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556화 (537/877)

띠- 띠-.

수술실 모니터링 기기가 목을 비틀린 오리가 빚 독촉하듯이 단조롭게 소리를 내고 있었다.

소가복은 착실하게 둥근 의자에 앉아서, 목을 비틀린 오리가 빚에 도망 다니듯이 모니터의 수치를 보다가 자기네 주임의 손놀림을 보다가 했다.

“프로포폴이랑 레미펜타닐을 같이 쓸 때는 프로포폴 용량을 조금 낮춰도 된다. 환자의 입원 기간을 줄일 수 있어.”

마취과 주임은 손을 놀리면서 소가복을 향해 설명도 곁들였다.

능연은 소가복이 마취의로 들어오는 데에 익숙했고, 둘이 합이 잘 맞았지만, 수술 예후를 전면적으로 끌어 올려야 하고, 특히 입원 시간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 마취의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소가복은 좋은 마취의지만, 기능 트리로 따지면 아직 너무 하위권이었다. 그러니 이런 정밀함을 요하는 수술에서는 고급 마취과 의사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마취과 협진 후, 마취과에서는 완전 정맥마취(TIVA: total intravenous anesthesia)를 채택하기로 했다.

흡입식 마취에서 자주 쓰는 세보플루란보다 정맥마취에서 자주 쓰는 레미펜타닐이 도입, 각성 시간이 더 빠르다. 완전 정맥마취를 채택하는 쪽이 수술 후 인지 장애를 일으킬 확률도 더 낮았다.

수술 후 인지 장애는 전신마취 후에 자주 보이는 합병증인데, 일단 발생하면 환자의 사고 능력, 주의력, 언어 능력에 잠시 장애가 일어날 수 있고, 소수는 심지어 장기성 장애가 일어날 수 있다.

물론, 장기 장애 발생률은 매우 낮다. 게다가 수술 후 인지 장애는 주로 노령 환자 사이에 일어난다. 한편, 교육 수준이 높은 환자일수록 수술 후 인지 장애가 일어날 확률이 낮다.

하지만 진효왕의 근무 상태로 보아, 단기간 인지 장애라고 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일 터여서, 곽종군은 특별히 마취과에 연락했다. 마취과 주임이 곽종군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무시당할 이유는 없어서 다방면으로 고려한 방안을 내놓았다.

곽종군에게 무시당한 사람은 재수 없으면 불벼락을 받게 된다. 정말로 깔보며 깔아뭉개는 그런 불벼락을. 그러니 마취과 주임으로서 그런 결과는 피하고 싶은 게 당연했다.

주임은 모니터의 안정된 수치, 그리고 소가복이 컴퓨터로 입력하는 리스트를 줄곧 살피다가 이어서 각종 약품 용량을 짚었다.

“잘 봐뒀다가, 앞으로 할 때도 무턱대고 숫자만 외우지 말고 자네도 잘 알고 계산하도록 하게. 여기 시스아트라큐륨(cisatracurium)도 쓰려면 양을 잘 컨트롤 해야 해. 덱스메데토미딘 (Dexmedetomidine)은 더욱 주의해야 하고. 많이 쓰면 저혈압에 심장박동이 심하게 저하되는 일이 생길 수 있어.”

소가복은 훈련 받은 강아지처럼 온순하게 듣고 있었다.

아직 레지인 소가복에게 주임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도 흔한 기회가 아니었다.

마취과는 일반 진료과보다 더 바쁜 곳이다. 다른 진료과 의사가 주임 자리에 오르면 조금 여유로워지지만, 마취과 주임은 주임이 되어서도 종종 일선 작업을 해야 한다.

작은 수술은 있어도 작은 마취는 없어서, 주임이라고 해도 수술실에 들어오면 진지하게 일할 수밖에 없고 한눈을 팔거나 할 수 없다. 그러니 마취과에 매해 들어오는 신인을, 누군가 청탁하지 않는 이상 마취과 주임이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의사의 성장엔 카르마와 우연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같은 신인 레지가 어떤 수준인 의사의 지도를 받게 될지 역시 매우 묘한 일이었다. 신인의 재능도 그렇지만, 상급 의사의 태도, 그리고 그의 바쁨 정도에 따라 앞날이 바뀔 수 있다.

과 주임의 수업을 들은 적이 없던 소가복은 오늘 이런 기회가 생기자 기뻐했다.

마찬가지로, 수술대 앞에 선 연문빈과 마연린은 진지한 표정으로 수술에 임했다.

두 사람 모두 오늘 능연이 예전과 다름을 느끼고 있었다.

외과의가 수술할 때, 사실 대부분 거칠다. 전문적인 의사일수록 어떨 때는 심하게 거칠다. 이건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다. 첫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아이를 걱정도 하고 끈기도 있게 기르고, 특히 몸을 뒤집는 걸 볼 때 어깨가 눌리지 않을까 매우 긴장하며 지켜본다. 그러나 둘째, 셋째를 키우는 부모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외과의는 첫 충수염 수술, 혹은 첫 담낭 절제 수술할 때, 혹시라도 실수할까 봐 전전긍긍한다. 물론, 실수하는 건 뻔한 일이지만.

그러나 10건, 20건 하다 보면 습관적으로 거칠게 하게 되고, 원칙대로 하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 100건이 되면 자신만의 노선이 생기고, 자신만의 특유한 방법이 생긴다. 2년 차 초짜 드라이버가 속도를 마구 올리고 제멋대로 운전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와 비교하면 능연은 언제나 엄격한 스타일이었다. 그렇다고 티 하나 없는 완벽 무구한 정도는 아니지만.

어쨌든 인체는 각자 다른 점이 있어서, 완전히 통일된 수치, 혹은 못을 박은 특정 노선만 따라하는 건 의미가 없다.

능연이 오늘 추구하는 목표는 매우 높았다.

초음파 메스의 출력 빈도조차 몇 번이고 조절하며 끊임없이 수정해서, 연문빈과 마연린은 어리둥절했다.

능연은 여전히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해야 할 말은 수술 전 협진에서 다 했고, 지금 그가 하는 모든 동작은 하나하나 시험하면서 하는 것이었다.

초음파 메스는 고주파 진동으로 절개와 응고를 하는 의료 기구이다. 5만 Hz까지 올라가는 이런 고주파 도구는 어떤 의미로는 흑기술에 가까운 존재이다.

출력이 클수록 절개력도 커지고, 출력이 낮을수록 절개력은 줄어들지만 응고 지혈 능력이 강해진다.

초음파 메스를 쓰면 진동 메스를 쓰는 것보다 시간이 훨씬 단축되고 효과가 더욱 좋다.

다른 건 둘째치고, 같은 지혈도 초음파 메스를 쓰면 1초 만에 해결되는데 전동 메스는 5초 걸린다.

그 차이 나는 4초 동안 전동 메스는 계속 조직에 대고 있으니 당연히 손상이 더 많다.

초음파 메스도 손상은 있다. 그래서 능연은 조직에 손상을 최대한 가하지 않는 적합한 출력과 시간을 선택하려 했다.

티타늄 클립의 각도조차 특별히 조절하고 테스트했다.

닫을 때가 되면 담관과 다른 조직이 모두 모여있고, 근육이 꿈틀거려서 클립 위치를 잘못 잡으면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이런 건 모두 확률적으로 낮은 문제였다. 환자 진효왕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세밀하게 할 필요는 없었다.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면, 바로 진효왕의 특수한 요구 때문에 능연은 목표가 생긴 셈이다.

임상의학은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는 학문이다. 초음파 메스 출력을 조금 낮게 한다고 하지만, 얼마나 낮게 한단 말인가. 티타늄 클립을 조심해서 넣어야 한다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각도로 넣어야 한단 말인가.

어디에도 공식은 없다.

외과의의 가치는 종종 이런 곳에서 발휘된다.

외과의의 경험은 무수한 조작과 무수한 사고로 쌓인 것이다. 정확한 스텝, 정확한 동작으로 경험을 쌓아나가다 보면 성공률이 높아진다.

그에 비해,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 임상적인 의사결정에 있어서 의사들의 경험과 적절한 과학적 근거를 통합하여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한 의학적 방법론)은 지금까지 발전해 왔지만, 아직 신생아 수준이고 모든 스텝의 근거를 드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나 환자 하나를 잘 수술하고, 또 이 환자를 모델로 삼아 더 많은 환자를 잘 수술하는 건 외과의로서 할 수 있는 일이다.

이것으로 세상이 뒤집힐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세상이 조금 더 희망이 넘치고 조금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눈꺼풀을 파르르 떨던 진효왕이 서서히 눈을 떴다. 오래 컴퓨터를 봐서 멍한 눈동자가 힘없이 좌우로 움직이다가 왼편에 수액 봉지를 보면서 신음했다.

“깨셨군요.”

연문빈이 다급하게 일어나서 모니터 수치를 살폈다.

“흠흠.”

진효왕은 목에 통증을 느꼈다. 말을 하려고 해도 목이 쉬어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수술 매우 잘 됐습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무슨 말씀 하시려고요?”

연문빈은 고개를 숙여 진효왕의 입 쪽에 귀를 가져다 댔다.

“눈······.”

“눈 불편하세요?”

“안경이요······. 안 보여요.”

힘겹게 말을 꺼내며 고개를 흔드는 진효왕의 모습에 연문빈이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근시죠? 잠시만 기다리세요. 병실에 가서 안경 드릴게요. 여기서는 안경 써도 소용없어요.”

“여기 병실 아닙니까?”

진효왕의 안색이 조금 변했다.

“회복실입니다. 제가 여기 있을 겁니다. 불편한 거 있으면 말씀하세요. 별일 없으면 일반 병실로 갈 겁니다.”

“상처 부위에 감각이 없어요.”

잠시 자기 상태를 느껴보던 진효왕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 마취가 다 안 풀려서 그래요.”

연문빈은 대답은 그렇게 해도 일부러 자리에서 일어나 소가복을 불러왔다. 재빨리 테스트를 한 바퀴 마친 소가복이 고개를 끄덕였다.

“됐어. 문빈이 너도 이만 가도 돼.”

“정말?”

“싫으면 사람 시켜 족발이나 가지고 오든가. 같이 저녁이나 먹자.”

“내 생각이랑 비슷하네요.”

소가복이 껄껄 웃으며 하는 말에 연문빈이 핸드폰을 꺼냈다.

“족발 두 개 가지고 와. 그리고 졸임 소세지랑 졸임 두부, 밥도 두 그릇 가지고 오고. 혹시 국 있으면 그것도 가지고 회복실로 와.”

“어이구, 문빈이 이제 사장이구만.”

소가복이 신나서 말했다.

“이게 쉬운 게 아니에요. 누구 먹여 살리는 게 쉬운 게 아니네요.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나랑 일하는 사람인데, 길은 열어 줘야죠.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능 선생이랑 출장 수술이나 다닐걸. 돈도 충분하고 말이에요. 선생님, 돈을 어느 정도 벌잖아요? 그냥 숫자에 불과해요.”

“야, 돼지고기도 좀 가지고 오라고 해. 그럼 네 너스레 끝까지 들어줄게.”

얼굴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는 소가복의 모습에 연문빈이 냉큼 핸드폰을 들고는 만지작댔다.

“그런 일이야 위챗으로 해결되죠. 전화할 필요도 없어요. 제 직원이 일을 꽤 잘해요.”

소가복이 이제 막 깨어난 진효왕을 향해서 고개를 까딱하며 말을 꺼냈다.

“마취의가 왜 다들 건들거리는 줄 아세요? 서전들이 이렇게 허세 떨어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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