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 불편하세요?”
능연이 예정된 질문을 하자 맥순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전칠을 힐끔 보다가 입을 열었다.
“위가 자주 아파요.”
“위요.”
능연은 맥순을 잠시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여기는 간담췌외과 외래인데······. 알겠습니다.”
“아······. 그럼, 담이 안 좋아요.”
맥순이 즉시 말을 바로잡았다.
“어떻게 아픈가요?”
맥순은 잠시 멍해졌다. 위는 정말 조금 아파서 뭐라고 설명할 수 있다지만, 담은 대체 어떻게 아픈 거람?
능연은 맥순을 바라봤고, 전칠도 맥순을 바라봤고, 장안민과 연문빈도 맥순을 바라봤다.
맥순은 저도 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아파요!”
맥순이 드디어 한 가지 증상을 입에 올렸다.
“어디가요?”
맥순이 고개를 숙이고 무심결에 좌 늑골 아랫부분을 만졌다.
“거긴 윕니다.”
장안민이 못 견디고 그렇게 말했다.
맥순은 고개를 돌려 장안민을 바라봤고, 못생긴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긴장감도 사라져서 머릿속이 활발해졌다.
그래서 맥순은 아예 능연이 아닌 장안민을 바라보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저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떨 때는 밥 먹고 난 다음에 위가 아픈데, 누가 담도 안 좋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능 선생님. 담 검사해 주세요.”
“그럼 초음파부터 하죠.”
능연이 하는 말에 곁에 있던 장안민이 바로 컴퓨터를 만지면서 비용처리도 했다.
힐끔 시간을 본 맥순은 전칠이 말했던 5분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했다. 아주, 많이.
그런데 전칠은 이미 만족했고 기뻐하며 말했다.
“능연 씨, 그럼 우린 이만 갈, 아니 검사하러 갔다가 다시 올게요. 검사 결과 가지고 오면 되죠? 맞죠?”
“맞습니다.”
“네!”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전칠은 바로 몸을 일으켰다.
“점심 어떻게 드실 거예요?”
“우리 성원 가서 먹죠. 근처에 더 좋은 식당도 없고.”
전칠이 묻는 말에 능연이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그러자 전칠은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점심에 대한 기대를 가득 채웠다.
진료실에서 나온 전칠은 뛰어오를 듯이 기뻐하면서 몇 걸음 종종대며 걷다가 고개를 돌려 맥순을 바라봤다.
“능연 씨가 아까 근처에 더 좋은 식당이 없댔잖아. 그러니까 사실은 병원 근처에 더 좋은 식당이 있으면 좋겠다, 이런 말이지?”
“그냥 한 말 아닐까요?”
맥순이 멍해져서 대답했다.
“사실 생각해봐, 운화병원 근처 식당 다 그저 그래. 조금 괜찮은 데가 있어도 위생이나 환경이 그냥 그렇고. 그러니까······.”
전칠은 거기까지 말하고는 핸드폰을 꺼내 ‘5’번을 길게 눌렀다.
능연은 15분 만에 나머지 4명을 진찰하고는 각각 검사 처방을 내렸다.
외래를 보러 온 환자는 많든 적든 몸이 불편했고, 외지에서 온 환자는 여러 병원을 전전한 경우가 많았다.
오늘 7번째 환자가 가지온 MRI로 드디어 능연이 솜씨를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간에 결절이 생겼습니다. 작은 결절 경화는 아마도 폭음 때문이겠죠.”
능연은 영상의학과 진단이 아닌 모니터의 MRI를 읽으면서 바로 판단을 내렸다.
영상의학과 진단은 현상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원인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다발 결절이라고만 적혀있지, 큰 결절 경화와 작은 결절 경화를 분석하지도 않거니와, 큰 결절 경화는 간염, 작은 결절 경화는 술 때문이라는 것은 더욱 추측하지 않는다.
간담췌외과 의사가 차라리 원인을 더 잘 알지만, 일반적으로 MRI 사진을 가리키며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가슴에 담아둘 뿐이다.
어찌 됐든, 말은 쉽고 증명은 어려운 데다가 원인은 종종 증명하기 어려운 법이니까 말이다.
7번 환자는 부부가 함께 왔는데 손을 잡고 능연의 맞은편에 앉아 있다가, 폭음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여자가 남편 이성의 손을 뿌리쳤다.
남편은 난감한 듯 다급하게 해명했다
“아니야, 많이 마시는 건 아니고 가끔, 가끔 마신 거지.”
남자의 해명에 능연은 다시 몸을 굽히고 모니터를 유심히 보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MRI에서 똑똑히 볼 수 있습니다. 작은 결절이 대량 병변을 일으켰는데, 장기간 폭음해서 생긴 걸 겁니다. 보통 술 마신다고 이렇진 않아요.”
“악!”
이성 뱃살이 아내 손가락 사이에서 뒤틀렸다.
이성은 아파서 눈물이 찔끔했다.
“정말로 가끔 나가는 거, 자기 알잖아. 사람들이 술을 권하면 나도 어쩔 수 없어······.”
“요즘 출장 가도 술 안 마신다며? 그러니까 다 거짓말이었네? 집에 있는 술을 다 남한테 줬더니 이제 밖에서 마시는구나.”
아내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정말 많이 안 마셨어.”
“간 경화라잖아! 그리고 선생님도 폭음! 이라셨고.”
아내는 울음을 터트렸다. 남편은 죽을 것 같이 다급해져서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이 의사 젊은 것 좀 봐. 뭘 잘 모르고 한 소릴 거야. 그렇죠, 선생님?”
능연은 남편을 바라보며 살며시 고개를 흔들었다.
“폭음이 확실합니다.”
“아악!”
이성의 목소리가 점점 비참해졌다.
“어쨌든, 간 경화 상태가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닙니다.”
능연은 느릿느릿, 두 사람에게 병세를 설명했다.
언제인지 몰라도, 아마도 남편이 더는 고함을 지르지 못하고 아내가 꼬집는 데 싫증이 났을 때쯤, 두 사람은 점점 평온해져서 진지하게 능연의 설명을 들었다.
“조기 간 경화는 요즘 흔한 병이입니다. 수술을 안 한대도 입원 치료하시는 걸 권합니다.”
간 절제를 많이 한 능연은 간 보호 치료를 더 많이 했고, 지금 그가 차근차근 설명하는 말을 환자와 보호자 모두 빠르게 내용을 이해했다.
후반까지 설명했을 때 능연의 머릿속에 1/5라는 퀘스트 진도가 표시됐지만, 능연은 거기에 연연하지 않고 설명해야 할 것을 설명한 다음, 간담췌외과 입원 절차를 밟게 했다.
“일단 돌아가서 정리하고 밤에 입원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내일 아침 검사를 편하게 하실 수 있어요.”
그리고 옆에 있던 장안민이 나서서 의료보험 등을 물으면서 입원 절차를 도왔다.
그렇게 40분이 지나고, 이성 부부가 자리를 뜬 다음 장안민이 기분도 좋고 걱정도 되는 듯 말했다.
“능 선생, 이런 식으로 하다가 뒤에 줄 선 환자들 답답해 죽을 거야.”
“그래도 막상 자기 진료받을 땐 좋겠죠.”
연문빈은 지금 이런 방식을 매우 찬성했다.
“능 선생처럼 진료 보다간 의사들 다 굶어 죽겠네.”
“우린 아니잖아요.”
연문빈은 아무런 고민이 없었다. 이제 큰 집도 샀겠다, 인테리어할 돈, 세 번째 집을 살 돈, 가게 살 돈, 차 바꿀 돈, 결혼할 돈, 아이 키울 돈, 아이 책 살 돈, 집 살 돈, 결혼할 돈만 더 모으면 여유롭게 살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