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릇노릇 구워진 큰 제부의 설도가 반지르르했다. 유럽사람들과 완전히 다르게 브라질 사람들은 설도를 가장 좋아했다.
육즙이 안에 갇히도록 센 불로 구워낸 설도는 고급 스테이크만큼 육즙이 더 많지 않지만, 브라질 바비큐는 육즙을 따지는 게 아니었다. 모든 고기를 좋아하는 브라질 사람은 고기를 구울 때 소의 맛을 따졌다.
소의 맛이란 사실 소의 단백질 풍미이며 근육 조직에 그 맛이 달렸다. 그리고 산지가 다른 소고기마다 맛이 달라서, 초식 사료냐 곡식 사료나 따지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제부는 지방량이 높은 품종이다. 하지만, 브라질 전국 90% 사육량을 차지할 만큼 장점도 매우 명확했다. 비건이 아니라면, 그리고 제대로 조리만 했다면 풍부한 맛과 충분한 소의 맛을 싫어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다.
브라질에서 오래 머문 전국정은 냄새만 맡고도 안절부절못할 정도였다. 병원 식당에서 유세를 부리며 이제 막 수술 세 건을 마친 능연과 일행을 열정적으로 자리로 초대했다.
당직 의사 네 명도 제부 설도를 나눠 받고는 눈빛을 빛내며 자리에 앉았다.
일반 직원은 자본주의의 공평이란 혜택을 받지 못해서 양지, 앞다리, 뒷다리 고기를 받고도 맛있게 즐겼다.
유럽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테이크와 달리 브라질 바비큐는 신선한 고기, 바로 도살한 고기, 그러니까 가장 맛이 진할 때를 우선으로 한다. 특별한 조미료도 없이 소금만 뿌려서 소고기 자체의 수백 가지 풍미로 사람 입맛을 돋운다.
특히 오늘은 정 목장의 수십만 마리 중에 고른 큰 제부로 주방장이 직접 솜씨를 발휘해서 엄선한 설도라서 입에 넣는 순간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것은 온몸의 모든 세포가 울부짖는 흥분감이었다.
육즙이 흘러나오는 고기를 입에 넣은 능연의 입가에도 견딜 수 없는 미소가 새어 나왔다.
전칠은 고기를 집어 들고 입에 넣기도 전에 그런 능연의 모습을 먼저 보고 저절로 웃음을 지었다.
“나 저번에 왔을 때도 우리 삼촌, 3등급 제부밖에 안 주셨어요.”
전칠은 그렇게 말하면서 아까 집어 든 고기를 입에 넣더니 실눈이 되어 웃음 지었다.
“작년엔 3등급 제부가 가장 적당해서 그랬지. 게다가 넌 해마다 목장에 오는데 어떻게 해마다 큰 제부를 먹이겠니.”
전국정이 웃는 얼굴로 포크를 놀렸다.
“환자는 소고기 먹으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전국정이 입에 고기를 넣으려는 참에 마연린이 갑자기 한마디 했다. 그러고는 본인 입에 고기를 밀어 넣고 미친 듯이 씹으면서 마누라가 집 떠난 첫날 커다란 침대를 차지했을 때처럼 행복해했다.
휠체어에 앉은 전국정이 멍해졌다.
“나 고기 먹으면 안 된다고?”
“수술하려면 수술 6시간 전부터 금식은 기본이죠?”
마연린은 조금 뜨끔해져서 월리스를 힐끔 봤다. 수술 전 금식은 나라마다 표준이 조금씩 달랐다. 서양 의사들은 환자를 편하게 해서 돈을 벌기 위한 관점에서 수술 전 금식 기준이 낮았다. 심지어 딱딱한 음식만 금지하고 부드러운 음식은 허용하기도 했다. 중국 의사들은 환자를 안전하게 해서 돈을 벌기 위한 관점에서 금식 기준이 매우 높았다. 6시간 전 금식은 기본이고, 몇 년 전부터 인슐린 저항을 줄이기 위해 수술 2시간 전에 맑은 음료수를 제공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마연린의 눈빛을 느낀 월리스는 그가 도와달라고 하는 걸로 여기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적으로 수술 8시간 전엔 육류와 기름진 음식을 금지하죠.”
월리스가 영국 국립 병원 출신인 구파 의사인 걸 몰랐던 마연린은 조금 난처해졌다.
전국정은 더 난처해했다. 그는 당황하고 애석해하며 눈앞에 미식을 바라보며 설도의 냄새를 맡으며 좌우를 두리번거리다가 결국 이 주임에게 물었다.
“이걸 못 먹는다고요?”
“오늘 수술하실 거면 먹으면 안 됩니다.”
이 주임의 진지한 대답에 전국정은 고민에 빠졌다.
“내일 작은 회의가 하나 있고, 모레도 일이 있고, 글피에는······.”
“글피에는 종우 받으러 가셔야 합니다.”
집사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전국정은 입술까지 달달 떨었다.
“나는 한가한 목장주인데······.”
“어르신, 큰 목장 주인이십니다.”
“하지만, 이건 큰 제부라고!”
전국정은 분통 터진 얼굴로 이 주임을 바라봤다.
“아니, 몇 조각은 괜찮지 않소?”
“한 조각도 안 됩니다. 위와 식도가 연결된 곳에, 의학적으로 분문(噴門)이라고 하는데요, 정상적인 상황에서 사람이 바로 누웠을 때 분문은 닫혀 있습니다. 그러나 전신 마취를 하면 그 문이 안 닫히거든요. 나중에 위에 남은 식물이 역류해서 폐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술 전에 물은 조금 마셔도 되지만, 딱딱한 음식은 안 됩니다. 특히 기름진 음식과 육류는요. 소화가 매우 느리거든요. 수술하는 동안 찌꺼기 남을 우려가 있습니다.”
“하지만 난 부분 마취잖소. 관절경만 하는 거 아니오?”
전국정은 자기가 맹점을 찾아냈다고 생각했다.
능연이 다시 커다란 고기를 포크로 찌르면서 느긋하게 말을 꺼냈다.
“수술 중에 위험 상황이 생기면 전신 마취 해야 합니다. 수술 전엔 그런 문제도 고려해야 하거든요.”
“위험?”
전국정이 멈칫했다.
“어떤 수술이든 위험은 있습니다. 능 선생은 만일에 대비하려는 거죠. 그렇다고 해도 수술을 안 할 게 아니라면, 드시면 안 됩니다.”
이 주임은 여전히 미소 지은 채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는 만두만 한 설도를 집어 단숨에 입에 밀어 넣었다. 입에 흐르는 육즙이 만두 육즙과 비교할 수 없었다. 그 순간 관광지의 유명한 맛집에 앉아, 망연하게 메뉴판을 보는 관광객을 바라보며 사장이 서비스한 맛있는 음식을 먹는, 돈을 신나게 번 밤놀이 가이드가 된 기분이 되었다.
신난다!
웃음이 자꾸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