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절제 수술 위험한가요? 제거 후 생활에 어떤 영향이 있죠? 우리 아버지 같은 상황은 간 절제를 해야 하나요?
-간 내 담관 결석 치료할 수 있습니까? 얼마나 더 살 수 있나요?
-건강 검진할 때 간 내 담관 결석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핸드폰 어플 ‘어서 의사에게 물어봐’에 전문가 능연의 답변을 기다리거나 그가 답변할 만한 질문들이 끊임없이 늘고, 문제의 난도와 심도도 계속해서 높아졌다.
처음엔 갖가지 해괴한 질문이 많았지만, 서서히 진료받기 전에 확인할 만한 질문이 올라왔고, 지금은 환자 대부분이 확실한 답변을 원하는 질문을 올렸다.
중국은 너무 크고 인구도 너무 많았다.
14억 인구에 간 내 담관 결석 환자 1%라는 건 1억 넘는 환자가 있다는 말이다. 동시에 질환을 앓는 건 아니라고 해도 절대적으로 놀라운 수치임은 틀림없다.
간 내 담관 결석을 제외하고, 간 경화, 간암 등 간 절제가 필요한 질환도 적지 않았고 그중 수술 준비하는 환자는 대부분 적극적으로 유명한 의사에게 자문을 받았다. 꼭 전국적으로 유명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지역에서 탑급에 있는 전문가도 수많은 질문을 받는다.
그리고 결정을 내린 환자들은 각 큰 병원으로 향했다.
운리제약의 ‘어서 의사에게 물어봐’의 매칭 시스템이 매우 빠르게 효과를 발휘했다.
능연이 있는 운화병원도 그 기류를 매우 빨리 감지했다.
알아서 찾아온 환자가 하루에 몇 명이나 됐고, 곽종군이 찾아다 준 환자보다 많지는 않아도 간 절제 수술 난도를 생각하면 이런 속도만 해도 놀라웠다.
일반 부주임이나 주임이었다면, 어떻게 환자를 선별할지 고민할 만했다. 정상 의사는 하루에 큰 수술을 몇 건이나 하지 않으니까.
일반 부주임이나 주임이 어느 날 큰 수술을 여러 건 하는 날도 있긴 있으니 딱히 희한한 일은 아니지만, 연속으로 쉬지 않고 수술한다는 것과 전혀 다른 개념이었다.
의사의 업무는 수술만 있는 게 아니고 회진 등 일상에 해야 할 일이 매우 많았다. 상급 의사는 외래와 강의까지 있고, 거기에 학술회의 등 원외 활동에 시간을 써야 한다.
“다들 회진 잊지 마세요.”
“실습생 훈련은 연 선생님한테 맡길게요.”
“여 선생님은 회의용 문서 정리하시고요.”
“좌 선생님은 보호자 대화 하시고요.”
“다들 어플 답변하는 거 잊지 마세요.”
능연은 각종 임무를 재빨리 나눠주고는 장안민과 마연린에게 어시를 맡기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능팀 의사들은 별 불만도 없었다. 일 년 동안 그렇게 생활했는데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여원과 장안민은 각각 훈련의 한 명을 찍어서 일하러 갔다.
장안민이 데리고 간 훈련의는 그래도 포상이라고, 날 밝을 때까지 능연을 따라 훅을 잡고는 근육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을 만큼 통쾌해져서 쉬러 돌아갔다. 그런 고강도 트레이닝을 아무 훈련의나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여원이 데리고 간 훈련의는 재수 옴 붙었다고 할 수 있었다. 무수한 차트를 쓰고, 무수한 자료를 찾느라 두 눈이 흐릿해져서야 겨우 돌아갔다. 게다가 수확은 거의 제로.
휴게실에 숨어 있던 주 선생은 영혼이 날아간 능 팀을 바라보며 부러운 듯 곁에 있는 훈련의에게 말을 걸었다.
“능연처럼 사는 게 내 꿈인데. 하아, 나는 왜 저런 훌륭한 조수가 없지.”
훌륭한 조수가 아닌 훈련의가 주 선생을 바라봤다.
“수술 하지 않으려고 휴게실에 계신 거 아닌가요?”
“내가 좋아서 수술 구역 휴게실에 있는 줄 알아? 누군들 당당하게 진료실에 있고 싶지 않겠냐고. 편하고 시끌벅적하고.”
주 선생은 떳떳하지 못한 자의 말투로 투덜거리며 한탄스러운 표정으로 창문 너머를 바라봤다.
“그럼 진료실에 계시면 되잖아요.”
“젊구나.”
주 선생이 입을 삐죽였다.
“끝나지 않은 일이 몰려든단다. 특히 우리 병원 응급센터는 진료실이고 처치실이고 환자들이 득실거려. 일단 네가 살아야지 환자를 보지. 쉴 줄 모르는 의사는 응급센터에서 버틸 수 없어.”
“응급실이 수술실도 아니고. 오는 환자 처리하면 쉴 수 있는 거 아니에요?”
훈련의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명확한 ‘불신’이란 표정으로 주 선생을 반박했다.
주 선생은 태연하게 웃어 보였다.
“우리 내기할래? 길게 할 것도 없고, 너 처치실에 있으면 앞으로 4시간 동안 15분도 못 쉰다. 할래?”
“뭐 걸어요?”
잠시 머뭇거리던 훈련의가 물었다.
“네가 이기면 점심, 저녁 도시락 업그레이드. 거기에 밀크티 추가. 네가 지면, 지난주 차트 다 니꺼.”
주 선생이 매우 빠르게 우다다 내뱉었다.
“아니 왜 지난주 차트를 아직······. 네, 좋아요. 그 정도는, 뭐.”
훈련의가 단번에 승낙했다.
“좋아. 그럼 어서 가. 난 여기서 기다릴게. 4시간 뒤에 보자. 무슨 일 있으면 부르고.”
주 선생이 다리를 치켜들었다. 훈련의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는 의연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가 처치실로 향했다.
처치실로 들어가 보니 몰려드는 환자와 보호자가 주 선생 이름 앞에 서명하는 걸 보고 훈련의는 갑자기 뭔가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내가 왜 혼자 처치실에서 4시간이나 일해야 하지? 내가 이겨도 밀크티 하나 얻는 건데? 4시간 일하고 밀크티 한 잔?
게다가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는 걸 생각한 훈련의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일주일 밀린 차트라니,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른다. 게다가 어려운 차트가 있을지도 모르고.
“주 선생 훈련의지?”
처치실에서 미친 듯이 바쁘던 조낙의가 제발로 걸어 들어온 훈련의를 보자마자 거짓 웃음을 지으며 다가갔다.
병원에 오래 있던 만큼, 초짜 의사들은 상급 의사 중 좋은 놈 하나 없다는 걸 잘 알았다. 그런 상급 의사가 좋은 표정으로 말을 건다는 건? 일을 시키겠다는 속셈이다.
조금 전에 주 선생에게 속아서 온 훈련의는 아직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았고, 주치의 조낙의 앞에서 고분고분 대답했다.
“맞습니다. 주 선생님이 절 처치실로 보내서······.”
“이리와 이리. 환자 하나 너 줄게. 경험 쌓으라고.”
조낙의는 긴말 들을 것 없다는 듯 손을 흔들어 사람을 속이고 부려먹었다.
4시간 뒤, 주 선생은 가운을 벗고 평상복과 구두로 갈아신고 얼굴에 홍조를 띠며 수술 구역을 벗어나 처치실로 가서 본인 훈련의를 찾았다.
열심히, 노력하고, 분투하는, 눈 풀린 훈련의를.
“차트 쓰는 거 잊지 말고오!”
주 선생은 인사하고 재빨리 현장에서 벗어났다.
그때 곽종군이 소리 소문 없이 갑자기 로비에서 튀어나왔다.
“주 닥!”
곽종군의 목소리가 높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주 선생의 가슴을 찔렀다.
주 선생의 작디작은 심장이 P형 파도를 그리며 솟구쳤다가 고꾸라졌다. 그러나 주 선생은 도망갈 엄두는 내지 못하고 뒤를 돌아 곽종군을 마주하며 참담한 미소를 지었다.
“주임님.”
“음, 외국 의사들이 운화에 왔다는데, 우리 병원에 와보고 싶어 한다네. 자네가 가서 접대 좀 하게.”
곽종군이 대수롭지 않게 설명하는 말에 주 선생의 미간이 파르르 떨렸다. 그는 본능적으로 쉬운 일이 아님을 직감했다. 접대라니? 이게 무슨 뜻일까? 너무 모호한 기준인데.
“어느 나라 의사입니까? 통역 대동해야 합니까?”
“미국 앤더슨 센터 의사야. 자네 영어 좀 하는 걸로 기억하는데.”
곽종군이 힐끔 보자 주 선생이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앤더슨 암센터인데 병원에서 직접 나서지 않고요?”
“능연을 지명하고 왔어. 그리고 센터를 통해서 연락 온 것도 아니라서 사적으로 온 거 같아서 일단 병원엔 연락 안 했지.”
곽종군은 더할 나위 없이 대수롭지 않게 설명했다. 그러나 주 선생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외국 사람은 다 그렇죠 뭐. 그렇다고 앤더슨 암센터에서 공문을 보낼 것도 아니고.”
“신분증이야 확인해야지. 해산물 먹으러 온 거 같아.”
곽종군은 긴말하기 싫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일단 소가 식당에 데리고 가서 접대하고, 무슨 생각인지 물어봐. 상황 파악되면 그때 위에 보고하지 뭐.”
주 선생이 듣기에도 일리 있는 것 같아서 고분고분 상대의 연락처와 도착 정보를 받고는 모기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저 퇴근 중이었습니다.”
“응, 퇴근이야 언젠가 하겠지.”
곽종군이 주 선생의 어깨를 세 번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