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579화 (560/877)

“진 경관님, 또 동료 면회 오셨어요?”

일반 외과 레지던트가 웃는 얼굴로 얼굴을 들이밀면서 개를 향해 의미 모를 소리를 냈다.

밤톨이는 꼬리도 꿈쩍하지 않았다.

진민은 대충 대답하고는 밤톨이를 끌고 돌아서서 가버렸다.

레지던트는 멍하니 진민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아쉬운 듯 다시 따라붙었다.

“진 경관님, 제가 병원에서 위치가 좀 됩니다. 검사할 거 있으면 저를 찾아오시면 됩니다.”

“제 동료는 위암인데요.”

어이없어하는 진민의 말에 레지던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

“위암도 검사는 해야 하잖아요.”

진민은 한숨을 내쉬면서 상대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대화할 흥미도 잃고 밤톨이를 불러서 걸음을 서둘렀다.

레지던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또 따라갔다.

의사는 시간이 너무 없고, 병원에서 나갈 수 있는 시간은 더더욱 없다. 어렵게 예쁜 여자를 만났으니, 소중히 여겨야 했다. 응급센터 연문빈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집도 있고 차도 있어도 여자하고 하는 말이라고는 고작 ‘방귀 뀌셨나요?’였다.

일반 외과 레지던트는 교훈을 되새기며 머릿속에 온갖 꼬심 기술을 떠올리면서 진민에게 접근했다.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벚나무를 지나쳤다.

진민은 밤톨이를 끌고 있었고, 입마개를 끼운 밤톨이는 조용하고 고분고분했다.

“계속 따라올 건가요? 이거 스토커 혐의인데요.”

진민은 이상한 듯 그를 힐끔 봤다. 마스크를 낀 레지던트가 비밀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속으로 미친 듯이 웃었다.

나한테 호기심이 생긴 거야. 하하하, 이제 얼마 안 남았어.

그는 미친 듯이 기쁜 마음을 억누르며 냉정한 척 입을 열었다.

“그쪽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환자 보러 가는 겁니다.”

“왜요?”

진민이 더욱 이상하게 생각했다.

“제 목표 때문이죠. 앞으로 이런 위암 수술을 집도하는 걸 인생 목표로 삼으려고요. 언젠가 반드시 수술대 위에서 당신 이름을 기억하면서 수술하겠습니다.”

진민이 레지던트를 깊은 눈으로 바라봤다. 그러자 레지던트가 미친 듯이 뛰는 가슴을 진정하며 미소 지었다.

“오늘 수술은 능 선생님이 집도하는 거죠? 능 선생이 당신보다 어리지 않나요?”

진민은 목표가 있는 레지던트가 말귀를 잘 못 알아들을까 봐 좀 더 대놓고 말하기로 했다.

운화병원 다른 젊은 의사처럼, 능연의 이름을 들은 ‘목표 있는’ 레지던트는 본능적으로 귀를 쫑긋 세우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입을 열었다.

“능 선생, 나보다 몇 살 안 어립니다. 뭐, 거의 동년배죠.”

“많이 늙어 보이는데요.”

진민은 표정 없는 얼굴로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밤톨이를 불렀고, 개와 나란히 어안이 벙벙해진 레지던트에게 멀어졌다.

밤톨이를 병원 구역 밖에 세워둔 진민은 다시 손을 씻고 병실 밖의 알콜겔로 손을 닦은 다음 서 경관 병실로 들어갔다.

병실 안엔 사람들이 서 경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동료, 윗사람, 그리고 정부 관련 간부가 병실을 가득 채웠고, 서가를 대표해서 온 친척 몇 명은 병실 밖에 평온한 태도로 앉아 있었다.

한 무리 사람이 들어가서 이야기 나누고 나오고, 다시 다음 무리가 들어가 이야기 나누고 다시 나왔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또 하면서도 서 경관은 지루한 줄을 몰랐다. 이렇게 떠들썩한 장면은 서 경관도 오랜만이었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의 걱정도 덜 수 있었다.

한 무리 사람이 다시 나간 다음, 서 경관은 아들을 바라보며 그의 손을 잡았다.

“난 괜찮아. 숙제는 했니? 숙제 잊어버렸다가 선생님한테 혼날라.”

“결석계 냈어요.”

열댓 살 된 서 경관 아들은 철이 들 듯 말 듯한 나이였다.

서 경관은 억지로 웃어 보이고는 고개를 들어 아내를 바라봤다.

“여기 있어 봐야 소용도 없는데, 애랑 같이 나가서 좀 쉬어요.”

아내도 웃고 싶었지만,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몇 달 동안 남편을 만나지 못했었다. 몇 년만 버티고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질리도록 같이 있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인생 각본이 이렇게 곡절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면회 끝났습니다. 모두 나가주세요. 이제 수술 전 준비 해야 합니다.”

밖에서 들어온 간호사가 사람을 내몰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다급하게 서 경관에게 인사하면서 내일이면 못 볼 수도 있다는 듯 아쉬워했다.

병실 분위기가 좋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진민도 어쩔 수 없이 서 경관에게 인사하고 밖으로 나갔다.

수술실 간호사가 복강경 검사부터 시작했고 각종 물품을 사용 순서에 따라 배치했다. 순회 간호는 수술 중에 렌즈를 담글 멸균 정수를 준비했고 환자가 도착할 즈음에 능숙하게 기구를 검사하기 시작했다.

오늘 수술대 간호사는 수술팀 간호사였고, 순회 간호사는 응급센터 간호사였다.

마취의와 마취 어시스던트도 벌써 수술실에 들어와 지루하게 기다리다가 곽종군이 검사하러 들어오자 열심히 하는 척했다.

구양겸은 어시 설 준비를 하면서 묘하게 부러워했다.

창서성 내 위암 전문가이긴 하지만, 수술할 때 마취과에서 이렇게까지 대우해주지 않았다.

운화병원 같은 병원은 하루에 열 곳 넘는 진료과가 수술을 동시에 진행한다. 그중엔 평범하지 않은 신경외과 주임과 부주임도 있고, 돈 많은 정형외과 주임과 부주임도 있다. 그리고 금서 주임 같은 정상급 능력자도 있다. 다른 진료과의 전력 협조를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 그것으로 병원에서 위치를 설명할 수 있었다.

“젊음이 좋구나. 마취과까지 이렇게 대거 출동하다니.”

구양겸이 둥근 의자를 하나 끌어당겨 마취의들 옆에 앉았다.

오늘의 마취의 소가복은 등 뒤가 가벼워진 걸 느끼고 놀라서 구양겸을 바라봤다.

“응급센터 사람 아니시잖아요.”

“응?”

구양겸은 자신이 암호를 알아듣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아, 아닙니다.”

구양겸 엉덩이 아래 둥근 의자를 바라보며 소가복이 묵묵히 한숨을 내쉬었다.

늙은 군의관만 마취의 의자를 뺏는 게 아니었어.

오늘의 마취 주치의는 구양겸이 누군지 알았고 그를 향해 눈을 깜빡이면서 웃었다.

“이건 젊음 문제가 아니죠.”

“뒤에 곽 주임이 있다 이거지?”

“보너스요.”

싱긋 웃는 구양겸의 모습에 마취과 주치의가 헛웃음을 지었다.

“보너스?”

“우리 병원에서 국제 수술과 자비 수술을 제일 많이 하는 의사가 누군지 아십니까?”

입을 삐죽이는 마취과 주치의의 말에 구양겸은 그제야 깨달았다.

“그러니까, 지금 응급센터는 보너스가 꽤 높다는 거지?”

두 마취의는 서로 마주 보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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