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인간이 주는 소식, 그리고 정상 검사 결과를 능연은 우선 종이에 적고 진효왕의 복강 해부 구조를 그렸다.
외과 의사로서 담낭 절제의 어려운 점은 담낭 동맥 및 담관 해부 구조에 변이가 많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으냐면, 담낭 동맥과 담관의 다름으로 인류를 분류한다면, 인종을 책 한 권으로 프린트해도 부족할지도 모른다.
진효왕도 당연히 예외가 아니었다.
그의 담낭 동맥에는 명확한 변이가 있었다. 담낭 동맥의 분기가 너무 이르게 두 갈래 혹은 쌍 담낭 동맥으로 갈라져 있었다.
흔한 변이여서, 수천만 인에게 비슷한 변이가 있을 수 있다. 담낭, 담관 수술을 하는 게 아니라면 그런 변이는 특이할 것도 없었다. 불편하지도 않고, 건강에 영향을 주지도 않고, 심지어 주변 장기에도 영향이 없어서 북경 외의 지방 주민 위원회보다 더 가치 없었다.
그러나 담낭 수술할 때는 의사가 그 변이를 신경 쓰지 못한다면 문제가 생길 우려가 크다.
출혈을 피하려고 담낭 절제 수술할 때 의사는 담낭 동맥을 차단해야 하는데, 일반인은 담낭 동맥이 하나뿐이라 포셉으로 집으면 그만인데, 양 갈래로 변이된 동맥은 자칫하다가는 전지 동맥만 집을 가능성이 있어서, 후속 처리 중에 후지 동맥이 손상될 가능성이 거의 100%다.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대량 출혈이 일어나고 예후가 좋아지길 기대하는 건 무리다.
“쌍 담낭 동맥!”
자리에서 일어난 능연이 의국 화이트보드에 그렇게 적었다.
본인을 상기시키기 위할 뿐만 아니라 다른 의사도 보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재수 없는 과실 상해는 집도의로 인해 일어나는 때도 있고, 집도의가 하급 의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때도 있다.
“담낭 부종, 염증 있음.”
“담낭관과 간 총관을 병행해서 가다가 간 총관에 넣기.”
능연은 가끔 간략한 그림을 곁들이면서 글을 써 내려갔다.
의사에게 해부구조를 그리는 건 기본이었고, 알아봐야 하는 것도 당연했다.
능연팀뿐만 아니라, 다른 팀 의사들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살펴봤다.
“만성 담낭염, 조금 위축된 건 문제가 아닌데, 이틀 반밖에 휴식 시간이 없다는 게 골 때리는 거지.”
“아니, 요즘 회사가 이렇게까지 바쁘단 말이야?”
“돈 벌려는 거지 뭐. 우리 의사도 밤낮없이 일하다가 주말엔 출장 수술 가잖아. 왜겠냐?”
“돈 때문에 일하는 사람도 있고, 이상을 꿈꾸는 사람도 있지, 뭐. 솔직히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 내가 알기론 거긴 원래 선두 기업이 될 표준으로 일한다더라. 느릿느릿하다가 선배들이 어렵게 벌어준 시간을 낭비하는 거잖아.”
“아무리 그래도 기본적인 휴식 시간은 있어야지.”
토론을 시작한 응급센터 의국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결정했나?”
천천히 능연 곁으로 간 곽종군이 물었다.
“네.”
능연의 대답에 곽종군은 능연이 화이트보드에 그려놓은 그림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뭐 하러 이런 케이스를 하나. 자네가 수술해주길 기다리는 환자가 얼마나 많은데. 이런 작은 수술은 다른 의사에게 넘기면 되지. 이틀 반 회복 기간이라니, 이런 요구 솔직히 좀 심한 거 아닌가.”
“저한테도 도전이죠.”
“응?”
“예후를 좋게 하고 회복 기간을 줄인다. 담낭 절제 수술의 발전 방향으로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능연은 사실 담낭 절제 스킬이 전문가급에서 마스터급으로 승급하는 노선을 고민하고 있었다.
다른 스킬과 달리 담낭 절제술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익힌 것이었다.
입문에서 전문가급, 그리고 거기서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사실 아이디어가 없었다.
담낭 절제술 자체가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고, 특히 복강경 담낭 절제술은 모두 완성도 높게 하는 수술이었다. 손상을 줄이고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이 긴가민가하고 허공에 붕 뜬 느낌이었다.
더 실력 좋은 의사의 지도가 없는 상황에서 능연은 스스로 과제를, 심지어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딩.
시스템도 그때 튀어나왔다.
- 퀘스트: 전진 방향.
- 퀘스트 내용: 회복 시간 60시간 이내의 복강 수술 50건 완성.
- 퀘스트 보상: 중급 보물 상자.
능연이 눈썹을 치켜떴다.
퀘스트가 복강 수술에 국한됐다면, 그가 할 수 있는 건 간, 담, 비장 그리고 맹장이었다. 고환 절제술은 아마도 포함되지 않으리라.
그중 간 절제는 회복 기간을 60시간 안에 끝낼 수가 없었다. 간 절제 수술하고 사흘 살아 있는 것만 해도 수술 성공이고 사흘째에 ICU에서 나가는 것도 느린 게 아니었다.
비장 적출 응급 수술은 그런 조건을 달성할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있었다. 특히 환자 나이가 어릴 때, 응급 수술 회복도 종종 괜찮은 편이었다. 그러나 60시간 안에 회복이라니, 그건 매우 어려웠다.
그러므로 지금 적당한 건 담낭 절제와 맹장 절제였다.
“수술 후 케어도 생각해야겠어. 빨리 회복하려면 케어도 잘해야지.”
좌자전이 그때 말을 꺼냈다.
“마취도요.”
연문빈도 의견을 냈다.
“수술 기구랑 소모품도 좀 더 좋은 거로 해야 하지 않을까요?”
마연린이 창백한 혀로 창백한 입술을 핥으며 힘없이 의견을 발표했다. 그러자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좌자전에게 지시했다.
“다 적어두시고,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할지 생각해 보죠.”
그들의 대화를 들은 곽종군도 흥미가 생긴 듯 끼어들었다.
“정말로 할 거면, 빠른 회복도 앞으로 내세우면 되겠군. 음, 인터넷 회사 직원이면 다들 돈이 많겠지?”
“저희보다 분명 많이 벌 겁니다. 보험도 다양하고. 그리고 일하느라 시간이 없을 정도니 돈은 당연히 있겠죠.”
눈치 빠르게 대답하는 좌자전의 모습에 곽종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도 없고 돈도 없는 멍청이라면 빠른 회복도 필요 없겠지. 음, 회사 풍조가 그렇다면 유사한 환자가 많겠군.”
“환자 말이, 비슷한 문제를 가진 동료가 많답니다. 충수염, 장염, 담낭염을 보존 치료하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좌자전은 곽종군이 능연을 서포트해줄 이유를 적극적으로 어필했고, 곽종군이 과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프로젝트팀 하나 꾸려서 연구 프로젝트처럼 해야겠군. 좌 선생, 자네가 신청표를 작성하게. 내가 지원금을 배정하겠네.”
능 팀 의사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의국 안 다른 의사들은 아무것도 못 들은 것처럼 평소와 다른 없는 표정이었다.
“문헌에 따르면 전기 응결 훅을 사용하고, 흡입기에 초음파 메스로 박리하면 효과가 좋답니다. 다만, 초음파 메스는 비쌉니다.”
여원이 수술 전 협진에서 허리를 곧추세우고 허리 받침대까지 엉덩이에 깔고 목 이하 부분을 드러나게 앉아서 발표했다.
“초음파 메스 사용하도록 하죠. 좌 선생님, 잊지 마시고 환자한테 통보하세요.”
“의교과에도 보고서 써서 보고해야 해. 이런 건 규격 외 기구 사용이니까. 능 선생, 미리 얘기 좀 해줘. 그래야 새 메스 사기 편하니까.”
능연의 말에 좌자전이 잘 알고 있다는 듯 덧붙였다.
“네.”
정상적인 담낭 절제술에서는 조작하기엔 초음파 메스보다 까다롭지만 전동 메스를 사용해서 수술 원가를 낮춘다. 열효율 같은 문제도 있어서 예후도 좀 떨어지지만, 외과 의사가 마음대로 기구 규격을 높일 수 없도록 병원 정책으로 규정하고 있다. 말하자면, 쓰기에 더 좋은 것보다 가격이 맞는 걸 사용한다는 말이다.
다만, 손상을 대폭 줄이기 위해 초음파 메스를 쓰면 확실히 효과적이었다.
좌자전은 노트에 적으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티타늄 클립도 수입품을 쓰는 게 좋을 거야. 그렇게 되면 환자가 전부 본인 부담해야겠지만.”
“996에 야근까지 하는 회사인데 본인 부담금으로 수술할 정도도 안 되면 안 되죠.”
연문빈이 입을 삐죽였다.
“의사들은 모두 99이지만, 그럴 능력 되는 사람 있냐?”
“고작 몇만 위안인데, 정말 병났을 때 그거 못 내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담담한 여원의 말에 연문빈이 툴툴대자 장안민이 허허 웃었다.
“난 차라리 보험 처리하고 침대에 며칠 더 누워있겠다. 아, 일주일 자도 좋겠다. 난 침대에서 내려오지도 않고 배뇨관, 위관 꽂고 죽을 때까지 잘 거야.”
그는 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하품하며 말했다.
아직 발언하지 않은 마취의 소가복도 덩달아 하품했고, 이어서 연문빈과 마연린도 경쟁하는 듯 입을 쩍 벌렸다.
“음. 그것도 문제야. 수술 전에 우리 반나절 쉬어야 하지 않을까?”
그 틈에 좌자전이 의견을 냈다. 가능하다면 쉬고 싶었다.
“새 프로젝트는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잠시 고민하던 능연이 하는 말에 모두 깨달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바로 능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첫 단계에서는 하루 쉴 수 있겠어요. 수술에 참여하는 선생님은 밤에 돌아가서 푹 쉬세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장안민이 순간 멍해졌다.
“하루 쉬어도 된다고? 정말로?”
그는 여전히 간담췌외과 소속이었고,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의 첫 수술엔 그의 몫이 없었다.
참여할 수 있는 마연린도 눈빛이 멍해졌다.
“집에 가서 하루 쉬라고?”
“네. 24시간요. 좌 선생님 새로 듀티 리스트 짜서 수술 참여하는 선생님 케어해 주세요.”
장안민은 부러워서 침이 다 흐를 것 같아 다급하게 손들었다.
“능 선생, 나 다음 수술 참여할래!”
“그러세요.”
“능 선생, 다음 수술도 전날 쉬어?”
좌자전이 메모하면서 묻는 말에 능연은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담낭 절제 수술은 정규 수술이니까요.”
“오케이.”
좌 · 자 · 미소 · 주름 · 전은 장안민을 바라보며 온화한 표정을 지었다.
한참 더 수술 디테일의 주의사항을 이야기하고 간호와 마취 이야기를 나눈 후, 사람들은 서류를 끼고 재빨리 흩어졌다.
능연은 이미 정식으로 복귀했고, 그러므로 능 치료팀의 수술 임무는 즉각 막중해졌다. 특히 능연이 외래를 시작한 후 받은 환자들은 모두 능 팀이 맡았다.
연
문빈 같은 경우, 지금 능연의 조수뿐만 아니라 평소에 해야 할 입원 환자 관리, 간단한 굴근건 봉합 환자가 오면 집도할 때도 있었다. 그런 케이스가 많은 건 아니지만, 이런저런 전후 준비와 케어까지 생각하면 환자당 8시간은 걸리고 더 걸릴 때도 있다.
마연린 밑에는 레지가 없어서 기껏해야 훈련의와 실습생이 차트를 대신 썼다.
장안민은 뭐, 말할 것도 없이 더 바빴다.
장안민은 지금 응급센터와 간담췌를 오가고 있었고, 행정만 따지면 능연보다 더 깊게 관여했다. 거기에 팔채향 출장 수술까지 있어서 1분조차 쉬기 어려울 정도였다.
능연이 브라질에 있는 사이 능 팀 의사들은 그래도 상대적으로 충분한 휴식 시간이 있었다면, 장안민은 더욱 바빴다. 간담췌 배신자인 장안민은 거의 하원정 소모품처럼 쓰이고 있었다.
‘병원에서 여자는 남자처럼, 남자는 짐승처럼 부린다’라는 전통이 있다고는 하지만, 사용 방식은 그래도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 집 소와 남의 집 당나귀의 대우는 당연히 다르니 말이다.
며칠이라도 더 오래 살겠다고, 장안민은 회의실에서 나오자마자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마연린을 찾았다.
“연린아. 우리 그래도 친하지? 보아하니 너는 오래 쉬고 싶은 생각 없는 거 같은데······.”
“나이트 세 번 바꿔줘요. 내일 선생님은 쉬세요, 제가 근무할게요.”
장안민을 바라보는 마연린의 창백한 얼굴 뒤에 머릿속은 미친 듯이 굴러가고 있었다. 장안민은 입술을 뻐끔거리다가 말을 꺼냈다.
“나이트 세 번은 너무 많잖아. 두 번으로 하자.”
“두 번은 연 선생이 벌써 제안했어요.”
“오케이, 세 번이면 세 번이지 뭐.”
장안민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24시간 연휴는 정말로 드문 기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