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드는 우선 뜨거운 물로 목욕한 다음 새 옷으로 갈아입고서야 참관실 맨 앞줄에 앉아 다리를 치켜들고 매우 우아하지 않은 모습으로 테이블 위로 다리를 올려놓았다.
그러더니 콜라 캔을 치익, 하고 따서 마시면서 신이 나서 모니터를 주시했다. 축구 경기 보는 모습과 별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참관실에 있던 중국 의사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면서 못 본 척했다.
오히려 로이더와 함께 온 다른 의사 둘이 느낀 바가 있는 듯 가지런한 모습으로 구석에 가서 앉았다.
“이것도 능연의 수술이죠?”
로이더는 진지하게 수술 시야를 지켜보다가 기구를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집도의를 확신했다.
“수술 중 봉합하는 모습을 보니 능연 선생이 맞군요. 수처 속도가 매우 빨라요. 일반 의사는 이렇게 못할 겁니다.”
퍼스트 어시를 맡았던 조동은 이제 수행원이 되었고, 고개를 들어 보니 모니터 위쪽에 ’운화병원‘이라는 네 글자가 또렷했다.
조동익은 글도 모르는 외국인을 내심 무시하고는 천천히 말을 꺼냈다.
“운화병원 수술입니다. 능 선생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네요.”
“능일 겁니다.”
수술에 나서지 않았던 세 번째 의사가 입을 열었다.
“능 선생 손가락은 길고 균일해서 실리콘 장갑이 꽉 낍니다. 아름다워요.”
조동은 자신의 영어 리스닝 수준이 떨어졌는지 아무래도 이상한 내용을 들은 것 같다고 생각하며 입가를 실룩였다.
“능연 수술 특징은 명확합니다. 출혈 컨트롤을 매우 신경 쓰고 있어요. 음, 간 절제 수술에서 출혈량을 줄이려면 각 방면으로 신경 쓰긴 해야죠.”
“케이스 몇 개 살펴봤는데, 운화 능연 선생이 한 간 절제 수술 출혈량은 최저 360, 최고 780이랍니다.”
로이더와 세 번째 의사가 이야기를 나눴다.
“노출 잘해, 해부 잘해, 예비선 디자인하는 것만 봐도 환자 간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게 보이는군.”
로이더가 그렇게 칭찬했으나, 현장에 있던 동황구 병원 의사들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동황구 병원 의사 수준으로는 해부를 잘한다는 게 어떤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의사들은 모든 걸 장악하고 전지전능한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에는 약체 의사가 있는 것도 흔했고 뭣도 모르고 임상부터 시작해서 수술대에 올라서도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의사도 많다.
동황구 병원은 삼갑병원으로 이미 병원 중의 탑급 병원이었지만, 동황구 병원 의사가 모두 탑급에 들려면 아직 멀었다.
따지고 들자면 이 의사들도 중국 의학 교육에서 능력자였다. 그들은 대입 시험이든 의사 면허든 어떤 시험도 큰 어려움 없이 단번에 통과했다. 석사 출신 학력도 동황구 병원에서 특별할 게 없었고 새로 들어오는 의사는 심지어 박사 학력이 있어야 유사한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간단히 말하면, 동황구 병원에 들어갈 수 있는 의사는 학교에서 잘난 학생이거나 연줄이 대단한 학생이거나였고, 100점 만점짜리 시험에서 80점에서 90점은 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의사의 잔혹함은, 100점도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의사는 항상 끊임없이 배우고 축적해야 한다. 정말로 부주임, 주임이 되고 충분한 시간이 지나 배움과 경험이 충분하다고 생각될 때, 은퇴가 가까워진다. 심지어 새로운 기술, 새로운 지식에 휘청거리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그런데도 이 의사들은 여전히 중국 의사 피라미드 정상에 있는 존재였다. 그리고 공부를 제대로 못 하고 대학에서도 낙제하고 졸업하고도 바로 면허를 따지 못하고 진급 시험도 바로 올라가지 못하고 버티다가 부주임이 되고 주임이 되려면 팔자에 맡겨야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일반적인 의사였다.
아무리 해도 반에서 3등 안에 들지 못하는 학생이 열 몇 명은 있는 것처럼 말이다.
부주임 조동은 현장에 있는 의사 중에 점수가 가장 높았지만, 수술을 보는 동안 마찬가지로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그래도 그는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큰 주임 허금억이 간암에 걸렸으니, 순조롭게 돌아가시거나 순조롭게 은퇴한다면, 다음 순서가 바로 그였다.
그래서 조동은 학구열을 불태우며 물었다.
“로이더 선생, 능 선생 예비선이 무슨 차이가 있나요?”
해부와 노출을 잘한다는 건 그도 알아볼 수 있지만, 예비선을 잘 그린다는 건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로이드가 싱긋 웃었다.
“능연은 배 아래 담관과 혈관 분포에 대해서 잘 아는 겁니다. 그래서 그 위치를 피해서 선을 그린 거고요.”
“그걸 맞출 수 있다고요?”
“되면 좋고, 아니라도 상관없는 거 아닙니까? 안 그래요?”
로이드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그러나 내 생각엔, 능선생이 맞출 것 같습니다.”
“왜죠?”
“실력이 되니까요.”
직접적인 로이더의 대답에 조동의 가슴이 철렁했고 갑자기 강렬한 질투심이 일었다. 이 외국놈이 지금 내 칭찬을 이렇게 했다면 당장 학술회의를 열어 자기 자랑을 할 텐데!
“로이더 선생 기술이야말로, 보기엔 평범해도 사실 매우 정교하지요.”
조동은 사실 대교불공(大巧不工: 진정한 기술은 그 외형이나 디테일을 중시하지 않지만, 효과는 출중함을 가리킴.)이라고 하고 싶었는데, 영어가 짧아서 그 뜻을 전할 수 없었다.
그 말을 들은 로이더는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 정도 실력 되는 사람이 능연의 수술을 볼 때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읽어내는 법이었다.
“수술 봅시다.”
로이더는 조동과 이야기하기도 귀찮아져서 콜라를 마시며 영화 보듯이 모니터를 바라봤고, 왼손으로는 영화에 나오는 동작을 따라 재빨리 움직이기도 했다.
수술 하나를 보고 또 이어서 보고.
보고 또 보다가, 조동이 못 견디겠다는 듯 물었다.
“로이더 선생, 비행기 타고 와서 피곤하지 않으십니까? 호텔에 가서 쉬면서 시차 적응 하시죠.”
“시차 적응 괜찮습니다. 비행기에서 푹 자서 정신이 아주 맑아요.”
로이더가 고개를 저었다.
“아, 출장에 익숙하시겠군요. 그래도 좀 자두는 게 좋을 텐데. 저는 비행기를 탈 때마다, 퍼스트 클래스를 타도 의자가 불편하더라고요. 특히 열 몇 시간 거리는요.”
“우리가 타고온 비행기에는 침대가 있습니다. 다음에 그걸 타시죠.”
로이더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말에 조동이 하하하하 하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