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견 밤톨이는 친척도 몰라라 하는 발걸음으로 운화병원을 순시했다.
녀석은 다른 개도 없고, 다른 사육사도 없는 이곳이 제법 좋았다. 어슬렁거리고 싶은 대로 어슬렁거리고 구르고 싶은 대로 구르면서 기분 좋으면 기둥을 비비고 이빨로 물어도 아무도 터치하지 않았다.
일기를 쓸 수 있다면, 밤톨이는 빨간 밑줄 네 개를 팍팍 그리면서 ‘견생 리즈 시절’이라고 적을지도 모른다.
뒷덜미를 3분 17초 동안 문 큰 거위만 없었다면, 밤톨이는 분명히 밑줄을 다섯 개 그렸을 것이다.
진민은 한 손으로 밤톨이를 끌고 개를 따라 목적 없이 느긋하게 어슬렁거렸다.
병실에는 그다지 가고 싶지 않았다.
병실 분위기는 좋았다. 응급센터 확장 후 대부분 병실은 3인실이 되었고, 안은 넓고 밝은 데다가 단독 화장실 등 설비도 있어서 원룸보다 훨씬 나았다. 그러나 병실 분위기가 너무 답답했다. 특히 서 경관 아내와 아이가 도착한 후엔 더욱 그랬다.
서 경관 형편은 괜찮은 편이었다. 시내와 교외에 집도 한 채씩 있고, 저금, 차도 있어서 아내가 아들 공부 때문에 외지에 나가느라 일을 하지 않아도 세준 집세로 충분히 여유롭게 보냈다.
그러나 경찰 중대에서 아무도 서 경관을 부러워하지 않았다.
시내의 집은 부모님이 남겨 준 것이고, 교외의 집은 열사 후손에게 마지막으로 지급된 보상이었으며 그의 저금은······ 부모의 목숨값이었다.
경찰 중대는 아무도 그런 유산을 남기고 싶어 하지 않았고, 서 경관도 아들에게 그런 유산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진민은 정말이지, 서 경관과 아들의 대화를 듣고 싶지 않았다.
능연이 수술을 한다고 해도 병실에 들어가서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