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장안민은 쉴 새 없이 허리를 굽히며 감사 인사를 했다. 그는 흥분한 표정으로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오늘 수술은 그저 간 절제 수술을 시도했다는 것보다, 인생의 큰 전환점을 겪은 느낌이었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인정, 인생의 발전······.
참관실 의사들은 유리창 앞에 다가가서 장안민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장안민은 더욱 가슴이 뜨거워졌다. 대부분 의학계 대빵이었고,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같은 의사 동료였다. 이런 관심은 장안민 인생에서 그야말로 처음이었다.
그는 평범한 의사였다. 졸업할 때 성적이 좋긴 했지만, 운화병원에 들어오고 또 간담췌외과에 들어온 후로 레지던트에서 주치의를 거친 의사 인생 동안 언제나 굶주려 있었다.
성취감도 가끔 있었지만 그건 환자를 잘 치료하고 환자로부터 얻은 것이어서, 서른 넘은 다음부터는 동료의 인정을 받고 싶어 했다.
장안민은 시선을 돌리다가 주 부원장, 의교과 뇌 주임, 일반 외과 부주임, 응급센터 곽 주임, 성립과 시 2 병원 의사, 그리고 간담췌외과 선임 주치의 단이간을 발견했다.
장안민은 단이간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랑이 아니라 ‘안녕하세요. 저의 대범한 미소를 보세요. 아마 내 미소 뒤에 감춰진 너는 이제 앞으로 내 하급 의사예요, 라는 의미를 모르시겠죠. 앞으로 잘못하다가 피 말라 죽지 않을까, 조심하는 게 좋으실 거예요.’라는 뜻이었다.
단이간의 얼굴이 하원정이 장안민을 부주임 의사로 추천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처럼 굳었다.
단이간은 원래 오늘 장안민이 사람들 앞에서 크게 실패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길 조금 기대했다. 능연의 실패면 더 좋고. 그러면 마음속의 언짢음이 확 날아갈 것 같았다.
그러나 현실은 장안민의 성공이었다. 그것도 본인은 끝낼 수 없는 간 절제 수술을.
깊게 생각할 것도 없이 능연이 이 수술에 깊게 관여했음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많은 일을 했을 거고. 그러나 수술은 수술이고 집도는 집도라서, 장안민이 직접 집도해서 수술을 완성한 건 변함없었다. 간담췌외과 내부에서도 그를 부주임으로 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술이었다.
“주 원장님, 한마디 하시겠습니까?”
곽종군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투명 유리창 참관실이 순간 연설대가 되었다.
주 부원장은 목을 가다듬고 앞으로 나섰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일선 의사들이니, 간 절제 수술의 기술적 난도가 어떤지, 어떤 의미인지는 길게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복강 수술 중 보석이라는 말은 허명이 아니지요.”
“복강 수술의 보석이라······.”
수술실에 있는 연문빈이 낮게 투덜거렸다. 어차피 통화 버튼을 누르지 않는 이상 위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고.
간호사 두 명이 고개를 숙이고 킥킥 웃었다. 지금 집 두 채에 BMW를 가진 연문빈은 생긴 게 조금 못생기긴 해도 유머 감각은 조금 있다고 생각했다.
“장안민 선생의 수술을 보면서 가장 만족한 점은, 장안민 선생이 수술 전체를 끝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착실하게 폐복까지 마친 점이죠. 매우 잘했습니다. 장안민 선생이 일 처리에 진지하고 착실하게 노력하는 점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간 절제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폐복까지 하는 건 드물었다. 주 부원장이 확실히 장안민의 장점을 찾아냈다고 생각하며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장안민은 미소를 지은 채 마음속으로 다시 능연에게 감사했다. 오늘 수술은 사실 멋진 척하려면 폐복 작업은 세컨드 어시에게 넘길 만했다. 그러나 오늘 세컨드 어시는 능연이라서······ 직접 닫을 수밖에 없었다.
능연 등이 줄지어 수술실을 나간 후, 정식으로 수술 완료가 선포되었다.
장안민은 문 앞에서 주저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능 선생. 그럼 나 회복실 가서 기다릴게.”
“네. 첫 수술이니 직접 팔로우하세요.”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신인 의사가 한 수술은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기 쉬웠다. 보는 것과 다른 동작이 많기 때문이다. 초음파 메스도 경험 있는 의사라면 시간 절약하면서 임무를 완성하지만, 신인 의사는 어떤 순간이 사용하기 적당한 순간인지 확신하기 힘들 수 있다.
너무 깊게 사용하면, 수술하는 동안에 문제가 나타나지 않아도 수술 후에 자칫 대량 출혈이 일어나서 재수술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그 외에도 잘못 건드릴 때마다 합병증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담즙 누출 같은 것도 기본적으로 1%의 확률로 발생한다. 즉, 간 절제를 자주 하는 병원에서는 담즙 누출 환자도 거의 수시로 생긴다는 말이다.
장안민도 본인 환자에게 무슨 합병증이 생기지 않을까 두려워,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했다.
“능 선생, 진짜 고마워.”
“천만에요. 수술 잘하셨어요.”
능연이 긍정적 평가를 내리자, 장안민의 혈압이 확 올라가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 되었다.
“고마워, 능 선생.”
“차트 제대로 쓰시고요. 약 처방도 하고요. 또 적당한 케이스 찾아서 알아서 시간 배정하세요.”
능연은 변함없이 평온했다.
지금 그가 받은 간 절제 환자가 매우 많았다. 이름이 알려지면서 외래로 들어오는 환자도 많아져서 스태미너 포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간암 수술은 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장안민이 오늘 보인 능력으로 보면, 그의 기술은 당연히 하원정에 못 미치지만, 능연의 지도를 받으면 간단한 간 절제 정도는 완전히 무리가 아니었다.
물론, 오늘처럼 간단한 간 절제 수술을 찾는 건 쉽지 않지만, 조금만 조건을 낮추면 수십 케이스 중에 하나둘 고르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그런 환자들은 능연에게는 도전 가치가 전혀 없지만, 장안민에게는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단기간에 다시 귀중한 간 절제 수술을 할 수 있으리라고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장안민은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적당한 사람으로 찾을게.”
“최대한 간단한 증상으로요. 기초 질환도 가능하면 적은 환자가 좋아요. 좋은 예후가 나올 만한 사람으로요.”
의견을 낸 능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주에 두세 번 어때요? 할 수 있겠어요?”
“물론이지, 물론이야!”
장안민은 흥분해서 뛰어오를 지경이었다.
일주일에 간 절제 두세 번이라니. 장안민 같은 의사로서는 대단히 많은 수술량이었다. 게다가 마취 후 깨어나길 기다리는 과정까지 포함해서 수술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해야 했다. 일상 회진까지. 그러니 능연이 연달아 하는 간 절제 수술에 비해서 장안민의 부담이 더욱 컸다.
그러나 원했다!
그때 능연 앞에도 퀘스트가 튀어나왔다.
-퀘스트: 신인 훈련
-퀘스트 목표: 의사의 스킬 등급을 높일 것
-퀘스트 보상: 중급 보물 상자
퀘스트를 받은 능연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장안민이 이제 간 절제 수술을 배웠으니 입문급일 것이다. 난도로 따지면, 간 절제 수술을 한 건 다 해내는 것만 해도 기본적으로 입문한 셈이다.
그렇다면, 장안민을 전문가급으로 올리기는 아직은 어렵다.
그러면 장안민이 아직 입문급이 아니라고 치면?
장안민을 입문급으로 올리는 것도 꽤 어려우리라 생각했다.
어찌 됐든 간 절제 수술이니, 한 바퀴 할 수 있다고 해도 다시 진행하기엔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게다가 능연이 할 수 있는 건 다했고, 퀘스트 하나 때문에 온 신경을 장안민 지도 하나에 쏟을 수는 없었다. 제자 지도라는 게, 인풋만큼 아웃풋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서 능연은 별다른 움직임 없이 예정대로 회진 돌면서 보물 상자를 거둬들이고 수술을 진행했다.
운화병원 응급센터도 점점 안정되어 갔다.
장기 입원해야 할 정형외과 환자, 그리고 퇴원에 급급한 간담췌외과 환자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병원에 왔다가 희망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운화병원 안에 에피프레넘이 길게 가지를 늘어뜨리고, 접난이 하늘하늘 흔들렸고, 큰 거위가 뒤뚱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