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519화 (500/877)

아침 7시, 자동차 행렬이 길게 국정 자선 병원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쿠파의 건물은 대부분 1, 2층짜리에 긴 모양이었고, 3층도 굉장히 드물었다. 허공에서 내려다보면 국정 자선 병원 건물은 작은 마을 동쪽에 커다란 ‘井’자를 놓은 모습이었다.

면적이 이렇게 넓은 병원에 의료진은 겨우 30명에 간신히 100명 넘는 환자라, 국내와 비교하면 상당히 허전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브라질 사람은 땅 넓고 사람이 적은 것을 당연히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메인 건물 1층은 모두 비어있었고, 2층을 관통하는 거대한 로비가 나왔다. 그렇게 공간을 낭비한 바람에 건축 면적이 훅 줄어들었다.

별관은 강당과 세미나실 위주였고, 7, 8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당은 평일에는 쿠파 학교에 무료로 대여해서 사용하게 하여 현지인에게 환영받으면서 병원에 활력도 불어넣었다.

일행들이 도착했을 때, 마침 중학생들이 무슨 활동을 하는지 학생과 가장, 그리고 반려견에 말까지, 엄청나게 떠들썩했다.

“내 생각엔 사람 불러서 점을 본 거 같아. 사람 없는 걸 엄청 금기하는 곳이 있대요. 그래서 청소년들을 불러서 기를 불러 넣으려는 거죠.”

“음모론이야.”

마연린이 나지막이 하는 말에 여원이 툭 내뱉었다. 여원은 마연린 곁에서 창을 통해 푸르른 관목 숲을 바라보며 상쾌해했다.

“아니, 병원에 놀러 오는 사람이 있는 게 이상하잖아요. 그리고 말도 끌고 왔다고요. 이상하잖아요.”

“말은 수술하러 온 겁니다.”

지나가다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중국인 직원이 한마디 했다.

“무슨 수술이요?”

호기심이 생긴 마연린이 물었다.

“거세요.”

“가시라고요? 아, 거세요.”

직원의 말을 반복하던 마연린은 갑자기 잘못 들은 것 같은 생각에 잠시 생각하다가 스산한 느낌을 받았다.

“네. 개들도요.”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밑에 있는 강아지를 가리켰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시선을 돌린 마연린과 여원은 신이 나서 열심히 뛰는 강아지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즐거움이란 언제나 순간인지도 모른다.

“마 선생님, 여 선생님. 협진 시간 됐습니다.”

집사가 두 사람에게 다가가 공손하게 말했고 마연린과 여원의 표정이 순간 엄숙해졌다.

오늘의 협진은 다른 때와 달랐다.

중국 병원에서 가장 흔한 진료과 협진, 혹은 원내 협진은 매우 형식적이었다. 이미 권위를 세운 진료과 주임 혹은 부주임 의사들이 각자 능통한 영역에서 의견을 내고 방안을 내면 다른 사람들은 고작 빠진 부분을 보충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진료과 협진과 원내 협진엔 그다지 불꽃 튈 일이 없다.

충분히 바쁜 의사들이 굳이 정해진 방안 때문에 머리가 지끈할 정도로 입씨름할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사실 일반 삼갑병원은 논쟁할 거리가 별로 없었다. 특히 주치의와 부주임급 의사는 서로 못마땅해서 으르렁거릴 뿐이지, 순수 의학 문제로 싸우는 일은 드물었다. 일반 삼갑병원 수술은 목공일과 더욱 비슷했다. 그러니까 대빵의 방안과 지침을 따라 일해야 하고, 본인 의견을 조금 낼 수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농구로 빗대본다면, 일반 삼갑병원 의사들은 아직 스킬을 배우는 운동선수와 비슷하다. 우수한 선수인지 아닌지는 레이업 슛을 잘하는지, 45도각 3점 슛이 정확한지, 드리블 수준이 높은지에 달렸고, 어떤 동작에 본인 의견을 낼 수 있기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그러니 아직 싸움할 수준이 아니었다. 다들 틀 안에서 배우면서 일하면서, 표준대로 하는 것이 잘하는 길이니, 협진에서 딱히 으르렁거릴 일이 없었다.

그러나 브라질에 와서 하는 협진은 원내 협진만큼 조화롭지 않았다. 심지어 원외 협진보다 훨씬 날카로울 가능성도 있었다.

다들 다른 틀에서 배운 사람들이니 일 처리 이념도 본질적으로 충동할 수밖에 없었다.

능연 같은 의사와 보일 같은 의사가 같이 문제를 토론할 때, 둘 중 하나 중 절대 권위를 가진 사람이 없다면 충돌은 너무나 당연히 일어난다. 사고방식도 달라서 이야기로 잘 풀기도 힘들다.

마연린과 여원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총에 단검을 채워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졌다.

여원은 경험이 많은 듯 입을 열었다.

“첫 토론은 우리 둘이 나서야 해. 능 선생이 바로 나가면 안 된다고.”

“선생님을 따르겠습니다.”

마연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든 상대 이론을 공격할 테니, 따르기만 해. 정 안 되면 깃발이라도 흔들어. 기세만 충분하면 돼. 마지막엔 그 전국정 씨가 판단할 텐데, 그분도 프로가 아니니까 기세가 더 센 쪽을 실력이 더 있다고 느낄 수 있어.”

“찬성!”

마연린의 모습에 여원이 한숨을 내쉬었다.

“좌 선생님보다 못하네. 좌 선생님은 적어도 말은 잘한다고.”

“좌 선생님은 영어도 못 하고, 위도 안 좋고, 소고기도 많이 못 먹는다고요.”

이야기하면서도 뜨끔한 마연린이 말을 돌렸다.

“어제 그 금원 개발 검색해 봤는데 자산 규모가 천억 넘는 회사더라고요. 그런 곳에서 불러온 의사니까, 그래도 실력 있는 의사일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기세로 눌러야 한다고.”

여원은 먹이를 가로챌 준비를 하는 표범 새끼처럼 굳건했다.

마연린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원내 협진을 여러 번 했던 경험을 살려 가슴을 내밀고 여원을 따라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회의실 안은 좌우 양측으로 이미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들이 가득 앉아 있었다.

중간 자리는 여전히 비어있었고, 양옆에 앉아 있던 노준걸과 다른 잘생긴 청년이 전칠이 안으로 들어오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칠 씨, 이쪽으로 앉으세요.”

두 사람은 입을 모아 그렇게 말하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이 주임님, 이제 주임님에게 달렸습니다.”

노준걸은 일치단결하자는 눈빛을 내보이고는 막 안으로 들어서는 능연 쪽으로 고개를 돌려 날카롭게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이 주임님은 북경에서 유명한 정형외과 전문가입니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노준걸 옆에 앉아 있던 세 의사는 능연이 들어오는 걸 보고 냉큼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얼굴엔 겸손함이 가득했다.

“능 선생 수술, 저희도 다 봤지요. 전에 운리에서 중계방송했잖습니까. 자주 능 선생 수술을 참관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맞습니다. 맞아요.”

“능 선생, 참 대단해요.”

다른 쪽에 앉아 있던 금원 개발의 금달양이 풉 웃음을 터트렸다.

“뭐 하는 거야? 노준걸, 이러려고 온 거냐?”

노준걸도 화가 나서 얼굴이 시뻘게졌다.

“이 주임님, 무슨 짓입니까? 어제 이야기 다 끝났잖아요.”

“병원은 옳고 그름을 다투는 곳이 아닙니다.”

이 주임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능 선생은 훌륭한 의사입니다. 관절경 수술도 매우 우수하고요. 이건 세상이 다 아는 일입니다. 국정 선생 몸 상태와 병세로 보면 제 생각엔 능 선생이 집도하는 게 적당할 것 같습니다.”

북경에서 정형외과 주임인 이 주임은 일 년에 몇백만 위안 수입을 얻으며 신나게 살고 있었고, 몇 년 더 벌다가 애인과 함께 세계 일주할 생각이니 능연 같은 차세대 스타와 싸우려고 할 이유가 없었다.

정말 차세대 스타면 그나마 괜찮겠지만, 사실 능연은 이미 지금 가장 눈부신 큰 별이었다.

물론 이주임은 노준걸과도 사이가 틀어지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얼버무리려고 했다.

노준걸이 화도 내지 못하는 모습에 곁에 있던 금달양은 더욱 크게 웃어댔다.

“전칠 씨,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분은 영국에서 온 브렌트 월리스 씨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형외과 전문가죠.”

골격이 거대한 브렌트 월리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경솔하지 않은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통역을 통해 능연에게 말을 걸었다.

“능 선생, 안녕하세요. 말씀 들은 지 오래됐는데, 드디어 이렇게 만날 기회가 있어서 정말로 감격했습니다.”

그의 제자 브랜든은 핸드폰을 높이 치켜들고는 월리스를 찍었다가 능연과 전칠을 찍었다가 바삐 움직였다. 의사 중에 훌륭한 업로더인 브랜든은 촬영 스킬은 둘째치고 촬영 자세 하나는 끝내줬다.

능연과 월리스가 가볍게 악수했다.

“능 선생, 전에 했던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 정말 좋아합니다. 방안도 좋고, 수술 능력도 최고고. 절대로 세계 일류 기술입니다.”

월리스가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번에 꼭 당신 수술을 제 눈으로 보고 싶군요.”

브렌트 월리스가 통역에게 자신의 말을 통역하라고 눈짓했다.

통역 내용을 반쯤 들은 노준걸은 벌써 풉 하고 웃음을 뿜었다.

전국정은 휠체어를 타고 회의실로 들어왔다.

그는 문으로 들어서자마자 바로 두 손을 모으고 양쪽으로 흔들며 사과했다.

“정말 미안합니다. 현지 사람들과 제부(zebu: 인도 소) 판매 이야기하느라고요. 오전 회의라고 해놓고는 배불리 먹고 나서도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으니 저도 바로 일어나기 뭐해서요. 브라질은 다 좋은데 소품종 이야기는 골치가 아픕니다.”

태도를 낮추고 진정성 있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 다들 웃으면서 괜찮다고 했다.

“이번에 의사 선생님을 여러 명 모신 것도 미안하게 됐군요.”

집사를 힐끔 본 전국정은 다시 미소 지으며 그날 가장 민감한 화제를 진지한 말투로 입에 올렸다.

“브라질에 온 이래 한두 번 다친 건 아닌데, 수술할 정도는 아니었지요. 이번에 제 건강 컨설턴트가 수술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서 저도 당황했답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1의 미소를 보였다.

“쿠파가 어떤 곳인지는 다들 보셨듯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작은 병만 감당할 정도랍니다. 멀리 이동할 만한 상태도 아니고 그래서 여러분을 모실 수밖에 없었지요. 제 생각엔 사람이 많으면 그만큼 도움 되지 싶었어요. 제가 참고할 수 있도록 여러분이 몇 가지 치료 방안을 주시길 바랍니다.”

전국정은 그렇게 말하면서 테이블 위의 찻잔을 들어 올렸다.

집사가 바로 앞으로 나서서 자료들을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이건 국정 선생의 최근 검사 결과입니다. 가지고 가시지는 말고 다 읽은 후에 머리로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능연도 서류철보다 조금 큰 서류 봉투를 받았다.

내용을 꺼내 보니 각종 결과, 특히 영상 자료를 바로 볼 수 있게 되어있었다.

의사들은 모두 즉시 필름을 꺼내 들었고, 능연도 예의가 아니었다.

MRI, CT, X-ray.

한 장 한 장 넘기는 사람들의 표정 역시 심각했다.

“저기······ 어떠신지요?”

성격이 꼬장꼬장한 전국정도 뜨끔해져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람이 무릎을 쓸 수 있는지 없는지, 걸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한 일이다 보니, 아무리 침착한 전국정이라도 막강한 프로 의사들 앞에서 안절부절못했다.

“능 선생이 말씀하시죠.”

브렌트 월리스가 먼저 시작하라고 능연을 향해 손짓했다.

영국에서 월리스의 정형외과 분야의 지위는 국내에서 축동익 위치와 비슷했다. 나이도 비슷하고, 축동익처럼 월리스 역시 현장을 반쯤 벗어난 권위자급 인물이었다.

그는 수술을 하더라도 지도 수술이나 가끔 했다. 이번에도 원래 제자를 데리고 와 수술할 생각이었는데, 능연이 있으니 생각이 바뀌었다.

영국인이 양보하는 모습에 이 주임도 굳이 다툴 것 없다는 듯 품위 있게 양보했다.

“능 선생, 이야기하시지요.”

두 사람이 양보하는 모습에 모든 이의 시선이 능연에게 집중되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전국정은 순간 눈앞에 있는 너무나도 잘생긴 젊은 의사가 벌써 전체를 휘두를 만한 위치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저도 모르게 집사를 바라봤고, 집사는 고개를 흔들다가 다시 끄덕였다.

전국정이 조카인 전칠을 바라보니 마침 전칠은 뿌듯함과 자신감이 가득한 얼굴로 돌아봤다.

“신체 검진부터 하죠.”

능연은 알콜겔을 꺼내 바르고는 촉진으로 전국정을 살핀 다음 허공에서 손을 휘둘렀다.

다른 사람 눈에는 능연의 그런 동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려고 하는 단순한 멋진 동작으로 보였다. 그러나 능연의 눈엔 전국정의 해부된 무릎이 보였다.

사실 정형외과 수술은 X-ray와 MRI만 봐도 소식은 충분히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능연은 가상 인간을 아끼지 않고 몇 분 더 써서 확인했다.

능연 눈에 보이는 현장은 이미 피가 철철 흘렀다. 세로로 절단된 대퇴동맥에서 칙칙 피가 스며 나왔다. 그리고 들쑥날쑥한 뼛조각이 사람 다리가 뚝 부러진 것처럼 가상 인간의 겉모습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능연 선생?”

전국정이 온 신경을 능연에게 집중하고 그를 불렀다.

“음, 비교적 간단한 반월판 손상, 십자인대 손상, 연골 골절입니다. 연골 조각 때문에 요즘 통증이 심해진 것 같습니다.”

“간단하다고 말씀하지만, 제가 듣기엔 전혀 간단한 거 같지 않군요.”

전국정이 웃으며 대답했다.

“수술은 30분 정도 걸립니다. 지금 시작하면 점심 전엔 끝납니다.”

“하하하. 말은 쉽네요.”

전국정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웃으며 다른 의사들을 바라봤다.

영국인 월리스도 웃는 얼굴로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전국정이 멈칫했다.

“전에 의사들은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습니다만.”

분위기가 잠시 조용해졌다가 이 주임이 목을 가다듬으며 말을 꺼냈다.

“수술이니까요. 저희는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야지요. 그러면 작은 수술이 어디 있겠습니까. 간단한 수술도 없고요. 물론, 수술 기술 자체는 간단하고 복잡한 차이가 있습니다.”

전국정은 바로 말귀를 알아들었다. 의사들도 화술이 필요한 것이다. 책임 회피를 위해 일부러 어렵다고 했다는 걸.

“그러니까, 사실 더 일찍 수술했어야 했다는 건가요?”

전국정의 물음에 이 주임이 머뭇거렸다.

“수술을 미룬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요. 무슨 수술이든 위험 요소는 존재하니까요. 통계라는 건 의사들이 보는 거지요. 그러나 환자로서는 어떤 위험이든 일어나면 100% 당첨 아닙니까. 안 그렇습니까?”

전국정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능연을 바라봤다.

“일찍 수술하셨어야 합니다.”

능연의 말에 전국정이 다시 멍해졌다가 바로 웃으면서 전칠을 바라봤다.

“재미있구나.”

남 칭찬에 인색한 전국정은 감사 인사받을 준비를 하며 다시 고개를 돌렸지만, 능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음, 재미있어.”

전국정은 웃으며 다시 한번 반복하고는 이 주임과 월리스를 바라봤다.

“그럼 수술을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이번엔 이 주임이 굳었다.

진료를 볼 때, 이 주임은 전국정 같은 부류를 상대하기 어려운 환자군으로 분류한다. 사실 지금도 이미 의사에게 꼬치꼬치 따질 뿐만 아니라 진료 과정까지 참여하려고 드는 상대하기 어려운 환자였다.

다른 환자였다면 바로 되받아쳤으리라.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국정의 신분이 특수하니 아무리 상대하기 어려워도 인내심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

“관절경 수술은 일반적으로 간단한 편입니다. 검사를 좀 더 하고 수술 전 몸 상태 조절할 겁니다. 수액이나 약물 복용 같은 거 말입니다. 그리고 문제없으면, 빠르면 반나절, 느려도 이삼일 안엔 수술할 겁니다. 수술 상처도 작고 무릎 부분에 있으니 걱정하실 일은 없습니다.”

“음, 그렇군. 관절경 수술은 상처가 작은 대신에 안 좋은 점도 있다고 들었는데······.”

전국정은 여전히 망설였다. 2년이나 통증을 견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였다.

“전 선생님, 검사부터 하는 건 어떨까요?”

이 주임은 능연과 월리스를 힐끔 보고는 앞장서서 일어났다. 지금 같은 상황은 아무래도 그가 더욱 익숙하니까.

“가능하다면 비슷한 증상 환자를 몇 명 구해서 같이 수술해도 좋겠죠.”

이 주임의 말에 전국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이 주임의 모습에 전국정은 그에게 집도하라고 하고 싶었다. 그러나 입가에 맴도는 말을 삼키며 물었다.

“이 주임님은 어째서 능연이 수술하는 걸 추천하십니까?”

전국정이 왜 그렇게 묻는지 짐작한 이 주임은 고개를 돌려 능연을 바라보며 할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

“능 선생 기술이 더 좋으니까요. 관절경 수술만 해도 능 선생 수술 기록이 더 좋습니다. 수술 후 환자 예후도요.”

능연과 집도의 자리를 다툴 생각은 진작에 버렸고, 이미 내친걸음이고 열어놓은 뚜껑이라는 심정으로 대범하게 인정했다.

영국에서 온 월리스까지 능연을 추켜세우는데, 굳이 이기려는 생각은 없었다. 이겨봐야 고작 상대하기 어려운 환자에게 작은 수술하는 것뿐이라, 정말이지 다툴 생각이 없었다.

이 주임의 말에 전국정의 입가에 맴돌던 ‘집도의가 되어 달라’는 말이 쏙 들어갔다. 이 주임이 입에 발린 말은 참 잘했다. 하지만 수술 때문에 겁에 질린 환자로서는 입에 발린 소리를 듣기 위해 기술이 더 좋은 의사를 놓칠 이유가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