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562화 (543/877)

장안민은 시간에 딱 맞춰 병원으로 와 간담췌외과 의국에서 하얀 가운으로 갈아입고 가방을 들고 나섰다.

“안민아, 응급의학과 가냐?”

등 뒤에 연차 높은 주치의 단이간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단이간은 장안민보다 3년 일찍 병원에 들어와서 레지던트와 주치의 하는 동안 장안민의 상급 의사인 셈이었다. 때문에 같은 주치의가 되었어도 단이간은 종종 장안민을 부렸다.

다만, 최근 1년 동안, 장안민은 더는 순순히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 장안민의 온 신경은 능 팀과 팔채향에 있었고, 간담췌외과에 있는 시간이 얼마 없어서 단이간 심부름은 말할 것도 없었다.

단이간은 그런 상황이 매우 언짢았지만, 이미 장안민의 상급의사가 아니라서 둘이 같은 수술할 기회도 없었고, 기분 나쁘게 뒤에서 조롱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의국에 레지던트들이 호응하듯 웃음을 터트렸지만, 말을 꺼내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선임 주치의 체면은 세워줘야 했지만, 그렇다고 장안민에게 밉보일 필요는 없었다. 능연 밑에 있는 장안민이 더 핫한 인물이니까 말이다.

장안민도 그와 다툴 생각 없다는 듯 그저 웃고 말았다.

같은 주치의라고 해도 이길 수는 없었다.

장안민은 단이간이 무시하는 듯 콧방귀를 뀌는 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숙인 채 의국 문을 나섰다.

“간담췌외과 월급 받으면서 응급센터 일하고. 진짜 개새끼지.”

아까는 대놓고 말 못 하던 레지던트들도 호응하기 시작했다.

“기술에 아부하는 거죠.”

“전에는 우리 과에서도 반나절은 일하는 척이라도 하더니 말이에요.”“능연이 뒤에 버티고 있으니까 다르긴 달라요.”

“솔직히 우리 하 주임님 정말 사람 좋으세요. 성격 지랄맞은 주임이었어 봐요. 장안민 하는 거 보고 진작에 폭발했을걸요.”

장안민은 못 들은 척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하원정 성격이 좋다니. 외과의 중에 성격 좋은 사람은 별로 없다. 그는 그저 화를 낼 수 없을 뿐이다. 단이간은 하원정의 직계지만, 하원정은 운화병원 직계가 아니었다.

응급센터 수술 구역.

30분 늦은 셈인 장안민은 곧바로 수술 구역으로 가서 본인의 수술 일정을 챙겼다.

요 며칠 그의 주요 수술 일정은 능연 수술 협조였고, 적을 때는 하루 세 건, 많을 때는 여섯 건도 수월한 상태에 속했다. 복강경 수술이 많았는데, 간담췌외과 기준으로 하루에 복강경 담낭 절제 혹은 맹장 절제 대여섯 건 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물론 매일매일 그렇게 하는 건 흔한 일은 아니었다. 환자가 그렇게 많지도 않고.

장안민은 손가락으로 A4 용지를 따라 훑어 내려가면서 속으로 ‘간 절제, 간 절제’하고 중얼거렸다.

간 절제 난도와 담낭 절제 난도는 비교할 바가 아니어서, 장안민은 하루 간 절제 두 건이 담낭 절제 대여섯 건보다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훨씬 많이.

그러나 간 절제가 더 힘들고 돈도 더 적게 번다고 해도 장안민은 여전히 간 절제 수술이 좋았다.

고급 수술을 해야만 성장할 수 있고, 성장이야말로 외과의가 추구하는 목표니까.

중국에서 외과 의사를 한다는 건, 목표는 어디까지나 부주임, 주임이다. 부주임이 되어야만 인풋과 아웃풋이 비례하게 되고, 주임이 되면 의심할 여지 없는 높은 피드백의 시대가 온다.

중국 삼갑병원 주임 의사는 같은 나이 미국 의사보다 많이 번다. 그리고 진료과 주임이 되면, 수입이든, 대우든, 같은 나이의 국제 전문가를 훌쩍 뛰어넘게 된다.

장안민은 본인이 계속 능연 밑에 있다면, 혹시 운이 조금 더 좋아서 기회를 잘 잡아서 능연 치료팀에 정식 합류하면 3, 4년 안에 승진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안민아, 좀 늦었네?”

좌자전도 어느새 수술 구역 휴게실에 와 있었다.

그의 부름에 장안민이 멈칫했다. 좌자전은 그전까지 그를 ‘장 선생’으로 불렀었다.

“좌 선생님.”

“상의할 일이 있어.”

좌자전이 싱긋 웃으며 조카뻘을 바라보는 것처럼 온화하게 장안민을 바라봤다.

장안민은 어쩐지 적응되지 않는 듯 대답하고는 벽 위에 A4 용지를 바라보며 침착하게 말했다.

“이따 수술 있습니다.”

그 대답으로 좌자전의 질문에 대답도 하고 본인의 현재 태도와 마음도 나타냈고, 동시에 아까 ‘좀 늦었다’는 질책에도 대답한 셈이었다.

장안민은 마음속으로 조금 뿌듯하기까지 했다. 그런 장안민을 힐끔 본 좌자전이 물었다.

“부주임 되고 싶지 않아?”

순간 장안민의 대뇌가 잠시 굳었고, 잠시 후에 현명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되고 싶죠.”

“그럼 이야기 좀 하자고. 시간 되지, 장 선생?”

“있죠. 좌 선생님이 하실 말씀 있다는데 없어도 내야죠. 선생님, 안민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장안민은굽힐 때 굽히고 버틸 때 버틸 줄 아는 재능을 충분히 발휘했다. 집에서도 무릎쯤은 우스운 가장이었고, 직장에서는 더욱 문제가 없었다. 그러니 이야기 좀 하자는 건 더욱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좌자전은 당연히 미소를 드러냈다.

능연은 좌자전 등의 계획을 전혀 알지 못했고, 알 마음도 없었다.

그는 자신의 리듬대로 묵묵히 수술했다.

요즘 수술은 간단한 편이었지만, 능연으로서는 수술 한 건 할 때마다 얻는 게 있었다. 특히 담낭 절제술은 본인이 키운 기술이라 더 많이 생각하고 쌓아나가야 했다.

그렇게 느긋하게 밤까지 한 능연은 수술 일곱 건을 마쳤고, 휑하게 비어있던 병실 구역을 조금씩 채웠다. 이틀 반짜리 회사 환자의 퇴원 속도가 너무 빨라서 희망하는 것처럼 병상이 쉽게 차지 않았었다.

“능 선생, 내가 차 불렀어. 출발하자고.”

퇴근 시간이 되자 마연린이 냉큼 달려와 그를 불렀다. 미리 이야기해둔 일정이라 길게 얘기할 것도 없었다.

능연은 가는 내내 눈을 감고 컨디션을 조절하다가, 소가 식당에 도착한 다음에야 기지개를 켜면서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고 보니, 오랜만이었다.

“전에 고기 굽던 직원은요?”

능연은 원래 모든 변화에 민감했다.

“병이 났어. 나중에 뽑은 직원은 다들 건강 검진 다시 했어. 그래서 괜찮아.”

“무슨 병이요?”

껄껄 웃으며 하는 소 사장의 말에 능연이 다시 물었다.

“거식증.”

소 사장이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좀 더 자세히 설명했다.

“우리 가게 음식이 맛없어서 그런 게 아니야. 연달아 입원을 몇 번 하더니 약 때문에 그렇게 된 거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