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515화 (496/877)

다음날, 환자가 있는 ICU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집도의 능연, 담당 의사 연문빈뿐만 아니라 환자의 아이들 그리고 로이드 등도 상황을 살피러 중환자실로 달려왔다.

대부분 들어갈 수 없었지만, 다들 유리를 사이에 두고 상황을 살피면서 각종 수치를 물어보고는 조금씩 안도했다.

13살 남자아이는 바들바들 떨면서 병실 안에 있는 엄마를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완벽한 답을 들을 수 있길 기대하며 의사들을 바라봤다.

그러나 완벽한 답을 할 엄두를 내는 의사는 없었다.

“이제 가자, 엄마도 쉬어야지.”

간호사 왕가가 인내심 있게 옆에서 설득했다.

“엄마 계속 자는데요······.”

아이는 유리창에 바짝 붙어 고개를 저었다.

“자고 일어나면 병도 나을 거야.”

“그럼 그때까지 여기 있을래요.”

왕가가 한숨을 내쉬었다.

“면회 곧 끝나. 이제 가야 해.”

“네.”

어쨌든 어린아이라서 규칙이 그렇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물러났고, 몇 걸음 뗄 때마다 한 번씩 되돌아보면서 면회실에서 나갔다.

능연은 천천히 걸어서 그 뒤를 따랐다.

그로서는 보이는 게 너무 많았고, 회진 때도 환자 본인의 말 외에도 각종 데이터 정보가 읽혔다. 그러나 연문빈 등은 아직 그게 안 됐다. 왕가는 ICU 상황에 더욱 익숙하지 않아서 아예 달려가서 조심스럽게 능연에게 물었다.

“아까 환자, 지금 상태가 어떤가요? 좋아질까요?”

“이제 막 수술을 끝냈고, 지금 상황은 나쁘지 않아요.”

능연은 간단하고 감추는 거 없이 대답했다.

왕가는 바로 알아듣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문제없다는 거네요?”

그러자 능연이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중(中) 분화된 암세포는 거의 확실하게 재발합니다. 그 밖에도 6번 이상 화학 치료도 해야 하고.”

종양 세포 분화 정도는 일반인의 인식과 반대로, 고 분화된 암세포라는 건 일반 세포에 가까운 암세포를 가리키고, 위험도도 제일 낮다.

상대적으로 저 분화된 암세포는 정상 세포와 가장 다른, 그러니까 가장 악성이라는 뜻이고, 생존율도 지극히 낮다.

중 분화된 암세포는 그 사이에 있으며 가장 흔한 유형이다. 그러나 악성에 가까워서 언제, 어디에 재발하는지가 문제였다.

이제야 완전하게 알아들은 왕가는 환자의 아이가 겨우 13살이라는 생각을 하고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걸음을 내디디려다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능 선생, 환자 아들이 정원 청소하는 일을 찾았대요. 성원 호텔 근처에요. 운리 맥순이 자리를 알아봐 줬어요.”

그 말을 들은 능연은 의외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환자 유효운이 퇴원하는 날 간담췌외과는 꽤 떠들썩했다.

위로는 하원정부터 아래로 실습생까지 달려갔고 다른 진료과 의사들도 상황을 보러 달려갔다.

유효운은 모두의 시선을 어색해하면서도 의사들이 주시하는 가운데 신발을 신고 아들의 부축을 받아 조심스럽게 일어나서 스스로 걸어 휠체어에 앉았다.

13살 아들은 뒤로 돌아가 휠체어를 밀고 갔다.

주변에서 작은 박수소리가 울렸고, 곧 나직한 웃음소리도 들렸다.

유효운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다소 창백한 얼굴에 입술에도 혈색이 없었지만, 눈빛은 초롱초롱하게 모두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흐른 후, 병세가 완연했었던 유효운은 스스로 침대에서 내려와 휠체어를 조종할 정도가 되었다. 놀라울 정도는 아니라도 감탄할 만한 회복 속도였다.

특히 능연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던 의사들은 전에 능연의 수술 예후가 좋다는 말만 들었지, 정말로 얼마나 좋은지는 조금 부화뇌동했던 것도 있었다.

이번에 입원 치료한 유효운은 아이 셋 있는 싱글맘이기도 한데 아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더군다나 외국 의사가 치료 과정에 개입하기도 해서 수술 날부터 특별 케어와 관심을 받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능연이 수술한 이런 복잡한 케이스 환자가 이틀 만에 ICU에서 나가고 일주일 만에 집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만 따지면 유효운이 그렇게 빨리 회복한 것은 아니다. 요즘 병원에서 개복 수술하고 일주일 만에 퇴원하는 건 흔한 일이었고, 복강경 하 수술은 보통 사흘이면 퇴원했다.

그러나 유호운은 병세가 매우 심각한 환자였고, 8cm짜리 종양은 거대 종양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였다. 거기에 간 부위의 종양을 개복으로 수술하는 건 환자 몸에 상해도 크다. 다른 건 둘째치고, 긴 마취 시간만 해도 환자에게는 시련이었다.

그런 유호운이 정말로 좋아졌다. 적어도 지금은 그녀는 벼랑에서 떨어지기 직전에서 벼랑 위로 올라온 상태였다.

“앞으로 할 화학 치료, 잘 버티셔야 합니다.”

능연은 암 환자와 증상 이야기를 하는 것에 능숙한 것이 아니라, 그저 그렇게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

좌자전이 허둥지둥 화제를 이어받았고, 우선 유호운의 아들에게 책자 하나를 전했다.

“의사 어드바이스 잘 따르시고 제때 병원에 오는 건 꼭 지켜야 할 기본 사항입니다. TV나 인터넷에서 보셨겠지만, 화학 치료는 좀 힘들 겁니다. 사실 요즘 화학 치료 기술은 많이 발전했습니다. 신약도 많이 나왔고요. 버티는 게 중요합니다. 화학 치료하다가 그만두면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이건 종양과 의사가 이미 설명했을 겁니다.”

유효운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아들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봤다.

13살 아이는 매우 굳건한 모습으로 수업이라도 듣는 듯이 모든 디테일을 기억하고 싶은 모습으로 진지하게 의사의 말을 듣고 있었다.

유효운은 살며시 한숨을 내쉬고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 능연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때 ‘진심 어린 감사’ 알람이 울렸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동료의 감탄’은 네 개나 떨어졌다.

‘동료의 감탄’은 거의 일회성이라서, 아마도 응급의학과와 간담췌외과 이외의 진료과 의사가 줬으리라 추측했다. 어쨌든 간담췌외과는 진작에 능연에게 무릎을 꿇었으니 단숨에 보물 상자가 네 개나 나올 리가 없었다.

“보물 상자는 일단 열지 말고 넣어둬.”

지금 스태미너 포션은 이미 너무 많았고 스킬도 그다지 부족하지 않아서 보물 상자 여는 데 급급하지 않았다. 한동안 묵혔다가 소수가 나올 때 열면 또 한 번 좋은 걸 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시스템은 두말없이 보물 상자를 집어넣었다.

오후에 능연은 늘 하던 대로 병실 구역을 순시했다.

지금 그의 병상은 추가 병상까지 합하면 200개를 돌파하기 전이었다. 대부분 진료과 병상보다 많은 수였다. 지금은 능연이 하는 수술로 병상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연문빈, 장안민, 여원도 매일 세 개에서 여섯 개까지 병상이 필요했다.

응급의학과에서 응급센터로 승급한 후, 명성에 변화가 생겼을 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이득도 있었다. 곽종군은 응급센터에서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고, 직원 편성도 더 많이 받았고, 지급금도 그만큼 늘었다.

그 외에도 접수 병동도 새로 리모델링 했고, 전에 쓰던 공간을 선별해서 발열(發熱) 외래를 신설해서 원내 감염 확률을 줄였다. 창고를 리모델링한 병실로 병실 구역이 더 넓어졌고, 새로 리모델링 한 1번 수술실에도 드디어 참관실이 생겨서 시범(혹은 자랑) 수술하기 매우 좋아졌다.

새로 고용한 간호사와 구급차 기사도 운화병원 응급센터를 더욱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능연은 복도를 걸으면서 주목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 건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병원 구역이 다소 혼란스러운 상태인 것이 조금 불만스럽기만 했다. 지금은 외지에서 오는 환자도 더 많아졌고, 따라서 보호자도 더 많아졌다. 환자 150명이면 보통 보호자는 두 배는 오갔고, 거기에 간호사와 조무사까지, 참관하러 몰려오는 사람까지 하면 너무 번잡한 느낌이 들었다.

“능 선생님, 여기로 오세요.”

능연이 곧 자리를 벗어나려는 걸 본 아가씨 하나가 다급하게 손을 흔들었다.

“능 선생님, 능 선생님. 여기요, 여기.”

다른 아가씨도 질 수 없다는 듯 스카프를 풀어서 열심히 흔들었다.

“능 선생님!”

스카프, 손수건, 머플러가 복도 여기저기에서 출렁거렸다.

능연은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오늘은 회진이 아니라 한 번 둘러보려고 나온 것이었다. 장시간 입원 모드를 채택하는 능 팀 치료팀 환자는 15일 넘게 입원하는 환자가 많은데, 응급의학과이기 때문에 능연이 매주 모든 환자를 회진할 필요는 없고 일반적으로 막 수술을 마친 병상만 돌보면서 나머지 환자는 주로 담당 의사가 담당하도록 했다.

능연은 오늘이라고 관례를 깰 생각이 없어서, 늘 하던 대로 며칠 전에 슬관절경과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한 환자를 살피고 다시 수술 구역 휴게실로 향했다. 휴게실 식당에 긴 셰프 모자를 쓴 주방장이 벌써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능연 씨!”

전칠이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불렀다.

“가족 농장에 소 몇 마리가 특별히 좋더라고요. 작은삼촌이 특별히 항공편으로 소갈비를 보내셨어요. 능 선생님 맛보여드리라고.”

“전칠 씨 작은삼촌이요?”

능연이 의아해했다.

“응. 우리 작은삼촌은 남미에서 목장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선박 회사도 가지고 있고요. 몇 년 전에 로데오 경기에 참여했다가 무릎을 다쳤는데 계속 낫지 않았어요. 현지 의사한테 자문했더니 중국에 슬관절경 수술을 아주 잘하는 의사가 있다고 그랬대요!”

전칠의 표정에 뿌듯함이 가득했다.

“작은삼촌이 당신한테 수술받고 싶은데 당신이 가기 싫다고 할까 봐, 이렇게 특별히 항공편으로 소 한 마리랑 셰프를 보냈죠.”

“셰프도 비행기 타고 왔다고요?”

“네.”

“아, 삼촌은 어디서 수술받고 싶으신 건데요?”

“브라질 괜찮을까요? 삼촌 상태가 비행기 타고 움직이기 그래서요. 전용기 타고 가면 돼요. 간 김에 거기서 좀 놀다 오고요!”

전칠의 몹시 기대한 모습에 능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런데 바로는 안 돼요.”

“물론이죠! 준비도 해야 하는 걸요.”

전칠이 매우 기뻐하며 폴짝 뛰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