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551화 (532/877)

능연의 수술은 매우 빨리 진행되어 두 시간도 되기 전에 간내 담관 결석 우간 절제 수술 종료가 선포됐다.

기자들은 내용을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사진을 찍은 것으로 매우 흡족해서 선물을 받고 기분 좋게 떠났다.

“다들 잘했어. 음, 정확하게 수술을 연달아서 하는 것으로 우리 운화병원 응급센터의 전투력을 충분히 보여줬군.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하게. 음, 능 선생은 오늘 일찍 들어가서 쉬게. 너무 힘들면 안 돼.”

곽종군은 수술팀을 격려했다.

“네, 안 그래도 집에 가려고요.”

“응응, 푹 쉬게. 내일도 쉬고 싶으면 전화하거나 위챗 보내게. 브라질 같은 먼 곳에서 돌아왔는데 여행 피로는 풀어야지. 급할 것 없으니까 푹 쉬고 돌아오게.”

수술실 사람들은 바짝 군기가 든 표정을 지었지만, 곽종군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연문빈은 묵묵히 폐복 등 후속 작업을 했고, 능연은 좌자전을 따라 밖으로 나가자마자 보호자들에게 둘러싸였다.

능연은 그저 간단하게 몇 마디 대꾸하고는 옆으로 물러나 좌자전이 설명하는 걸 지켜봤다.

보호자들의 질문은 많았지만, 대부분 의사에게는 지루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환자 보호자는 늘 그랬다. 환자들에게 이해심 많고 세상 물정 잘 아는 가족들이 가득해도 꼭 무지한 보호자가 한 명 이상 나타난다. 가족이 많을수록 황당무계한 질문이 나온다.

의사는 대부분 그런 질문에 대답하는 걸 성가셔했고, 마을 위생병원을 거쳐 온갖 어이없는 질문을 들어온 좌자전이라도 마찬가지였다.

좌자전은 지금 자신의 출신을 감추려고 하지 않았고, 사실 감추려고 해도 감춰지지도 않았다. 병원은 폐쇄적인 유치한 작은 사회여서, 학력 같은 문제는 남녀 스캔들보다 빨리 퍼졌다. 남녀 스캔들은 아무 때 어느 곳에나 이야기할 수 없지만, 학력 가십은 적용 범위가 넓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좌자전은 점점 마을 위생병원 경력을 다른 종류의 경력으로 묘사하기 시작했다. 환자 보호자를 더욱 세심하게 대하면서.

그것이 바로 좌자전이 자리를 잡을 근거이니 말이다.

좌자전은 15분 정도 걸려서 겨우 환자 보호자가 평온해지는 시간을 잠시나마 얻었다.

“어서 중환자실로 가보세요. 환자도 도착했을 겁니다. 가서 옷 갈아입고 뭐하고 하셔야 하니까 지금 가세요.”

그 자리에 있던 가족 열 몇 명이 순간 허둥지둥 움직였다.

좌자전은 그 틈을 타 능연을 끌고 그 자리에서 벗어나 한숨 돌리고는 능연을 바라보며 웃었다.

“능 선생, 느낌 어때? 환자 가족들 말이야.”

“비슷한데요?”

“하긴 병원에 무슨 변화가 있겠어. 한 달 아니라 일 년 나가 있어도 변화는 없겠지.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좌자전은 저도 모르게 자기가 있던 마을 위생병원을 떠올렸다.

“거의 20년 가까이 일했는데, 위생병원은 변화가 없어. 그때 모습 그대로지.”

“그게 좋죠.”

능연은 본인 판단 기준대로 대답했다.

“변화가 없다는 건, 설비나 기구, 그리고 병상 이런 거 다 그대로라는 거야.”

“아, 그건 당연히 안 되죠.”

능연은 즉시 고개를 저으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보니 우리 진료과 기기, 설비도 몇 달 동안 업그레이드 안 했네요.”

“응. 우리 돈이 없대.”

좌자전이 껄껄 웃었다.

“자, 이제 어디로 갈까?”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좌자전이 물었다. 보아하니 바로 돌아갈 생각은 아닌 것 같았다.

“회진이요. 그리고 퇴근하려고요.”

능연은 조금 전 수술 마친 환자 두 명을 살펴볼 생각이었다. 수술 후 몇 시간은 합병증이 발생하기 가장 쉬울 때였다. 회진 규칙을 엄격하게 규정해둔 병원도 있다. 간 절제 같은 수술은 작은 규모 병원에서는 집도 의사가 전 과정 팔로우하면서 환자가 깨어나길 기다리는 곳도 있다.

물론 큰 병원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큰 병원 집도의는 실력이 좋으니 예후도 보통 좋고, 주치의급 의사 하나 보내도 그의 수준이 작은 병원 부주임보다 더 나았다.

본인만의 수술 리듬과 회진 방법이 있는 능연이고, 막 귀국한 상태로 수술 몇 건 했으니 검사를 좀 더 자세히 하고 싶었다.

그리고 병원에 돌아와서 아직 ICU를 들지 못했으니, ICU 상태가 정상인지도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게, 님 스타일을 잊어버릴 뻔했네.”

좌자전은 멍해졌다가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네?”

“아니다. ICU 가보긴 해야지. 님이 돌아온 걸 걔들도 알아야 하니까. 주의도 주고.”

좌자전은 당연히 능연이 자신의 영지를 순시하는 걸 지지했다.

ICU 같은 보조 진료과는 병원에서 하이에나 같은 존재였다. 굶주려서 남의 먹이를 뺏는 하이에나도 강한 사자에게 걸려 술안주가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늙고 병든 사자 앞에서는 하이에나가 그렇게 온순하지 않고, 어린 사자나 암사자는 아예 안중에 두지 않았다.

그렇게 한 바퀴 돌다 보니 또 한 시간이 흘렀고, 좌자전은 시간이 빠르게 흐름을 한탄하면서 능연을 주차장까지 배웅했다. 그리고 능연이 제타를 타고 일정한 속도로 떠나는 걸 본 다음에야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구 진료소의 정원에 청아한 향기가 가득했다.

안으로 들어가면 만개한 월계화가 보였고 창틀엔 장미와 해바라기가 놓여 있었다.

“아들!”

2층 티테이블에 앉아 있던 도평이 기뻐하며 아래로 손을 흔들었다.

티테이블에 같이 앉아 있던 이웃들도 마찬가지로 손을 흔들었고, 그중 젊은 아가씨는 더욱 열렬하게 흔들었다.

“왔냐? 죽 먹을래?”

아래층 주방에서 바삐 움직이던 능결죽이 물었다. 리모델링 후, 능결죽 님이 주방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욱 길어졌다.

“죽, 좋죠.”

능연도 2층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1층 정원에 앉아서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꺼냈다.

집이 주는 나른한 분위기는 병원과 확연히 다른 법이었다.

“고기도 먹을래?”

능결죽이 주방에서 머리를 내밀고 물었다.

“그래도 되고요.”

“그럼 좀 넣지, 뭐. 짠지는? 아, 그리고 점심때 남은 해산물도 있어. 꽃게, 홍다리새우, 그리고 대하도 있고. 뭐 먹을래?”

능결죽이 다시 머리를 내밀었다.

“아무거나요.”

“그럼 짠지만 먹어. 밤에 해산물 먹으면 안 좋아.”

능결죽은 다시 주방으로 쏙 들어갔다.

“잘 시간 아직 멀었구만.”

이웃 하나가 2층에서 내려오며 그렇게 말하고는 능연 곁에 가서 앉았다.

“능연아, 브라질에서 수술도 했다며? 그런 걸 뭐라고 하지? 외부 지원 의사?”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능연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데 내가 알아보니까, 너 요즘 수술 제법 대단한다더구나.”

이웃은 계속 떠보는 듯 물으면서 능연이 그저 가볍게 대답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골목에서 다들 오래 살다 보니, 능연의 스타일을 매우 잘 알았다. 그는 다시 능연을 위아래로 살피다가 또 물었다.

“능연아, 우리 집안에도 수술해야 할 환자가 있는데, 좀 봐주면 안 되겠니?”

“어느 쪽인데요?”

“담 결석. 10년도 넘었어. 삼촌이신데, 전에는 그렇게 신경 쓰지 않더니, 이번엔 너무 아픈가 보더라. 수술하겠대.”

담낭 절제술은 능연의 무기고에 있긴 했다. 그러나 본인이 연습해낸 스킬이었고, 등급이 가장 낮았다.

“담 결석이 확실하면 의사 소개해 드릴게요.”

“내가 운화병원 의사한테 들었는데, 너 간담 쪽으로 대단하다며.”

미리 수소문했던 이웃은 고집을 부렸다.

“능연아, 그냥 네가 해주지 그러냐. 삼촌도 어렵사리 수술 결정을 내린 거거든. 여기서 또 이리저리 밀리면 다시 안 한다고 할 수도 있거든.”

“담낭 절제는 저보다 실력 좋은 의사가 있어요.”

“나는 너만 인정한다!”

이웃은 능연이 겸손 떠는 줄 알고 끈질기게 요구했다.

단호한 그의 태도에 능연도 더는 거절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제 진료일에 와서 검사받으라고 하세요.”

“오케이, 오케이.”

이웃은 큰일 하나를 끝냈다고 생각하며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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