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513화 (494/877)

100인치 대형 모니터 두 대가 동시에 켜졌다.

그중 한 대는 4분할 화면이었고, 나머지는 필요한 영상이나 정보를 언제든 틀 수 있게 지금은 화면 보호기가 가동 중이었다.

수술복으로 갈아입은 로이드는 팔뚝에 털, 가슴에 털을 드러내고 4분할 화면에 나오는 의사 4명과 격렬하게 논쟁 중이었다.

“당신이 제공한 정보를 보면, 저분화 종양일 가능성이 커요. 이런 상황이면 절제 범위를 확대할 것을 추천합니다. 간이식을 고려해보는 건 어떤가요? 간이식이 가능하다면 생존 기간이 더 늘어날 겁니다.”

“그럴 형편이 안 됩니다. 중국 병원은 이식 쪽으로 보수적이기도 하고 장기 제공자도 적습니다. 그리고 이 환자는 장기 제공을 받을 자격도 없고 큰 수술을 할 돈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절제 범위 확대는 안 되겠군요. 그러나 절제 위치는 한 번 고려해볼 만합니다. 지금 선택한 위치는 너무 신중한 것 아닌가 싶어요. 좌 간 부분 절제만 하는 데다가 절제 위치도 이상합니다. 집도의가 어째서 이런 선택을 한 건가요?”

영상으로 의사들과 10분 넘게 토론한 로이드가 고개를 돌려 보니, 한참 동안 MRI를 보던 능연이 텅 빈 벽을 향해 수술 과정을 모의하는 듯 손을 휘두르고 있었다.

“능 선생, 회의에 참여하시겠습니까?”

“어떻게 하면 되나요?”

능연은 바삐 모의 수술을 하면서 잠시 틈을 내어 대답했다.

“제 옆으로 와서 같이 수술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됩니다.”

로이드가 능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능연도 반대할 의사는 없었다. 어쨌든, 로이드가 도와주면 환자에게는 유익하니 말이다.

로이드가 진행하는 원격 협진에는 전문가 4명이 참여했고, 모두 이론과 경험이 상당히 풍부한 유명한 외과 의사였다.

사실, 앤더슨 암센터라고 해도 정상급 전문가 4명을 소환해서 원격 협진하는 일은 드물었다. 2명 정도 참여하는 협진만 해도 대단했다. 앤더슨 암센터는 세계급 의료 센터이며, 현지 원격 진료뿐만 아니라 개발도상 지역을 타겟으로 체계적인 원격회의를 진행해서 회의에 필요한 인력도 상당히 빠듯했다.

그러나 로이드의 진심 어린 설명에 이번에 참여한 전문가 4명은 그래도 몹시 진지하게 임했다.

능연이 집도의라는 걸 알고도 네 사람은 능연의 멋짐과 나이를 감탄한 다음에 바로 주제에 돌입했다.

“능연 선생. 당신의 수술에 관한 생각을 설명해주시겠어요? 절제 범위를 매우 작게 선택했는데, 또 관련된 구역은 많은 편입니다. 아까 잠시 보니까, 후 내측, 전 내측, 우전 외측, 내 하측이더라고요. 관련된 담관과 혈관도 매우 복잡합니다. 차라리 간구역(segmenta hepatis) 절제를 직접 하는 게 더 좋은 거 아닙니까?”

“간구역 절제에서 간을 너무 많이 자르면 환자가 깨어나지 못할까 봐 걱정입니다.”

능연은 자기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 상대가 더 좋은 수술 방안이 있다면 채택할 생각이었다. 사실 능연은 눈앞의 네 전문가가 더 좋은 제안을 해주길 기대했다.

그래서 능연은 망설임 없이 자기 생각과 결정 이유를 이야기했다.

능연은 원래 간암 수술을 하지 않는데 지금 하기로 한 것도 환자의 이익을 위해서였다. 그래서 능연은 자기가 잘 해내길 바랐고, 잘할 수 있으면 더 좋으니, 상대가 그런 고려를 하는 게 옳고 그르다거나 명성에 영향을 준다거나 하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암치료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능연은 간암 수술을 빈번하게 할 생각이 없고, 그 방면에 명성이 어떤지는 더욱 고려할 문제가 아니었다.

능연의 말을 들은 모니터 안의 전문가 4명이 오히려 모두 한참을 침묵했다.

“간구역 절제는 확실히 더 많이 잘라내야 하죠. 그럼 간구역 몇 개를 줄인 다음 절제하는 건요?”

앞서 의견을 낸 전문가가 미간을 좁힌 채 새로운 의견을 냈다.

“간구역엔 암세포가 퍼지지 않았습니다. 절제 범위를 줄이면 깨끗하게 처리하지 못합니다.”

“그렇긴 하지······. 그러나 생존 목표가 3년이라면 그 방법이 더 안전합니다.”

“지금 3년이라고 정하는 건 독단적입니다.”

“굳이 간구역 절제를 하기 위해 타협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3년이란 환자의 요구긴 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바랍니다.”

“3년만 되어도 괜찮은 거죠. 종양이 몇 cm입니까? 8㎝죠? 살아남는 것만 해도 대단합니다. 3년이란 시간은 기대치고요.”

8cm란 듣기에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의사 세계에서는 5cm 넘는 간암 종양만 되어도 처치 곤란이다. 간은 풍부한 혈액 공급 때문에 대형 종양이 혈관에 이어지게 되어, 절제 과정에 작은 움직임만 있어도 파멸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설사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쓸모없는 암세포가 대대적으로 간 조직을 침범해서 남은 부분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의사는 남은 간 조직의 가용성도, 절제 과정 중 확산 문제도 고려해야 하고 거기에 깔끔히 제거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환자의 상태가 최악일수록 고려해야 할 문제는 더 많고 예후는 더 안 좋다.

하원정 기술로는 잠시만 집중을 놓쳐도 환자를 간혼수상태에 빠지게 만들 수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허약한 상태가 되어 화학 치료 중에 더욱 고통받게 되어 버틸 수 있을지 없을지가 커다란 시련이 된다.

화학 치료로 환자가 장기간 누워있어야 할 수도 있고 길어지면 1년이 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암이 재발하면 마지막 희망을 짓밟을 수도 있고.

능연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는 의사들은 수술이 어떻게 될 가능성이 가장 큰지,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수술 난도가 지극히 높아서, 로이드 역시 원격회의를 소환한 것이다. 아니면 혼자서도 충분히 의견을 낼 수 있었다.

능연은 모니터 맞은편에 서서 진지하게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앤더슨 전문가가 사소한 부분에 상당히 건설적인 의견을 내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신분과 그들이 낸 의견을 생각해보면, 처음에 간구역 절제 의견을 낸 노인은 마스터급 간 절제 기술일 가능성이 있다. 나머지 세 명은 간 절제 마스터급은 안 될지 몰라도 일반 외과 혹은 암 방면에 조예가 높을 것이다.

그러나 마스터급 간 절제 대가도 단순히 원격 협진에서 말만으로 결정적 도움을 줄 수 없었다.

본인이 간구역 절제에 능통하고 수많은 경험이 있을지 몰라도, 능연은 간구역 절제 시대에 성장한 의사가 아니고 그의 마스터급 간 절제 역시 간구역 절제에 가장 능한 건 아니었다.

다른 한편으로 여러 가지 마스터급, 그랜드마스터급 기술을 갖춘 능연은 단순히 수술만 따지면 모니터 저편 노인보다 수준이 높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짧은 협진 후, 능연은 자신이 채택한 방법을 조금 수정해서 수술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도 위험은 역시 너무 커.”

“로이드, 환자를 앤더슨으로 보내는 게 어떻겠나.”

“우리가 기금 지원을 받아보겠네.”

의사들이 모니터에서 웅성웅성대는 사이, 능연의 표정은 점점 엄숙해졌다.

“메스. 소리 좀 줄이고.”

“네.”

능연의 수술팀도 망설임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능연 진료팀에게 무슨 전문가, 앤더슨 암센터는 그냥 구색일 뿐이었다.

간 절제 대가는 바로 능연이었다!

능연은 능란한 동작으로 차분하게 한 층 한 층 환자의 복부를 열었다.

간 절제를 수도 없이 한 능연은 이런 유형의 수술은 노련해져서 생각조차 할 필요가 없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시작 부분은 환자의 해부 구조가 두드러지게 특별하지 않다면 눈을 감고도 그어 내려갈 수 있었다.

“상 복부 메르세데스(Mercedes) 절개라.”

모니터 오른쪽 위에 나타난 노인 미켈센은 한눈에 능연이 선택한 수술 진입로를 알아보고는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가장 흔한 우 간 진입로지. 양측 늑골 밑 절개구에서 선을 잇는 이런 진입로는 나도 젊을 때 자주 썼지. 그리고 논문도 여러 편 썼고.”

“사실 급할 거 없는데 말입니다. 더 구체적인 협진을 해도 될걸. 미켈센은 메르세데스 절개에 경험이 많잖아요. 충분히 토론하고 수술해도 좋을 텐데.”

원격 협진에 참여한 의사들은 사실 보통 아주 짧은 시간만 자문을 할 뿐인데, 능연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채 바로 수술을 시작하자 어쩐지 언짢아졌다.

그들 모두 자주 제3 세계 국가 의사들과 협진했고, 대부분 하나부터 열까지 어떻게 할지 상대에게 가르치곤 했다. 가르침을 받는 의사들은 보통 원격 협진 의사를 매우 존중했고, 대부분 그들의 의견대로 수술을 한다.

그러나 능연은 자기 생각대로 수술을 진행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주변 소리를 필터링하는 습관이 있었기에, 지금도 이 원격 협진 의사들의 말은 필요한 건 듣고 나머지는 그냥 흘려보냈다.

협진 자체에도 사실 흥미가 별로 없었다.

지금 그는 마스터급 절제술이 있고 가상 인간 등 보조 스킬도 있어서 수술할 때 저만의 규칙이 있어서 솔직히 협진으로 결과를 얻을 필요가 없었다.

마지막 집행자는 결국 자신이니까. 자신을 완전히 알지 못하는 의사들이 내린 결과 대로 수술을 하자니, 그렇게 해서는 가장 좋은 결과를 얻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외과 의사가 늘 독단으로 강행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실 미켈센 등도 그저 잔소리하는 것일 뿐, 본인이 안 들으면 어쩔 수 없다는 걸 안다. 모니터에서 뛰어나와 때릴 수도 없고.

능연보다 연문빈이 더 외국인들을 귀찮아하면서 훅을 잡으면서 투덜거렸다.

“외국 놈들 진짜 짜증 나네. 의사들이 둘러앉아서 할 일 없이 새로운 단어나 만들고. 단어 하나에 스펠링은 왜 또 그렇게 많아. 외우지 말라는 건가? 거들먹거리려는 건 알겠는데, 짧게 만들면 안 되나?”

옆에서 수술을 지켜보던 로이드는 묘하게 귀가 간지럽다고 생각하면서 혹시 연문빈이 중국어로 욕을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고개를 돌려 다정하게 물었다.

“연 선생. 지금 수술 내용 이야기하는 겁니까?”

“No.”

연문빈은 매우 간단하게 대답하고 고개를 돌리고는 짜증을 냈다.

“외국 사람은 이름도 참 대충 짓는 거 같아. 노애(嫪毐)(*로이드[라오아이더]의 중국식 이름과 비슷함)가 뭐야. 우리 학교에 이런 이름이 있다면 웃다가 똥 쌌을 거야.”

맞은편의 여원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간호사 모두 빙그레 웃었다.

자신의 이름을 들은 것 같은 로이드가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연 선생, 조금 전 이야기할 때 내 이름 이야기하는 걸 들었습니다.”

수술실에 키득대는 소리가 퍼졌다.

연문빈은 목을 가다듬고는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동음이의어를 이야기한 겁니다.”

연문빈은 곧 동음이의어에 관해 설명했다.

어쨌든 할 일도 없고, 훅 잡는 건 별 기술도 필요 없으니 외국 손님과 그것도 영어로 수다 떠는 자신이 귀요미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끝나길 기다린 여원이 한마디 했다.

“연 선생, 저 외국 사람이 중국어 못 알아듣는 거 확실해? 아까 보니까 똑똑한 발음으로 닥터 ‘연’하고 부르던데?”

연문빈은 멈칫했다가 바로 웃었다.

“그냥 우연이겠지.”

그 사이 능연이 벌써 우 간을 철저히 노출했다.

모니터에 보이는 앤더슨 의사들의 태도도 조금씩 적극적이 되었다.

“음, 노출 실력은 괜찮군요.”

“서전으로 대단한 축에 들어요.”

“종양이 보이네요. 분화 정도가 높길 바랍니다.”

협진 의사들도 지금 수술을 유난히 특별하게 여겨서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평소라면 회의가 끝나면 바로 자리를 떴을 테지만.

능연은 마이너스 포인트 하나 없이, 예정된 순서대로 차근차근 손을 놀렸다.

수술 전에 이미 같은 동작을 모의했었다.

능연은 수술 전에 가상 인간을 통해 완벽한 수술을 해냈고, 지금 수술실에서도 상당히 비슷하게 해내고 있었다.

그는 가끔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때나 한 번씩 모두에게 상기시키듯 한마디 할 뿐이었다.

“간문부터 하겠습니다.”

“담낭에서 담낭 층 박리합니다.”

“하대정맥 곧 노출합니다.”

모니터에 보이는 협진 의사들은 점점 말할 의지를 잃었다. 특히 처음에 능연에게 의견을 제시한 미켈센은 지금은 힌트조차 주지 못했다.

위험이 큰 스텝에서는 어떻게 하면 위험을 건너뛰거나 피할 수 있을까, 그 생각으로 능연은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한다. 그래서 능연의 수술 디테일은 사실 그렇게 특별한 곳은 없었다. 그리고 그런 위험이 큰 부분을 피하거나 끝낸 다음에는 능연의 손놀림은 평범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저 그런 의사가 지금 수술을 지켜본다면 아마 속으로 꿍얼거릴 것이다. 그러나 협진 의사들은 능연이 왜 저렇게 수월하게 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외국인은 거중약경(擧重若輕: 무거운 것을 가벼운 듯 든다. 어려운 일을 쉽게 처리하다)라는 용어를 모르지만, 어려운 스텝을 간단하게 만든다는 것 자체가 지극히 어렵다는 걸 나타낸다는 걸 알고 있었다.

“놀라운 수술 판단력이군!”

모니터 오른쪽 위에 노인 미켈센 선생이 드디어 한마디 했다. 다른 세 의사도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간 절제는 오른쪽이 왼쪽보다 더 복잡하죠.”

“환자를 살릴 수 있을 것 같군요.”

“예후도 기대할 만하고요. 음, 나는 이만, 볼 일이 있어서. 혹시 무슨 일 있으면 부르세요.”

의사 하나가 먼저 자리를 떴고, 나머지 세 명은 아무런 말 없이 계속 모니터를 봤다.

모처럼 이런 수술을 볼 수 있는데, 더 본다고 해될 것도 없고 말이다.

“음, 간 단(短) 정맥을 전부 박리했군.”

“간 우 정맥은 스트랩으로 둘렀군. 매우 표준적인 방법이야.”

“우 간관도 스트랩을 썼어요. 표준적인 방법이지. 음, 문제없군.”

남은 세 의사가 계속 중얼댔다. 자리를 떠나기 아쉽기도 하고, 남은 열정을 발휘하고도 싶고, 그러니 입으로 떠들어 댈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어쩌면 여러 실력파 의사들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고난도에 자기가 익숙한 방식으로 화제를 드러냈을지도 모른다. 농구 선수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덩크슛이나 원거리 슛으로 존재를 드러내고 싶어하는 것처럼.

그러나 능연은 3+1 실력파 의사가 주시하는 상황에서도 전혀 아무런 느낌이 없는 듯,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평범한 방법을 썼고, 수술 플로우도 매우 흔해서 평범하기 짝이 없었다.

물론, 국내 일반 삼갑병원이었다면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평범한 간 절제 수술을 끝내는 것만으로 실력자 축에 든다. 일반 학교 농구팀에서 3점 슛을 얻을 수 있는 선수는 대단한 축에 드는 것처럼 말이다. 어쨌든 점수를 얻을 수 있으면 대단한 것이니까.

정교함을 추구하고 싶어도 그럴 능력이 되어야 그럴 수 있다. 운화병원 같은 지역 정상급 삼갑병원도 요즘에서야 정교함을 추구할 밑천이 생겼다.

그러나 로이드 등 의사의 눈에 능연은 평범해 보이는 그 과정에도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특징이 있었다.

농구 선수가 게임에서 세 걸음 뛰어 레이업 슛으로 10점 얻고, 또 20점, 그리고 다시 31점, 계속해서 60점까지 얻는 것처럼.

이런 일이 실제로 생기면 보통 다들 미친 듯이 소리칠 것이다. 레이업 슛으로 60점을 얻는다? 다른 방법은 모르나? 바보 아냐?

대단한 사람은 예민하게 문제를 발견할 것이다. 레이업 슛으로 어떻게 31점이 나와?

미켈센이 바로 가장 먼저 31점의 문제점을 발견한 사람이었다.

“출혈량이 적어.”

모니터를 통해 들리는 미켈센의 목소리는 조금 으스스했다. 초원의 수사자가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어린 사자가 사냥하는 걸 지켜보다가 갑자기 그 어린 사자의 갈기가 충분히 길고, 생식기도 발육했고, 신체는 아주 건장하기까지 하다는 걸 발견한 것처럼.

연문빈은 외국인이 별것도 아닌 것에 놀라는 모습이 대수롭지 않은 듯 입을 삐죽였다.

“능 선생 간 절제 수술은 원래 출혈량이 적습니다.”

여원의 영어 실력이 더 좋고, 현재 수술에서 임무가 그렇게 많지 않아 수월했기 때문에 대답할 여력이 있었다.

능연은 조수의 능력에 따라 합리적으로 수술 부담을 분배하고 조금씩 늘리는 식이었다.

지금으로는 역시 장안민이 기술이 가장 뛰어났다. 10년 의사 생활을 한 장안민은 돈 봉투가 흔하던 시절엔 아직 의사가 아니었고, 이제는 배당되는 의약비가 얼마 없는 시절이라, 보너스를 얻는 방법이라고는 수술을 많이 하는 것이 유일했다. 그래서 매일매일 열심히 일한 결과, 비교적 안정적인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모든 것이 정상이라면, 장안민은 앞으로 몇 년 안에 부주임으로 승진할 기회를 얻을 것이며 운이 좋고 아부를 열심히 하면 주임이 될 서열에 합류할 것이다. 그렇게 주임이 되기 위해 열심히 수술하고 연구하는 가난한 부주임, 즉 일반인 눈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전문가 행세를 하게 되리라.

여원의 수술 잠재력은 여전히 능팀 꼴찌에서 1, 2등에 머물러 있었다.

꼴찌가 아니라 1, 2등인 이유는 모두 좌자전 덕이었다.

좌자전의 외과 재능은 아주 평범했으나 여원보다는 강한데, 다만 나이가 너무 많아서 정말로 싸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여원과 꼴찌 1, 2등을 쟁탈하게 된 것이다.

외국 의사들은 금방 말을 한 사람이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계속 모니터를 향해 질문했다.

“출혈량이 항상 적다고 했는데, 데이터가 있습니다?”

“물론입니다. 저희는 능 선생 환자를 계속 팔로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능 선생이 간 절제 수술하는 동안 평균 출혈량은 1000cc 이하입니다. 분류해서 말하자면, 간 내 담관 결석의 좌 간 부분 절제는 700cc 이하······.”

데이터 이야기하는 여원의 자신감이 급상승했다.

미켈센이 쓰읍 소리를 냈다.

“재미있는 데이터군요. 논문 발표······.”

“이미 발표했습니다. ‘간 절제술을 받는 환자의 수술 중 출혈(Intraoperative blood loss in patients undergoing hepatectomy)’이라는 논문을 에 발표했죠.”

“아,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상대가 전문적으로 나오니 미켈센도 어쩔 줄 몰랐다.

“석션 주의.”

능연이 그때 한마디 코치하고는 예비선을 따라 우측 간을 나눴다.

장안민은 더욱 정신을 집중해서 검사하는 눈빛으로 여원과 연문빈의 동작을 살폈다.

그와 동시에 4분할 화면의 왼쪽 아래가 다시 밝아졌다.

아까 자리를 떠났던 앤더슨 센터 의사가 다시 돌아왔다.

그의 뒤엔 다른 의사들도 서 있었고, 다들 모니터를 보며 아무런 말 없이 화면을 지켜봤다.

“피어스, 왜 다시 왔나?”

미켈센이 힐끔 보고는 물었다.

“다른 협진은 지루해서요. 이 친구들은 여기 수술 소식을 듣고 일부러 온 겁니다. 출혈량이 적다고요?”

“그렇다네. 매우 적어. 수술도 순조롭고.”

“그래 보이네요. 이렇게 금방 절제를 시작했군요.”

두 사람은 몇 마디 나누고는 묵묵히 수술을 지켜봤다.

커다란 간을 자르고 나서 능연은 즉시 운화병원 최고의 설비와 지혈 재료로 아르곤으로 응고시키고 섬유소 밀봉제를 발랐다.

장안민이 잘라낸 간을 기형 종양 조직과 함께 순회 간호사에게 전했고, 간호사가 재빨리 병리과로 넘겼다.

그리고 능연은 자신 있게 림프 청소 작업을 준비했다.

능연은 30분이나 가상 인간으로 이번 수술을 모의했었다. 매우 통 큰 사용량이었기에, 덕분에 암 범위 판단을 매우 구체적으로 할 수 있었고, 그래서 능연은 병리과 검사를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협진 의사들 눈에는 할 말이 엄청나게 많아 보였다.

“너무 적게 잘랐군.”

“이렇게 큰 수술, 그리고 환자 상태로는 다시 감당할 수 없을 텐데. 차라리 한 번에 깔끔하게 하는 게 낫지.”

“1cm 정도는 더 잘라야 했어.”

“1.5cm면 더 좋고.”

로이드를 따라 수술실에 들어왔던 보일도 드디어 기운이 나서 흠흠 거리며 자기 생각을 발표했다.

“저라면 바로 확대 수술을 했을 겁니다. 간을 아낌없이 절제한대도 말입니다.”

모니터에 보이는 협진 의사들이 그 말에 모두 멍해졌다.

잠시 굳어 있던 그들이 다시 화제를 이어갔다.

“종양 크기가 크니까 말이지.”

“이제 곧 끝나겠군요.”

“병리 결과는 봐야죠.”

외국인 의사들의 대화를 듣던 연문빈은 짜증이 나서 본능적으로 한마디 하려고 했다.

그때 여원이 헛기침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운리 중계방송, 40이야.”

연문빈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현명하게 입을 다물었다.

하원정은 녹색 수술복을 입고 팔뚝을 드러내고 힘껏 흔들면서 떠돌이 암사자처럼 수술 구역 복도를 걷고 있었다.

참관실이 있는 구역에 도착하자, 그는 1초만 머뭇거리고는 바로 꺾어서 안으로 들어갔다. 얼굴색은 어두웠지만, 눈빛엔 호기심이 어려있었다.

참관실 대형 모니터는 역시나 켜져 있었고, 의사 예닐곱 명이 마찬가지로 수술복을 입고 지켜보고 있었다. 레지던트, 훈련의, 그리고 실습생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원정은 묵묵히 참관실 구석으로 향해 모니터를 봤다. 익숙한데 또 익숙하지 않은 우 간 절제 수술이 진행 중이었다.

간 절제도 익숙하고 우 간 절제도 익숙한데, 다만 하원정 본인은 사실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았다. 좌 간 절제보다 우 간 절제가 훨씬 복잡해서, 수술 전 평가할 때 그 방면 수술은 언제나 신중하게 결정했다.

능연이 나타나기 전까지 하원정은 운화병원 간담췌외과 큰 주임이라서, 수술 중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의사들은 그를 찾았고, 그가 수술하다 문제가 생기면 찾을 사람이 없었다.

일반 외과 수술은 조금 기다렸다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지 몰라도, 간 절제 같은 수술은 몇 시간 안에 끝내지 못하면 환자가 출혈 과다로 사망하게 된다.

그래서 쉽지 않은 수술은 하원정도 제대로 생각하고 진행해야만 했다.

하지만 능연은 그런 문제가 전혀 없어 보였다.

적어도 능연은 우 간 절제 수술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문제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매우 빠르기까지 했다.

42 시청자 수는 모두 운화병원 내부 시청자였다. 당연히 며칠 전에 있었던 앤더슨 암센터 로이드의 수술처럼 사전에 신경 써서 준비한 첨단 수술과 비교할 수 없는 수치였다.

그러나 하원정은 그 앤더슨 암센터 로이드가 지금 바로 능연의 수술을 보고 있다는 걸 알고있었다.

간담췌외과 전문가인 셈인 하원정이 며칠 전 로이드의 수술과 지금 능연의 수술을 비교했을 때, 능연이 뒤처지는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어쩌면 멋진 타이틀이 없는 것만이 능연의 약점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는 하원정의 마음이 묘하게 이상해졌다.

그때 뒤에서 나는 기척을 들은 초짜 의사 하나가 뒤를 돌아봤다.

하원정은 엄숙한 얼굴로 암사자가 새끼 사자에게 위엄을 부리며 경고하듯 ‘쉿’ 포즈를 취했다.

초짜 의사는 자세를 바로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그는 잠시 굳은 것 같았지만 바로 긴장을 풀었다. 하원정은 진료과 주임이긴 해도 어쨌든 본인 과 주임도 아니라서 별 상관없었다.

하원정도 그 점을 알아차렸다.

간 절제 수술을 보는 초짜 의사 중에 간담췌외과 의사는 뜻밖에도 하나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모두 일반 외과, 심장외과 의사였다.

문득 하원정은 허탈해졌다. 수하에 초짜 의사가 너무 없었다. 지금은 다 끌어모아도 레지던트 넷, 훈련의 셋뿐이었다.

단기적으로 로테이션 도는 훈련의는 앞으로 간담췌외과에 남을지 아닐지 모르니 일단 제쳐두고, 레지던트 넷은 정말 과부하였다. 회진도 겨우 할 정도라 심장외과처럼 이럴 틈이 없었다.

그에 비해 하원정 밑에 주치의는 많은 편이었다. 넷 더하기 배신자 하나, 그러나 주치의는 언제나 바쁘다.

띠리링.

모니터에서 갑자기 전화 소리가 들렸고 하원정이 시선을 돌렸다.

순회 간호사가 전화를 받는 장면이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사이 간호사가 이미 전화를 끊었다.

“테두리 깔끔합니다.”

순회 간호사의 대답도 깔끔하고 우렁찼다.

현재 운화병원 응급의학과와 수부외과 간호사들은 능연의 수술 조건이 가슴에 박힐 정도로 익숙했다.

능연은 그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림프 청소를 시작하자고 말했다.

간호사들은 즉시 기기를 조절했고, 곁에 있는 의사들은 순간 긴장을 풀었다.

림프 청소는 디테일한 작업이며 암 수술 중 어려운 포인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런 수준의 수술에서는 림프 청소쯤은 수월하고 수월했다.

진지하게 림프를 청소할 수 있으려면 물론 해부를 잘 배워둬야 한다.

장안민, 연문빈, 혹은 여원에게도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

능연의 동작은 더욱 여유만만했다. 그랜드마스터급 림프 청소 스킬은 두개골 내에서도 가볍게 처리할 수 있는데 복강 내에서는 더욱더 수월했다.

그러나 100인치 대형 모니터에 4분할 화면 안 의사들의 표정은 심각했다.

“암세포 침범 범위를 확신하고 절제한 거죠? 어떻게 판단을 내렸습니까?”

미켈센은 너무나 너무나 많은 의혹과 의문이 있었다. 암 근치술을 자주 하는 미켈센으로서 능연의 판단력은 지나칠 정도로 놀라웠다.

능연의 대뇌는 미켈센의 질문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러므로 매우 가볍게 필터링했다.

“능 선생, 능 선생, 능연 선생!”

잠시 기다리던 미켈센은 대답을 듣지 못하자 다급하게 고함쳤다.

“음?”

능연은 따분한 듯 모니터에 비친 미켈센을 바라봤다.

“판단 말입니다. 어떻게 암세포 침범 범위를 판단한 거죠?”

“이런 수술을 자주 합니다.”

능연은 입을 내밀었다. 실력파 의사에게 특기 하나쯤은 당연했다. 작은 손이 산부인과에 유리한 것처럼, 의사도 사실 핵심 경쟁력을 따졌다.

특히 지금 같은 환경에서는 높은 급 의사가 되어도 의사와 의사, 진료과와 진료과, 병원과 병원 사이에 경쟁은 여전했다. 실력파 의사들은 개인, 진료과, 병원과 싸워서 환자를 쟁취할 수 있도록 목숨 걸고 실력 범위를 돌파하려고 노력해야만 했다

같은 간 절제 수술도 복강경으로 하는 사람, 개복하는 사람, 좌 간만 하는 사람, 특별히 우 간에 능한 사람, 담낭과 함께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 다 달랐다.

실력파 의사의 끊임없는 발전은 과학 연구의 니즈이자 경쟁의 니즈였다.

진료과 주임이 되면 그 밑에 핵심 주임은 모두 자신의 팀이 있어야 하고, 영욕을 함께 할 뿐만 아니라 이익 공동체가 된다. 그중 대표적인 치료팀의 책임자는 작은 회사 사장처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노선을 찾아야만 사기를 유지하고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다.

아니면 모든 것이 붕괴한다.

미국 의사 사정은 더욱 복잡하다. 대다수 의사는 팀이 없고 자기 자신이 사장이다. 그래서 미켈센도 능연의 상태를 매우 잘 이해했다.

그저 묘하게 언짢을 뿐이었다.

“능 선생 수술은 일반적인 간 절제와 다른 점이 있군요.”

미켈센은 한참 동안 참고 있던 한마디를 했다.

“네.”

능연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미켈센의 말을 들은 여원은 그때 순간 기지가 발동했다.

“미켈센 선생임, 선생님 말씀은 우리 능 선생 수술 방법이 세계 최초라는 거죠? 그렇죠?”

“음, 방법을 따지면, 그렇게 말할 수 있겠군요.”

미켈센은 조금 멍해져서 대답했다.

“다른 분들도 동의하십니까?”

여원은 성대한 국제회의에 참석한 듯 정신을 바짝차렸다.

“뭐 그렇죠.”

“그런 느낌이 드네요.”

“세계 최초라고 꼭 좋은 방법인 건 아니니까······.”

모니터의 세 의사는 말투도 다르고 내용도 다른 것 같아도 여원은 다 같은 말로 생각했다.

“여러분 능연 선생이 세계 최초 간 절제 방법을 만들어 낼 걸 증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원이 못 기다리겠다는 듯 자신의 결론을 선포했다.

수술실이 순간 고요해졌다.

수술 한 번에 세계 최초가 되다니, 다들 얼떨떨했고, 뭐라고 해야 좋을지도 몰랐다.

10초.

60초.

100초.

갑자기 모니터 아래 시청자 수가 오르고 또 올랐다.

50 시청자 수를 금방 넘더니 이어서 바로 60에 가까워졌다.

‘세계 최초’라는 단어가 의사에게 주는 충격은 상당했다.

특히 북경 삼갑병원에서 다들 목숨 걸고 연구해도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있을까 말까였다. 지금 그 세계 최초의 현장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당연히 궁금하고, 부럽고, 질투가 났다.

여원이 지금 세계 최초란 말을 입에 올렸으니, 의사들 사이에서 소규모로 퍼졌다.

자연스럽게, 누군가는 비아냥댔고, 누군가는 궁금해했고, 누군가는 미워했다. 그러나 어느 형태든 다들 중계방송으로 들어와 능연의 수술을 지켜보지 않을 수 없었다.

시청자 수는 80까지 계속 올라간 다음에야 안정 구역에 접어들었다.

그때 능연의 수술 진도는 이미 마무리에 접어들었고, 림프가 한층 한층 청소되는 걸 본 여원은 갑자기 이런 기회가 드물다고 생각하며 아예 서서 소개하기 시작했다.

“능 선생은 현재 수술 중 병리 검사를 동반한 간 절제 수술을 진행합니다. 여러 병원에 확대되었죠. 관심 있으시면 저에게 이메일 주세요. [email protected] 관련 자료를 보내겠습니다. 능 선생 수술은 예후가 매우 좋습니다. 지금까지 1년 치 팔로잉했는데요, 수술 후 환자 상태에 대한 데이터도 모두 백업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인 케이스를 확인하고 싶으시면 동황구 병원 주임 허금억 선생님 수술을 능 선생이 했습니다. 현재 상태 매우 좋고요, 정상적으로 일하고 계십니다. 허 주임님께 문의하셔도 됩니다.”

여원은 프로 중계 시스템에 대고 회의 참석한 것처럼 내용을 묘사하고 설명했고, 그의 말은 모니터 저편에 의사들을 놀라게 했고, 또 토론을 불러일으켰다.

중계를 보던 허금억은 여원이 자기를 거론하자 감회가 새로웠다.

“며칠 전에 검사했는데, 몸이 아주 좋답니다.”

허금억은 뒤에 사람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뿌듯해서 고개를 치켜들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염라대왕 앞에 한 다리 걸쳤었는데, 지금은 아예 도망 나온 건 아니더라도 적어도 다른 발까지 들어가지는 않았다.

“허 주임님이 건강하셔야 우리 진료과가 잘 돌아가죠.”

“허 주임님 안색 좋아 보이십니다.”

“벌써 다 나은 것 같습니다.”

허금억의 수하들도 영상을 보고 있었고, 허금억의 말에 적극적으로 대답하면서 속으로 시방새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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