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양겸이 어색한 듯 엉덩이를 비틀자, 밑에 깔린 둥근 의자에서 끼익끼익 소리가 났다.
그는 키도 크고 무게도 나가는 편인데 지금 허리를 둥글게 말고 있으니 고깃덩이가 작은 둥근 의자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적어도 소가복 눈엔 그렇게 보였다.
수술실 안의 둥근 의자는 외과의가 앉아서 수술하지 않는 이상 원래 마취의가 쓰는 것이다. 진행 시간이 너무 긴 수술이나 혹은 마취의의 연속 작업 시간이 너무 길면 마취의는 둥근 의자를 나란히 놓고 등을 벽에 기대고 잠시 눈을 붙이곤 한다.
물론 규정 위반이긴 한데, 통쾌하긴 했다. 그리고 소가복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외과의가 마취의의 둥근 의자를 뺏는 것이었다. 외과의는 이미 마취의에게서 많은 것을 뺏어 갔다. 예를 들어 관심, 멋짐을 선보일 기회, 자랑할 만한 서열······. 그런데 의자까지 뺏어?
너무하는 거 아닌가?
“위 주임님, 오셨네.”
마취과 주치의가 갑자기 한마디 하고는 고개를 숙이고 컴퓨터를 바라보며 바쁜······ 척을 했다.
마취과 주치의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구양겸은 위층 참관실 돌출 통유리 뒤에 일반 외과 또 다른 부주임 위청뿐만 아니라 일반 외과 큰 주임과 다른 부주임 의사 둘까지 모두 와 있는 걸 발견했다.
“응급센터 참관실, 참 거창하군.”
구양겸은 대수롭지 않은 듯 웃어 보이고는 그렇게 말했다.
“운리에서 이 참관실 지으려고 전문팀도 만들었고 사인한 금액만 3백 위안이랍니다.”
마취과 주치의가 혀를 끌끌 차며 가십 이야기를 했다.
구양겸은 믿기지 않았다.
“3백만? 지금 집 짓는 게 장 끄집어내서 돈 버는 것보다 많이 든단 말이야?”
“장 끄집어낸다고 하지 마세요. 듣기에 안 좋아요.”
마취과 주치의가 실실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똥 파내기’라는 단어까지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럼 이거 짓는 데 곽 주임이 얼마나 썼다는 말이야.”
“몇백만이겠죠.”
“운리가 손해 보고 했단 말이야? 그렇게까지?”
“설마요. 건설 자본이 얼마나 된다고. 게다가 요즘 참관실 만들고 싶어 하는 병원이 얼마나 많겠어요. 돈은 병원 돈이고, 자랑은 자기 몫이죠. 안 그래요? 하아, 외과 의사란······. 아.”
외과 의사인 구양겸도 외과 의사 대신 반박할 수 없었다. 병원에서 자랑하는 걸 제일 좋아하는 게 누구냐고 물으면 그건 분명 외과의일 테다.
“운리, 엄청 벌었을 거예요.”
마취의는 계속해서 가십 화제를 입에 올렸다.
“지금은 창서성 병원뿐만 아니라 성 부근 병원들도 오더했대요. 사업을 북경, 상해까지 넓혔다던데요. 그때 팀 꾸린 돈을 다 벌어들였을 뿐만 아니라 얼마나 더 벌었는지 몰라요.”
“운리가 매력은 있지.”
구양겸은 고개를 끄덕이며 화제를 돌리려 했다. 참관실에 있는 사람은 외과 사람들이라서, 제약 회사와 약품 선택 문제는 마음대로 떠들 수 없는 민감한 화제였다. 그 점을 느낀 마취의도 바로 신속하게 화제를 돌렸다.
“일반 외과에서도 이 수술 중시하나 봐요. 큰 주임님도 오셨네요.”
“안 그럴 수 있겠어? 복강경 하 위암 절제술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운화병원 최초일걸.”
“최초요?”
마취과 주치의가 놀란 얼굴로 구양겸을 바라봤다.
“난 그런 거 안 믿지만. 데이터로도 증명되지 않았고. 복강경 하 위암 수술은 일본에서는 90년대에 이미 발전했어. 하지만 20년 동안 해와도 아직 뜨뜻미지근해. 일본 외에 다른 나라도 소수 병원에서만 실험적으로 할 뿐이고 많이 하지도 않아.”
신기술 발전은 언제나 한 걸음, 한 걸음 발전한다. 특히 외과 수술은 사람 목숨과 관련되어서 의과 의사 본인의 인식에 더 많이 기댄다.
간단히 말해서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30여 국의 의학 센터에서는 해마다 대량의 신기술이 탄생한다. 의료인으로서 배움을 계속하는지, 어떻게 배우는지, 어떻게 개발하는지는 완전 새로운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그 배움이란 그냥 보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새로 인지하고 더 연구하고 새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말한다.
예를 들어 복강경 하 위암 수술은 전 세계적으로 발전이 느린 편이다. 해당 기술의 난도가 높은 편이기도 하고 세계 각국 의학 전문가의 관점이 달라서이기도 했다.
개복을 지지하는 의사들은 위의 혈행이 풍부하고 림프 구조가 복잡해서 복강경으로 하면 재발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 복강경을 지지하는 의사들은 모든 수술을 복강경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복강경을 선호하는 건 모두 사오십대 이하 젊은 의사였다. 개복 위암 수술을 천 건 이상 해온 보수파 구양겸에게 인제 와서 복강경으로 바꾸라고 해도 당연히 원하지 않고, 또 배우려고 해도 힘들었다.
그러나 능연이 하는 건 볼 의향이 있었다. 그렇게 지지하지는 않지만.
“최초가 그렇게 쉬운 건 아니지.”
구양겸이 위로 시선을 던졌다가 다시 거뒀다.
“일본에서 했다면서요?”
“10년에 2,600건. 그러니까 하는 의사가 몇 없다는 거지.”
거기까지 말한 구양겸이 말을 멈췄다. 수술실 문이 열리더니 환자가 실려 들어왔다.
순회 간호사는 누가 말하기 전에 부드러운 말투로 환자의 이름 등 정보를 확인하고 정맥 통로를 열고 호흡기를 연결하고 배뇨관을 삽입하고 환자의 자세를 가다듬었다.
그와 동시에 마취의와 마취 조수도 정말로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취의 하나밖에 없는 일반적인 수술에서는 순회 간호사도 돕지만, 오늘은 소가복이 조수를 했고 마취과 주치의는 더 순조롭게 손을 놀렸다.
“그래, 마취도 두 사람이 해야 한다니까.”
마취과 주치의가 감탄하는 사이 곁에 있던 구양겸도 수술 전 준비를 시작했다. 동작이 어찌나 노련하지, 보는 사람 마음이 다 아플 정도였다. 얼마나 어시 생활을 오래 했길래 이렇게 본능적으로 어시 동작을 몸에 익혔는지, 그리고 수술을 몇 년이나 스스로 해오면서 당당한 부주임이 되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