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눈에 띄게 잦아들었다.
땅에 서서 올려다보면 큐피트가 오줌 뿌리는 정도였다. 전날 맹렬했던 빗물은 스파르타 용사들의 오줌이었는데 말이다.
우비를 걸친 쿠파 마을 성인용품 가게 사장은 차양 아래서 비를 피하면서 본인에게 남은 마지막 담배를 소중히 뻐끔대고 있었다. 담배를 다 피우고는 당황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펫샵 사장을 바라봤다.
“탕레이, 콘돔 한 상자랑 담배 한 보루 바꾸는 거 어때요?”
차양 아래서 수프 끓이는 일을 담당하고 있던 70 먹은 탕레이가 국자로 스테인리스 냄비 바닥을 저으면서 피식 비웃었다.
“내 목숨을 달라는 거냐? 담배를 내가 피우고 말지.”
“비 곧 그칠 거예요. 길도 곧 뚫릴 거고요. 남은 담배도 이제 가치가 없어질걸요?”
성인용품 가게 사장이 탕레이를 협박했다.
“비 그치기 전까지 그 콘돔 다 쓸 수 있냐?”
탕레이가 껄껄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난 차라리 담배로 소 한 마리랑 바꾸련다. 아니면 송아지 몇 마리 받아서 반려동물로 팔던가. 다른 가치 있는 물건 없는지 잘 생각해 보게.”
지금 이 순간 쿠파 마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상품은 바로 담배였고 가격이 소 값만큼 뛴 것도 있었다. 마을에 사료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소가 쉬고 활동할 만한 충분한 공간이 없었고 심지어 죽은 소의 사체 처리도 골칫거리였다.
홍수가 오기 전에 탕레이는 마침 대량으로 물품을 받아 놓은 상태라, 그는 지금 어쩌면 쿠파 마을에서 가장 돈 많은 부자일지도 모른다.
“리얼 돌이랑 바꿔요. 새것입니다. 담배 두 보루!”
사장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마을에 담배를 바꾸려는 사람은 점점 줄고 있었고, 탕레이와 바꾸려는 사람은 더욱 줄었다.
탕레이는 조금 끌리는 듯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누구 닮은 건데? 아, 저런 게 좋은데 살 좀 있는 게 좋더라.”
“어떤 거요?”
사장이 미간을 좁혔다.
“저어기 앞에 버려진 저거.”
탕레이가 앞쪽을 가리키자 사장이 눈을 비비며 바라보다가 잠시 후 화를 내며 고함쳤다.
“저게 무슨 인형이에요. 저건 진짜 사람이잖아요!!”
그리고는 더는 탕레이를 상대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여 고함쳤다.
“조난자입니다! 조난자요!!”
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현장을 지키던 수영 선수 둘이 허리에 밧줄을 매고 짊어지고 있던 보트를 높이 불어난 호수 안으로 던졌다.
거의 한 시간 후에 두 사람은 겨우 조난자를 도로 보수 현장까지 끌어낼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잔뜩 몰려들었다. 전기를 사용할 수 없고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마당이라 사람들의 호기심이 짓궂은 고양이처럼 잔뜩 들썩이고 있었다.
“심폐소생 해야 하는 거 아냐?”
“인공호흡!”
“물 빼내고 맥박 좀 짚어 봐요.”
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제안했다. 이두박근이 발달한 두 건장한 남자가 조난자 몸 위에 올라탔다.
푸학!
물을 내뱉은 조난자는 정신이 들자 가슴을 움켜잡고 격렬하게 숨을 몰아쉬었다.
마을 사람들은 환호하며 좋아했고, 구조대원 두 사람도 양쪽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조금 전에 전국정에게 배운 건데, 제법 좋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