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533화 (514/877)

보토 시 현장 책임자 호세오는 초조하고 안달 내며 기다리고 있었다.

위성 전화가 울렸다.

상황을 해결할 만한 쓸 만한 사람이 수하에 없어서 지금 유일하게 믿을 건 그 용병뿐이었다. 물론, 수하에 사람이 적은 건 아니었다. 다만, 개뿔 쓸모가 없을 뿐.

이런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기자를 제외하고는 다들 앉아서 비가 그치기만 기다린다. 헬리콥터로 현장에 향하는 건 적어도 큰 비가 그친 다음에 움직이려고 한다.

용병처럼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재난 현장으로 가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들 용병 페이를 받는 것도 아니고 그저 공무원 월급을 받으니 말이다.

호세오 역시 그런 것에 달리 어쩔 도리가 없었다. 몇 년 전에 일어난 물난리, 십몇 년 전에 일어난 물난리, 몇십 년 전에 일어난 물난리, 모두 그런 식으로 했다. 이번에 전국정 등이 휘말린 게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초조해하지도 않을 것이다.

“보스, 차를 찾았습니다.”

위성 전화에서 부하의 목소리가 들리자, 호세오는 멈칫했다가 실망한 듯 외쳤다.

“차 찾는 전화를 뭐하러 위성 전화로 해! 세금 절약 좀 하라고”

“아, 네. 그럼 전화로 하겠습니다.”

상대가 바로 위성 전화를 끊자, 호세오는 멈칫했다가 가지보다 더 큰 위성 전화를 들고 더 크게 고함쳤다.

“이야기를 끝내고 끊으면 되잖아!!”

아직 욕이 다 끝나기도 전에 책상 위의 전화기가 울렸고, 손에 든 위성 전화도 다시 울렸다.

호센오는 위성 전화를 먼저 받았다.

“쿠파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용병 대장의 목소리가 위성 전화에서 들렸다.

“상황이 어떤가?”

호세오가 정신을 확 차리고 다급하게 물었다.

“10분 후에 접근합니다. 쿠파 마을의 상태는······.”

용병 대장은 주로 임무 진도를 설명하면서 어쩌고저쩌고 길게 말을 늘어놓았다. 나중에 무슨 사고가 생겨서 임무를 전부 완수하지 못할 때도 지금 보고한 임무 완성도에 따라 돈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들로서는 기본 임무만 완수해도 긴 시간 떠벌릴 만한 일이었다.

호세오는 그를 격려 몇 마디 하고는 위성 전화를 끊으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고, 콧노래도 흘러나왔다.

그로서는 쿠파 마을만 지키면 그만이었고, 병원은 무슨 일이 생기든 별 상관없었다.

물론, 사람 몇 더 구할 수 있으면 좋고.

호세오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창가로 다가가 창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번에 전국정을 구해내면 선거에 나갈 수 있으리라.

한참이 지나도 위성 전화는 줄곧 다시 울리지 않았다.

호세오는 손을 휙 치켜들어 손목 시계를 보며 미간을 좁혔다.

“30분이나 다 되어가는데.”

부하가 곁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님이 멍때린 지 확실히 30분은 됐다’고 생각하며 내심 감탄했다.

“용병들은 어떻게 됐지? 현장에 도착했나?”

호세오가 그렇게 묻는 중에 위성 전화가 다시 울렸다.

“보스, 국정 자선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대장이 ‘국정’에 힘을 주어 보고했다.

“어떻게 됐나? 그 중국 의사 찾았나?”

“찾았습니다. 그자가 뭘 하고 있는지 상상도 못 하실 겁니다.”

대장이 감탄하는 말에 호세오가 철렁했다. 재난 구역의 병원에서 백 명 넘는 환자와 보호자를 마주한 의사가 무슨 결정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이미 비참한 스토리를 상상하고 있었다.

다행히 대장은 호세오가 그런 대답을 하기 전에 먼저 대답했다.

“고기를 굽고 있습니다.”

“뭘······ 굽는다고?”

“소고기요. 도망가던 소들을 찾아냈답니다. 그리고 연료도요. 바비큐가 아주 맛있게 잘 됐습니다. 환자 보호자 중에 셰프가 있었어요. 그리고 바비큐 집에서 근무했던 사람도 몇 명 있고. 공짜 바비큐 파티를 열었습니다. 음, 술이 없는 것만 빼고는 모든 게 완벽합니다.”

대장은 그제야 자신이 전달한 정보가 부족했음을 느끼고 다급하게 덧붙였다.

“그 중국 의사는 수술 중입니다. 아주 건강합니다. 병원도 잘 운영하고 있고요. 이제 발전기로 전기를 돌릴 예정이랍니다.”

호세오는 전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죽은 사람은 없나? 지금까지 살아남은 사람이 얼마나 되나?”

“죽은 사람이 없습니다. 적어도 요 며칠은 없습니다. 모든 환자 그리고 보호자, 그리고 피난 온 사람들 모두 무사합니다.”

대장은 고기를 씹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홍수 속에 하루 고생하다가 깨끗한 식당에 앉아 맛있는 고기를 먹고 있으니 천국에 있는 기분도 들었다.

“입맛에 맞으시면 많이 드세요.”

식당 메인 주방장이 친절하게 커다란 우둔살을 내밀며 물었다.

“가지고 오신 위성 전화 빌릴 수 있을까요? 집에 전화하고 싶네요.”

“나도요.”

“위성 전화 가지고 와주셔서 감사해요. 유일한 걱정이 통신 수단이었는데.”

식당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몰려와 입에 발린 소리를 했다.

용병인 그는 사실 사람들의 주목받는 일이 드물었다. 특히 좋은 쪽으로. 허영심이 지극히 만족되자 독학으로 익힌 겸손한 척 허세 떠는 법을 사용했다.

“아이고, 감사는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다들 저 중국 의사분에게 감사해야지요. 저분이 병원을 지켰군요.”

“능연 선생은 감사 인사가 필요치 않아요. 저분은 성자입니다.”

“맞습니다. 능연 선생님은 우리를 지도해 주고, 구원해 주고, 질서를 지키도록 알려 주셨지요.”

“능연 선생님을 만난 건 이번 생에 가장 행복한 일입니다.”

사람들은 하나 같이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메인 주방장이 그제야 고개를 돌려 대장을 향해 웃어 보였다.

“능연 선생님이 수술을 마친 후에 여러분을 만날 겁니다. 여러분이 해주신 일에 감사드려요. 여러분은 인류의 아름다운 품성을 보여주셨습니다.”

“······처, 천만에요.”

대장은 잠시 침묵하다가 겨우 대답했다.

“고기 좀 더 드시죠.”

메인 주방장이 용병들을 대접하면서 묻기 시작했다.

“다들 브라질 사람이죠? 어느 주에서 왔습니까? 뭐, 어느 주에서 왔든 다들 우둔살을 제일 좋아하겠죠. 자자, 어서 드십시다. 이건 국정 목장 소랍니다.”

“저는 리우 사람입니다.”

대장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그렇게 대답하고는 어쩐지 적응하기 힘들다는 듯 말을 이었다.

“요즘은 외국에 있는 일이 많아서 브라질 사람의 열정적인 모습이 조금 어색하군요.”

“삼바의 민족 아닙니까. 언제나 즐겁지요. 하하하.”

메인 주방장의 웃음이 식당 안에 환호성을 불러일으켰다.

대장은 리우에 있는 가정식 식당에 있다고 착각할 지경이었다.

아무리 봐도 이곳은 홍수와 호우에 가로막힌 곳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의 대원은 더욱 적응하지 못했다.

솔직히 아프칸에 물자 전달하러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곳은 익숙한 모습이기나 하지, 여기처럼 단체 파티라도 열린 모습은 아닐 테니 말이다.

그러나 생각은 생각일 뿐, 대원들의 고기 먹는 손놀림은 전혀 느리지 않았다.

“결정했어. 이번에 돌아가면 요트 말고 바를 하나 골라서 묵으면서 매일 우둔살 먹어야겠어. 그리고 바에서 여자 하나 꼬시고.”

대원 중에 유일한 포르투갈 후예인 실바는 스페인 태생으로 영국에서 공부한 다음 브라질에 정착했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바로 브라질 바비큐였다. 그러니 지금은 더욱 입가가 기름이 번지르르하도록 신나게 고개를 뜯으며 자신의 결정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대장은 껄껄 웃으면서 무시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바비큐 가게를 고르는 게 나을 거다.”

“바비큐 가게가 고기가 더 맛있어서요? 괜찮아요. 바비큐 가게 하나 골라서 매일 바에 음식을 보내라고 하면 되죠. 이번 임무 끝나면 제대로 즐길 거야.”

실바가 중얼댔다.

“내 말은 네가 바에 있어도 별 볼 일 없을 거란 얘기다.”

대장은 입안에 고기를 꿀꺽 삼키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능 선생이라는 사람은 고기 안 먹나? 우둔살 좀 남겨 둬야 하지 않을까요?”

“능 선생님은 갈빗살을 더 좋아하더라고요. 벌써 남겨 두었고요.”

메인 주방장이 존경하는 표정을 짓자 대장은 저도 모르게 입을 삐죽이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가장 좋은 고기를 손님한테 남겨 줄 줄 알았더니.”

“손님이 더 올 줄은 몰랐죠.”

담담한 주방장의 목소리에 조금 우울한 느낌이 흘렀다. 대장은 멍해졌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가 왔잖습니까.”

“그건 그래요. 감사할 일이죠.”

주방장이 고기를 치켜들었다.

“이럴 땐 술 한잔 해야 하는데.”

“능 선생님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알겠습니다.”

대장도 능 선생의 권위를 깰 생각은 없었다. 낯선 곳에서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고, 그들도 이 질서가 유지되길 바랐다. 그렇게 조용히 며칠 지내다가 신나게 돈 받아서 집에 가면 얼마나 행복하냔 말이다.

식사를 마친 대장은 시간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능 선생 수술도 끝났겠죠? 만나 보고 싶습니다.”

“제가 모시고 가지요.”

주방장이 칼을 내려놓고 친절하게 길을 이끌었다. 대장이 눈짓하자, 대원들은 냉큼 총을 쥐고는 전투 대열로 서서 식당에서 나갔다.

아까도 식당을 점거하고 상황을 파악할 생각이었다. 물론, 그건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야기다. 지금 용병들의 반응은 스트레스 반응일 뿐이었다.

어쨌든 교통이 끊긴 곳에서 매사 조심하는 건 당연하지만, 또 한편으로 용병들 역시 병원 상황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물자가 부족한 고립된 곳에 몇백 명이 모여있고, 그중에 백 명 넘는 환자가 있는데 며칠 동안 한 사람의 사망자도 없다니.

대장은 이런저런 추측을 하며 로비로 향했다.

그때 2층 큰 로비에 하얀 가운 입은 능연이 허리를 굽힌 채 환자를 진찰하고 있었다.

국정 자선 병원은 원래 완벽한 진료 제도가 있어서 환자와 의사들은 완전히 사적인 공간에서 진료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능연은 로비에서 진료하기로 했다.

물론 그것이 중국인의 습관에 더 부합하기도 했다. 환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야 의사들의 성취감과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는 만족감이 더 강했다.

그와 동시에 기다리는 환자들도 더욱 안심했다.

의사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기다리는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능 선생.”

대장이 인사했다. 아까 들어왔을 때, 수술실에서 이미 능연을 봤었다. 비록 바로 쫓겨나긴 했지만.

능연은 고개를 돌려 용병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위성 전화 가지고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침 필요했어요.”

“감사는요, 저희가 할 일입니다.”

세리나의 통역을 들은 대장은 바로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들의 이번 임무 목적이 바로 이 의사를 보호하는 것이니 당연히 태도를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길은 뚫렸나요? 물자 들어 올 수 있고요?”

능연이 가장 신경 쓰는 일이었다.

국정 자선 병원은 겉보기에 규모가 크고 면적이 운화병원과 비슷하지만 사실 의사는 서른여 명밖에 없고 그중 절반은 보조 인력이었다. 브라질인의 업무량은 심지어 운화병원 간담췌외과 업무량도 따라잡지 못할 양이었다. 그러니 보존된 약품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병원이 정상 영업하는 상태라고 해도 적잖게 다친 환자가 백 명 넘게 몰려들면 보급이 필요한 상태였다. 특히 혈액 제품과 응급처치 약품은 수량이 적을 뿐만 아니라 쓸 엄두를 못 낼 정도였다.

대장은 능연의 질문에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날씨로는 유일한 방안이 우리처럼 보트로 들어오는 겁니다. 그러나 너무 위험합니다. 이 방법으로는 탈출하는 것도 권하지 않습니다.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병원에 머무르는 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안전합니다.”

“그러니까, 중상 환자도 내보낼 수 없다는 말인가요?”

능연이 재차 확인했다.

대장이 대답하기 전에 영국에서 공부했던 포르투갈 후예 대원 실바가 영어로 대답했다.

“경상 환자도 나갔다가는 중상 환자가 될 겁니다. 중상 환자는 시체가 되겠죠. 우리가 오는 길에도 보트가 몇 번이나 뒤집혔는지 모릅니다.”

능연은 그의 말을 듣고는 즉시 심사하는 눈빛으로 실바 일행을 바라봤다. 전문용어로 시진이었다.

“옷 끌어 올려보세요. 한 번 보겠습니다.”

능연이 그의 허리춤을 가리켰다.

“작은 상처입니다.”

실바는 거드름을 피우며 옷을 끌어 올려 다소 더러워진 거즈를 보여주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을 이었다.

“돌에 부딪혔거나 나뭇가지에 긁혔을 겁니다. 별일 아니에요. 자주 이럽니다.”

“조건이 갖춰진 병원에서라면 확실히 작은 상처죠.”

“응? 무슨 뜻입니까?”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하는 말에 실바가 멍해졌다.

“벌써 감염됐습니다. 그런데 어떤 바이러스 유형인지 알 수 없어요.”

능연이 거즈 안에서 스며 나오는 액체를 가리켰다.

“남은 항생제가 얼마 없습니다. 게다가 종류도 많지 않고요.”

순간 실바는 가슴이 철렁했다.

“그, 그럼 이제······ 어쩝니까?”

능연은 외과의의 사고방식으로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열어 보고 상황 되면 자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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