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 환자 2명 검사를 마친 조낙의는 책상에 앉아 ‘어서 의사에게 물어봐’ 질문을 대답하기 시작했다.
운리제약이 어플 홍보 중이라, 지금 대답하면 포인트가 쌓이고 나중에 현금으로 리워드 되었다. 환자들이 플랫폼에 질문하고 나중에 접수까지 하면, 접수 받은 의사는 더 높은 보상을 받게 된다.
이틀 만지작거리던 조낙의는 바로 어플의 매력에 푹 빠졌다.
원래 응급 의사라, 생선 가시가 걸리면 어쩌냐, 장난감이 박히면 어쩌냐, 신체 부위가 박히면 어쩌냐 등등 환자의 희한한 질문에 대답하는 데 능했다.
환자의 질문이 신박할수록 조낙의의 대답은 더욱 청산유수였다.
특히 사람 없는 야간 당직 때는, 조낙의는 잠도 자지 않고 틱톡에서 ‘어서 의사에게 물어봐’ 어플로 갈아타고 놀았다.
돈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응급의학과 의사 수입은 원래 뻔했고, 운리제약은 잘 아는 제약회사라 돈을 미루고 안 줄 걱정도 없었다. 조낙의는 현금 보너스를 위해, 그리고 순위 노출을 위해 열심히 질문에 답변했다.
질문에 많이 답변할수록 좋아요를 많이 받고, 좋아요가 많아지면 접수가 많아져서 의사 순위에서 높아져 더 많이 노출된다.
전국에 의사가 그렇게 많은데, 모두 이 어플을 사용한다면 같은 과 의사 중에 앞 순위를 차지하면 동료 의사들이 더 많이 보게 될 거라고 조낙의는 생각했다.
이런 명성은 의사라면 누구나 원했다. 특히, 외래 진료가 별로 없는 의사라면 더더욱.
응급실이라고 시시각각 바쁜 것도 아니었다.
국내는 외국과 달리 소수 병원만 응급실이 있는 게 아니었다. 특히 외상치료는 더욱더. 국내 모든 병원엔 응급센터가 있고 누구나 언제든 들어가서 응급으로 진찰 받을 수 있다.
삼갑병원은 조금 더 엄격하게 관리해서 응급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환자는 일반 진료과로 보내지만, 삼갑병원 이하 병원은 환자를 쫓아내는 법 없이 일단 받고 보는 병원이 매우 많았다.
그런 병원은 응급의학과 의사도 전과 의사 취급하며 수입도 전과 의사와 비슷해서, 무시 사슬 아래 계급에 속했다.
조낙의는 이미 그 무시 사슬 아래 계급에서 벗어났다.
의사의 사회적 지위가 얼마나 높은가. 특히 주치의가 되면 집에 돌아갈 때 고개를 빳빳이 들고 돌아갈 수 있었다. 집안 친척, 친구들도 어떤 마음이든 조낙의 부부를 추켜세울 때가 많았다.
의사들의 실제 수입이 낮고, 마누라는 가방을 원하는 게 유일하게 언짢은 일이었다.
“답변으로 모은 돈으로 가방 사고야 말겠어.”
조낙의는 자세를 가다듬고 앉아서 맹세하는 동시에 가방 선물할 때 아내가 기뻐하는 모습과 애교 떠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렇게 되면 그 후로 두 달은 각종 기념일 선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번 시간과 에너지로 다시 질문에 답변하고, 또 돈을 벌고, 아내에게 가방을 사주고.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은 참으로 빨리 흘렀다.
자전거에서 넘어진 젊은 환자를 받아 간단하게 데브리망 해주고 나니 점심 시간이 되었다.
조낙의는 하하 웃으며 간호사에게 인사했다.
“먼저 밥 먹으러 갑니다. 일 있으면 불러요.”
너스 스테이션에서는 누군가 무력하게 흔들 뿐, 따듯한 대답조차 없었다.
조낙의는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막 병원에 들어왔던 어릴 때는, 직급이 낮아도 간호사들이 대접해줬었다. 적어도 인사는 해줬고 어떨 때는 간호사들이 농담을 걸기도 했다.
그런데 주치의가 된 후로는 응급의학과에서의 지위는 전혀 변하지 않았는데 나이가 많아졌다고 머리숱은 줄어들고 간호사들은 싫어했다. 물론, 간호사들이 직접 말은 하지 않고 그냥 상대를 않을 뿐이지만.
조낙의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식당으로 느긋하게 갔더니 주 선생과 소가복이 보였다. 조낙의는 밥을 덜어서 웃으며 그쪽으로 다가갔다.
“나 여기 앉아도 되지? 맞다 너희들 그······.”
“사람 올 거예요.”
여원이 핸드폰을 들고 고개를 들어 조낙의를 바라봤다.
조낙의는 덩치 작은 여원을 그제야 발견했다.
“그럼 다른 쪽으로 앉을게.”
조낙의는 등받이 높이와 딱 맞는 여원를 향해 웃어 보이고는 다른 자리에 가서 앉았다. 스윽 살펴보니 여원 핸드폰에 익숙한 ‘어서 의사에게 물어봐’ 화면이 보였다.
“여 선생도 이거 깔았어?”
“네.”
여원은 빠른 속도로 문자를 입력하며 대답했다.
“운리에서 만든 어플인데, 꽤 쓸 만해.”
“네.”
여원은 대답할 여유도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질문이 너무 많아서 대답할 여유가 없긴 했다.
조낙의는 문득 심장이 철렁했다. 여원은 유명한 이론 달인이었다. 게다가 치프 레지던트 생활을 오래 했으니 실천도 그렇고 시야도 넓어졌다. 이 녀석, 얼마나 많이 대답할까.
조낙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본인 핸드폰을 꺼내 응급의학과 순위를 살펴보며 물었다.
“여 선생, 시작한 지 얼마나 됐어? 지금 몇 위?”
이야기하는 사이, 조낙의는 응급의학과 158위에 오른 자신의 순위를 확인했다.
전국 의사 앞에서 두각을 드러낸 것이 조금 뿌듯했다.
여원은 고개를 들지도 않고 대답했다.
“저는 능 선생 대신 답변하는 겁니다.”
“응? 능연?”
“네.”
여원은 입에 계란 과자를 물고 커피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양손으로 미친 듯이 글자를 입력했다. 조낙의가 멍해졌다.
“이거, 대신 입력해도 되는 거였어?”
“당연하죠.”
여원이 이상한 눈으로 조낙의를 바라봤다.
“어플에 올라오는 문제는 대부분 초급인데 능 선생이 그거 대답하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어요. 답변 못하는 거나 능 선생이 나서야죠.”
순간 조낙의가 굳어버렸다.
그래도 된다고? 그럼 상급 의사는 개이득이잖아. 잠시만, 능연이 상급 의사가 맞아?
“능연은 참 편하구만.”
허허 웃음을 터트린 조낙의는 아예 어플에 ‘능연’이라고 검색했고, 그의 이름이 간담췌외과, 스포츠의학과, 응급의학과, 수부외과 그리고 일반 외과에 모두 나타난 걸 확인했다. 게다가 모든 순위가 50위 앞이었다.
조낙의는 바로 어플을 닫았고 화가 나기 시작했다.
주 선생은 조낙의의 표정을 살피며 나른하게 입을 열었다.
“제약회사 성격을 모르냐. 당연히 위를 노리고 만든 거지. 네가 환자라면 모 전문가, 모 주임한테 묻지 모 주치의한테 묻겠냐? 그런데 전문가는 시간이 없잖냐. 그러니까 이렇게 할 수밖에 없지. 주임이 진료보고 주치의가 수술하는 거랑 같은 이치 아니겠냐.”
“너도 직접 답변해?”
“아. 나는 귀찮아서 안 해.”
“이제 인터넷 시대야. 지금 안 하다가 나중에 너 찾으러 오는 환자 없으면 어쩌려고.”
주 선생은 게으른 눈으로 조낙의를 한 번 보고는 대답하기도 귀찮아서 ‘아’하고 말아 버렸다.
그런 주 선생의 표정을 본 조낙의는 자기가 괜한 헛수고를 했다는 생각에 머리를 톡톡 두드리고는 껄껄 웃었다.
“여 선생, 그래서 지금 무슨 질문 답변하는데?”
“누가 테니스 공이 항문에 들어갔는데 혼자 꺼낼 수 있냐고 묻네요.”
여원은 잠시 고개를 들었다가 계속 글자를 입력했다.
헉 소리를 낸 조낙의가 눈썹을 찌푸렸다.
“혼자 꺼내기는 어렵지. 아무래도 병원으로 오는 게 낫지 않아.”
“음. 테니스 공은 표면이 거칠어서 그렇게 어려운 편은 아니에요. 탁구공이면 병원에 올 수밖에 없지만.”
여원은 대답하면서 우다다다 글자를 입력했다.
조낙의는 반박하고 싶었지만, 질 거 같아서 입을 다물었다. ‘불가능’ 세 글자를 입에 올렸다가, 정말로 꺼내기라도 하면 탁구공으로 코 두들겨 맞는 것과 같은 꼴이 될 테니까.
“아, 입맛 떨어졌다.”
머릿속에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 입맛을 잃은 조낙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당에서 나와 몇 걸음 옮겼더니 뜨끈뜨끈한 족발이 조낙의의 시선을 끌었다.
“족발 하나 줘. 연 사장은?”
조낙의가 다가가 24.9위안을 QR코드로 결제하고 가볍게 물었다.
“주방에 있어요.”
젊은 직원이 족발을 담으며 대답했다.
조낙의는 족발을 받아 들고 몇 걸음 걷다가 투명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그다지 크지 않은 주방을 들여다봤다.
연문빈은 주방에서 직원 하나를 재촉하면서 열심히 글자를 입력하고 있었다.
“문빈아, 뭐 하냐?”
“어서 물어봐요.”
조낙의의 질문에 연문빈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하고는 바로 직원에게 명령 내렸다.
“더 힘껏 저으란 말이야. 국물 튀지 않게 조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