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투그로수 주.
소형 전용기로 갈아탄 후, 비행기는 농장에 바로 착륙했다.
농장 활주로는 단순하고 넓었고, 착륙하는 도중에 광활한 대초원과 별처럼 보이는 소 떼가 있었다. 아시아에서는 중앙아시아 가까운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전칠은 부츠에 셔츠를 입고 짧은 국방색 바람막이를 입고 폴짝폴짝 비행기에서 내린 다음 크게 심호흡하고는 겸연쩍은 듯 능연을 향해 생긋 웃었다.
“내려서 다행이지, 멀미할 뻔했어요.”
“한 번 볼게요.”
전칠의 안색을 본 능연은 신체 검진 시진으로 상태를 확인한 후 전칠의 이마를 짚고 머리를 잠시 눌러주었다.
잠깐만에 전칠은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바로 얼굴을 붉히면서 작은 목소리로 고맙다고 인사했다. 능연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능연의 얼굴을 본 전칠은 기분까지 편안해졌다.
“지금 이 농장은 작은삼촌 거예요. 그래서 면적이 좀 적은 편이죠. 5만 에이커 안 될걸요? 작은삼촌이 농장에 ‘JEONG’ 농장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삼촌 이름이 전국정이거든요. 되게 대충 지은 거 같지 않아요?”
능연은 이국의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발로 토지를 밟아 보고는 저절로 웃음 지었다.
“처음으로 해외에 나와요.”
“엥? 처음이라고요? 그럼 느낌이 어때요?”
전칠은 묘한 호기심이 생겼다.
능연은 다시 깊게 숨을 들이마신 다음 다시 말했다.
“지구 뒤에 나라가 정말로 있네요. 그리고 사람도 살고. 제 과학에 대한 믿음을 격려받았네요.”
“에?”
“MRI를 봤다고 해도 해부해서 봐야 확신이 서는 것처럼요.”
능연이 미소지었다.
아무리 명확한 간접 검사도 직접 검사만큼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의학에는 소위 황금 표준이라는 게 있는 것이다.
능연에게 보고 느끼는 것이 바로 황금 표준이 패스하는 과정이었다.
“저기 앞이 시원한데 가서 여 선생님이랑 마 선생님 기다려요. 그리고 삼촌 만나러 가죠. 무릎이 심하게 아파서 집에서 잘 안 나오세요.”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뚜껑 없는 지프를 타고 작은 공항 바깥쪽에 있는 중국식 건물 앞으로 갔다.
중국 전통 정자 앞에 차 테이블이 이미 가지런히 놓여있었고, 중국 고전 복장을 한 여자 하나가 가지런한 손놀림으로 정자 아래서 차를 내리고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 모습에 어딘가 신비한 곳에 온 느낌이 들었다.
잠시 후, 두 번째 소형 비행기가 착륙했다.
마연린과 여원이 기다렸다는 듯 달려 나왔다. 전용기를 타고 왔지만, 똑같이 피곤해서 한시라도 빨리 땅을 밟고 싶었었다.
의사들과 비교해서 운화에 갔다가 다시 돌아온 주방장들은 편안해 보였다. 정자 앞에 도착한 주방장들은 따로 지시를 내리기도 전에 세 방향으로 각자 향하더니 뒤에 있는 정원에서 설비를 꺼내와 순식간에 바비큐 그릴를 준비했다. 보아하니 자주 파견 나가는 주방장인 것 같았다.
그제야 긴 건물에서 겉이 상한 길다란 소고기를 들고 누군가 걸어 나왔다.
“숙성 소고기입니다. 겉 부분 잘라내면 안은 멀쩡해요. 더 야들야들합니다.”
주방장 중 하나가 능연 등이 신경 쓸까 봐 특별히 설명해주었다.
“좀 아깝네요.”
마연린은 혀를 끌끌 차며 철퍼덕 능연 옆에 앉아서 물을 두 잔 들이켜고는 다시 말했다.
“저기, 주 주방장님. 우리가 고기 먹고 싶은지 아닌지 왜 안 물어봤어요? 하루 꼬박 비행기를 타고 내려서 온몸이 엉망입니다.”
“그럼 소고기 먹을 거야 말 거야?”
운화병원에서 며칠 지내는 동안 마연린하고 친해진 주 주방장은 소고기 한 덩이를 잘라 그릴 위에 올려놓으면서 물었다.
“먹어요.”
“이따 넌 맨 마지막에 줄 거야.”
한참 생각하던 마연린이 하는 말에 주 주방장이 눈을 흘기며 대답했다.
“내일 환자 수술해야 하는 거 아시면서! 그리고 수술 전 동의서도 받아야 하고요.”
“내가 너 굽기 전에 동의서 꼭 받을게.”
마연린이 억울하다는 듯 호소하자 주 주방장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타오르는 숯불이 송풍기 덕에 더욱 활활 타올랐고 소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갔다.
순간 다 함께 모여있는 즐거운 분위기가 가득해졌고, 하늘엔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비행기 한 대가 햇빛 방향으로 갑자기 나타났다.
“비행기가 또?”
고기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마연린이 마침 고도를 낮추던 비행기를 바라봤다.
“여기 공항에 착륙하는 거 같은데?”
여원은 능숙하게 의자에 올라가서 이마에 한 손을 올려 햇볕을 가리고 멀리 바라봤다.
그가 말하는 사이 비행기는 이미 서서히 착륙해서 활주로에 내렸다.
“또 누가 오나요?”
“저도 모르겠어요. 책임자한테 물어보세요.”
마연린이 묻는 말에 차를 내리던 아가씨가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다들 물어보기 귀찮아서 그대로 있었는데, 몇 분 후에 한 무리 사람들이 지프 두 대를 타고 그쪽으로 달려왔다. 그중 세 사람은 하얀 가운을 입고 목에 청진기도 걸고 있었다.
“작은삼촌이 다른 의사도 초대했어요?”
의자에서 뛰어 내려온 여원이 전칠을 바라봤다.
“모르겠어요.”
전칠은 핸드폰을 꺼내며 능연을 바라봤다.
“현지 병원에서 진료받았다는 이야기만 들었어요······.”
“상관없어요.”
능연이 바로 대답했다.
이번에 나오기 전에 수술을 100건 이상했고 지도 수술도 30건 가까이해서 전국정 수술 한 건에 연연하지는 않았다.
지프 두 대가 정자 앞에 섰다.
“전칠 씨, 이렇게 마침 만났네요.”
첫 번째 지프 조수석에서 타이트한 사파리 수트를 입은 야무져 보이는 젊은이가 뛰어내렸다.
그가 차에서 내리자 다른 승객들도 문을 열고 내렸다.
“전칠 씨, 국정 삼촌 다쳤다는 이야기 들었어요. 그래서 의사 둘 데리고 바로 왔죠. 우리 노인네도 몸이 안 좋잖아요. 그래서 매일 진찰 받고 그래요.”
사파리 수트를 입은 젊은이는 흥분한 얼굴로 목소리도 쩌렁쩌렁해서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정자 앞에 멈춰섰다.
전칠은 냉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삼촌은 2년 전에 다치셨죠.”
“전에는 보존 치료하고 싶어 했잖아요. 요즘에 심하게 아파져서 수술하고 싶어 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다급하게 의사 찾아온 거죠.”
사파리 수트 남자가 그렇게 말하면서 싱긋 웃었다.
“만난 것도 인연인데, 밥 한 끼 살 기회 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힐끔 그를 본 전칠이 고개를 흔들었다.
“전 라운드숄더 싫어요.”
사파리 수트 남자가 멍해져서는 어깨를 쳐다보고 싶은 마음을 겨우 참으면서 머뭇머뭇 입을 열었다.
“라, 라운드숄더?”
“다른 것도요.”
2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온 사파리 수트 남자는 멘탈이 붕괴할 것 같았다.
“전칠 씨. 솔직히 저 정도면 남자 중에 잘생긴 거죠. 연예인을 봐도 뭐 그렇게 잘생기지 않았다고요.”
“고기 너무 바짝 굽지 마세요.”
능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장에게 접시를 건네받았다.
햇살, 하얀 구름, 산들바람이 그사이를 둘러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