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504화 (485/877)

며칠 뒤.

능연이 다시 외래 진료 건물 간담췌외과로 돌아갔을 때, 자기 이름표 아래 ‘일반 외래’가 ‘전문가 외래’로 바뀌어 있는 걸 보았다.

그래서 능연의 접수비는 5원에서 17원으로 올랐다. 반올림하면 만 위안 정도 늘어난 느낌이었다.

능연 역시 전문가 외래가 더 많은 환자를 데려다주기를 기대했다.

그런 기대를 품고 능연은 가볍게 진료실 손잡이를 돌렸다.

따듯한 햇살이 창문으로 비춰 들어와서 목재 바닥이 더욱 밝게 빛나 보였다.

옅은 파란색 벽에 걸린 에피프레넘은 접난에 기대서 가지를 뻗어 접난의 가지를 가볍게 건드리고 있었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원래 있던 사무 테이블은 사라지고 원목 책상이 들어와 있었다. 디자인도 예쁘고 컴퓨터 올려놓기도 편하고 책을 읽고 쓰기에도 편한 데다가 환자 면담할 때 충분한 대화 공간도 있었다.

3평짜리 어둡던 방이 지금은 매우 빛나 보였다. 지금은 등도 모두 바꿔서 실제로 밝기도 했다.

“스타의 기운이 넘치는구나.”

뒤에서 들어오던 연문빈은 진료실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이틀 안 온 새에 완전 달라졌는데? 간담췌외과에 돈이 남아도나?”

뒤따라온 장안민도 진료실 모습에 놀라움을 표출했다.

“하 주임님이 무슨 짓을 한 거지?”

연문빈은 이상한 눈으로 장안민을 쳐다봤다.

“뭐 하지 말아야 할 걸 해서 사과하는 의미 아니야?”

장안민은 연문빈이 묻기도 전에 대답했고 연문빈은 어깨를 으쓱했다.

“다른 생각은 안 들어요?”

장안민은 잠시 고민하다가 한숨을 내쉬고는 능연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사람마다 역시 다르긴 하군.”

연문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이번에 산 집도 채광이 좋아요. 위치도 편하고. 제대로 인테리어 해서 내가 살고 싶었는데요, 인테리어를 할 여력이 안 되더라고요. 그런데 능 선생 봐요. 진료실도 누가 인테리어 해주잖아요.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좋겠다.”

장안민은 눈을 부릅뜨고 연문빈을 바라보다가 그런 화제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서 뒤돌아서 컴퓨터를 켜서 검사했다.

“능 선생, 시작할까? 몇 사람 받으라고 할까?”

전문가 외래와 다른 외래와 다른 점은 환자 접수량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런 장점이 있어서 전문가가 있는 진료팀은 환자가 부족하면 접수를 조금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반대로 진료팀 침대가 빡빡하면 접수를 덜 받으면 그만이었다.

몇 년 전엔 복직한 전문가는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하루에 10에서 50까지 환자를 받으며 편안하고 유쾌하게 진료하며 크게 힘들이지 않고 남아 있는 열정을 발휘했다.

지금은 수술을 많이 하고 싶은 전문가는 접수를 많이 받고, 수술이 잦은 전문가는 접수를 덜 받았다. 혹은 자기 병원에서 수술을 적게 하는 의사도 그런 식으로 했다.

그러나 장안민이 생각하기에 환자 수를 설정할 수 있는 걸 능연이 안다면 밤늦게까지 환자를 받지 않을까 싶었다.

“15명만 받죠.”

그러나 능연의 대답은 장안민의 예상을 벗어났다.

“15명으로 돼?”

장안민은 몹시 놀랐다. 운화병원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35명 정도 받는데 15명이면 정말 적은 수였다.

외래는 응급과 다르고 입원 병동과는 더욱 달랐다. 외래에서 15명만 받으면 그중에 7명만 치료 받겠다고 남아도 대단한 일이었다. 반나절 외래 진료를 보고 7명만 남는다면 효율이 너무 낮았다.

외래를 너무 많이 보고 싶지 않은 능연은 생각하면서 대답했다.

“15명이면 충분합니다. 아니면 환자마다 시간이 너무 촉박해요. 게다가 우리도 급할 거 없고요.”

“우리 안 급해?”

장안민은 귀를 의심했다. 안 급한데 님은 매일 잠도 안 주무십니까?

능연이 뭐라고 대답하려는데 머릿속에서 시스템 알람이 울렸다.

- 퀘스트: 인내를 가지고 세밀히

- 퀘스트 내용: 환자 5명, 30분 이상 진료 대담할 것

- 퀘스트 보상: 가상 인간 (두 시간 추가)

“진료 대담이라.”

본인의 전공이 아니라는 생각에 능연은 잠시 멈칫했다.

“능 선생, 그럼 15명 세팅하고 온다?”

장안민은 능연이 이미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고 전화를 걸러 갈 생각이었다.

“10명만 하죠.”

능연은 시간을 계산해 보고 다시 인원을 조정했다.

5명에 30분이면 벌써 2시간이다. 나머지 5명에 시간을 더 쓰다 보면 오전에 끝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퀘스트가 나왔으니, 능연은 당연히 퀘스트를 경험 쌓는 것보다 우선시할 수밖에 없었다.

2시간 가상 인간이라니, 어디에 써도 훌륭하게 쓸 수 있으니 말이다.

능연이 10명이면 된다고 하자, 장안민은 오히려 그 뜻을 깨달았다. 능 팀은 지금 풀 상태로 돌아가고 있었고 외래 진료를 하는 건 오로지 능연이 경험을 쌓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차라리 수를 줄이고 정밀하게 하는 게 나았다. 게다가 10명 진료하면 시간이 그렇게까지 오래 걸리지 않으니 남은 시간엔 가서 수술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장안민은 자신이 능연의 생각을 읽었다고 생각하고는 바로 전화를 들고 아래층에 통지했다.

연분민도 외래 인터페이스를 익힌다는 핑계로 며칠 동안 다 못 쓴 차트를 채웠다.

잠시 후, 접수 환자가 올라왔다.

간담췌외과 외래 진료 간호사는 한꺼번에 3번까지 안으로 안내하고 나머지는 밖에서 대기하게 했다.

1번을 받은 환자들이 각 진료실로 들어갔고, 2번, 3번은 복도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능연의 1번 환자가 의심스러운 듯 능연을 바라봤다.

“전문가 외래로 접수했는데요.”

“제가 전문가입니다. 어디가 불편하세요?”

단호하게 대답한 능연이 물었다.

능연은 자세를 가다듬고 얼굴에 믿음직한 빛을 발산했다.

그 빛에 잠시 머뭇거리던 환자가 다시 능연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담낭염입니다. 수술하려고요.”

“예?”

이렇게 바로? 능연이 멍해졌다. 그러나 반박할 수는 없고 신체검사부터 하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신체검사를 해보니 과연 담낭염이었고 마침 수술을 해야 할 상태기도 했다.

잠시 생각하던 능연이 그럼 입원하라고 말했다.

영상이니 뭐니, 입원해서 찍으면 더 싸고 정산처리도 더 많이 되니 따로 검사할 필요도 없었다.

환자는 시원스럽게 대답하고는 바로 진료실에서 나갔다. 환자 진료하는 데 1분도 걸리지 않았다.

능연은 할 말을 잃고 상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좋은 환자네. 내가 진료볼 땐 이런 환자가 왜 없지.”

장안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 분.”

능연은 동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5명하고 세심하게 대화하면 되니까.

“능 선생님.”

이번엔 운리제약 맥순이 생얼로 들어왔다. 볼에 젖살이 조금 붙은 얼굴로 초등학생처럼 단정하게 능연 맞은편에 앉았다.

그와 함께 온 ‘보호자’ 전칠도 ‘보고싶음’ 네 글자를 얼굴에 쓴 채 그 옆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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