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582화 (563/877)

응급센터, 1번 수술실.

개조된 수술실은 넓은 면적, 합리적인 동선으로 여덟 사람이 안에 서 있고 돌아다니기까지 해도 전혀 비좁지 않았다.

비슷한 넓이의 참관실은 오히려 사람이 너무 많이 와서 공기가 탁했다.

나이 많은 부주임 위청은 레지던트 혹은 실습생 몇 마리를 쫓아내고 싶었지만, 결국 입을 뻐끔대다가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외과 의사가 터프하긴 해도 그래도 체면은 있는 편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젊은 의사들에게 좋은 학습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니, 그들이 수술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쫓아낼 수는 없었다. 알아보지 못해도 그중에 배울 것은 있는 법이다. 누구나 보자마자 기술을 터득하지는 못하니 과도기와 익숙해질 기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게다가 굳이 쫓아야 한다면, 창문에 붙어서 미친 듯이 사진 찍는 사람이 우선일 터다.

운화병원에서 30년 동안 일한 위청은 심지어 그들이 재무였는지, 관리였는지 아니면 아예 외부 제약 회사 직원인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위청은 안 보는 게 속 편하다는 생각으로 시선을 위쪽 모니터로 옮겼다. 다른 대다수 의사처럼 말이다.

개복 수술과 비교하면 복강경 수술은 이 점이 좋았다. 수술실 신호만 끌어내면 안에서 보든 밖에서 보든 같았다. 같은 노란색 복막, 같은 비장, 간 좌엽, 그리고 시야를 가장 많이 차지하는 망막과 횡행 장간막도 모두 같았다.

“응? 벌써 위망막?”

위청이 갑자기 깨닫고 물었다.

“우 혈관과 결장 중동맥 림프를 함께 처리했네.”

일반 외과 주임이 엄숙하게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는 구양겸과 마찬가지로 복강경 하 위 절제술을 한 적이 없었다. 배워도 안 되어서가 아니라, 위는 조금 하급 기술인 면이 있어서였다. 큰 주임인 그는 췌장과 십이지장을 전공했다.

할 줄은 몰라도 큰 주임으로서 본 수술은 많아서, 경험과 안목은 구양겸을 훨씬 앞섰다. 능연이 채택한 진입로만 봐도 능연의 자신감이 강하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외과 의사가 자신감이 있으면 큰 보험을 둘 것이고, 그것으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일반 외과 큰 주임은 저도 모르게 곽종군을 바라보며 물었다.

“환자가 경찰이라고?”

“음. 게다가 열사 후손. 운이 안 좋아서 위암에 걸렸네.”

곽종군이 대답했다.

“사실 우리한테 넘겼으면 더 안전했을 테데.”

일반 외과 주임이 들으라는 듯 말했다.

“능연이 자신 있다니 하라고 했지.”

“자신감이 너무 넘칠까 봐 그렇지.”

“아?”

“우리 과 구양겸은 복강경 하 위암을 할 줄 모른다네. 그러니 수술은 능연이 전부 알아서 할 수밖에 없어.”

곽종군은 대답하지 않고 씨익 웃기만 했다. 리스크가 큰 수술이니 책임지지 않겠다는 상대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곽종군은 당연히 무협 소설에 자주 나오는 의협심 넘치는 모 장문처럼 가슴을 내리치며 ‘일이 생기면 책임진다’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곽종군은 그런 밑바닥 멍청이가 아니었다.

참관실은 조용했고, 곽종군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금융 엘리트처럼 끽소리하지 않았다.

일반 외과 주임이 무시하는 듯 입을 삐죽였다.

“곽가야, 그러면 체면이 안 서잖냐.”

“아랫사람 곤란하게 하는 게 체면 서는 일은 아니지.”

곽종군은 조금도 자극받지 않고 ‘넌 아직 멀었어’라는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언어로도 공격했다.

“자넨 아직 멀었어. 나중에 뭐가 중요한지 알게 될 거다.”

일반 외과 주임은 원래 그렇게까지 약이 오르지 않았는데, 갑자기 약이 바짝 올랐다.

“구양겸, 안전제일이다.”

일반 외과 주임은 통화 버튼을 눌러 마이크를 통해 자신의 기분을 전달했다.

아래 수술실의 구양겸은 멈칫했지만, 수술 진도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복강경 같은 수술은 조수의 존재는 배경으로만 필요한 수술이니까.

능연은 수술할 때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상관하는 사람이 더욱 아니었고.

능연은 결장 동맥을 따라 장간막 상 동맥을 찾아내고 뒤이어 장간막 상 동맥 우측에서 정맥을 찾았고, 계속해서 위 망막 우 정맥, 우 결장 정맥을 노출하고 위 망막 우 정맥 끝부분에 결찰하고 절단했다.

일련의 동작을 마친 후, 수술실 안팎이 다시 조용해졌다.

농구장에서 코치들이 학생들의 레이업 슛에서의 무릎 동작 습관을 토론하고 있는데 그중 학생 하나가 갑자기 터닝 덩크슛을 날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응급의학과이든 일반 외과든, 의사들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능연은 일반 외과 의사처럼 전전긍긍하지 않고 지극히 빠른 속도로 혈관을 결찰하고 절단했다. 간 절제 수술이 익숙한 의사이니 위 부분 혈관이 우스운 것도 당연했다.

자신 있으면 터져 보라고. 내가 못 막을소냐!

그러나 정말 놀라운 건 능연이 해부구조에 그토록 익숙하다는 점이었다.

결장 동맥은 비교적 구분하기 좋아서 표식이 되지만, 결장 동맥부터는 막상 동맥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정맥 같은 걸 다시 찾아내기는 더욱 힘들었다.

개복 수술이라면 더듬더듬 조직을 찾으면 되니 상대적으로 간단······, 아니 사실 전혀 간단하지 않다. 현재 외과 수술은 복부 절개구가 점점 작아지고 복부 안쪽을 따라 원하는 곳을 찾고 싶어도 중간에 첩첩이 겹친 조직이 방해해서 쉽게 미궁에 빠지게 된다.

복강경 수술에서는 이 스텝이 더욱 어려워진다. 초짜 의사가 충수염 수술할 때, 한두 시간 복강 안을 더듬어도 충수를 찾아내지 못하는 걸 이해할 수 있다. 절제 수술에서 찾아야 하는 ‘돌기’가 어디 한 둘이란 말인가.

백정이 3분이면 찾아내는 위를 왜 외과 의사는 보통 대여섯 시간이나 걸려야 찾아내는지, 중간에 각종 문제를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의사의 해부 지식이 수술 시간을 좌우하는 핵심이 된다.

수술에서 의사의 해부 지식이 합격 수준이고, 매듭짓고 봉합하는 작은 기술도 합격 수준이며, 위기 처리 능력이 있다면, 남은 것은 사실 단순히 수술방식에 대한 이해뿐이다. 그리고 이 부분이 다른 기본 내공과 맞물리면 정말로 간단해진다. 정말로 교과서 대로 수술하면 해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

“좀 밑으로.”

능연은 위 망막 우 동맥을 절단하고 검사 한 번 한 후, 렌즈를 들고 있는 구양겸에게 위치를 바꿀 것을 지시했다.

원래 언제든 복강경 수술에서 개복 수술로 전환해서 대타가 될 준비를 하고 있던 구양겸은 이미 철저히 승복해서 서서히 렌즈를 돌려서 모니터에 담낭, 간장, 위와 뒤집힌 망막 조직을 노출했다.

“췌장을 해부 표식으로 삼습니다.”

능연은 조수들 들으라고 설명했는데 수술실에 있는 의사뿐만 아니라 참관실에 있는 의사들도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이 홀가분해진 구양겸은 저절로 환자 머리통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우리 열사님 실망할 일은 안 만들었군. 목숨 걸고 지킨 나라가 이제 충분한 기술과 자원으로 그들 자식의 목숨을 구했군.”

능연이 구양겸을 바라봤다.

“이미 머리에서 뜨거운 피를 흘린 열사가 눈물까지 흘리게 할 수는 없잖아. 안 그래?”

수술이 순조롭게 진행되자 구양겸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럴 일 없습니다.”

능연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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