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가 삐용삐용 운화병원에 도착하자 의사와 간호사가 멍멍 짖으며 달려갔다.
“멍멍!”
구급차에서는 진짜 개 짖는 소리가 났다.
“밤톨이, 쉿!”
이번에 소리를 낸 건 놀랍게도 얼굴이 평범해서 사람들이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레지던트였다.
구급차 문이 열리자, 경찰견 밤톨이가 사나운 모습으로 의아한 듯 맞은편 초짜 의사를 마주 보며 슬며시 이빨을 드러냈다.
“밤톨아, 나야. 나 잊었어? 전에 몇 번 만났잖니.”
레지던트가 경찰견에게 인사하면서 실려 내려온 스트레처 카를 바라봤다.
“제 동료예요. 마약 판매하는 놈한테 허리를 찔렸어요.”
“아이고, 아이고. 움직이지 마세요. 그쪽도 침대에 누워요.”
진민이 스스로 구급차에서 뛰어내리며 하는 말에 레지던트가 마음이 아픈 듯 부르르 떨었다.
“전 괜찮아요. 제 동료만 봐주시면 돼요. 노인이라 이래요. 넷이서 하나 잡으면서 찔리기나 하고. 저는 넘어져서 좀 까지기만 해서 괜찮습니다.”
“안 됩니다. 병원에 왔으면 제 말 들으셔야 해요. 어서 침대로 올라가세요. 검사할 겁니다. 정말 괜찮아야 괜찮은 겁니다.”
레지던트가 엄하게 말하자 진민은 이상하다는 듯 그를 힐끔 보고는 더는 고집 부리지 않고 스트레처 카에 누웠고, 간호사가 밀려고 하자 밤톨이를 불렀다.
“밤톨이, 따라와.”
경찰견 밤톨이가 양발을 부지런히 놀리면서 간호사 뒤를 바짝 쫓았다.
“밤톨이는 이리 오고.”
평범하게 생긴 레지던트가 다시 녀석을 부르자 힐끔 그를 본 밤톨이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계속 앞으로 달렸다.
미간을 좁히고 몇 걸음 걷던 레지던트가 갑자기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무슨 생각이 난 듯 물었다.
“밤톨이, 나 잊은 거 아냐?”
응급 통로의 분위기는 진중하고 고요했다.
“개는 냄새로 기억한다며. 개도 날 기억 못 한다고?”
걸음을 내디딘 그가 못 참겠다는 듯 진민을 향해 물었다.
“진 경관님, 저 기억하시죠?”
“미안해요. 우리 구면인가요?”
진민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엄숙하게 상대를 바라보며 머뭇거리다가 진지하게 물었다.
“처음에 응급에 오실 때 몇 번 다 제가 접수한걸요.”
평범한 레지던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가슴이 아프고 코가 시큰해졌다.
“미안해요. 매번 다른 의사인 줄 알았어요.”
진민이 다시 사과했지만, 위로가 되진 않았다. 레지던트가 실망하며 걸음을 멈췄다.
스트레처 카 두 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처치실로 들어갔다.
손을 이미 씻은 주 선생이 세 시간이나 꿈쩍거리지 않은 자기 손을 창 쪽으로 비춰보고는 뿌듯한 듯 웃은 다음 호쾌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장갑!”
간호사 한 명이 실리콘 장갑을 펼쳐서 주 선생에게 끼워주었다.
“무슨 상황이었습니까?”
“범인 쫓으러 갔는데 상대가 낚싯대를 휘두르는 데 선배가 못 피해서 허리에 찔렸습니다.”
주 선생이 첫 번째 스트레처 카 앞에 서서 묻는 말에 다른 스트레처 카에 누워있던 진민이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
“못 피한 게 아니라, 내가 피하면 뒤에 사람이 당할 거 아니야.”
선배는 허리가 진짜 아프긴 한 듯 누워서 움직이지 않았지만, 반박하는 힘이 어딘가 조금 부족했다.
“선배 뒤에 경찰견이었는데요?”
“경찰견······. 경찰견은 당해도 되냐? 네가 몰라서 그렇지, 이거 아프다. 진짜 아프다. 아이고, 아파라.”
“밤톨이 그때 엎드리고 있어서 선배 허리 높이까지 되지도 않았어요.”
진민은 선배가 반쯤 엄살 부리며 하는 말을 끝까지 듣고서야 대답했다. 선배는 잠시 멍하니 있더니 갑자기 손으로 허리를 부여잡고 크게 소리쳤다.
“아이고야, 나 죽는다.”
“제가 봐 드릴게요.”
주 선생이 엄숙한 얼굴로 환자 옷을 끌어 올렸다. 둔기 외상은 심각할 수도, 간단할 수도 있는데 환자가 이렇게까지 큰소리로 외치는 걸 보니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왕 온 거니까······.
주 선생은 그래도 꼼꼼하게 환자를 검사했다.
“별일 아니네요. 경찰은 전액 보상되는 보험이죠?”
“당연하죠.”
“그럼 CT 찍고 혈액 검사하죠. 하루 더 살펴볼게요.”
주 선생은 되는대로 검사를 배정했다.
“많이 안 다쳤나요?”
“네. 그냥 겉 상처입니다.”
“많이 아픈데.”
“겉 상처입니다.”
그렇게 대답한 주 선생이 고개를 들어 진민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디 다쳤습니까?”
“종아리요.”
진민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목소리를 낮춰 다시 말했다.
“능 선생님 불러주시면 안 되나요? 능연 선생님이요. 아는 사이에요. 그래서 능 선생님한테 부탁······.”
“제가 우선 보겠습니다.”
주 선생은 바로 승낙하지 않았지만, 진민의 요구를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예쁜 여자 경찰이라 운화병원 의사들이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진민은 일정 기간마다 병원으로 달려왔고, 특히 응급실로 왔다. 대부분은 다친 범인과 함께 왔고, 가끔 동료를 따라왔다.
본인이 다친 상황은 드문 편이었다.
진민은 조심스럽게 바지를 끌어 올렸다. 그의 종아리에 엄마가 봤다면 마음 아프고 아빠가 봤다면 별생각 없었을 그다지 크지도 적지도 않은 멍이 있었다.
“음. 어쩌다 다쳤나요?”
“범인이 던진 물고기에 맞았어요. 물고기 꼬리가 부러질 정도로 힘이 들어갔더라고요.”
진민이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아예. 다른 데는요?”
“없어요. 저는 밤톨이 지휘만 했거든요. 맞다. 지난번에 밤톨이 다쳤을 때, 바로 능 선생님이 봐주신 거예요. 강아지용 마취제까지 만들어 주셨죠. 되게 세심하셨어요.”
진민이 기억에 잠긴 채 말했다.
“아, 개마취 스토리.”
“개······마취요?”
“당신 개 마취했던 마취의, 그 뒤로 개마취로 불려요. 다들 그렇게 불러서 이젠 그냥 그렇게 됐어요.”
“아~ 그런데 저 능 선생님이 봐주시면 좋겠는데. 안 될까요?”
이야기를 들은 진민은 살며시 웃어 보이고는 그렇게 물었다.
“그럽시다.”
주 선생은 재빠른 속도로 장갑을 벗고 능연을 부르러 사람을 보냈다.
진민은 바로 스트레처 카 위에 누운 자세를 가다듬으며 조절했다.
잠시 후, 타닥타닥 발걸음 소리가 들렸고 곁에 누워서 기다리던 선배가 입구쪽을 바라보더니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이게 바로 내가 10분 넘게 구급차를 타고 여기로 온 이유로구만?”
“여기가 제일 좋은 응급실이라 그래요.”
진민이 그 말을 마쳤을 때 처치실 문이 열렸다.
능연이 레지던트 두 명과 문 앞에 나타났다.
“능 선생님.”
“안녕하세요.”
진민이 애틋하게 부르는 목소리에 능연은 사회 기대에 부응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밤톨이도 낑낑대며 능연의 바짓자락에 머리를 비볐다.
“네가 보는 눈은 확실히 있구나.”
바라보던 선배도 멍해졌다.
“능 선생님 또 신세 지러 왔어요.”
진민이 미소 짓자 능연도 마찬가지로 미소 지어 보이며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당연한걸요.”
“역시 능 선생님, 멋져요.”
진민은 아낌없이 활짝 미소를 지었다.
옆에 있던 서 경관이 넋이 빠진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진심으로 놀랐다. 진민은 평소에 다른 남자한테 꿈쩍도 하지 않아서, 진민이 당분간 연애에 관심이 없고 승진 생각만 하나 보다 했던 때도 있었다.
거울 한 번 보고 능연 한 번 본 선배는 질투는 점점 사라지고 말로 설명하기 힘든 씁쓸함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는 지금 나이도 많고, 위험한 작업도 하지 않게 되어서 이번에 재수 없이 낚싯대에 찔리지 않았다면 병원에 올 일도 없을 정도였다.
잘생긴 남자라는 게 이렇게 신세계로 잘생길 수 있고, 완전히 다른 레벨로 잘생길 수 있다는 걸 모르던 선배였다.
“저기, 능 선생님 왜 의사가 되셨어요?”
“의사가 되고 싶어서요.”
저도 모르게 묻는 선배의 말에 능연은 그를 힐끔 바라보고는 차트는 어디 있는지 물었다.
곁에 있던 평범한 레지던트가 다급하게 전자 차트를 열어 능연 쪽으로 돌려주었다. 막 들어온 환자라 차트에 대단한 내용은 없어도, 무슨 약을 처방했는지, 무슨 검사를 했는지, 결과는 어땠는지 정도는 차트로 알 수 있었다.
비록 아까 충격받았어도 할 일을 해야 할 때는 해야 했다. 평범한 레지던트는 능연의 부하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검사, 재촉 좀 하세요.”
차트를 한 번 살핀 능연이 다시 지시를 내렸고 레지던트가 알겠다고 대답했다.
“능 선생님은 선택의 여지가 많았을 텐데요. 의사가 되고 싶어서 의사가 됐다고요?”
“물론입니다.”
능연이 할 일을 마치길 기다렸다가 다시 묻는 선배의 말에 능연이 다시 힐끔 바라보며 대답했다.
“더 좋은 선택이 있었을 텐데요. 돈도 더 많이 벌고, 권력도 있는 일이요.”
“하고 싶은 거 하는 게 더 좋은 선택이죠.”
모르겠다는 듯 묻는 선배의 말에 능연은 매우 다이렉트로 대답했다. 능연이 오래 생각해 온 문제기도 했다.
선배는 멈칫했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더니 진민이 감탄하는 표정으로 능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선배는 어이가 없어졌다.
“나도 경찰이 되고 싶어서 된 건데.”
선배가 한숨을 쉬며 진민에게 말했다.
“전엔 방범 요원 되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그건 마누라랑 자식 생각에 그런 거지. 우리 경찰견 중대는 허구한 날 형사, 마약반이랑 협조하는데 집에서 걱정 안 하겠냐고. 봐봐, 이번엔 병원까지 왔잖아.”
선배가 있는 힘껏 반박했다. 그렇게까지 직업을 사랑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일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모함받을 수는 없었다.
진민은 담담하게 웃으면서 눈으로는 능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능 선생님, 제 다리에 흉 남지는 않겠죠?”
진민의 다리는 매우 늘씬하고 예뻤다. 목 아래 묘사할 수 없는 부분 중에 가장 예쁜 부분이었다. 능연은 장갑을 낀 채 살며시 눌러 보고 질문 몇 가지 하고는 확실하게 대답했다.
“네. 안 남아요.”
“감사해요. 선생님.”
진민은 부끄럽기도 기쁘기도 했다.
“나 지금 일 얘기, 목숨 얘기 하고 있었는데?”
선배는 드디어 곁에 있는 초짜 의사들의 고통스러운 부분 중 일부를 체감하고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밤톨이 목숨을 바로 능 선생님이 살렸어요. 혹시 어디가 안 좋으면 능 선생님한테 수술받으세요. 병원 올 때마다 능 선생님이 얼마나 대단한지 듣거든요. 능 선생이 환자로 받아 주기만 하면 병이 80%는 낫는다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어요.”
“말도 안 돼.”
진지한 진민의 말에 선배가 웃음을 터트렸다.
“진짜예요. 여러 환자 보호자한테 물어봤었다고요. 어떤 의사는 유명한데 정말 수술 후에 나은 환자도 있고 아닌 환자도 있어요. 능 선생님은 달라요. 능 선생님 환자는 다 나았어요.”
진민은 점점 더 진지해졌다. 의사가 사람 살리는 일은 목숨과 상관있는 일이고 농담으로 할 말이 아니니까.
선배도 진지하게 능연을 힐끔 보고 웃었다.
“앞에서 대놓고 칭찬하는데, 느낌이 어때요?”
“아, 전 자주 칭찬받습니다.”
능연이 담담한 눈빛으로 선배를 바라봤다.
선배는 멍해져서 한마디 하려고 했지만, 능연의 표정을 보고는 경찰의 속성이 드디어 발동했다.
“진심이군요.”
마연린이 도저히 못 들어주겠다는 듯 끼어들었다.
“당연하죠. 얼굴 좀 보세요. 경찰관님 부대에 잘생긴 경찰견도 칭찬 더 듣겠죠?”
선배가 드디어 입을 다물고 오늘 마지막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능연은 장갑을 바꿔 끼고 다시 고개를 돌려 선배를 바라봤다.
“검사 좀 할게요.”
“아까 저 선생님이 했어요.”
“네.”
능연은 따로 설명도 하지 않았다. 외과의는 다른 의사를 믿지 않는 존재고, 딱히 설명할 것도 없었다. 주 선생은 전지전능과 거리가 먼 의사였다.
“평소에 위가 불편하신가요?”
“경찰이 위가 좋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특히 여러 부서를 거친 우리 같은 경찰은 방법을 바꿔가며 몸을 괴롭히죠. 그냥 CT 처방 내리시던가요.”
누워있던 선배가 웃으며 대답했다.
“잠시만요. 일단 검사 좀 하고요.”
능연의 젊은 모습을 본 선배는 그가 내켜 하지 않는 줄 알고 저도 모르게 겸연쩍게 웃었다.
“내가 검사비 아끼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시간이 없기도 하고요. 이렇게 일하다 다쳐야 병원에 올 시간이 있다니까요. 검사를 해야 한다고 하니까, 온 김에 전부 검사하려고 하는 거죠.”
“위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뭐 그렇게까지 불편한 건 아니고요. 가끔 가스가 차요. 하하하. 그래도 다른 사람보단 나은 거요. 우리 대장 위야말로 엉망이지. 위출혈도 두 번이나 있었지. 다행히 이제 술은 끊었지······.”
“근육 팽창은 느껴지지 않고요?”
능연이 선배의 상복부를 눌렀다.
“조금? 이 정도는 정상이죠.”
선배가 얼굴을 찌푸리며 덧붙이는 말에 능연은 대답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
“요즘 살 빠지셨어요?”
“하하. 요즘 입맛이 없어서요. 그 김에 뺐죠. 5킬로 가까이 빠졌다니까요? 효과 있죠?”
뿌듯한 듯 대답하는 선배의 말에 능연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고 상복부 전체를 촉진했다. 마지막엔 좌측 쇄골을 살피고는 옆에서 엄숙하게 기다리는 마연린을 향해 지시했다.
“복부 CT 찍어요. 바로 보내고 좌 선생 불러오세요.”
마연린은 저도 모르게 동정의 눈빛으로 선배를 보고는 그를 밀고 나갔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은 진민이 무슨 일인지 물었다.
“보호자 불러오세요.”
곁에 있던 우 간호사가 능연이 말실수할까 봐 끼어들었다.
“선배 아내는 애 학교 때문에 외지에 가 있어요. 당장 돌아오진 못해요.”
“다른 직계 가족은요?”
“선배는 열사 후손이라 조직이 돌보면서 공부를 마쳤어요. 다른 직계 가족이 없어요. 어렸을 때부터 공안센터에서 자랐어요.”
중년이 지난 우 간호사가 마음이 약해져서 능연을 바라봤다.
“능 선생님, 상황이 이렇다니, 바로 진 경관한테 이야기하시죠.”
능연은 심각한 표정으로 잠시 고민하다가 역시 말을 해주기로 했다.
“신체 검진 결과 위암이 아닐까 싶습니다. 구체적인 상황은 일단 CT 결과를 보고요.”
“말도 안 돼요. 그냥 잠시 본 거잖아요. 배 몇 번 눌러 본 건데······. 말도 안 돼요.”
우다다 말을 내뱉은 진민은 말을 멈추고 다음 말을 삼키고 다시 말을 이었다.
“아니요, 의심하는 게 아니라······. 그런데 혹시 검사가 잘못되진 않았을까요?”
“CT 결과 보고요.”
능연은 말을 아끼면서 앞에 했던 말을 반복했다.
그는 지금 마스터급 신체 검진을 장악했고, 이런 상황에서 판단 오류일 확률은 매우 낮았다. 그러나 능연 역시 단정 짓지 않았다. CT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병세에 큰 지장을 주지도 않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