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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그레이트 닥터-540화 (521/877)

“막 움직이지 마세요. 난 기술이 노련하지 않아요. 미리 알려드린 거니까 나중에 반신불수 되더라도 나 원망하지 말아요.”

마연린은 중얼중얼하며 수술 침대 위에서 손을 놀렸다.

능연은 마취보다는 역시 수술 자체에 더 관심 있어서, 국정 자선 병원에서 둘밖에 없는 제대로 된 의사인 마연린이 그 작업을 넘겨받아 주력 마취의가 되었다.

“지금 그 말, 환자한테 통역해요?”

세리나도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이 며칠 동안 임시 간호사가 되어 지금도 곁에서 도우면서 물었다.

“해야죠. 왜 안 해요.”

몸을 틀고 주삿바늘을 끼우는 마연린은 사악한 의사처럼 고개를 돌렸다.

“리스크도 제대로 통지해야죠. 환자가 정말로 싫다면 그때 다시 상황 봐야지.”

“만약 나라면, 선생님이 마취를 제대로 못하는 거 아니까 차라리 안 할 거예요.”

세리나가 입을 삐죽였다.

“환자한테 달렸죠. 안 하면, 발가락 날아가는 거지 뭐.”

마연린이 어깨를 으쓱했다.

“수술 동의서도 사인했죠? 영어 버전 그거.”

세리나도 어깨를 으쓱하고는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이 나눈 말을 날두에게 설명했다.

날두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면서 넋이 나갔다.

“마취의가 없어? 왜 없어요? 병원 고소할 겁니다.”

“마취의가 도망갔으니까요. 그 마취의 고소하세요. 아니면 길 뚫리길 기다렸다가 수술하든지요.”

세리나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길 뚫리면 수술할 필요도 없는 거 아닌가요? 맞죠?”

날두는 자조하듯 웃고는 바로 안색이 변했다.

“이런 상태로 환자 100명 치료했는데, 사람이 하나도 안 죽었다고?”

셀리나가 그대로 통역하자, 잠시 생각하던 마연린이 입을 열었다.

“의사 기술이 좋았든가, 아니면 운이 좋았겠죠?”

어차피 능연이 자리에 없으니 마연린도 그렇게까지 아부 떨고 싶지 않았다.

대답을 들은 날두는 당연히 운이 좋았을 것으로 생각하고 안색이 다시 변했다. 하지만 수술하지 않겠다는 말은 차마 나오지 않았다.

발가락 세 개 중에 엄지발가락도 있었다. 그 발가락들이 없으면, 날두는 앞으로 부담이 심한 건 둘째치고 걸음도 문제였다.

“나 이제 곧 마취될 거니까, 솔직히 얘기합시다. 요 며칠 병원에서 죽은 사람이 몇이나 됩니까? 내가 판단은 해야 할 것 아닙니까.”

날두의 눈빛에 진지함이 가득했다. 그는 정말로 사실을 알고 싶었다. 본인의 수술을 위해서도, 본인의 뉴스를 위해서도.

“아직은 없네요.”

마연린이 태연하게 대답하고는 통역 중인 세리나를 향해 한마디 덧붙였다.

“사인할 건지 물어봐요. 사인 안 하면 다른 환자 보러 갈 거니까.”

잠시 머뭇거리던 날두는 결국 사인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상황으로는 고집을 부릴 수가 없었다.

마연린이 즉시 마취를 시작했다.

처음과 비교하면 마취 기술도 좋아졌다. 어쨌든 지금은 위성 전화도 있고, 전화를 걸어 진짜 마취의에게 자문을 구할 수도 있어서 맨 처음 시작할 때처럼 능연과 둘이 책을 넘기며 배울 정도는 아니었다.

몇 분 후, 날두는 의식을 잃었다.

단지 이식은 부분 마취로 해도 상관없지만, 능연이 전신 마취를 좋아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마연린이 정맥 마취를 배우는 것도 충분히 간당간당해서 부분 마취를 다시 배울 여유가 없었다.

“발가락 세 개 환자라니. 칫, 그야말로 공로 선물이네.”

거기까지 말한 마연린은 저도 모르게 말을 멈추고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세리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 사람, 설마 전칠 씨가 능 선생한테 주는 선물 아니겠죠?”

“전칠 아가씨가 사람을 선물할 리가 있어요?”

웃음을 터트리던 세리나가 순간 무슨 생각이 난 듯 다시 물었다.

“맞다. 중국 전통문화에 시집갈 때 같이 보내는 몸종 제도가 있다면서요?”

“그런 몸종 제도가 있단 말은 처음이네요. 능 선생 불러도 됩니다.”

마연린이 냉큼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능 선생’이라는 말을 들은 세리나는 과연 마연린과 더 이야기 나눌 흥미를 잃고 바로 전화하러 갔다.

15분 후, 깔끔한 옷차림의 능연이 수술실에 나타났다.

쿠파 마을과 국정 자선 병원 사이에 도로가 복구된 후, 가장 먼저 생긴 일은 바로 환자가 대량으로 는 것이었다.

쿠파 마을 전과 의사는 전과 의사 중에도 하급 의사라 질환을 처리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최근 며칠 병이 나거나 다친 환자들은 소염진통제와 해열제를 받거나 아니면 가장 기초적인 상처 처리만 받았다. 물론, 좋은 쪽으로 보면 어쨌든 의사니까 처리 수준이 떨어진다고 해도 크게 틀린 점은 없다는 것이다. 날두의 발가락도 애초에 과감하게 잘라내지 않았다면, 지금 봉합하기 더 어려웠을 수도 있다.

그리고 전과 의사가 처리한 절지 보존도 뛰어났다.

우선 깨끗한 거즈로 잘라낸 발가락을 감싸고 비닐에 넣어 밀봉한 후 진료소에 있는 유일한 작은 냉장고에 넣어 저온 보존했다. 그리고 운송 과정에서도 발가락을 보온 상자에 넣어 이동하여 퀄리티를 확실히 유지했다.

그러니 이런 방법으로 한 절지는 24시간을 더 내버려 둔다고 해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

사실 운이 좋으면, 어떤 것은 이렇게 보존해서 일주일 보존하고도 이식 성공할 수가 있다. 그러나 예후로 보면 당연히 하루만 보존한 것과 같이 거론할 수 없고, 1급 평가 양호 결과를 받기도 매우 간당간당했다.

가장 좋은 단지 이식은 그래도 24시간 이내에 진행해야 하는데, 날두는 이미 그 시간을 지났다. 하지만 우수한 보존 조건 때문에 여전히 비교적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비교적 말이다.

“뼈를 깎아야겠군요.”

능연은 10배 현미경 아래서 날두의 잘린 발가락을 잠시 관찰하고는 다리 쪽 절단면도 확인하고서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뼈 절단면에 오염 조직을 철저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거즈 더 많이 가지고 오고, 10-0 나일론 사, 그리고 혈관과 신경 표시해 주세요.”

운화병원 수술실에 있을 때보다 능연이 고려해야 할 것이 더 많아졌다. 쓸데없이 난도가 높아진 셈이었다.

조수인 마연린도 허둥지둥 댔다. 수술실에 간호사도 모자라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완벽하지 않은 수술이라도 어쨌든 진행해야 했다.

따지고 보면 대다수 수술은 완벽하지 않았다. 능연이 익숙한 그런 세계처럼 말이다.

“절단면 정리 끝났어.”

마연린은 땀이 흐를 정도로 바삐 움직였고, 겸직하는 누님이 거칠게 땀을 닦는 바람에 피부가 쓰라렸다.

“지혈대 풀어요.”

능연은 명령을 내리고 활동성 출혈이 있는 걸 확인하고는 그제야 한숨 돌렸다.

“지혈대 조이고, 땀 닦아 줘요.”

곁에 있던 세리나는 지혈대 부분까지 통역하고는 본인이 거즈를 들고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능연의 이마를 살며시 닦았다.

“3-0실 넉넉하게 준비하고요, 조상(爪床: 손, 발톱 밑) 꿰맬 5-0도요.”

“골편(骨片) 고정.”

“뼈는 1cm 정도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한동안 단지 이식을 하지 않았던 능연은 지금 다시 하려니 기분이 들뜨고 좋았다.

마연린은 허둥지둥 손을 놀리면서 때때로 자신의 동작을 수정하면서 어렵게 몰입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목을 뻗으면서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번 케이스도 특수 케이스겠지? 발가락 잘린 지 30시간 됐잖아. 기절한 시간 빼고 말이야. 게다가 오염도 심각하고 약품도 부족하고. 여 선생님 없는 게 아쉽네. 논문 쓸 수 있었을 텐데.”

“선생님한테 맡길게요.”

능연이 담담하게 한마디 하는 모습에 마연린은 후회하며 눈을 끔뻑였다.

나 왜 이렇게 떠벌렸지? 능 선생은 수술할 때 조용한 걸 좋아하는데······.

“능 선생, 난 논문 잘 못 쓰는데.”

마연린은 한 번 버텨보려고 했지만, 능연은 눈길도 주지 않고 계속해서 10배 현미경을 바라보며 작업했다.

“연습하고 좋죠. 음, 영어 논문이 좋겠네요.”

마연린의 안륜근(眼輪筋: 눈둘레근. 눈꺼풀을 닫는 역할을 한다)과 상안검 거근(上眼瞼擧筋: 상안검을 들어 올리는 근육)이 다 경직됐다.

역시 말이 너무 많았군.

이어진 수술은 고요하게 진행됐다.

능연이 가끔 명령하는 목소리를 내릴 때 간호사와 겸직 간호사들의 탄성만 들렸다.

“능 선생님 동작 멋지다.”

“능 선생님 너무 멋져요.”

“능 선생님은 피곤하지도 않나.”

비슷한 감탄을 너무 많이 들어 온 마연린은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그 목소리들을 ‘화이팅’으로 바꿔 들었다. 마연린은 속으로 언젠가 집도의가 되어 이름을 날렸을 때 간호사들이 곁에서 ‘멋지다’고 칭찬하는 날이 오길 기대했다.

“관절 부분은 최대한 해부 복위해야 합니다.”

능연은 다시 한번 마연린에게 지시한 다음 계속해서 자기 할 일을 했다.

운화병원에 있었다면 잘린 발가락 세 개는 현재 능연이라면 두 시간이면 처리 가능할지도 모른다. 완벽한 팀, 완전한 기구 설비와 약품, 소모품이 있는 상황이라면 말이다.

국정 자선 병원은 당연히 그런 조건이 못 된다. 폭풍우로 인한 단절이 아니었더라도 국정 자선 병원은 원래 단지 이식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쿠파 마을 같은 작은 곳은 반경 몇백 리 안에 제대로 된 공업 단지도 없어서 단지 환자가 발생할 만한 이유는 농장뿐이고, 그것도 소나 말한테 물려서 일어난다. 그러니 일 년에 발생하는 숫자도 많지 않고, 다친 사람은 본인의 손가락을 지키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큰 도시로 달려간다.

물론 국정 자선 병원 의사들이 웬만해선 단지 이식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제일 컸다.

정형외과 의사든 다른 전문과 의사든, 단지 이식 기술은 대단할 거 없는데 작업량은 많고 수술이 힘들기로 유명한 수술로 꼽았다.

단지 이식 수술 세 시간을 해도 보통 의사는 성취감 같은 걸 느끼지 않는다.

다른 진료과에서 혈관 봉합, 신경 문합을 하는 게 아니었다면, 어쩌면 적당한 현미경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능연은 장장 네 시간이나 걸려 날두의 세 발가락을 봉합했다. 그가 한 수술 중에 손에 꼽히는 느린 수술이었다.

그러나 수술실에서 나온 능연은 신이 난 모습이었다. 그로서는 네 시간짜리 수술이란 수술을 네 시간이나 즐겼다는 것이니 어떤 의미로는 가성비 높은 일이라고 볼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일부러 시간을 지연시켜서 즐기지는 않았다. 게임으로 예를 들면, 도전하기 어려운 게임이야 오래 해도 재미있지만 간단한 게임을 여러 번 반복하는 건 누구나 쉽게 흥미를 잃듯이 말이다.

“폭풍우야, 이제 좀 그쳐라. 나 힘들어 죽겠다.”

마연린은 즐기고 어쩌고 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원래 잘 버티는 남자가 아니었다. 아니면 와이프가 돌아올 때마다 그렇게 걱정스럽지 않을 것이다.

“슬슬 그치면 좋을 거 같네요.”

능연이 웃으면서 하는 말에 마연린이 의외라는 듯 그를 바라봤다.

“능 선생도 그렇게 생각해?”

“시간이 한참 흘렀으니 운화병원 침대도 많이 비었겠죠. 폭풍우가 끝나면 우리도 운화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겠죠. 아무래도 전 중국인 해부 구조에 익숙하니까요.”

능연은 매우 논리적으로 마연린의 말에 대답했고 그 말에 마연린은 침을 꿀꺽 삼켰다.

“폭풍우가 끝나면, 며칠 쉬어야 하지 않을까?”

“쉬고 싶으면 쉬세요. 전 괜찮아요.”

능연은 스태미너 포션 마시고 일하는 사람이니 원래 휴식을 그렇게 중시하지 않았다.

“나는 로비에 갔다가 회진 돌러 갑니다. 마 선생님 이따 회복실 가는 거 잊지 마세요.”

폭풍우 사태가 일어난 국정 자선 병원 리듬에 이미 익숙해진 능연은 큰 수술을 마치면 느긋하게 로비로 가서 작은 처치를 하고 그 김에 약을 다시 발라주는 것 같은 작은 일도 하면서 병실을 하나하나 어슬렁거렸다.

국정 자선 병원은 의료진이 너무 많이 도망간 바람에 운영이 멈췄지만, 병실 기능은 모두 정상이었다. 그래서 폭풍우가 그친 후 국정 자선 병원의 병실 환경은 오히려 더 좋아졌고, 간호사 인력이 부족해서 그렇지, 환자들을 모두 한 사람씩 병실에 묵게 해도 병실은 남을 정도였다.

능연은 병실을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매우 빠르게 ‘진심 어린 감사’ 보물 상자를 7개나 얻었다.

“열어.”

능연이 며칠 동안 얻은 보물 상자는 벌써 백을 넘었다. 계산해 보니 거의 모든 환자가 ‘진심 어린 감사’를 내놓은 셈이었다. 띄엄띄엄 나오긴 했지만, 비율로 보면 능연이 그동안 받은 것 중에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스킬 하나도 못 얻은 게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었다.

다만 현재 상황도 보물 상자를 묵묵히 모을 만한 상황이 아니라서, 능연은 그냥 한 번에 뚜껑을 열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푸른 빛 사이로 스킬북 하나가 우뚝 서 있었다.

능연은 저도 모르게 복도에서 걸음을 멈추고 손을 휘둘러서 그 거만해 보이는 스킬북을 열었다. 페이지가 열리자마자 글자 한 줄이 나타났다.

- 단일항목 스킬북: 밀리건-모건 술(그랜드마스터급)

- 설명: 치핵을 제거한 후 상처는 개방된 상태로 두어 서서히 새살이 차면서 낫게 유도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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