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538화 (519/877)

“여기가 어딥니까?”

눈을 뜬 날두가 바로 그렇게 물었다.

“쿠파 마을입니다.”

“쿠파!”

사람들이 웅성웅성 대답하는 말에 날두의 혼란스러운 작은 눈이 번뜩 뜨였다.

“어디서 온 거요? 어쩌다가 여기로 흘러온 거지?”

탕레이는 온화한 태도로 날두를 대하며 보온컵 하나를 그에게 내밀었다.

“소고기 수프 좀 드슈. 하루 종일 끓였다오.”

“아, 저, 저는 보험대리인입니다.”

날두는 기자 신분을 감추기로 했다. 전에 보험사를 해보기도 했고, 그 직업이라면 어째서 이런 열악한 날씨에 현장에 나타났는지 설명도 되고 앞으로 조사 작업할 포석도 되리라 여겼다.

마을 사람들은 바로 믿고는 더욱 열정적으로 그를 대했다. 이런 재난 현장에서 환영받을 직업에 보험사는 절대로 포함될 것이다. 사람들은 보험회사에서 돈을 조금이라도 더 받아서 새로운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으니 말이다.

“동료와 함께 왔는데, 혹시 보셨나요?”

날두는 몸을 비틀다가 가볍게 신음했다. 다친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함께 온 지원자들의 행방이 더 궁금했다.

지원자들도 벌써 쿠파에 왔다면, 본인의 신분을 다시 써야 했다.

“못 봤어요.”

“요 며칠 들어오는 사람은 없었는걸.”

“요즘 보험사들은 이렇게 프로페셔널 하구만.”

마을 사람들은 껄껄 웃으면서 날두를 에워싸고 대화를 나눴다.

잠시 그들의 대화를 듣던 날두는 안심했다. 지원자들은 어쩌면 돌아갔거나 아니면 원래 계획대로 병원으로 간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화가 났다.

촬영 기자가 빼지 않고 함께 왔다면 지금 동지가 있을 텐데. 두 사람이 함께라면 혼자보다 분명 편할 텐데.

경찰과 소방대원으로 구성된 지원자들은 더 짜증이 났다. 그들이 좀 더 프로페셔널 했다면 적어도 보트를 도둑맞지 않았을 거고 물에 빠져 기절할 일은 더욱 없었을 텐데.

“음······. 의사가 필요할 것 같군요.”

몸을 비틀던 날두가 가식이 아닌 진짜로 고함을 질렀다. 홍수에 휩쓸려 수십 킬로미터를 떠내려왔으니, 몸에 얼마나 상처가 났을지. 온몸이 쑤시고 난리였다.

마을 사람들이 미소 지은 채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 좀 불러와!”

“저기, 누가 마을에 가서 의사 좀 불러와요.”

“젊은이, 정말 마을 의사를 부르겠다는 건가? 지난번에 그냥 체했을 뿐인데 하마터면 맹장 자를 뻔했다고.”

날두의 얼굴이 바로 굳었다.

“여기 중국 의사 있지 않습니까?”

“병원에 있죠. 그런데 여기 중국 의사가 있는 건 어찌 아슈?”

탕레이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오기 전에 누가 그러더라고요.”

거짓말이 노련한 날두는 재빨리 그 화제를 돌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벌써 길 수리를 시작한 겁니까? 비가 그치길 기다리지 않고?”

“1㎞에 10만 달러. 망가진 길이 그렇게 긴 편이 아니라 다들 노력하고 있지요.”

탕레이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1㎞에 10만 달러면, 1m에 100달러?”

재빨리 숫자를 계산한 날두가 혀를 끌끌 끌찼다.

“이런 날씨에도 돈 벌 생각부터 한단 말입니까.”

“전칠 아가씨가 자기 주머니 털어 낸 돈이란 말이오. 게다가 대부분 구간은 멀쩡하고, 다들 노느니 움직이자는 생각인 게지.”

탕레이가 하는 말에 주변에 있던 마을 사람들도 분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날씨에 길 수리하다가 사람 죽어요.”

날두는 점점 자신이 관심 있는 문제로 화제를 몰았다.

“그거야 지도해줄 정상급 엔지니어가 없을 때 얘기고.”

탕레이가 콧방귀를 뀌었다.

“무슨 정상급 엔지니어요?”

“전칠 아가씨가 유명한 엔지니어를 모셔 와서 마을에서 병원까지 이어진 길을 설계했습니다.”

곁에 있던 사람도 턱을 치켜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시청까지 이어진 길도 설계를 끝냈지. 시공 스텝도 다 끝냈는걸?”

“그러니까······. 이 마을에 죽은 사람이 없다는 건가요?”

날두는 여전히 믿지 않는 모습이었는데 마을 사람들은 비웃기만 했다.

“저 좀 일으켜 주세요.”

날두는 본인이 직접 볼 생각에 버둥거리며 일어서려 했다.

곁에 있던 사람의 부축으로 제대로 선 날두는 오른발에 큰 통증을 느끼고 꽥 고함을 질렀다.

두 시간 후, 쿠파 마을 전과 의사가 정신 차린 날두를 향해 미소 지었다.

“발가락 세 개가 부러졌습니다. 이미 잘라냈고 잘 보관해두었답니다.”

우웅웅.

여러 나라의 공사 차량이 각자 웅장한 소리를 내며 산을 깎고 길을 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열심히 노력하는 ‘넋 나간’ 소 떼들이 따랐다.

몸을 반이나 붕대로 두른 날두는 당당하게 카메라를 들고 찍고 있었다. 가장 찍고 싶은 건 시체였지만, 발가락 세 개가 날아간지라 뭘 찍을지는 본인이 아닌 휠체어를 미는 누님에게 달려있었다.

“마리안느! 마리안느!”

날두는 사진 몇 장 더 찍고는 재미없어져서 큰 소리로 고함쳤다.

“좀 더 앉아 있어.”

올해 마흔 된 마리안느는 집에서 작은 농장을 하는 이유로 신체 건장하고 허리가 두툼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동원되었다. 장비차를 몰 수 있는 사람 위주로, 그 외에도 카우보이들도 소 떼를 관리하면서 운송 작업을 도왔다. 마리안느 같은 여인들도 한 무리씩 팀을 짜고 남자들에 뒤지지 않는 힘든 일을 했다.

물론, 천 명 넘는 주민이 사는 작은 마을에 진정으로 힘든 일은 많지 않아서, 다친 보험사를 옮기는 것, 그리고 휠체어를 미는 것 정도였다.

그나마 마을 대표는 보험사를 신경 썼지만 마리안느는 전혀 아니었다. 핸드폰을 들고 소리 지르기만 하는 뚱보를 하루 동안 겪은 마리안느는 이미 인내심을 잃었고, 지금은 뚱보 휠체어를 밀면서 사방을 돌아다니느니 차라리 성인용품 가게 사장과 이야기하는 게 더 낫다 싶었다.

마리안느를 불렀던 날두는 따분해져서 할 수 없이 카메라를 들고 소 사진을 몇 장 더 찍었다.

브라질은 예전에 건설에 쏟을 힘을 아끼는 나라였지만, 그건 이미 오래전 옛날이고 날두 나이쯤 되는 사람도 이렇게 소가 무리 지어 열심히 일하는 광경을 본 적이 없었다.

특히 고깃값이 비싼 제부가.

목장 주인들이 큰돈을 주고 사들인 송아지를 온 정성을 다해 사료를 먹이고 기르는 것도 모두 육질이 맛있는 소고기를 얻기 위함이어서, 이제는 소에게 일을 시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소고기는 지방과 소위 마블링을 매우 중시하기에, 그런 효과를 얻으려면 소느님 모시듯 대우하며 잘 먹여야 할 뿐만 아니라 적절히 운동도 시키고 심지어 스트레스도 절대 금지였다.

좋은 제부는 작은 성의 중년처럼 생활하면서, 열심히 많이 먹고 너무 예민하지 않고 또 그렇다고 너무 둔감하진 않게, 운동을 거의 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아예 안 하지는 않는 그런 생활을 해야 했다. 그러니까 평소에 낚시하고 식사 후에 산책이나 하면서 서서히 지방을 축적하는 몸매를 유지하는 그런 생활 말이다. 스트레스도 최대한 받지 말아야 하니 가끔 노래방 가서 긴장하는 정도?

힘쓰고 땀 흘리는 일은 지금 시대 목장의 제부로서는 상고시대의 일처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기억일 뿐이었다. 작은 성의 중년처럼.

찰칵찰칵.

날두는 빠른 속도로 셔터를 누르며 사진 한 세트를 찍고 방향을 틀어 또 한 세트, 그리고 또 방향을 틀고······.

날두의 눈에 전칠이 보였다. 딱 붙는 작업복을 입은 전칠은 늘씬하고 우아했다.

노란 안전모를 쓴 전칠은 도도하게 작은 언덕 위에 서 있었고, 뒤에 임시 엔지니어 몇 명 그리고 위성 전화가 보였다.

전칠이 매일 위성 전화로 중국과 유럽 여러 나라의 디자이너, 엔지니어와 교류하며 진도를 유지하고 적절하게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는 걸 날두도 알고 있었다.

작은 마을에 길을 다시 내는 작은 일일지라도 꾀를 부리며 게으름 피우는 사람은 있어서 그럴싸한 논리로 자신의 게으름을 변명했지만, 그럴 때마다 그런 사람들은 세계급 엔지니어와 선임 기술자들을 마주해야 했다.

말싸움에 진 일꾼들은 전국정, 마을 대표 그리고 마을 주민으로 조성된 심사단과 긴 대화를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갔을 땐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힘을 발휘했다.

찰칵찰칵.

날두는 초점을 조절하고 단숨에 전칠 사진을 수십 장 찍고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감탄하며 혀를 끌끌 찼다.

“뚫렸다! 뚫렸어!”

앞에서 갑자기 흥분한 고함이 들리더니 뒤이어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날두의 기자 세포가 순간 살아나 다급하게 물었다.

“뭐가 뚫려요? 길인가요?”

“당연히 길이지.”

건강녀 마리안느가 그에게 다가가 휠체어 고정대를 눌렀다.

“앞에 좀 가보자고.”

“길이 뚫렸다고요?”

날두가 다시 묻자 마리안느가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인 길 고치는 솜씨가 대단해.”

“당신네 마을 사람들이 고쳐놓고, 왜 중국인이 대단하다고 하는 건데요.”

날두가 언짢은 듯 대답했다.

“당신은 브라질 사람 아닌가? 브라질 사람 공사하는 거 못 봤어?”

깔깔 웃는 마리안느의 말에 날두가 입을 다물었다.

“저기 보험사 데리고 오세요.”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무전기를 들고 빠르게 달려오자, 카메라를 든 날두가 갑자기 긴장했다.

“날 왜요?”

“발가락 봉합하려고요.”

검은 옷 남자가 머리를 내밀고 날두를 유심히 보더니 말을 이었다.

“국정 자선 병원에 의사가 있는데 당신 봉합해줄 겁니다.”

머릿속에 어제 잘려 나간 발가락, 그리고 머리가 이상한 게 분명한 전과 의사를 떠올린 날두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저는 리우데자네이루에 가서 수술할 겁니다.”

날두가 재빨리 뜻을 밝혔다.

“마음대로 하세요. 발가락 잘린 지 하루 됐다고 들었는데, 지금도 꿰매기 힘들걸요? 쿠파 밖으로 나가는 길은 아직 안 뚫렸습니다.”

통보하러 온 남자는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 말했다.

“자, 잠시만요. 우선 병원에 가서 의사 얘기를 듣겠습니다.”

날두가 상대를 불러세웠다.

병원 가면 시체 사진 찍을 수 있을 거야, 라고 위안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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