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연은 다른 사람 덕에 얻은 것은 갚아야 한다는 사회 행위 규범을 배웠고, 장안민의 승진으로 중급 보물 상자를 얻었으니 그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이따 개복하세요.”
폐복에 비해서 개복은 굉장한 대우였다.
아침에 시장 가서 고른 고기와 저녁에 고른 고기가 다르듯 말이다.
능연과 수술하면서 아침 시장 혜택을 받는 것도 드물어서, 장안민은 순간 흥분했다.
수술실에 들어가서도 흥분 상태이던 장안민은 선을 그릴 펜을 잡은 다음에야 망설이기 시작했다.
“수술방식은 어떤 걸로?”
장안민이 능연을 바라봤다. 장 문합은 수많은 수술 중에 동생 같은 존재로, 90년대가 되어서야 Riede가 제안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선천적인 결함과 선천적인 필요로 해당 수술은 매우 빠르게 발전하여, 지금은 주요 수술방식만 다섯 가지 이상이었고 변종은 부지기수였다.
간담췌외과 전문의인 장안민은 총담관 십이지장 문합술을 몇 가지나 배웠다. 그러나 자신의 학습 과정을 떠올려본 장안민은 능연의 무기고가 부족할 것이 걱정됐다.
어쨌든 능연은 담낭 수술도 자신에게 배웠다. 장 문합은 조금 더 복잡하니, 능연이 대단한 천재라고 해도, 그리고 밖에서 출장 수술하며 여러 가지를 배웠다고 해도, 다섯 가지 수술방식을 다 배우진 못했으리라 여겼다.
개복은 간단하고, 선 그리기도 간단하지만, 그렇게 그린 선이 집도의의 습관에 부합하지 않거나, 심지어 집도의가 익숙하지 않은 수술방식이면 어쩐단 말인가.
장안민은 조심스럽게 능연을 돌아봤다.
“개복 선택권은 선생님한테 드릴게요. 선생님이 판단하세요.”
능연이 의아한 듯 바라보자 장안민은 묘하게 당황스러웠다. 그는 곧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날카로운 7번 메스를 든 간호사 왕가에게서 여전히 스타를 쫓는 소녀 같은 열정과 막무가내가 엿보였다.
순회 간호사는 우 간호사였다. 마흔 넘은 건장한 여인으로, 쉽게 석고를 깨부수고, 강판을 휘어잡는 거친 손으로 SNS 사진 편집을 헉 소리 나게 하는 사람이었다.
마취의는 여전히 소가복이었다. 점수 높은 멍청이로, 학력과 품성을 겸비한 그는 누구나 괴롭혀도 되는 아이처럼 멍한 눈으로 둥근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장안민은 그가 작정하고 아부할 때면 일반적인 환각제를 먹고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내, 내가 개복해도 되겠어?”
장안민은 갈등하며 나지막이 물었다. 나 죽기 싫어.
“선생님이 익숙한 방식으로 하세요.”
그러나 능연은 상관없다는 듯 대답했다. 그는 그랜드마스터급 총담관 십이지장 문합술을 터득했으니, 장안민이 어떤 수술방식을 채택하든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안민을 지도할 수도 있었다.
능연으로서는, 어차피 가르칠 거 장안민이 익숙한 수술방식이 나았다. 그래야 장안민을 발전시키고 연마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장안민은 그런 능연의 생각을 알 도리가 없었다.
그는 힌트를 얻을 수 있길 바라며 흐린 눈으로 능연을 바라봤다.
힌트는 없었다.
장안민은 절망했다. 수술실은 원래 집도의가 끝내주게 잘난 척하는 곳인데, 조수가 잘못해서 집도 의사가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게 어떤 상황이 되겠냔 말이다.
바로 장안민이 간담췌외과에서 늘 겪은 상황이었다.
한참 침묵하던 장안민이 결국 전전긍긍하며 말을 했다..
“그럼 루엔 Y(Roux-en-Y) 문합술로 한다?”
장 문합술에서 가장 흔한 수술방식이고 변종 수술방식이 많은 기초 수술방식이었다. 멋짐 효과는 적겠지만, 가장 안전했다.
그러나 간단함만 따지면, 루엔 Y 문합술은 담관 십이지장 문합술만큼 간단하진 않다.
장안민도 어떤 선택이 옳을지 몰랐지만, 본능적으로 간단한 건 능 선생 스타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능연은 안 될 것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장안민은 저도 모르게 한숨 돌리면서 환자 배 위에 다급하게 선을 그렸다. 너무 흥분한 이유로 선이 비뚤어지기까지 했다.
“다시 그릴게.”
장안민은 나중에 절개할 때 고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선도 제대로 못 그려서 절개할 때 고쳐야 한다니, 그걸 어느 상급 의사가 동의할까.
장안민은 알콜로 가볍게 닦아 내고는 펜을 고쳐쥐고 가볍게 다시 그렸다.
환자의 배가 살짝 볼록한 바람에 거의 끝까지 그렸을 때 장안민의 손이 다시 미끄러졌고, 비뚤어졌다.
“다, 다시 그릴까?”
장안민이 조심스럽게 능연을 바라보자, 능연은 온화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색 펜으로 하세요.”
장안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손을 뻗어 펜을 요구했다.
그는 진지하게 하얀 선을 그렸고, 이제 손을 거두려고 할 때.
비뚤!
“다른 색으로 다시 그릴까?”
장안민은 손이 다 떨릴 정도로 뜨끔했다.
“절개구도 바르지 않은 환자가 더 많은데요. 괜찮아요. 드레싱할 건데 누가 알아본다고요.”
펜 가지러 가기 귀찮은 우 간호사가 하는 말에 장안민이 소심하게 능연을 힐끔 보고는 다급하게 말했다.
“죄송해요. 다시 한번 그릴게요.”
“능 선생님은 직선을 좋아해요.”
왕가도 그렇게 말했고, 능연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기다리세요, 펜 몇 개 가지고 올게요.”
결국 우 간호사가 한숨을 내쉬고 말하자 장안민은 심호흡하고 기를 축적하며 묵묵히 애를 썼다.
“비뚤어졌다.”
“다시 할게.”
“미안······.”
수술대에 누운 환자의 복부에 각양각색의 무늬가 생겼다.
“잠깐 좀 닦을게.”
장안민은 뜨끔하다, 뜨끔하다, 이젠 점점 아무렇지 않게 되었고 능연은 달리 재촉하지도 않고 손을 치켜들고 있었다. 비뚤어진 선은 자기가 보기에도 괴로우니, 차라리 조금 힘든 게 나았다.
“다시 한번 그릴게.”
장안민은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검은 펜을 잡고 진지하게 선을 그었다.
직선을.
멈칫하던 장안민은 스스로 의심하면서 눈을 깜빡였다.
“잘 그려진 건가?”
“잘 그려진 거겠죠.”
우 간호사가 하품을 하면서 감추지도 않고 장안민을 한 번 노려봤다.
그와 동시에 능연 앞에 퀘스트 완성 제시어가 다시 나왔다.
-퀘스트 완성: 신인 훈련
-퀘스트 목표: 의사의 스킬 등급을 높일 것
-퀘스트 보상: 중급 보물 상자
‘시스템, 무슨 스킬이 오른 거야? 장안민의 선 그리기 능력?’
잠시 고민하던 능연이 시스템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시스템이 매우 단호하게 대답했다.
능연은 그윽한 눈으로 장안민을 바라봤다. 하루에 보물 상자 두 개를 바친 의사라니. 대단했다.
능연의 시선에 장안민은 다시 뜨끔했다.
“이러면 되겠어?”
“됩니다. 시작하세요.”
능연은 인터페이스의 중급 보물 상자 두 개를 바라보며, 잠시 기다려보기로 했다. 어쩌면 또 하나 나올지도 모르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