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하나 사이에서 능연도 고개를 끄덕였고, 좌자전이 냉큼 밖으로 나가 팔짱을 끼고 목소리를 높였다.
“1번 환자분, 들어가세요.”
“1번!”
“1번 들어오랍니다.”
복도에서 기다리던 환자들도 따라 고함쳤고, 다시 소리가 나기 전에 중년 여자 하나가 몸을 일으켰다.
“제가 1번입니다.”
“일찍 오셨구만요.”
곁에 있던 환자가 껄껄 웃었다. 간담췌외과 진료는 한 번에 환자 다섯 명만 받았다. 나머지 네 명이 작은 목소리로 수다를 떨었다.
“능 선생 진료는 처음이구만.”
맞은 편에 앉은 나이 든 노인이 알아듣고 웃음을 터트렸다.
“어떻게 아세요?”
아까 웃던 환자가 되물었다.
“능 선생 진료는 암표가 많으니까. 1번은 돈을 좀 썼겠지.”
“썼겠지가 아니라 분명히 썼죠.”
“그렇게 확신해요?”
“난 4번인데도 썼거든요.”
4번이라는 중년 여자가 습관적으로 허리를 부여잡고 말했다.
“나도.”
“음.”
그러자 노인이 흡족한 듯 다시 웃었다.
“난 아들이 새벽에 줄을 섰지.”
“효자네요.”
“아이고, 어르신 좋으시겠어요.”
“돈 아끼셨네요.”
그때 맞은 편 환자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암표가 얼마인데요?”
사람들은 서로 얼굴만 바라볼 뿐 입을 열지 않았다.
어색한 분위기가 잠시 이어졌고, 허리를 부여잡은 중년 여자가 결국 먼저 입을 열었다.
“난 700 썼어요.”
“허허.”
“난 전에 다른 주임한테도 1200 썼어요.”
“그건 그 의사가 그 수준인 거죠. 거기에 다시 암표가 붙으면 2~3,000도 해요.”
이야기를 주고받던 목소리가 점점 사그라졌다.
몇백 위안 넘어가는 진료비는 일반인에게 적잖은 부담인데 2, 3000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약값처럼 보험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암표로 든 돈은 전혀 돌려받을 구멍이 없었다.
“고칠 수 있기나 바라야지.”
어찌 됐든 돈을 안 쓴 노인이 제일 먼저 다시 말을 꺼냈다.
이어서 허리를 부여잡은 중년 여자가 흥흥거리면서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한 번 진료받고는 다음엔 어떻게든 추가 번호를 받아야지. 능 선생은 진료 10개만 받고 추가는 잘 받아 주니까.”
“매번 추가로 하는 것도 꽤 골치 아프잖아요.”
“매번? 매번 와야 할 정도로 병이 낫지 않으면 뭐하러 와. 능연 선생한테 진료받으러 오는 이유는 바로 수술을 위해서라고. 알겠어요?”
환자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뉴스에 어떤 의사들의 의술이 어떤지, 수술 실력이 어떤지 일일이 보도되지 않지만, 환자들은 여러 가지 통로를 통해서 알아볼 수 있었다. 특히 간 내 담관 결석 같은 질병은 병력이 길고 고통스럽고, 수술 과정은 위험해서 수술을 결정 내리기까지 장시간 고민한 환자가 많았다.
“고칠 수 있길 바라야지.”
어르신은 한마디 더 하고는 눈을 감고 조용히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