았다.
시청자 수 112이라는 숫자는 운리제약 IT 부문에서 놀라고 기뻐할 수치였다.
112라는 시청자 수란, 시청자 수 하나당 그 뒤에 수명, 혹은 수십 명 심지어 더 많은 전문 인사가 지켜보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숫자였다.
단독 간 절제 수술 한 건에서 112 시청자는 112개 일반 외과 (간담췌외과) 임상, 연구 단위가 지켜 보고 있다는 것이고 어느 방면으로 따져도 대단한 규모였다.
“이런 활동을 많이 해야겠어. 외국 전문가를 초빙하는 건 분명 국내 전문가보다 효과가 있네. 확 주목 끌기도 좋고.”
“국내 전문가는 어쨌든 국내에 있으니까 만나려고 하면 볼 수 있고 해서 이렇게까지 몰리지 않죠. 해외 전문가는 다르니까, 다들 몰려서 보는 것도 정상입니다.”
“이 일을 홍보하면 시스템 설치량이 높아질 거야.”
운리 IT부는 신속히 머리를 굴렸고, 상부 간부가 하는 몇 마디에 작업팀 사람들은 신속하게 같은 문구를 반복했다.
-로저, 바로 집행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