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526화 (507/877)

놀러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여원은 매우 적극적으로 굴었다.

정말 지치기도 한 상태였다. 치프 레지던트 생활을 해온 1년이라는 시간을 제외하고도 능연 팀에 들어오기 전에도 여원은 풀파워로 노력하던 상태였다. 다만 그때는 외과팀 대접을 전혀 받지 못했고, 열심히 의료 서적을 읽고 논문을 읽고 논문을 쓰는 등, 에너지를 오로지 컴퓨터 앞에서만 분출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외과 의사들이 개뿔 쓸모도 없다고 여기는 기술이었다.

병원에 있는 몇 년 동안, 엄청나게 스트레스가 쌓였고 어릴 때부터 고개를 치켜들고 생활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본인의 작은 취미가 없었다면, 언제 무너졌을지 모른다.

전국정이 펼쳐놓은 큰 지도 앞에서 여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찬란한 미소를 지었다.

“산도 있고 호수도 있는 경치가 아름다운 곳을 찾아야겠어.”

여원은 손으로 얼굴을 받치고 환상에 빠졌다.

“브라질 특색은 초원이지? 말을 탈 수 있는 커다란 초원도 있고. 소 탈 수 있는 곳이 있으면 더 좋겠네. 그리고 먹는 것도 편해야 하고, 묵을 곳도 너무 후지면 안 되고. 거리는 상관없고. 비행기 내려서 차로 몇 시간 가든 상관없겠지.”

“바로 여기네요.”

마연린이 하는 말에 여원이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전국정의 저택은 산도 있고 물도 있고, 큰 목장인 데다가 경마장에 비행장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여원이 상상한 곳보다 훨씬 완벽했다.

전국정 역시 헤헤 웃으며 말을 꺼냈다.

“여 선생 생각이 애초에 내 생각이랑 비슷하구만. 내가 바로 그런 판단 기준으로 이 목장을 사들이고 또 집도 지었지.”

그때까지 멍하니 있던 여원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여기서 놀 수밖에 없다는 거네요?”

지금 여원에게는 비행기를 타고 놀러 가는 게 더 중요했다. 게다가 전용기란 말이다!

전국정은 희한한 환자였지만, 인간관계에 능숙한 사회인이라 여원의 표정을 힐끔 보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여 선생 마음은 잘 알아요. 아까 말한 건 기본 조건이고, 기본적으로는 여행 기분을 내고 싶다는 거죠? 그렇지요?”

“네네.”

여원이 시원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처럼 놀러 나온 건데, 미친 듯이 놀고 싶은 마음이 컸다.

“여 선생이 바라는 거랑 내가 바라는 게 비슷하니 차라리 이럽시다. 일단 내가 가지고 있는 곳들을 먼저 보고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거기서 놀다가 또 다른 곳으로 가시죠. 꼭 한곳에 머물 필요 없이 말입니다. 마음에 드는 곳 없으면 다른 적당한 곳이 없는지 또 찾아보면 되지요.”

전국정은 말을 마친 다음 바로 집사에게 지시했다.

“비행 팀도 불러와. 어디로 놀러 갈지 다 같이 고민하면서 그 김에 비행 계획도 짜고.”

“지금은 1호기 팀밖에 없습니다.”

집사가 말한 1호기 팀이란 능연이 타고 온 전국정 전용 새 전용기였다. 지금은 임무가 없어서 비행기는 비행고에 있고 비행팀은 쉬고 있었다. 여원 등이 타고 온 다른 전용기는 이런저런 목장과 회사 업무가 있어서 벌써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전국정은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서 상의하게. 어차피 나는 놀러도 못 가는데. 능 선생, 나는 놀러 못 가는 거 맞지?”

전국정은 ‘올곧은’ 능 선생이 다른 대답을 해주길 바라면서 눈을 반짝거리며 능연을 바라봤다.

그러나 능연은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안 됩니다. 며칠 동안 침대에서 푹 쉬는 게 좋고요. 그다음에 재활 상황을 봐야 합니다.”

전국정은 할 수 없다는 듯 입을 삐쭉이다가 여원이 지도 위에 엎드려서 이곳저곳 살피는 것을 보고는 집사에게 지시를 내렸다.

“4 제부 데리고 나오게, 한 번 보게.”

“4 제부는 아직 다 자라지 않았습니다.”

“그냥 보겠다는 걸세. 내가 뭘 어쩐다고.”

집사는 의심하는 눈빛으로 전국정을 바라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금고 열어서 보기만 하고 닫는 도둑이 어디 있습니까.”

“난 무릎 환자일세. 고기도 많이 못 먹는 상태고. 그냥 4 제부 좀 보고 격려해주고 싶은 걸세.”

전국정은 진지하게 해명했고 그의 무릎을 살핀 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끌고 오라고 하지요. 마침 산책 시간입니다.”

“지도에 여러 가지 색은 무슨 뜻인가요?”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길 기다린 여원이 벽에 붙은 지도를 가리켜 물었다. 드디어 제대로 된 질문을 들은 집사가 냉큼 고개를 돌리며 웃어 보였다.

“파란색은 산업체입니다. 목장이나 농장, 그리고 공장이 있는 곳이죠.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진한파랑은 가족 소유고요, 하늘색은 전국정 선생 것이거나 지분율이 높은 곳이고요, 남색은 다른 가족 구성원 소유입니다. 예를 들어 여기, 여기는 전칠 아가씨 것이죠. 전국정 선생이 전칠 아가씨 18살 생일 선물로 준 것이었습니다.”

“목장이 선물이라고요?”

여원이 눈을 끔뻑였다.

“그리고 부속 설비와 소 10만 마리도요. 지금은 가족이 관리하고 있죠. 안에 아름다운 호수도 있고, 호수에 물고기도 많습니다. 아, 앞에 산도 하나 있죠. 버섯이 나는 작은 산이긴 하지만, 사냥도 할 수 있고 꽤 재미있을 겁니다.”

“야생 동물도 있군요.”

집사가 미소 지으며 하는 말에 여원은 저도 모르게 지난번에 국가 야생 동물원에 갔었던 경험을 떠올렸다. 그녀는 완전히 휴가 모드에 빠져들어 갔지만, 바로 결정은 내리지 않고 냉큼 다른 질문을 했다.

“녹색이랑 빨간색은요?”

“녹색은 전국정 선생 기금회 관련 항목입니다. 주로 환경 보호 방면의 일을 하죠. 빨간색은 국정 자선 병원 소재지고요.”

“병원이 10개나 된다고요?”

여원이 놀라서 물었다.

“대부분 진료소 수준의 작은 병원이지요. 이쪽엔 땅이 넓고 사람이 별로 없어서 큰 병원은 커버를 못 해요. 작은 병원부터 시작해서 나중에 슬슬 넓힐 생각입니다.”

여원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능연을 바라보았다.

“아니면 병원 있는 곳으로 갈까? 능 선생이 좋아할 텐데.”

“전 안 가요.”

아마존 평원 위치에서 손가락을 왔다 갔다 하는 여원의 모습을 본 능연은 벌써 흥미를 잃었다.

병원 수술실이 질서의 전형적인 곳이라면, 아마존 같은 원시 산림은 무질서의 전형이었다. 그런 원시 산림에서 모험하길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능연은 차라리 수술실에서 용사들의 귀환을 기다렸다가 그들의 수술을 하길 바랐다.

능연이 결정을 내리니 여원의 선택의 여지가 더 많아졌다.

여원은 재빨리 파란 점 하나를 찍었다.

“그럼 우리 아마존에 가서 야생 동물 구경하는 게 어때요?”

“좋습니다. 아마존은 면적이 매우 넓지요. 사실 이쪽도 다 아마존입니다.”

집사가 아무렇지 않게 백만 제곱미터 정도 되는 토지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때 여원이 마연린을 바라보며 물었다.

“넌 어쩔래? 여기 있을 거야? 아니면 아마존 갈래?”

마연린은 여원 한 번, 능연 한 번, 바라보며 병원이냐 개똥이냐 사이에서 미친 듯이 갈등했다.

전용기가 꼬리를 몇 번 흔들고는 고개를 치켜들고 재빠르게 속도를 올려 순식간에 길고 긴 흰 꼬리만 남기고 사라졌다.

손을 흔들던 집사가 마지막에 꽁지를 만 마연린을 향해 물었다.

“마 선생, 결정하신 겁니까? 아마존은 유명한 원시 산림입니다. 가서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을 텐데요. 이번에 안 가면 언제 또 기회가 오겠습니까. 후회하시면 지금이라도 말씀하세요. 지금이라면 비행기 돌릴 수 있습니다.”

그러자 마연린이 고개를 흔들었다.

“여기 농장 사람들도 그다지 내켜 하는 거 같지 않던데요. 가이드도 우물쭈물하던데, 제가 왜요. 그리고 저랑 여 선생님은 목적이 달라요.”

“이 주임, 월리스 선생처럼 나이 많은 분도 다 같이 가셨는걸요.”

“뭘 몰라서 그래요. 울면서 돌아올 겁니다.”

마연린이 입을 내밀었다.

“음, 여 선생이 가고 싶어 하는 곳이 좀 구석지긴 하죠.”

마연린이 정말로 가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걸 알아챈 집사는 껄껄 웃으며 마연린을 데리고 돌아갔다.

하지만 결정을 내린 마연린의 얼굴엔 여전히 갈등이 가득했다.

집사의 말대로, 아마존은 유명한 곳이고 한 바퀴 돌아보는 건 상당히 괜찮은 경험이 되리라. 중국에서 온 이 주임이나 영국에서 온 월리스, 브랜든이 바로 가겠다고 한 이유도 그런 이유였다.

그러나 여원과 함께 아마존에 간다? 그것도 여원의 루트대로?

마연린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리고 정 목장은 정말로 좋은 곳이었다. 정 목장에서 며칠 놀면서 먹고 마시고, 쉬고, 게다가 예쁜 메이드가 곁에서 정성껏 시중들 텐데, 마연린으로서는 그게 더 재미있는 일이었다.

마연린은 생각할수록 자신의 결정이 옳다고 느꼈고, 저택 메인 건물로 돌아갔을 때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여원 혼자 원시 산림에 가서 소장품을 모으라지. 가고 싶은 사람은 가고, 나는 여기서 편안하게 누워있을래.

“마 선생님.”

메이드 복장을 한 여자가 건물 아래에서 기다리다가 자동차가 다가가자 웃는 얼굴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능 선생은요?”

마연린도 싱글벙글 물었다.

“경마장에 가셨습니다. 가시기 전에 아침, 점심, 저녁 회진 잘하라고 당부하고 가셨어요.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하시래요.”

마연린은 습관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그러니까, 회진은 다 나한테 맡긴다는 거야?”

“그런 것 같군요.”

집사가 미소 지은 채 마연린을 바라봤다.

“제가 알기로는 회진이란 도둑질 할 때 망보는 거랑 같은 거 같은데요. 질환이 몰래몰래, 아니면 당당하게 나타나는지 상태를 관찰하다가, 발견되면 사람들에게 알려서 예방책대로 물리치거나 저항하는 거 아닌가요? 예방 대책이 있는 거 맞지요?”

“음······. 가이드요?”

“그럼 됐습니다.”

집사는 한숨 돌린 듯 마연린을 향해 다시 미소 지었다.

“그럼 망 잘 보세요. 국정 선생은 다치면 안 되는 보물이랍니다.”

“예, 알겠습니다.”

마연린은 일단 대답하고 생각에 잠겼다. 하루에 세 번 회진이라니. 환자가 하나뿐이지만, 그 환자는 몹시 희한한 환자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하루에 2시간은 손해 보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다시 생각해 보니, 능연이 경마장에 간 게 다행이었다. 그가 병원으로 가서 온종일 틀어 박혀있다면, 하루에 2시간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져서 상태도 회복됐고 인생 항로도 새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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