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549화 (530/877)

곽종군이 에어타이트 도어를 밟고 수술실에 들어갔을 때, 능연은 녹색 수술복 차림으로 환자의 혈관을 박리하고 있었다.

곽종군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축하 파티해준다는데 수술실로 오다니.”

능연은 오랜만에 보는 곽종군을 의아한 듯 힐끔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수술을 너무 오래 못 했어요. 여기가 바로 파티장이죠.”

정식 마취의도 없는 국정 자선 병원에서는 심각한 환자도 겨우 초보 처리만 가능했고 보존 치료 위주라서 간 절제 같은 수술은 전혀 할 수 없었다.

수술은 종합 수준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기술이니, 작은 수술은 한두 명이 손쉽게 할 수 있어도 큰 수술일수록 요구가 엄격해진다. 간 절제 수술쯤 되면, 병원 하드웨어, 관리 수준, 마취의 수준, 심지어 간호사 수준이 일정 수준 올라가지 못하면 수술을 진행할 수 없고 강제로 진행하면 99% 사망에 이른다.

국내로 돌아온 능연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환자 자료 보고 수술 전 준비에 참여한 다음 간 수술 한 건 하는 것이었다.

곽종군도 그저 웃어 보였다.

“그래, 우리 노인네들은 축하 파티 좋아하는데 젊은이들은 싫어하지. 흠흠. 음, 그럼 나는 나가 보겠네. 이따 식사나 하면서 모두에게 자네가 브라질에서 겪었던 이야기나 해주게.”

말을 마친 곽종군은 신이 나서 마스크를 구기면서 밖으로 나갔다.

퍼스트 어시인 연문빈이 부르르 떨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며칠 전까지 사납기 짝이 없더니, 능 선생 네가 돌아오니까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야.”

“환자가 몰려 있었으니까, 곽 주임님도 스트레스 받았겠지.”

좌자전이 작은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세컨드 어시 자리를 쟁취하기 위해 그는 몰래 항학명에게 전화 걸어 팔채향 분원에서 고가 출장 수술을 구해 장안민을 보냈다.

퍼스트 어시 장안민이 없으니 연문빈과 좌자전이 순서대로 어시 자리를 차지했고, 능연 곁에서 실시간 아부를 떨 수 있게 됐다.

그걸 매우 중시하는 좌자전은 지금 더욱 논리적으로 말을 이었다.

“우리 응급센터는 지금 사실 능 선생에 맞춰 운영되고 있잖아. 다른 건 말할 필요도 없고, 매주 간 절제하려고 진료받으러 오는 환자가 얼마나 많냐고. 그리고 트랜스된 아킬레스건 보건술 환자, 탕 봉합, 반월판 손상 환자도. 능 선생은 진작에 우리 응급센터랑 운화병원 대들보가 된 거라고.”

“지금 환자 많은가요?”

이야기를 들은 능연이 혹해서 물었다.

“간내 담관 결석 환자는 많지. 아킬레스건 환자도 꽤 있고. 탕법 봉합 환자는 문빈이가 꽤 해치웠고.”

좌자전은 조금 부러운 듯 마지막 말을 했고 연문빈이 진실한 미소를 지었다.

“다 고객······, 아니 환자의 믿음 때문이죠. 내가 능 선생 큰 제자라고 하니까 대부분 오케이 하더라고요.”

“나이를 따지면 내가 큰 제자지.”

흥흥대는 좌자전의 43세 얼굴에 마스크를 제외하고는 주름밖에 보이지 않았다.

능연은 그들의 말싸움을 귀로 듣고 흘릴 뿐, 대뇌로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저 조용히 환자의 간을 들어 올려 어깨를 활짝 펴고 살며시 떼어나고는 다시 살며시 제자리로 돌려보냈다.

수술실은 딱 지금 능연처럼 냉정하고 고요하게 빛났다.

“다들 조금만 기다리세요. 능 선생님은 지금 수술실에 있습니다.”

우 간호사가 얼굴에 뿌듯한 미소를 지은 채 기자들을 가로막았다.

대 운화병원 응급센터의 너스 스테이션은 한동안 조용했었다.

“능연 선생이 브라질에서 재난을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백 명 가까운 환자를 구했다고도요. 맞습니까?”

기자 하나가 더는 못 기다리겠다는 듯 아예 간호사들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하네요.”

“저희도 잘 몰라요.”

“능 선생님이야, 매일 환자 구하죠.”

능연이 돌아오기 전에 수간호사에게 단기 트레이닝을 받은 간호사들의 대답은 제각각이었지만, 다 거기서 거기였다.

기자들은 당연히 그런 대답에 만족하지 않지만 수술실 안에 들어갈 수 없으니 근처에서 사람들을 찾아 질문해댔다.

곽종군에게 달려가 은근히 회유하는 기자도 있었다.

“곽 주임님, 우리 사이에 이러시깁니까. 병원에도 좋은 뉴스인데 주인공이 나타나지 않으면 우리도 곤란합니다.”

“원고도 다 줬는데 꼭 인터뷰를 해야 하나?”

곽종군이 고개를 흔들었다. 병원으로서는 매체가 정말 조금 두렵긴 했다. 그러나 곽종군은 능연이 직접 나와서 이야기하다가 실수라도 하면 수습할 기회도 없는 게 더 걱정됐다.

“질문 세 가지만 하겠습니다. 당사자 인터뷰도 없이 뉴스를 낸다니. 그건 너무 무책임하잖습니까. 안 그래요?”

“매체가 언제 그렇게 책임감 넘쳤다고?”

곽종군이 되묻자, 기자가 어이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도 어쩔 수 없죠. 곽 주임님, 혹시 속이는 거라도 있습니까? 하긴 브라질 일이 좀 이상하긴 하죠. 그런데 이렇게까지 사람을 감추기까지 하시니······.”

“그런 자극법은 나한텐 소용없다네.”

곽종군은 씨알도 안 먹히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언제 인터뷰를 막았나? 안 그래? 능연이가 아직 수술실에 있어서 그런 거지. 지금 끌고 나오라고? 환자 보호자한테 동의받아 올 텐가?”

“저희가 수술실에 들어가서 인터뷰하면 되죠.”

“그건 안 되지.”

“왜요?”

“자네가 들어가면 다른 기자들은?”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나중에 기사 이상하게 났다고 저 원망 마십쇼.”

이번엔 곽종군이 입을 다물었다.

“알았네. 그러나 능연에 관해 쓴 기사는 내가 먼저 확인해야겠네. 내가 동의해야만 낼 수 있어.”

“이야, 그건 좀 조건이······.”

“수술 참관은 하게 해주겠네. 그것도 방금 브라질 재난 현장에서 돌아온 능연의 수술 현장을 말이지. 이 정도면 괜찮은 조건이지?”

곽종군은 눈앞 기자의 태도에도 걱정 없다는 듯 빙긋이 웃었다.

상대방은 잠시 고민하는 척하다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좋은 기사를 쓸 생각으로 왔는데, 조건이 더 좋아진다면야. 게다가 단독 타이틀까지 붙일 수 있다면 기자로서야 당연히 좋아할 일이다.

30분 후, 응급센터 1번 수술실 참관실에 기자 네 팀이 속속 들어왔다.

“곽 주임님. 이게 무슨 일처다부제도 아니고요.”

기자들은 내키지 않는 듯 투덜거리다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기 시작했다.

“됐다. 어차피 요즘 누가 종이신문 본다고.”

“그래도 우리 티비 뉴스는 조금 나은 편입니다. 그래도 이러나저러나 마찬가지예요. 뉴스에 나오는 사람이나 주목받지, 뭐.”

“그나저나 능 선생은 브라질에서 돌아오자마자 바로 수술하고. 몸이 견디나 몰라요.”

이미 여러 번 능연을 인터뷰했었던 여자 기자가 걱정스러운 듯 수술대 곁의 능연을 바라봤다.

“능 선생은 늘 그렇지, 뭘. 일 사랑하는 사람인 걸 다 알잖나.”

곽종군이 하는 말에 기자들 모두 웃음을 터트렸고 여자 기자는 카메라를 치켜들고 유리 사이로 사진을 찍었다.

“이 참관실 참 좋네요. 우리도 편하고.”

“돈이 많이 들었지. 그러니 나중에 기사 쓸 때 잘 써달라고.”

기자들의 덤덤한 반응을 본 곽종군은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까놓고 이야기하면, 자네들도 아프면 의료 보험 써야 하지 않은가. 그때가 되면, 운화병원 수준이 자네들이 받을 의료 처우가 되는 거지, 뭐.”

기자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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