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565화 (546/877)

종업원이 음식을 내오자, 손님들이 그제야 아쉬움을 남기고 능연의 테이블에서 떠났다.

“술은요?”

구소렴이 착실하게 테이블을 세팅하면서 물었다.

“안 마셔.”

능연한테 물어볼 것도 없이 좌자전이 바로 대답했다.

“능 선생은 술을 안 좋아해. 그리고 이따 수술도 계속해야 하고.”

“아뇨, 밤에 수술 안 합니다. 다들 집에 가서 푹 쉬세요.”

손을 흔드는 능연의 말에 구소렴의 입이 찢어졌다. 그런 구소렴을 힐끔 바라본 연문빈이 웃었다.

“밤에 수술 안 한다는 거지, 내일도 안 한다는 것도 아니고.”

“내일 아침에 간 절제 세 건이야. 능 선생, 몇 시부터 시작할까?”

마연린도 말했다.

“조금 늦게 시작해도 됩니다. 5시 반에 시작합시다.”

능연이 잠시 계산한 후 말했다. 간 절제 수술은 평균 건당 1시간 반, 그러나 조금 넉넉하게 잡아서 2시간으로 잡으면 세 건에 6시간, 5시 반에 시작해서 11시 반에 끝나면 점심시간까지 30분 정도 쉴 수도 있다.

물론 이건 큰 수술의 계산 방법이다. 간 절제 환자는 사전 준비를 해야 하고 마취과의 협조도 필요하다. 그러니 응급 수술이 아닌 이상, 시간이 부족할 일이 없도록 넉넉히 잡아야 한다.

그러니 실제 조작할 때, 수술이 순조롭기만 하다면 중간에 담낭염이나 충수염 같은 다른 작은 수술을 끼워 넣어도 충분하다. 보통 그런 수술은 30분이면 충분하고, 중간에 중요한 부분만 따지면 충수염 수술을 10분에 끝내기만 해도 전문가급 수준이 된다.

구소렴을 힐끔 본 연문빈은 그의 미소가 사라진 걸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능 선생은 원래 이래. 일찍 하는 걸 좋아한단다.”

“시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다들 내일 지각하면 안 된다.”

좌자전이 훈련의와 실습생, 특히 실습생을 바라보며 상기시켰다.

훈련의보다 제약이 적은 실습생, 특히 막 학교에서 나온 실습생은 아직 사회의 혹독함을 몰라서 잘 겁먹지 않는다. 좌자전은 채찍을 들 의무가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 자리에 있는 실습생과 훈련의 모두 맞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에, 다들 착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좌자전은 싱긋 웃으면서 잔을 치켜들었다.

“자자, 술은 아니지만 다들 잔이나 한번 부딪힙시다. 같은 진료과에서 능연 선생 밑에 있게 된 것도 인연이니.”

그는 자연스럽게 술자리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부분을 만들어 냈고, 능연더러 한마디 하라는 말 같은 건 하지 않음으로써 능연과 다른 사람 모두를 흡족하게 만들었다.

세상엔 세상의 규칙이 있다지만, 능 선생 구역에서는 능 선생의 규칙이 최우선이었다.

양 갈비와 소곱창이 테이블에 오르자 다들 마음이 더욱 사르륵 풀어졌다.

그때 실습생 하나가 말을 꺼냈다.

“좌 선생님, 아까 지각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저희 출근 시간이 8시인데요······.”

“그래도 돼.”

좌자전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희는 4시 반에 올 필요 없는 건가요? 아, 저는 또 모두 그래야 하는 줄 알고.”

“그래도 돼.”

같은 말투로 다시 말하는 좌자전의 모습에 실습생이 멍해졌다. 다시 무언가 물으려고 했을 때, 좌자전은 이미 고개를 돌려 종업원을 부르고 있었다.

“여기, 차 좀 더 주세요.”

실습생은 의문 가득한 듯, 평소에 더 친한 상급의사 연문빈을 바라봤다.

“연 선생님, 대체 몇 시에 오라는 거예요?”

“오고 싶을 때 와.”

연문빈이 정확한 답안을 주었다. 실습생과 훈련의들은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으로 서로 바라보고는 다시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연문빈과 좌자전도 서로 바라보고는 마찬가지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이른 아침에 병원에 오는 것이 사실 능 팀의 진입 장벽이었다. 병원, 특히 외과 진료과에서 치료팀 팀장의 습관이 바로 규칙이니, 밑에 의사들은 적응할 수밖에 없었다. 일찍 수술하는 걸 좋아하는 외과의, 저녁에 수술하는 걸 좋아하는 외과의, 그리고 변태같이 오후에 수술하는 걸 좋아하는 외과의도 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술하는 걸 좋아하는 외과의도 있었다.

밑에 있는 초짜 의사로서 할 수 있으면 하면서 기회 한 번 얻는 거고, 할 수 없어도 사실 어쩔 수 없었다. 대부분의 실습생은 운화병원 같은 정상급 병원에 남지 못한다. 훈련의 기회는 상대적으로 조금 더 많지만, 정직원 채용된 것이 아니라면 운화병원에 남을 기회는 역시나 크지 않게 된다.

지금 구소렴은 운화병원 응급센터에 남고 싶어 했고, 나머지 훈련의 둘, 그리고 실습생은 운화병원에 남기에 지극히 어려워서 새벽에 병원에 오라 마라, 등을 좌자전이 강요할 수는 없는 문제였다.

“부르셨어요? 더 주문하실 건가요?”

종업원이 메뉴를 들고 엉거주춤 다가왔고, 막 브라질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는 마연린은 그런 종업원의 걸음걸이에 웃음 지으며 물었다.

“치질 있어요?”

그러자 종업원이 얼굴을 찌푸렸다.

“메뉴에 있는 것만 시키세요.”

바람과 햇살이 아름답고 구름 하나 없이 햇볕이 높게 내리쬐는 일요일.

운화병원 안의 분위기도 조금 조용했다. 이상할 정도로.

응급 병동으로 들어선 의사, 간호사의 발걸음조차 묘하게 느려졌다.

처치실은 텅텅 비었고, 한쪽에 놓인 가장자리가 핏빛으로 거뭇거뭇한 스테인리스 바트(간호사들이 약이나 주사기를 담는 스테인리스 통)만 불공평한 운명을 소리 없이 아우성쳤다.

“거기 누구지, 이리 좀 와봐.”

모처럼 주말 출근한 주 선생은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은 모습으로 훈련의 구소렴을 손짓해서 불렀다.

“14번 베드, 심전도 검사 좀 해봐.”

“네.”

“지체하지 말고 바로 가. 심근경색이면 골치 아파져. 심근경색 심전도가 뭔지 알지?”

주 선생은 초초짜 훈련의를 살짝 위협하면서 또 살짝 유혹했다.

“압니다!”

“어서 가라.”

훈련의 구소렴의 목소리가 과연 더 우렁차졌다.

주 선생은 손을 휘휘 내저으며 편안한 의자에 다시 돌아와 앉았다.

구소렴은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훈련의에게 심근경색 심전도는 모든 의사가 훈련의 시절에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라서 확실히 유혹적이긴 했다.

물론 훈련의 시절은 원래 짧아서, 그 기간에 배우지 못하는 것이 더 많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하나라도 더 많이 보면 좋으니까 말이다.

주 선생은 태연하게 웃었다. 14번 배드의 심근경색 위험은 지극히 낮았다. 그래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서 심전도를 해보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수법은 정말 유용했다. 주 선생은 벌써 ‘심근경색’으로 훈련의를 10년이나 속여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기술을 처음에 개발했을 때 주 선생은 아직 레지던트였다.

주 선생은 저도 모르게 긴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이 다 어디로 간 거야.”

“농땡이 피우다가 다 사라졌겠지.”

조낙의가 나른한 모습으로 다가와 앉았다.

“그 환자는? 처치 잘했어?”

“신장 내과로 돌렸어. 신 기능 부전인데 투석만 하면 뭐해.”

“아.”

주 선생은 참지 못하고 크게 하품하고는 다시 고개를 들어 바삐 움직이는 초짜 의사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렇게 바쁘다간 내가 신 기능 부전이 올 거 같다.”

“네가 바쁘긴 개뿔. 야, 그거 들었어? 간담췌외과 하원정 주임, 장안민을 부주임으로 밀고 있대.”

한마디 툭 뱉은 조낙의는 주 선생이 반박하지 않자 잠시 있다가 화제를 돌렸다.

“장안민은 간담췌외과 사람이니까 하 주임님이 밀고 싶으면 미는 거지 뭐.”

주 선생이 몸을 반대쪽으로 뒤집어서 아직 강렬하지 않은 새벽 햇살로 몸을 쬈다.

“장안민이 능연 사람이라는 걸 모르는 간담췌외과랑 응급의학과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게 뭐?”

주 선생이 태연하게 묻는 말에 조낙의는 짜증이 났다. 그와 주 선생 모두 주치의인데 부주임의 ‘ㅂ’도 아직 멀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그런 말을 본인이 입에 올리긴 싫었다. 그런 말까지 하면 기가 너무 죽는 느낌이었다.

“하 주임님 너무 멍청해.”

조낙의는 짜증 난다는 말투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주 선생은 그저 웃기만 하고 대답하지 않았다. 부주임은 병원에 다니는 의사의 가장 기본적인 꿈이었다. 모든 사람이 주임이 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특히 학력이 부족하거나, 다른 방면에서 뒤떨어지는 의사들은 종종 부주임에서 그치고 만다.

그러나 부주임만 되어도 통쾌하다. 특히 삼갑병원 부주임은 치료팀 팀장으로 몇 년 있게 된다면 본인뿐 아니라 아내도 가슴을 활짝 펼 수 있다. 특히 조낙의 같은 의사는 적어도 몇 년은 존중받는 즐거운 나날을 보낼 수 있다.

부주임은 다들 눈에 불을 켜고 노리는 자리라서 주 선생은 오히려 담담했다. 그런 걸 추구하기 시작하면 평범한 당나귀는 달리다 쓰러질 테니까.

조낙의는 그런 주 선생을 힐끔 보더니 불만인 듯 입을 내밀었다.

“너도 참.”

“간담췌외과 일인데 우리랑 무슨 상관있냐.”

“우리 주임님 자원 쓰니까 그렇지.”

“그게 또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고.”

조낙의는 할 말이 없어졌다.

주 선생은 다시 껄껄 웃으며 이야기하기 싫다는 듯 몸을 뒤집었다.

그때 구소렴이 빠른 걸음으로 되돌아왔다.

“주 선생님. 심전도 결과 나왔습니다. 문제없어요.”

“실망했냐?”

“아니요, 아닙니다!”

주 선생이 고개를 들어 구소렴을 힐끔 보며 물었다. 그러자 구소렴이 연신 고개를 저었고 주 선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 의사들은 약품 유효기간이 다 지나더라도 그 약을 안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해야 해. 심전도에 문제없다는 건 좋은 일이야.”

구소렴은 온순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맞다. 환자 검사 결과도 좀 재촉해라. 그리고 초음파도 하는 게 좋아.”

“선생님. 가족이 병원에 와서요. 같이 좀 돌아보고 싶은데요.”

“아, 가족이 왔어? 그래, 그럼 다녀와.”

주 선생은 무슨 병으로 왔는지조차 묻지 않았다. 그가 응급의학과 의사다 보니, 물었다가 일이 자기 손에 떨어질까 봐 걱정이었다.

“무슨 과 갈 건데?”

하지만 조낙의는 물었다.

“치질입니다. 마 선생님이랑 여 선생님이 해주시겠대요.”

구소렴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니네 능 팀, 이제 치질 수술도 하냐?”

“여 선생님이랑 마 선생님, 요즘 치질 수술 자주 하세요. 꽤 잘하시고요.”

조낙의가 빈정거리는 말을 구소렴은 그저 못 들은 척하면서 대답했고 조낙의는 길게 말하기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구소렴은 여기 분위기가 너무 저기압이라 잘못했다가는 휘말릴까 봐 다급하게 돌아섰다.

“저기, 니네 능 선생 어디 있냐? 출장 수술 갔냐?”

조낙의의 말투엔 여전히 음습함이 가득했다.

“아니요. 지금 간 절제 수술합니다.”

“간담췌외과 수술실?”

“자세한 건 저도 모릅니다.”

구소렴은 그런 질문에 함부로 대답할 군번이 아니었다.

“모를 리가 있냐.”

“1번 수술실이다.”

툴툴거리는 조낙의의 말에 주 선생이 대답했다. 그 1번 수술실이란 응급센터 1번 수술실이란 말이었다.

“네가 어떻게 알아.”

“2 병원 일반 외과 주임이 왔더라고.”

주 선생이 입을 내밀면서 창밖을 가리켰다.

“2 병원 외과 주임까지?”

“어쩌면 장안민 집도일 수도 있지.”

주 선생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눈빛은 예리했다.

“말도 안 돼. 장안민이 감히 간 절제를 하고, 참관할 사람까지 부른다고?”

“왜 못해?”

주 선생이 반문했다.

“아직 내부 참관 수술도 안 했잖냐······.”

“원내 간 절제 수술을 뭐하러 보는데.”

조낙의가 멍해져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내가 장안민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간 절제도 오랜만일 텐데, 집도한다고.?”

“능력자가 받쳐 주는데? 몇 달 배우면 충분하지.”

주 선생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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