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577화 (558/877)

서 경관이 응급센터 병실에 배정되자 온 진료과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놀라움과 호기심도 있었지만, 현실적 문제부터 우선으로 고민했다. 그동안 위암 수술을 응급센터에서 한 적이 없었다. 능 팀 조수들도 한 적 없고, 진료과 간호사들도 케어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 짧은 시간에나마 배울 수 있는 건 배우고 도와줄 사람이 있으면 재빨리 물어둬야 했다.

능연이 위암 수술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말할 사람은 없었다.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드물었고, 능연이 2년 동안 충수염부터 시작해 간 절제까지 하는 걸 봐와서 그가 조만간 새로운 수술을 하리라 생각했었다. 다만 그게 암 관련 수술일 줄은 몰랐을 뿐이었다.

게다가 같은 위 절제라고 해도 위암은 위궤양보다 훨씬 수익이 높아서 같은 진료과 다른 의사들은 더욱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현재 응급센터 보너스 중 2/3는 능연이 벌어 온 것이니 능연이 수익이 더 좋은 수술을 시작한다니 당연히 협조하는 쪽에 가까웠다.

외부 회의에 참석중이던 곽종군도 사람을 반밖에 혼내지 않은 상태에서 소식을 듣자마자 다급하게 운화병원으로 돌와와서 능연을 보자마자 대뜸 물었다.

“위암 수술을 잘할 수 있나?”

“네, 구양 주임님도 도와주신다고 하셨습니다.”

능연은 매우 꼼꼼하게 대답했다.

“구양겸이?”

“네.”

“구양겸과 그렇게 말이 잘 통했나?”

곽종군은 얼마 있지도 않은 근심을 순간 모두 내려놓았다. 실력 있는 의사는 새로운 수술을 하더라도 초짜 의사처럼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자동차 수리를 깨우친 실력 있는 엔지니어가 탱크 고치러 파견되면 당연히 수많은 문제를 맞닥뜨리겠지만, 입문해서 정통하기까지 그 속도는 초짜 엔지니어보다 훨씬 빠른 것처럼 말이다.

간 절제할 능력이 되는 의사는 적어도 선박 수리 가능한 고급 엔지니어 정도는 되니, 다른 종류의 선박은 물론이고 가서 비행기를 고치라고 해도 지도하는 사람만 있으면 학습 진도가 마찬가지로 빠를 것이다.

구양겸이 현장에 있다면, 설사 능연이 그렇게 능숙하지 않아도 받쳐주는 사람이 있는 셈이니, 곽종군이 당황할 일은 없으리라.

“대체 무슨 생각인가? 갑자기 왜 위암 수술을? 지금은 수술을 다 못할 정도 아닌가?”

곽종군이 다시 한마디 물었다.

“병상이 모자라서 그렇죠.”

능연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썩을 정도로 스태미너 포션이 남아 도는데, 응급센터 침대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곽종군은 멍해졌다가 실실 웃으면서 화제를 재빨리 돌렸다.

“그래, 환자는 어떤가?”

주임 생활을 오래 한 그는 당연히 진료과를 관리하려면 수술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지만, 본질을 따지자면 수술 자체는 환자가 제일 중요했다.

능연은 당연히 감추는 것 없이 하나부터 열까지 털어놓았다.

“환자가 요구하기도 하고, 저도 그 환자 위 절제 수술을 하고 싶습니다.”

“자네가 위 수술을 한 적 없는 걸 환자는 알고?”

“압니다.”

“구양겸이 수술하고 자네가 어시하면 효과가 더 좋은 거 아닌가?”

열사 후손이라는 말을 들은 곽종군의 사고 회로에 약간 변화가 생겼다. 본인이 군의관 출신이라 그런 문제엔 피가 뜨거워졌다.

그러나 능연은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제가 더 잘합니다.”

집도의는 전체 수술 노선을 결정하는 의사이며, 수술의 절대 권위자기도 하다. 위 절제 스킬을 장악하지 못했다면 모를까, 관련 기술이 있는 지금이라면 수술 시작 부분인 진입로부터 절개 범위 선택, 수술 과정 제어, 마지막에 림프 청소까지 전면적으로 능연이 구양겸보다 우수했다.

수술 경험도 간 절제 수술을 천 번 가까이 한 능연이 충분히 위 절제 수술을 천 번 가까이 한 구양겸을 가볍게 누를 수 있다.

외과 무시 체인에서 보자면, 위는 똥 꺼내는 것보다 그나마 나은 수준이었다. 위의 내용물을 생각하면 똥 꺼내는 것과 비슷했다.

구양겸의 유일한 장점은 위암 수술을 많이 했다는 것, 수술방식을 조금 더 잘 안다는 것인데, 이 장점 하나는 능연이 장악한 스킬에 비하면 저울에 달린 작은 추 하나에 불과했다.

구양겸 본인은 무슨 천재 외과 의사도 아니고 그저 올곧은 우수생일 뿐이다.

그런 우수함으로 의대를 우수하게 졸업하고, 창서성 내 가장 좋은 병원에 배정받았고, 신입 기간 동안 진료과에서 우수함을 드러냈고, 동기 중에 가장 먼저 승진한 주치의, 동기 중에 가장 먼저 승진한 부주임 의사가 되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천재, 국가급을 논하게 되면 하원정처럼 마흔 몇에 진료과 큰 주임이 된 의사가 더 강했다.

강력한 천재과 의사는 5년에 한 번씩 <뉴 잉글랜드> 논문을 7편 발표하고, 3년에 한 번씩 새로운 수술방식을 개발하며, 15년에 한 번씩 과학 기술의 신 지표를 세운다.

능연은 구양겸을 잘 모르지만, 자신의 기술이 더 낫다고 확신한 후에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내가 집도할 때 성공률이 더 높다’라고 이야기했다.

“농담이 아닐세.”

곽종군이 진지한 얼굴로 다시 확인했다.

능연은 곽종군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곽종군이 껄껄 웃었다.

“농담한 걸세. 자네가 농담을 안 하니 말이야.”

능연은 여전히 말없이 곽주임을 바라봤다. 곽종군은 다시 웃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구양겸하고 이야기를 잘해야겠군. 바라는 게 뭐라던가?”

“없습니다.”

능연의 대답에 곽종군이 웃으면서 핸드폰을 꺼내 좌자전에게 전화했다.

잠시 후, 전화를 내려놓은 곽종군이 놀라서 물었다.

“구양 주임이 정말로 아무런 바람이 없고 원해서 조수를 한다고?”

능연은 대답하지 않았고, 곽종군은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수술 전 협진에 참여하겠지? 그럼 기술 방면 의견을 낼 텐데, 그리고 순순히 자네 어시를 하면서 버팀목이 되어 주겠다고? 이렇게 만만한 사람이었다고?”

능연이 눈썹을 치켜들었다.

곽종군은 이미 날아갈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이렇게 만만한 의사는 요즘 정말로 찾기 힘들지. 능연, 잘했군! 잘했어!”

“그냥 서 경관 수술 하나 계획한 겁니다.”

능연은 곽종군이 너무 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곽종군은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복강경 하 위암 근치술? 안 돼, 안 돼. 너무 위험해!”

성격 좋은 구양겸은 수술 전 협진 시작 5분 만에 자취를 감췄다.

곁에 앉은 일반 외과 주치의 두 명, 레지던트 한 명은 의외도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자리에 앉아 있었다.

곽종군은 잠시 멈칫하다가 바로 태연하게 웃었다. 외과 의사가 성격이 좋아야 얼마나 좋을까. 지금까지 참은 것만 해도 충분했다.

물론 평범한 작은 진료과 부주임 의사, 주임 의사도 만만하지는 않다. 하지만 곽종군은 할 수 있다. 그런 곽종군이 보기에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흡족했다.

곽종군 곁에 앉은 능연은 구양겸의 태도에 조금도 영향 받지 않은 모습으로 계속해서 레이저 펜으로 PPT를 가리켰다.

“복강경 하 위암 근치술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 환자는 지금 조기 위암이며, 쉽게 잘라낼 수 있습니다. 환자에게 피해도 적고요. 둘, 제가 림프 제거를 잘합니다.”

안 그래도 림프 얘기를 하려던 구양겸은 능연의 말에 기가 차서 웃음이 났다.

“그럼 복강경 하 위암 절제에서 림프 청소는 세계급 난제라는 것도 알겠군? 생존율을 보장하고 재발률을 낮추려면 위 주변 림프를 철저하게 제거해야 하네. 이건 매우 어려운 일일세! 복강 안에 떨어진 암세포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는 건 말할 것도 없이 매우 어려운······.”

“제가 림프 제거를 매우 잘 합니다.”

사람들 눈엔 두 사람이 팽팽하게 맞선다고 보였지만, 능연 본인은 확실한 자신이 있었다. 그랜드마스터급 림프 제거 기술은 장난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 기술은 개복 수술이든 개방식 수술이든 상관없이 쓸 수 있었다.

그러나 구양겸은 당연히 믿지 않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런 일이 생길까 봐 조수하겠다고 동의한 걸세. 능 선생, 간암 수술을 자네가 한 건 알고 있네. 하지만 간암과 위암은 다르네. 복강경 수술을 고집한다면, 환자를 나에게 보내게. 우리가 환자와 이야기를 잘해보겠네.”

“구양겸.”

원래 끼어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일반 외과 주임이 도무지 한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능 선생이 림프가 문제없다고 하니 일단 이야기나 계속 들어보세.”

“계속 들을 필요 없습니다. 복강경 하 림프 제거는 정말 매우 골치 아픕니다. 복강경을 할지 개복할지, 이것도 합의를 보지 못했는데 다음 이야기를 들어서 뭐 합니까?”

“능 선생이 간암 수술하는 거 못 봤나?”

일반 외과 주임이 다시 구양겸의 말을 잘랐다.

구양겸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봤습니다. 아킬레스건 수술도 봤고요.”

“미안하지만, 능 선생 간암 수술 하나 찾아서 림프 청소 부분을 틉시다. 우리 구양 선생 성격이 고집스러워서 영상 보는 게 낫겠습니다.”

일반 외과 큰 주임이 그렇게 요구하자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곽종군 눈치를 보고 바로 바쁘게 움직였다.

일반 외과 주임은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구양겸 같은 의사는 발전이 점점 느려지는 문제가 있었다. 일을 너무 많이 하느라 경험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 구양겸은 평소에 자기 수술과 경험만 따지느라 다른 사람 수술을 잘 보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이 구양겸이 수술을 잘하는 이유이자, 승진을 못 하는 이유일 수도 있다.

여원이 재빠르게 능연이 했던 간암 수술 동영상을 찾아내 소개했다.

“북경에서 했던 간 절제 수술입니다. 그리고 요즘 부속 2 병원을 포함한 북경 다수 병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수술 중 병리 검사를 병합한 간 절제 수술입니다. 능 선생이 처음 시작했으며 지금은 영국 등지에서도 능 간 절제술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여원의 설명하는 목소리에 방 안이 순간 조용해졌다.

그 모습에 여원은 뿌듯한 듯 고개를 치켜들고 양쪽을 바라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시간이 부족하니 바로 림프 청소 부분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빨리 감기로 시간을 조절했다.

회의실 안이 고요했다.

뚜렷하고 깔끔한 수술 시야 안에 콩알만 한 림프가 이리저리 날렸다. 매번 청소되는 범위는 넓지 않았지만, 수술은 순조롭게 진행됐고 해부구조도 매우 명확했다.

구양겸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창서성에서 손꼽히는 위암 전문가라고 자칭하는 구양겸은 수도 없이 림프 제거를 했고, 제거하는 광경도 수도 없이 봐왔다. 그래서 능연의 동작을 보자마자 완전히 얼어붙었다.

복부 해부구조에 얼마나 익숙해야, 환자의 상황을 얼마나 잘 알아야, 이 정도로 할 수 있을까.

“넌 어디서 생겨나온 거냐?”

구양겸은 저도 모르게 그렇게 물었고 능연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하구 진료소요.”

“뭐?”

구양겸이 못 알아듣고 되묻자 곁에 있던 젊은 주치의가 저도 모르게 꿍얼댔다.

“묻지 마세요. 그냥 천재예요.”

“천재야 천재지.”

이번엔 구양겸도 알아듣고 그의 말에 대꾸도 했다.

-석션.

모니터 안 수술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구양겸은 더 볼 이유가 없어졌다고 생각해서 손을 흔들었다.

“꺼도 돼.”

양쪽을 살핀 여원은 반대하는 사람이 없자 모니터를 껐다.

“그래서?”

구양겸은 복강경 하 위 절제 수술을 묵인했다.

림프 문제만 해결하면 복강경 수술의 장점은 많다. 회복 상태 하나만 봐도 방사선 치료를 일찍 할 수 있고, 내성이 필요한 약품을 선택할 수 있으니 구양겸이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능연은 구양겸의 태도에 별생각 없이 말을 이었다.

“집도는 제가 하고요, 다음은 어떻게 협력할까입니다. 배꼽 아래 기복(氣腹)을 찔러넣고 탐사한 다음 우선 대망막(greater omentum)부터 제거할 겁니다.”

수술 진입로 이야기였다.

수술에서 진입로 선택은 기본적으로 수술방식을 결정하는 선택이었다.

구양겸은 원래 진입로 문제로 할 이야기가 많았지만, 이제는 말도 하기 귀찮았다.

능연이 선택한 진입로는 구양겸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아까까지만 해도 격렬하게 반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능연이 멋지게 림프 청소하는 걸 본 구양겸은 마음을 놓으라고 스스로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

집도는 능연이 하니 능연의 선택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능연의 자리를 뺏고 본인이 할 자신도 없었다.

능연은 담담하고 편안하게 진입로 문제를 소개하고 간호사와 마취의에게 상황 설명을 하면서 유감없이 종합 스킬의 장점을 발휘했다.

곽종군은 신이 나서 뒤어금니까지 보일 듯 웃었다.

위암 수술 성공이 벌써 눈에 보이는 것 같았고, 대형 응급에 대한 그의 바람이 더욱 부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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