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수술실엔 기본적인 소독 처치밖에 없고 정식 마취의도 없었죠. 우리는 위험한 상황에서 수술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다들 치료받을 수 있었어요.”
“수술 동의서 사인도 매우 위험했어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중국어로 되어있었고, 현장엔 중국 의사 두 사람이 우릴 위해 수술했죠.”
날두는 결국 시체를 찾지 못했고, 사실 병원도 벗어나지 못했다. 쿠파 마을에서 온 아주머니는 그가 멀리 가는 걸 아예 허용하지 않았고, 치질 수술 후에는 엎드리는 자세조차 조심스럽게 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날두는 자기 이야기를 조금 더 비참하게 설명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기자들은 흥분하기 시작했고, 하얀 가운을 입은 마연린을 본 누군가는 즉시 촬영 기자를 데리고 달려가 그를 불렀다.
“선생님! 아까 저분이 이야기했던 재난 중 수술 환경에 대해서 조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정식 통역사가 포르투갈어를 영어로 통역했고 마연린은 힘겹게 알아들었다.
“심각한 환자는 이미 밖으로 보냈습니다. 우리가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고, 다른 환자들을 진정시켰습니다. 대충 이 정도입니다.”
오버 액션에 익숙한 남미 사람 귀에는 마연린의 설명이 매우 담담하게 들렸다.
기자 하나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은 듯 추가 질문을 했다.
“심각한 환자는 총 몇 명이었고, 어떤 상태였나요?”
“외상성 상처는 환자들 모두 심각한 부분이었고, 그 외에 외상 증후군 때문에 정신 상태가 불안정한 환자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과 에너지를 그런 환자에게······.”
마연린은 느릿느릿 대답했다. 그는 중국 스타일을 지키면서 최근 며칠 동안 진행했던 비교적 어려웠던 수술 위주로 설명했다.
기자들은 그런 설명은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고 누군가 다른 질문을 햇다.
“이분들은요? 날두 선생의 상태는 어떻게 보시나요?”
“작은 고질병입니다.”
마연린은 잠시 생각하다가 겨우 날두가 누군지 떠올렸다.
“그냥 작은 병이라고요? 발가락 세 개가 잘렸다던데요?”
기자는 지치지도 않고 질문을 계속했다. 그때 세리나가 뒤에서 마연린을 끌어당겼다.
“마 선생님, 가서 일 보세요. 대답은 제가 할게요.”
세리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앞으로 나섰다.
“외과 의사에게 발가락 절단 같은 건 다 작은 병입니다. 여기 날두 씨도 마찬가지고요.”
“날두 씨는 발가락 외상뿐만 아닌 거 같은데요?”
기자들은 지팡이를 짚은 날두를 바라봤다.
“그렇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슨 병입니까?”
세리나가 고개를 저었다.
“그냥 남성에게 흔한 병이라고밖에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세리나는 바로 그 자리를 떴다.
날두는 그제야 한숨 돌리다가 순간 갑자기 뭔가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닙니다!!”
기자들은 이미 갖가지 희한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재난 피해가 심각했나 봅니다.”
“희한한 병을 얻은 환자도 있군요.”
“중국 의사가 많은 환자를 구했어요!”
기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각자 다른 매체 사람이었지만, 다들 착실한 부류였다. 적어도, 날두 같은 기자는 아니었다.
가장 먼저 헬리콥터를 타고 현장에 온 몇 사람은 여러 상사와 소식통들의 이야기를 듣고 온 것이었다.
그들은 상황을 살피면서 이야기를 기록하고 제작하기 시작했다.
“사상 최강 구조대!”
이건 모두를 향한 과시였다.
“사상 최강 의사!
이건 돈줄에게 보이는 피드백
“재난 현장 0 사망률, 쿠파 마을 홍수 스토리!”
이건 현지 정부, 그리고 돈줄에게 다시 한번 보여주는 피드백.
지팡이를 짚은 날두는 여전히 보험사인 척하며 기자와 정부 관원 사이를 배회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얼굴에 저도 모르게 비웃는 표정이 드러났다.
“0 사망률? 니들이 병원에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아?”
날두는 지난 며칠 병원에 있었던 시간을 회상했다. 비록 결국 시체는 못 찾았지만······. 그래도 죽은 사람이 없다니! 말이 안 되잖아!
그렇게 한 바퀴 돈 날두는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묵묵히 카메라를 들고 안내판을 따라 병원 영안실로 향했다.
연한 향기가 병원 로비 안에서 퍼져 나왔다.
밖에는 여전히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고, 바비큐를 사랑하는 브라질 사람들은 아예 그릴 기구를 실내로 들고 들어왔다. 바비큐 연기가 하얀 벽을 더럽히든, 냄새를 남기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람들은 새로 들어온 해산물과 민물 식자재에 더 관심 있었다.
새로 온 기자와 관원들도 점점 긴장을 내려놓으면서 파티 분위기는 점점 올라갔다.
비교적 엄숙한 바비큐 파티였지만, 그래도 다들 한시름 놓은 느낌이었다.
능연은 그때서야 겨우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원래 시끌벅적한 장소를 싫어했다. 그러나 질서 있는 바비큐 파티는 그래도 그나마 참을 수 있었다.
능연은 늘 그렇듯이 ‘먹을 만한’ 생선을 몇 조각 맛보고는 소고기 그릴 앞으로 돌아가서 묵묵히 기다렸다.
정통 브라질 바비큐는 신선한 소를 골라야 할 뿐만 아니라 고기도 막 구울수록 맛있었다.
커다란 소고기가 자글자글 기름 별을 튀면서 그릴에서 내려올 때, 그때가 가장 맛있는 순간이다.
“능 선생님. 이거 드세요.”
바비큐를 책임진 조리장이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완벽한 소고기 꼬치를 내밀자 능연은 사양도 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곁에 있던 관원과 기자는 눈이 빠지게 기다리다가 속으로 투덜거릴 수밖에 없었다.
잘생기면 다냐?
그러나 몸에 붕대를 감은 환자들은 벌써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성자시여,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능 선생님, 이제 회진 끝나신 겁니까? 고기 많이 드세요.”
“능 선생님, 저희 어머니 벌써 병원에 도착했답니다. 감사합니다.”
사람들은 바비큐를 손에 들고 가볍게 한마디씩 했다. 그들은 능연이 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자, 시간을 맞춰 같이 이야기하기로 약속했다.
곁에 있던 관원과 기자는 속으로 상황을 파악하면서 함부로 끼어들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아까 그 발가락 절단 환자, 인터뷰 좀 하고 싶은데 왜 안 보일까요?”
“안 보이면 그만이죠. 신경 쓰지 말자고요. 언젠간 나타나겠죠.”
누군가 그렇게 대답하고는 바로 능연에게 집중했다.
“능 선생님, 환자들과 신뢰감을 아주 잘 형성한 것 같군요?”
육즙이 터지는 바비큐를 한입 문 능연은 시간이 없음을 나타내기 위해 손을 휘휘 내저었고, 주변에 있던 기자와 관원은 다시 속으로 애먼 추측을 하기 시작했다.
“이게 중국식 겸손이군.”
현장에 있는 브라질 사람들은 중국 문화에 이미 익숙해졌다.
“인터뷰 좀 할 수 있을까요? 중국, 그리고 능 선생에 관해서.”
“인터뷰 안 합니다.”
고기를 삼킨 능연은 기분 좋게 대답했다.
“능 선생님은 명리를 추구하는 의사가 아닙니다.”
기자의 팔뚝을 부여잡은 어느 브라질 사람이 진실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