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502화 (483/877)

약 3평 정도 되는 진료실에 책상이 문 맞은편에 있고, 의사 둘이 앉고 앞에 공간이 조금 비고 바로 뒤가 창문이었다.

창가 양쪽에 한쪽엔 에피프레넘, 다른 쪽엔 접난이 걸려있었다. 둘 사이에 2, 3미터 거리가 있어서 아무리 애를 써도 닿지 않아 방 안 분위기가 더욱 고독했다.

다행히 창문 밖으로 내다보면 좁게나마 분수가 보였고, 큰 거위 향만원이 지나다니는 모습이 가끔 보여서 기분이 조금 밝아졌다.

그렇다고 해도, 진료실 안은 여전히 낡고 외롭고 음침한 기분이 들었다.

방에 들어가면 실내온도도 2도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깨끗해 보이기는 하는데, 내 주방보다 불편하네.”

연문빈도 방으로 들어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살폈다. 장안민이 입을 삐죽였다.

“이 정도면 괜찮은 방이야. 구석방이 정말 괴롭지. 창밖으로 봐도 전부 건물밖에 보이지 않고 얼마나 답답한데. 전에 거기에 있을 때 점심도 먹기 싫었다고. 환자들도 괴로워서 다들 밥 안 먹었어.”

“환자도요? 그렇게 합심한다고요?”

“담낭염 환자니까. 아플 때는 밥 생각이 없지. 그 방은 정말 음침했어. 내가 얘기하는데, 북쪽 방은 정말 안 좋아. 꼭 남향집 사서 남향 방 써야 해.”

“저는 나중에 집 몇 개 더 사서 환자 묵게 할 거예요. 남향집이든 말든 그런 건 상관없고요. 근데 제가 산 집 두 채 다 남북이 뚫린 집이긴 하네요.

장 · 가난 · 안민은 멍해졌다가 저도 모르게 창밖을 내다봤다.

“남북이 뚫린 집은 너무 환기가 잘 되어서 꼭 편하지는 않겠다.”

“면적 문제죠.”

“하아, 외래 진료 의사 불쌍하다.”

“음, 역시 응급의학과가 좋네요.”

연문빈은 자기가 응급의학과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장 · 간담췌외과 · 역신 · 가난 · 안민은 연문빈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하다가 미소 지었다.

“그건 주치의가 되어 봐야 알지.”

“알콜겔 있는 분?”

능연의 목소리가 갑자기 방 안에 들렸다.

장안민과 연문빈은 부르르 떨면서 황급하게 고개를 돌리면서 알콜겔을 두 개씩 꺼냈다.

“스트러스랑 레몬이야.”

“생강이랑 계피.”

장안민과 연문빈이 하는 말에 능연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

“한 사람은 창틀, 한 사람은 의자 닦아요.”

능연도 진료실이 매우 불편했다. 이건 그가 기대한 것과 너무나 달렸다.

요즘 수술실은 빛도 밝고 온도도 합리적이고 깔끔하고 정갈해서 환자가 누워있다고 해도 들어서면 편안했다. 수술실로 들어가 의사들이 생명을 쟁취하게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봐도 공포와 걱정은 없고 편안한 느낌뿐이었다.

그런데 진료실은 외롭고 침울하기만 했다.

그러니 깨끗하게 닦기나 할 수밖에 없었다.

“알콜겔 좀 더 가지고 오라고 할게.”

“이게 곧 진료 시작입니다.”

장안민이 열심히 일하는 척하는 말에 능연은 된다, 안 된다, 말없이 그렇게 말했다.

장안민과 연문빈 모두 대답은 했지만, 여전히 느긋하게 움직였다.

병원에 능연보다 오래 있었고, 당연히 진료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더 잘 알았다.

환자는 당연히 전문가 진료부터 접수했다. 차라리 오후까지 줄을 서더라도 일반 진료를 받기 싫어하는 환자도 많았다.

정확한 선택이긴 했다. 의사들이 반박하면서 작은 병은 초짜 의사에게 보라고 해도, 환자들이 자기 병이 큰 병인지 작은 병인지 판단 못 하는 건 둘째 치고 막상 상황이 닥치면 작은 병은 초짜 의사에게라고 외치는 의사도 ‘작은 병이라고 해도 안심해선 안 된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장안민과 연문민이 생각하기로는, 의외가 없는 한 능연은 오전 내내 멍하니 앉아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오늘이 휴일이다, 생각하며 운동이라도 하는 듯 느긋하게 청소했다.

똑똑.

그때 환자 하나가 밖에서 문을 두드리자, 세 사람 모두 고개를 들었다.

“소 사장님?”

연문빈이 고함을 질렸다.

“헤헤, 나야. 능 선생이 진료 본다길래, 분위기 띄우러 왔지.”

소 사장은 헤헤 웃으며 마른 몸으로 익숙하게 책상 맞은편에 앉아 서류 가방을 열어서 안에 든 환자 카드, 차트, 그리고 전에 했었던 검사 리포트와 영상 자료를 각각 분류해서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능연은 분위기 띄우러 왔다는 소 사장의 말이 맞는 듯, 이상한 듯 듣고 있었다.

“맞다. 깜빡했네. 능 선생, 첫 진료지? 일단 환자 카드부터 긁어. 아, 전자 차트 시스템 켰지? 운화병원은 아마 가화 미강 거 쓸 거야. 모듈이 괜찮아. 차트도 구조식으로 되어있어서 배우기도 쉬울 거야.”

소 사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내밀어 컴퓨터에 전자 차트가 열려 있는 걸 보고 자신의 카드를 카드 리더기에 긁은 다음 다시 웃어 보였다.

“이제 보통 진료하고 검사 리스트 처방해주지. 외래 진료라는 게 입원 병동에서 하는 병력 청취랑 비슷해. 아, 응급은 그럴 시간 없을 때도 있겠구나. 그래도 본질은 같아. 병력 청취 위주지. 생활력, 가족력. 내 말 알아듣지? 연 선생?”

“예······.”

연문빈의 대답에 소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검사 처방 내리면 돼. 나 오늘 공복이야. 혈당, 혈액, 지방, 간 기능, 혈전. 뭐든 검사해도 돼. 집에서 혈압은 쟀는데 127/ 92. 조금 높더라. 어제 좀 늦게 자서 그런가 봐. 아침에 일찍 일어났거든. 어제 맥주 손님이 왔는데 마시고 토하고, 토하고 마시고. 징그러워 죽을 뻔했네. 그래서 집에 가서도 잠을 제대로 못 잤어.”

능연은 허심탄회하게 소 사장의 수업을 들었다. 어쨌든 소 사장은 30년 환자 경력이 있었고, 간담췌외과에서 외래 진료가 그보다 풍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소 사장은 최신 트렌드도 잘 알고 있었고, 게다가 간담췌외과 외의 다른 진료과 그리고 다른 병원 경험도 있었다.

능연은 고분고분 소 사장의 지도와 장안민의 도움을 받으며 재빨리 이런저런 외래 진료 노하우를 익혔다.

30분 후, 능연은 소 사장 검사 처방을 내리고 그를 내보낸 후, 바로 두 번째 환자를 맞았다.

“그쪽이 능 선생이오?”

예순쯤 되어 보이는 환자가 능연을 보며 머뭇머뭇 물었다.

“능연입니다.”

능연이 이름표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젊네.”

간호사가 보낸 환자로 간낭종을 진단받은 오래된 환자였다. 원래 작은 물혹은 처리할 필요까지는 없는데 최근에 점점 커져서 복부 팽만, 간부종, 염증 같은 증상이 생겨 보존 치료한 지 몇 년이나 되었다.

최근 들어 일 년에 3, 4개월에 한 번 병원에 나타나서, 간호사가 그를 잘 알 뿐만 아니라 환자도 어느 정도 간호사를 믿게 되었다.

환자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능 선생이 창서성 간 절제에서 손꼽히는 의사라던데, 선생님은 아니지?”

능연도 눈썹을 꿈틀거리며 시스템에게 속으로 물었다.

‘시스템, 시스템. 내 간 절제 스킬, 창서성 몇 등?

-당신이 장악한 간 절제 스킬은 창서성 1등입니다.

능연은 그제야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환자에게 대답했다.

“창서성만 따지면 간 절제 1등일 겁니다. 손꼽힌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아서요.”

환자가 듣고 깜짝 놀라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의심스러운 듯 물었다.

“개인 병원 진료실이야, 여기?”

장안민 역시 깜짝 놀랐다.

이런 말을 누군가 이상한 마음을 품고 들었다가는 다른 간 절제 수술을 하는 대가들이······. 이 사실을 지적하는 사람들 입막음하려 들겠지.

장안민은 머릿속에 재빨리 창서성 간담췌 계열 의사 리스트를 떠올리고는 곧 온몸이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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