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583화 (564/877)

수술이 한 시간쯤 진행됐을 때, 참관실에 있던 한가한 인사들은 살짝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모니터를 보고 있지 않으면 수술실 장면도 점점 시시해졌다. 파란 수술복을 입은 의사가 대부분 시간 동안 수술실에서 모니터만 바라보고 손동작은 적은 폭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사전 지식이 없는 보통 사람들은 의사들의 운동량을 걱정할 것이다.

두 마취의는 졸려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수시로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며 뭔가 입력했다가 지웠다가, 표를 작성하는 직장인 같은 소가복과 비교하면 그의 주치의는 순수하게 멍을 때리고 있었다. 조금 듣기 좋은 표현으로 말하자면, 거북이 호흡을 연습한 것 같다고 할까.

간호사들은 쉴 새 없이 오가고 있었지만, 참관실 손님들에게 오늘의 관심 포인트는 그곳이 아니었다.

“에이, 이제 돌아갈까? 이렇게 긴 시간 동안 같은 동작만 하는데, 힘들지도 않아?”

하얀 가운을 입은 여자가 하는 말에 그녀의 하얀 가운이 가짜임을 모두 알아차렸다.

“그러게. 창가에 붙어 있기 너무 힘들다.”

“사진도 찍을 만큼 찍었고, 더 찍어도 똑같을 거 같아요.”

“맞아요.”

“그런데 왜 안 가?”

“가세요.”

“그래서, 일부러 나 보내려고 이러는 거야?”

참관실이 갑작스럽게 떠들썩해졌다.

곽종군은 헛기침하며 말을 꺼냈다.

“이제 제 7조 림프 제거한다.”

“그러네요. 여기가 수술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겠군요.”

일반 외과 부주임 의사 위청도 머쓱해서 바로 대답했다.

“음. 이어지는 8, 9, 그리고 12조도 어려운 부분이지.”

“중점이기도 하고요. 간 고유 동맥과 총담관 그리고 문정맥 흐름과 위치. 이게 림프 청소할 때 가장 중요한 해부구조죠.”

거기까지 말한 위청은 갑자기 다시 머쓱해졌다. 능연 앞에서 간동맥, 총담관 그리고 문정맥을 이야기하는 건 조금 아닌 것 같았다.

물론, 일반 외과도 사실 간, 담을 하고 간담췌외과가 따로 없으면 담낭염 그리고 간 절제 모두 일반 외과에서 한다. 북경 빙지상 교수가 바로 대형 일반 외과를 지지하는 사람이고, 절대로 과를 나누지 않고 결국 일반 외과 중심을 세워서 수하 인원을 배치한다.

운화병원 일반 외과도 강한 진료과이다. 간담췌외과가 지금처럼 비참한 위치에 있는 것도 하원정이 제구실을 못 하는 것도 있지만, 일반 외과의 공로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런 구조로 보면, 외부에서 온 하원정은 여러 진료과에서 매달고 때리고, 지금까지 때려서 끌고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그의 실력이 올라가거나 강한 배경을 찾거나 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하원정은 계속 두들겨 맞을 것이다. 다행히 그는 젊은 축에 속했고, 모욕을 견디며 버텼다. 때문에 일반 외과 큰 주임이 은퇴하고 응급센터 곽 주임이 은퇴하고, 외과 출신 원장과 부원장이 모두 은퇴하고 나면 그는 어쩌면······ 능연 한 사람에게 두들겨 맞게 될 수도 있다.

간, 담 이야기를 꺼낸 위청도 간담췌외과와 하원정을 떠올렸고, 그리고 능연도 떠올리고는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게 됐다.

능연의 간담췌외과에서 성적은 눈이 있으면 다 볼 수 있는 수준이니 말이다. 능연은 본인 병원 간담췌외과뿐만 아니라 창서성 전체 간담췌외과를 매달아 두들겨 팼다. 그리고 일반 외과까지. 심지어 그 길로 빙지상 교수 같은 북경 거물까지. 그 모든 걸 기술로 해냈다.

이게 승복할 수 있으면서도 또 승복하기 어려운 이유였다.

의사가 기술로 말하면서 전국 범위의 정상급 수준이 된 것에 대해 외과 의사가 승복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승복한다고 하자니, 가끔 권력의 신선함을 느꼈던 주임과 부주임은 피치 못하게 이런저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능연은 복강 수술에 우세가 있지.”

일반 외과 큰 주임이 한마디로 화제를 바꿨다.

“복강경 하 위암 수술은 사실 제3 군의 대서남 병원에서 비교적 많이 했지. 내가 기억하기로는 최근에 1,000건 했지. 이건 최근 위암 수술이니까, 대단한 수치라고 할 수 있지.”

“그래?”

이야기를 듣던 곽종군이 눈썹을 치켜떴다.

“논문도 썼거든. 복강경으로 위암 근치술하는 데 평균 200분 걸렸던 걸로 기억한다네.”

계산해보니 200분이면 3시간 반 정도라는 걸 깨달은 곽종군은 순간 강세를 부릴 수만은 없어졌다.

수술 전 협진에 그도 참여했었는데, 오늘 수술은 300분으로 계획되어 있었고, 중간에 빼고 더하는 시간이 있다고 해도 특별히 빨라지지는 못할 것이다.

“빠르다고 다 좋은 건 아니지.”

곽종군은 입은 여전히 살아서 아래를 흘끔 보며 말을 이었다.

“능연은 간 절제할 때 빠를 때는 한 시간 이내에 끝내지만, 꼭 그걸 추구하지는 않는다네.”

“그쪽도 시간을 따져서 한 건 아닐세. 자연스럽게 하는 거지.”

“그렇지. 그러나 오늘 중점은 어떻게 환자 수술을 잘하느냐에 있지.”

곽종군이 눈을 가늘게 떴다.

“당연히 수술을 잘해야죠.”

그 말은 일반 외과 큰 주임이 한 말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니, 낯선 의사가 하얀 가운을 입고 목소리를 누르며 말했다.

“어느 과 의사신가요?”

곽종군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병원에서 오래 있었던 만큼, 벼락을 뿜지 않은 의사는 있어도 얼굴 모르는 의사는 많지 않았다.

“저······ 저는 서 경관 대장입니다.”

낯선 남자는 아예 하얀 가운을 벗어 던졌다.

“여기서 수술을 볼 수 있다고 해서 들어와 봤습니다.”

“서 경관 대장······ 신분증 있습니까?”

곽종군은 상대가 신체 건장한 걸 보고 일단 바로 벼락을 뿜진 않았다.

경찰견 중대 대장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신분증을 꺼내서 흔들어 보였다.

“이건 규정에 맞지 않는 건 알지만, 서 경관이 너무 걱정되어서요. 아내도 하나뿐인데, 이런 걸 잘 몰라서 제가 대신하러 와 본 겁니다.”

“아내가 둘이라고 해도 수술에 도움은 안 되죠.”

곽종군은 날카롭게 이름을 스캔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초 대장님? 맞죠? 이왕 오신 거, 긴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아무런 말씀 마시죠. 아니면 윗선에 고발할 겁니다.”

“네.”

초 대장은 20년간 축적한 온순함을 모두 꺼내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하나만 묻겠습니다. 지금 상황은 좋은가요?”

“모든 게 순조롭습니다.”

초 대장은 조금 마음을 놓았고,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요. 서 경관 부모는 사람 구하고 돌아가셨습니다. 모두 다섯이나 구했죠. 알아보니 그렇게 구한 다섯 명 모두 지금까지 잘살고 있답니다. 다 합하면 100년은 산 거겠죠?”

곽종군과 일반 외과 큰 주임은 서로 마주 봤고, 곽종군이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가 설명해.”

일반 외과 주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꺼냈다.

“지금은 림프 청소 중입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죠. 깨끗하게 정리할수록 재발 확률이 낮아집니다.”

진지하게 듣던 초 대장의 눈빛엔 걱정이 가득했다. 일반인인 그는 의사처럼 낙관적일 수 없고, 무한 걱정뿐이었다.

“그럼 지금은 어떻습니까?”

초 대장은 마지막 남은 온순함으로 작은 눈에서 눈곱을 쥐어짜는 것처럼 귀여운 척을 했다.

곽종군이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초 대장님. 아까 약속하지 않았나요? 여기서 보는 것 자체가 규정에 어긋납니다. 여기서 더 이야기하면 정말로 안 되지 않을까요?”

“마지막이요, 마지막.”

잔뜩 다급해진 초 대장은 눈이 다 시뻘게질 것 같았다.

“그러니까, 환자 보호자에게 수술을 보여줘봤자 미치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습니까?”

곽종군이 씩씩대며 한마디 뿜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보이는 게 간 십이지장 인대 좌측 테두리입니다. 이제 간, 위 인대를 잘라야 합니다.”

“자른 다음엔요?”

곽종군은 어이가 없어져 말을 이었다.

“자르고 나면 총 간동맥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위와 간 사이를 분리하고 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모르겠습니다.”

초 대장도 안절부절못했다.

“내가 그걸 알면 뭐하러 묻겠습니까?”

“어쨌든, 지금은 우선 위와 간을 분리해야 위를 절제할 수 있습니다.”

“위의 일부만 자르는 거 아닙니까?”

초 대장은 흥분했고 곽종군은 고개를 저었다.

“네, 일부를 절제하는 거죠.”

“아까 위를 절제한다고 했잖습니까.”

“말이 빗나갔습니다.”

“위를 전부 잘라낼 거면, 수술 안 할 겁니다.”

초 대장은 의심스러운 듯 곽종군을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왜죠?”

곁에 있던 외과의가 못 참겠다는 듯 끼어들었고 곽종군이 손을 흔들어 그를 말렸다.

“가만 있어. 자르든 말든, 얼마를 자르든, 초 대장 말은 아무 소용없어.”

말을 끝낸 곽종군은 더는 그를 상대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내 말이 왜 소용없어요? 나는 서 경관 직속 상관입니다. 내 말이 왜요? 서 경관이 들어가기 전에 모든 걸 저한테 부탁했습니다. 위 전체 절제술이 얼마나 힘든지, 의사면서 모른단 말입니까? 안 됩니다, 안 돼요.”

“안 하면 죽기 기다려야 하는데, 어쩌시려고요?”

곁에 있던 마취의도 씩씩대며 끼어들었고 곽종군이 다시 손을 흔들었다.

“가만 있으라고. 초 대장, 환자의 전권 위탁서 있습니까?”

“그런 거 필요 없습니다. 내 말이면 됩니다.”

초 대장은 멈칫했다가 고개를 흔들더니 그렇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곽종군은 이제 정말로 상대하기 싫어졌다.

그러자 초 대장도 저절로 입을 다물었다.

몇 분 후, 초 대장이 다시 천천히 말을 꺼냈다.

“저기······. 거기 나이든 의사분. 죄송합니다. 제가 아까 너무 조급했습니다. 의사 선생님들이 하시는 대로 하셔야죠. 저는 그저 결과가 좋길 바랄 뿐이고, 어떻게 해야 그럴 수 있는지 몰랐을 뿐입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푹 내쉬고는 미끄러지듯 등 뒤에 의자에 주저앉았다. 원래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초짜 의사가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비켰다.

불벼락 경력자인 곽종군 역시 완급 조절을 해야 하는 걸 알고 있었다. 상대의 태도가 좋든 나쁘든,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이야기를 꺼내는 것만 해도 대단했다. 그래서 곽종군도 목소리를 낮췄다.

“말씀하신 대로 이런 일은 초조하게 굴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게다가 저희로서는 다급할 것도 없습니다. 수술이 순조롭게 되고 있는데, 화내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초 대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곽종군이 방향을 틀었다.

“능 선생이 요즘 무슨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지 아십니까?”

초 대장이 고개를 저었다.

“간 절제입니다. 이것보다 몇 배는 어려운 수술이죠.”

곽종군은 현장에 일반 외과가 몇이나 있든지 말든지 개의치 않았다. 어쩌면 바로 다른 일반 외과 의사가 있으므로 더 해야 할 말인지도 모른다.

“오늘 수술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위와 간이 연결된 부분을 절단하는 겁니다. 그리고 림프 청소하는 거죠. 능연이 평소에 간 절제할 때 어떻게 하는지 아십니까? 간과 대부분 장기의 연결 부분을 모두 절단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복강에서 가장 복잡한 부분은 간입니다. 이건 이해하시겠죠?”

곽종군은 마지막 부분에 일반 외과 의사를 자극했다.

두 사람은 사실 자주 연합해서 사람을 패는 관계라 사이가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경쟁할 때는 서로 인정사정 보지 않았다.

“췌장도 빼면 안 되지.”

일반 외과 주임도 익숙한 듯 거침없이 말했고 곽종군이 껄껄 웃었다.

두 사람을 본 초 대장은 결국 더는 질문하지 않았다.

아래 수술실은 여전히 조용하고 질서정연했다.

참관실에 있는 의사와 비교하면 수술실에 의사들의 태도는 오히려 더 평온했다.

특히 간 부분이 되자, 구양겸은 화를 모두 삭이고 아예 불자가 된 수준이었다.

일반 외과 의사가 인정하고 싶든 아니든, 복강경 수술에서 간을 만나면 난도가 기하학적으로 올라간다. 복강경 하 위암 수술이 어려운 게 위의 혈액 운행이 풍부해서라면, 간은 더 풍부했다.

전문 트레이닝을 받지 않은 평범한 의사는 간을 만나면 어떻게든 피할 생각부터 한다. 그런데 복강 수술에서 간을 피할 방법은 없다.

구양겸은 직접 위암 수술할 때, 개복 수술일지라도 유난히 간을 조심하고, 심지어 간을 피하는 데 특별한 기술과 체력 분배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능연은 간을 피하거나 조심하는 느낌도 없었다.

능연은 담담하게, 표준 조작 플로우대로 문제가 생기면 문제를 해결하면서 하나하나 넘어갔다.

시작할 때만 해도 몇 마디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자 입을 열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사람 바꿀까요?”

능연이 갑자기 하는 말에 잠시 멍해졌던 구양겸은 본인이 렌즈를 제대로 잡지 못했음을 알아차렸다. 치료팀 팀장인 그는 한동안 렌즈 잡을 일이 없었던 것이다.

“아니. 괜찮아. 미안.”

연달아 세 마디 뱉은 구양겸은 갑자기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능연은 평온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네. 수술 시간이 기니까, 쉬고 싶으면 말씀하세요. 식사하고 오셔도 됩니다.”

“어.”

“안 바꿔도 되면 계속하겠습니다.”

“응, 계속해.”

“저녁에 훠궈 먹죠.”

틈난 김에 그렇게 결정 내린 능연은 기분 좋게 다시 수술에 몰입했다.

참관실의 초 대장은 이미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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