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571화 (552/877)

돈 잡아먹는 귀신 중에 귀족격인 ICU는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왕가 돈을 10만 위안 넘게 잡아먹었다. 후반 비용이 현저히 줄었다고 쳐도, 첫 일주일에 왕가 재산은 벌써 탈탈 털렸다.

평범하게 월급 받고 사는 서민으로서 나중엔 의료 보험이 된다고 해도 하루에 만 위안이라는 돈은 보기만 해도 죽고 싶은 돈이었다.

다행히 환자가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고, 좌자전이 설득도 하고 있어서 왕종 일가가 어떻게든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

왕종 큰아들이 배달 음식으로 KFC를 먹다가 찐빵에 짠지로 바꾼 걸 알게 됐지만, 장안민도 딱히 어쩔 수는 없고, 약 처방 할 때 조금 신경 쓰는 게 최선이었다.

외과의로서 수술도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의 경제 문제는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장안민은 전엔 이런 환자와 보호자를 만난 적도 없었다. 전엔 담낭 절제 같은 수술을 더 많이 해서, 자비 1, 2만 위안에 의료 보험으로 하면 몇백에서 몇천 위안이면 할 수 있는 수술이라 좀 힘든 가정도 그렇게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간암 수술은 달랐다. 간 절제 수술 전후에 드는 비용만 해도 담낭 절제술의 몇 배는 됐고 후기 케어 비용과 지출은 더 많았다.

이른 아침, 또 수술 한 건을 끝낸 장안민은 습관적으로 ICU로 달려갔다.

“일반 병실로 갔어요.”

장안민을 본 간호사가 바로 답을 알려주었다.

“왜 벌써 보냈어요? 적어도 이삼일은 더 있어야 하는데.”

“환자가 강하게 요구했어요. 돈 낼 능력도 없고요.”

그런 것에 익숙한 ICU 간호사는 의외도 아니라는 듯 말을 이었다.

“지금 특수 병동으로 보내도 그냥 입원 기간이 조금 길어질 뿐이고, 환자가 강하게 요구하니 저희도 어쩔 수 없었어요.”

“능 선생이 할인도 많이 해줬는데요.”

“ICU 비용이 주는 건 아니니까요.”

거기까지 대답한 간호사는 더는 장안민을 상대하지 않았다. 장안민은 조금 넋이 빠진 모습으로 수술 구역으로 돌아왔다.

능 치료팀 의사들은 수술 구역에서 평온을 찾았다. 어차피 병실 구역에 남아 있으면 차트 쓰거나, 환자 보거나, 보호자 질문에 대답하거나, 회진하고 약 처방 내리면서 초짜 의사 관리하거나 해야 하니까.

항온 유지되는, 덥지도 춥지도 않은 수술 구역의 적당한 온도에 장안민도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무슨 생각해?”

장안민의 표정에 뭔가 잘못됐음을 알아차린 좌자전이 물었다.

“왕종 씨 일이요. 돈 때문에 오늘 ICU에서 나갔어요. 제 첫 간암 수술인데, 마음이 이상하게 안 좋네요.”

왕종은 부주임으로 승진한 후 처음 맡은 간 절제 환자라 장안민도 내심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다.

좌자전은 그의 마음을 추측할 필요도 없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일은 오래 생각하지 마. 기분만 안 좋아지니까.”

“그렇죠. 에휴. 능 선생이 비용을 그렇게 많이 깎아 줬는데, 그 돈만으로도 며칠 있다가 정상적으로 일반 병실에 가도 됐을 텐데, 하는 생각이 계속 드네요. 며칠 더 있으면 감염도 제어될 거고, 환자도 고생 덜할 텐데 말이죠.”

“고생이야 ICU가 제일 고생이지.”

좌자전이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네 생각은 좋지. 감면받은 비용으로 ICU 비용을 낸다. 그런데 사실 돈이 남으면 가족 돈이 되잖아. 1년 버는 돈으로 ICU에 며칠밖에 못 머무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야.”

“그렇게 따지면 아프리카 사람은 평생 돈 벌어도 수술 하나 못 하죠.”

반박하던 장안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선생님, 비용 조금 더 뺄 데 없을까요?”

“그럼 곽 주임님 허락받아야지.”

좌자전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곽 주임님은 능 선생처럼 쉽지 않아.”

장안민이 예상대로 입을 닫았다.

비용 감면이란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서류 작업이 많을 뿐만 아니라, 감면되는 금액과 횟수 모두 한정되어 있었다. 어찌 됐든 병원도 감면 비용을 정부로부터 받아야 하니까 말이다.

곽 주임 동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장안민은 자신이 없어졌다.

“알았어요. 못 들은 거로 치세요. 곽 주임 동의를 받느니, 차라리 내 돈 내는 게 낫겠네요.”

장안민은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곽 주임님 동의가 왜요?”

뒤에서 나타난 능연이 물었다.

본인 치료팀과 응급센터 내부에서 일어난 일에 관해서 능연은 가능한 책임지려는 편이었다.

능연에게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확신이 없는 장안민은 살짝 굳은 채 긴장해서 좌자전을 바라봤다.

“말해.”

좌자전의 명확한 대답에 장안민은 상황을 전체적으로 한 번 설명했다.

“나는 전례를 남기면 안 된다고 생각해. 우린 매일 간 절제 수술하잖아. 원래 큰 수술이고. 복잡한 만큼 자금도 많이 들고. 솔직히 말해서 한두 달 월급으로 수술할 수 있는 사람은 1%도 안 될 거야.”

바로 그렇게 말하는 좌자전의 모습에 장안민이 경악한 듯 그를 바라봤다. 말하라면서요?

“나야 양쪽 이야기를 다 해야지. 참고할 거리는 줘야 하지 않겠어?”

장안민을 힐끔 본 좌자전이 덧붙였다. 장안민은 할 말이 없었지만, 좌자전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능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회진을 좀 일찍 하죠. 병실에 가봅시다.”

“다음 수술 미루게?”

“선생님이 치프 레지던트니까, 일단 선생님이 집도하세요.”

뒤따라오며 묻는 여원의 말에 능연이 그렇게 대답했다. 다음에 할 수술은 담낭 수술이라 여원이 커버할 수 있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여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단체로 방향을 바꿔 병실 구역으로 향했다.

특수 병실, 왕종은 두 눈을 질끈 감고 미간을 좁힌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수술이 끝난 지 일주일이 넘었고, 젊은 사람이었다면 슬슬 퇴원을 고려할 때였다. 그러나 환갑 넘은 노인네로서는 간 절제 수술은 목숨 반을 생생히 자른 것과 마찬가지였다.

혹시 중독될까 봐 약을 많이 쓰는 것도 두려워서 아픈 걸 생으로 견디느라 입안이 다 터져서 이도 악물지 못할 정도였다.

“단백질 영양제 하나 더 쓸까요?”

아버지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본 큰아들이 제가 아픈 듯 나지막이 물었다.

“영양제는 영양제일 뿐이고 병도 못 고치는데 됐다.”

“돈은 칼에 써야지.”

친척 두 명이 동시에 그렇게 말했다.

큰아들은 이미 돈이 별로 없었고, 돈을 더 쓰려면 빌려야 하는데 친척들이 그렇게 나오자 고집부릴 수 없었다.

그때 왕종이 목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수술도 끝났으니, 이제 자면 되니까 다들 여기 있지 말고 돌아가게.”

말을 마친 왕종이 가볍게 기침하기 시작했다. 큰아들은 다급하게 왕종에게 다가갔고, 다른 친척들은 하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다시 올 거 없어.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며칠만 지나면 괜찮을 거야.”

왕종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그렇게 말했다.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

병실로 들어오자마자 왕종의 목소리를 들은 능연이 말했다.

“능 선생님?”

왕종이 눈을 번쩍 뜨며 반가운 듯 그를 불렀다.

“네. 움직이지 말고 누워 계세요.”

능연이 바로 신체 검진을 시작했고, 왕종은 그의 말대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검사 보고서 보니까 잘 회복되고 있습니다. 느낌은 어떠세요?”

“좋습니다.”

능연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묻는 말에 왕 노인이 웃어 보였다.

“그럼, 몸이 회복되는 데 유일한 문제는 돈인가요?”

능연이 고개를 돌려 좌자전을 바라봤다.

“그런가요?”

“그렇죠.”

좌자전이 되묻는 말에 장안민이 냉큼 말을 받았다.

“그럼 장 선생님 말대로 해요. 보고서 써서 곽 주임님한테 보내요.”

능연은 긴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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