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마취됐겠죠?”
통역을 맡은 세리나가 걱정을 말로 다 할 수 없는 표정으로 나지막이 물었다.
능연은 가볍게 대답하고는 바로 시작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환자를 관찰했다.
“최대한 짧은 시간 내에 최대한 적은 움직임으로 환자 상처 처리할 겁니다. 생명 유지를 목표로요.”
그는 가능한 한 명확하게 설명했다. 수술실에 인력이 부족하고 조수들의 경험은 더욱 부족했다. 사실, 조수랄 것도 없이 간호사 하나와 손 소독한 통역뿐이라, 진행하면서 가르치기까지 해야 했다.
능연 본인이야 극한에 도전하는 걸 개의치 않았지만, 환자는 그런 도전을 원하지 않으리란 걸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수술을 끝내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다음 환자 구조에도 불리한 요인이 된다.
그래서 능연은 비록 본능적으로는 수술을 끝내고 싶었지만, 머릿속에 ‘선 구명, 후 치료!’라고 외치는 곽종군의 고함이 들렸다.
운화병원 응급센터에 오래 있었던 만큼, 능연도 곽종군의 이념에 매우 동의했다.
능연은 살며시 환자를 건드려 보고는 모니터링 기기에 수치를 살피면서 환자의 마취 정도를 판단했다.
“수술 중엔 환자의 소변량도 체크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출혈량과 이리게이션 양도 피드백 해주세요.”
“정상치는 얼마인가요?”
세리나는 본인이 그 작업을 할 생각이었다.
“환자의 체중에 따라 다릅니다. 킬로 당 시간 정상 소변량은 1mL일 겁니다. 그러나 다른 요인 영향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러니 수치만 보고하면 됩니다. 문제는 소변량 감소입니다. 늘어나는 건 일반적으로 문제가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세리나는 곧 고개를 숙이고 간호사에게 몇 가지 묻고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때 능연은 건어포 뒤집듯 환자를 건드리고 있었다.
환자의 상처에서 아직 피가 흐르는 걸 본 세리나는 저도 모르게 의사가 된 듯 물었다.
“능 선생님, 아직 시작 안 해요?”
“조금만 더 기다리죠.”
“왜요?”
“마취 상태를 확인하려고요.”
능연의 대답에 세리나는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의문 가득한 듯 다시 물었다.
“마취 상태요?”
“음. 충분히 마취가 안 되면 수술 중에 각성할 수 있습니다.”
능연은 가볍게 대답했지만 사실 외과 수술 중에 가장 끔찍한 일을 묘사하고 있었다.
소위 수술 중 각성이란, 전신 마취 수술 중에 환자가 깨어나는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본인의 몸에 칼을 대고 있는데 깨어난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나 가장 끔찍한 건 이게 아니다. 가장 끔찍한 건, 환자에게 수술 중 각성이 일어났다고 해도, 근육 이완제 같은 약품을 사용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도, 어떤 방법으로도 표현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수술 중 각성이 생기면, 환자의 의식은 깨어있고, 통증은 느끼는데 말은 할 수 없고 고개도 흔들 수 없고, 심지어 근육을 움직여서 저항할 수도 없다.
이것도 끔찍하지 않다고? 그렇다면 수술 중 각성의 정말로 공포스러운 점은 수술 중 각성으로 깨어난 환자는 대부분 자신에게 수술 중 각성이 발생했다는 것을 모른다는 점이다.
마취제를 사용했기 때문에, 자고 일어난 환자는 한두 시간 전에 자신이 겪은 지옥 같은 고통을 다 잊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술 중 각성 자체는 피하기 어려운 것이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고 마취약을 무제한으로 쓸 수 없다.
처음 마취 약물을 사용하는 능연으로서는 더욱 컨트롤 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그래서 능연은 조금 더 시간을 들여 관찰해야 했고, 동시에 수술 시간도 어떻게든 줄여야만 했다.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백익무해한 방법이었다.
수술실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
곧이어 능연이 그제야 메스를 꺼내 들고 재빨리 환자의 복부 상처를 그었다.
“장 손상.”
한마디 내뱉은 능연은 상처를 세척하고 봉합한 후, 이어서 항생제를 주입한 후 드레인 튜브를 넣고 배를 닫기 시작했다.
완전한 폐복도 아니고 그저 단순 봉합으로 배가 열려 있는 상태를 피한 것이다.
이런 방식은 능연에게도 사실 처음 하는 도전이었다.
“이제 어깨 처리합니다.”
능연은 한마디 설명한 후, 환자의 자세를 바꾸기 시작했다.
장과 어깨, 사실 모두 능연의 기술 적용 범위가 아니었다. 그러나 단순 상처 처리라면 어느 부위든 차이가 크진 않다. 특히 응급의학과 처리는 원래 조잡한 편이고.
능연 역시 지금은 세밀함을 추구할 새도 없이 일반 응급의학과 레지던트처럼 안절부절못하며 본인이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수술을 진행했다.
합병증을 피할 길은 없을 것이다. 같은 환자라도 큰 병원에서 응급 처리를 하거나 전문 병원에서 수술하거나 하면 입원 기간 등등 명확한 차이가 난다. 지금 같은 조건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눈앞의 환자는 사실 재수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재수 없으면 수술을 더 할 수도 있다. 다만, 살아남을 수는 있다.
능연은 초짜처럼 어색한 동작으로 어깨를 열어 복위를 시도했다.
이번엔 쓸 만한 보조 스킬이 없고 상급 의사의 지도도 없어서 능연 본인의 경험, 그리고 지금 가진 지식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느릿느릿 움직였지만, 동작은 그래도 노련한 편이었다.
어쨌든 그가 정통한 정형외과 수술이었고, 이런 류의 수술은 접한 적 없다고 해도 정형외과 수술의 난도는 간이나 췌장류처럼 그렇게까지 복잡하지 않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이 수술을 어떻게든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냥 뒀다가는 환자의 어깨 통증이 점점 심해질 것이고, 진통제가 모자라는 이런 상황에서 환자가 고통으로 목이 나갈지도 모른다.
다행히 능연은 콜리스 골절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랜드마스터급 콜리스 골절이라 해부 복위 기술은 그에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의 상체 해부 경험도 엄청나게 많았다. 시스템에서 3,000회 이상을 받았고, 본인이 수술로 누적한 것도 적지 않았다.
그저 수술 진입로와 스텝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지, 일반 의사와 비교하면 능연이 어깨 해부 형태를 더 깊게 이해하고 있었다.
개방식 수술이든, 내시경 수술이든 근본을 따지면 소라 안에 도장을 세우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의사들은 최소한의 상처를 남기면서 환자를 치료해야만 했다. 그러니 의사가 편한 대로 절개구를 열지는 못하고, 중요한 신경 혈관 그리고 근육을 피하고 수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곳을 찾아야만 한다.
수술 진입로란 바로 그런 위치와 경로고 일반적으로 한 가지 수술 진입로는 대를 이어 내려온 임상의들이 한 해, 한 해 경험으로 개선해 온 것이다. 경험이 없는 의사는 그런 진입로를 외우는 것 외에 기본적으로 다른 방법이 없다.
새로운 진입로를 만든다는 건, 10년 정도 경험이 없는 임상의로서는 꿈같은 이야기다. 물론, 대다수 의사는 2, 30년이라는 시간이 걸려도 고작 대중화된 진입로만 겨우 기억할 뿐이다.
능연은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라, 느릿느릿 기억을 되살리며 따라 하면서 드디어 어깨 부분 골절 처리를 끝냈다. 이마에 그렇게 많은 땀을 흘린 것도 이번이 두 번째였다.
“세리나, 땀 좀 닦아줘요. 다먼, 드레싱은 당신이 하고요.”
능연은 간호사를 불러 상처 드레싱을 넘겼고 세리나와 간호사는 가슴 아픈 듯 능연을 보며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땀을 이렇게나 많이 흘리다니. 너무 힘드셨죠. 사실 그냥 어깨일 뿐인데, 뭘 이렇게 힘들게······. 아, 제 말은 뒤에도 환자가 많다는 말이에요.”
능연의 땀을 닦아 주며 세리나가 저도 모르게 그렇게 말했다.
“음, 하나를 잘 끝내야 다음도 의미가 있죠.”
“능 선생님이 계시다니. 홍수가 났어도 다들 행운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세리나는 그의 땀을 꼼꼼히 닦아 주고는 아쉬운 듯 손을 내렸다.
병원의 회복실은 아직 쓸 만해서 능연은 세리나와 함께 환자를 밀고 들어갔다.
운화병원 응급센터 회복실보다 국정 자선 병원 회복실이 더 넓었다. 건설 목적이 달라서 그렇기도 했고, 브라질은 땅이 넓고 사람이 없어서이기도 했다.
의사가 몇십 명뿐인 국정 자선 병원 면적은 의사가 수천 명인 운화병원과 거의 비슷했다.
능연은 주변을 둘러보고는 약품 선반의 약품도 검사한 다음 세리나를 불렀다.
“밖에 나가서 환자 보호자에게 알리세요. 수술 순조로웠다고. 나는 여기서 환자가 깨길 기다릴게요. 환자가 마취 상태에서 깨어나면 위험할 수도 있어요. 마취의가 없으니까, 제가 여기서 케어하죠.”
능연이 보기 드물게 말을 길게 한 것도 세리나가 자신의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들을까 봐서였다. 정상이었다면 좌자전 같은 레지던트가 함께 있었겠지만, 지금은 의학을 모르는 세리나밖에 없으니 길게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능연보다 훨씬 눈앞의 상황이 걱정되는 세리나는 더욱 열심히 들었다. 지금도 충분히 고립된 상태인데, 여기서 환자 보호자가 불만까지 터트린다면 현장 질서가 언제든 무너질 수 있었다.
환자의 상태를 보니 능연더러 직접 나가서 이야기하라고 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능연이 나선다고 해도 어차피 자신을 통해 통역해야 했다.
“알겠어요. 수술이 순조로웠고, 의사가 환자를 케어하고 있다고 할게요.”
세리나가 자신이 할 말을 한 번 반복하자 능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먼 혼자 수술실 정리를 할 수 없을 거예요. 도와줄 사람이 있는지도 물어봐요.”
“자원봉사자들 부르면 될 거 같아요.”
“다먼한테 물어보고, 알아서 가르치라고 해요.”
수술실을 깨끗하게 정리하지 못하면 골치 아픈 일이 일어난다. 지금 상황으로는 환자의 전염병 검사를 미리 할 수 없어서 조금만 잘못하면 심각한 원내 감염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세리나는 더욱 긴장했지만, 정 목장의 직원이라 지금 여기서 도망갈 수도 없었다. 그래서 세리나는 다급하게 다먼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밖으로 나가 조심스럽게 환자 보호자와 소통했다.
능연은 회복실에 서서 환자를 관찰하면서 생각에 잠겼다.
이제 막 전신 마취를 끝낸 환자는 허약하고 위험했다. 조금 전에 수술까지 했으니 최고 위급한 순간이었다. 이럴 때 중국 병원은 보통 주치의급 한 명, 적어도 선임 주치의를 배치해서 케어한다.
마연린은 그때 로비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었으니 능연이 직접 환자를 케어해야 했다.
그가 지금 가진 마스터급 마취 케어 조합은 마취 자체에 별 효과가 없지만, 후속 케어에는 오히려 효과를 발휘했다.
능연도 새 스킬을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그냥 조용히 환자를 지켜봤다. 모니터링 기기에 나타난 환자 수치는 안정적이었고, 능연이 나설 일은 없었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그렇게 15분 정도 흐른 후, 환자에게 별다른 증상이 없자 능연은 살며시 안도하고는 좌우를 두리번거리면서 약품 선반으로 다가가 약품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수술실 정리할 시간도 필요하고 해서, 능연은 다음 사람들이 사용하기 편하도록 묵묵히 약품을 세 종류로 분류했다.
우선 상비약과 마취 경험이 없어도 쓰기 좋은 약을 먼저 골라내고, 두 번째는 마취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 사용할 약을 골랐다. 그리고 세 번째는 문제가 생길 수 있으나 그래도 쓰일지도 모르는 약을 골랐다.
그러니 원래 정리된 것보다 비전문가가 보기에도 훨씬 알기 쉽게 정리되었다.
30분 후, 세리나가 수술실 정리가 끝났다고 알리러 왔고 능연은 거의 정리된 약품을 내려놓았다.
“마연린은 뭐 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중상 환자 골라서 수술실에 보낸 다음 회복실로 와서 저랑 교대하라고 해줘요.”
세리나는 대답하고는 바로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에 마연린이 고민 가득한 얼굴로 회복실로 들어왔다.
“능 선생, 환자가 너무 많아. 이러다가 일 나겠어.”
회복실로 온 마연린은 속이 끓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혼자 로비에서 환자 처리하느라 허둥지둥했지만, 능력 부족으로 경상 환자만 처리할 수 있었기에 무력감과 초조함으로 마음이 영 불편했다.
그러나 운화병원 응급센터 생활에 익숙한 능연은 담담했다.
“무슨 일이 나겠어요.”
“사람 죽겠다고!”
마연린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운화병원에 있을 때는 보통 누군가의 뒤에 그림자처럼 서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혼자 나설 기회가 생겼는데 자신이 환자를 구할 능력이 없다는 걸 발견하고 멘탈이 조금 무너진 상태였다.
많은 구조 현장에 참여했었던 능연은 그저 마연린을 힐끔 볼 뿐이었다.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우리가 실수를 덜 하면 환자가 살아날 확률이 높습니다.”
태연한 능연의 모습에 마연린은 어이가 없어졌다.
“그게 그렇게 쉽냐······.”
능연이 조용히 마연린을 바라봤다.
“정말 그렇게 쉽다고? 사람 안 죽을까?”
“우리가 실수를 많이 하면 죽겠죠. 그리고 환자가 너무 많고, 의사가 적고, 환자의 상태가 심각해도 죽을 수 있고요.”
조심스럽게 묻던 마연린은 능연의 대답에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그럼 어떡해.”
“최선을 다해야죠. 일단 눈앞의 환자를 살려요.”
능연은 기술이나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지 설명할 생각 없다는 듯, 대답해 주고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수술실에 갑니다. 선생님이 지키고 있다가 환자가 깨면 병실로 보내세요.”
“아······. 응, 알았어. 얼마나 기다려? 내 말은, 밖에 나가서 돕고 싶어요.”
“한참 걸릴 거예요. 아까 약을 좀 많이 썼거든요. 신경 좀 쓰셔야 해요.”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회복실에서 나갔다.
마연린은 걱정스러운 듯 ‘신경 좀 써야 한다’라는 말을 곱씹었다.
능연은 묵묵히 마취 계량과 방식에 대해 고민했다.
지금은 도울 사람도 없고, 언제 지원이 올지도 몰라서, 능연은 특별히 진지해야만 했다.
문제가 생겼다가는 당분간 도움을 받지 못할 테니까. 그렇게 되면 더욱 막막해지는 건 환자였고, 그것 때문에 생명을 잃을지도 모른다.
강렬한 책임감 그리고 마취에서 수술까지 스스로 해냈다는 느낌에 능연은 적잖게 흥분했다.
자부심이 넘치는 외과의로서 홀로 수술을 끝냈다는 사실 자체가 더할 나위 없이 통쾌한 일이었고, 심지어 꿈에서 그리는 광경이었다.
창밖의 비는 점점 거세졌고, 빠져나갈 기회는 점점 줄어들었다. 심지어 보급을 받을 기회도 점점 멀어졌다.
환자와 환자 보호자 모두 의기소침해졌다. 의사 두 명뿐인 병원이라니, 환자와 환자 보호자가 바라는 병원 모습은 절대 아니었다.
능연은 그런 모습을 평온하게 바라봤다.
본래부터 능연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관심도 없고. 그가 아는 건, 어떻게 환자의 목숨을 살릴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최대한 치료할 것인가 뿐이었다.
능연은 연달아 수술을 한 건, 한 건 해나갔다.
수술실 구성원의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수술실이 점점 활발하게 돌아가고 환자 교대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그리고 능연도 점점 수월하게 마취를 해냈다.
마연린은 서서히, 자기가 회복실에 묶여 있는 사이 로비에서 울려 퍼지던 심각한 신음과 도움을 요청하던 목소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