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585화 (566/877)

“능 선생. 제가 천엽 샤부샤부 해드리겠습니다. 흑 천엽은 8초만 하고 꺼내면 야들야들해서 딱 좋습니다. 더 익으면 맛이 없어요.”

초 대장이 열정적으로 종업원이 할 일을 했다.

상대의 공용 젓가락, 숟가락을 본 능연은 감사 인사하고는 덧붙였다.

“제가 하겠습니다. 괜찮아요.”

“정말 고마워서 그럽니다. 서 경관 집에는 일 처리할 만한 사람이 없어서, 제가 직접 할 수밖에 없거든요. 사양 마세요, 목숨 구해준 은인 아닙니까.”

초 대장이 천엽 한 덩어리를 또 능연의 그릇에 밀어 넣었다.

단 8초 샤부샤부 한 천엽은 확실히 신선하고 야들야들했고 맛을 본 능연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할 것 없습니다. 다른 의사도 위암 수술은 하는 걸요.”

마스터급 위 절제술은 지금 능연으로서는 자랑할 만한 거리도 아니었고 전국 순위를 따지면 두 자릿수에 들지 못할 수도 있다.

거기까지 생각한 능연은 묵묵히 시스템을 불러냈다.

‘시스템, 내 위 절제술 몇 등이야?’

- 지금 장악한 위 절제술 스킬 수준은 운화 제1, 창서 제1, 중국 제48입니다. 앞으로 2백에서 3백 번 정확하게 수술하면 하나 오를 수 있습니다.

시스템이 매우 똑똑하게 대답했다.

능연은 정말이지 조금 놀랐다. 전국 48등이라는 건 사실 전국에 엄청 대단한 위 절제 전문가가 48명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탕 봉합, 아킬레스건 보건술, 간 절제 등등 여러 기술을 동시에 장악한 능연도 그렇듯이 고급 의사일수록 여러 가지 가능성을 장악했을 가능성이 컸다. 일반 외과 대 능력자가 위는 잘하고 장은 못 할 리가 없고, 간 절제를 잘하는 의사라면 위 절제를 어느 정도는 하리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러므로 능연은 지금 자신의 순위가 조금 더 뒤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한편으로는 각종 다른 기술이 플러스 됐다고 생각하면 이해할 수도 있었다.

초 대장은 계속 시간을 재면서 천엽을 샤부샤부 하면서 껄껄 웃었다.

“다른 의사는 아는 사람이 없고요, 능 선생님이 서 경관 수술해주신 거 우리 모두 감사드립니다. 쉬운 일이 아니잖습니까.”

“수술했으니 이제 방사선 치료 계속해야 합니다. 후속 치료가 어떻게 될지 아직 모릅니다.”

능연이 한마디 했다. 중국에서 조기 위암 3년 이내 재발률은 보통 10% 미만이지만, 5년 이내 재발률은 15에서 20%까지 늘어난다. 그건 낮은 수치라고 할 수 없는 데다가 각종 치료 수단을 다 썼을 때 얘기였다.

일단 암이 재발하면 생존율은 매우 낮아지며 3년을 버티는 사람은 적어진다.

초 대장은 잠시 침묵하다가 털어내듯 웃었다.

“앞으로 일은 앞으로고요. 제가 서 경관 아빠도 아니고, 되는 만큼 해야죠.”

“초 대장님, 아까부터 보니까 8초 재는 거 정말 정확하시네요? 딱 8초!”

아직 젊은 연문빈은 마지막 운운하는 화제는 듣기 싫었고 차라리 천엽이 더 흥미로웠다.

“임무 때 시간 잴 일이 종종 있으니까요. 위에서 8초라고 했는데 7초에 쐈다가는 돌아가서 죽습니다.”

“아, 그러니까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거네요. 할수록 능숙해진다?”

초 대장이 웃으면서 하는 말에 깨달음을 얻은 연문빈이 안타까운 듯 말했다.

“그렇죠.”

“아깝네요.”

“연습하고 싶으면 도와드리죠. 훈련 기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일이라는 게 다치기 쉬운 일입니다. 제 무릎만 봐도 그래요. 언제였더라, 담 넘다가 넘어진 다음 제대로 낫지 않아서 이제 잘 뛰지도 못해요.”

“병원은요?”

“갔죠. 의사가 수술해야 한다더라고요. 좀 무서워서 안 했죠. 계속 미뤘어요.”

“진단이 뭔데요?”

“반월판 손상 어쩌고요.”

연문빈이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반월판 손상이면 능 선생이죠. 능 선생이 지금 하는 슬관절경 하 반월판 수복술은 외국에서도 환자가 옵니다.”

8초 동안 멍해 있던 초 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천엽을 냄비에 집어 넣었다 꺼냈다.

“능 선생, 제 무릎 잘 부탁드립니다. 자, 샤부샤부 드시고요.”

일주일 후, 운화 경찰견 중대의 사람과 개, 특히 사람이 모두 모여서 다시 병상을 둘러쌌다.

대원들은 다정한 목소리로 덕담을 나눴다.

“대장, 괜찮으셔야 합니다.”

“대장님, 들어가셔도 두려워 마세요. 눈 한 번 감고 일어나면 다 끝났을 겁니다.”

“대장님, 무서워 마세요. 저랑 원앙이가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초 대장이 악몽에서 깨어난 조조처럼 눈을 번쩍 뜨고는 사람 죽일 것 같은 눈빛으로 노려봤다.

“원앙이는 옛날에 죽었잖아.”

“원앙이 사진 가지고 왔습니다. 녀석이 대장님을 지켜줄 겁니다.”

그 대원은 손에 개의 영정 사진을 들고 대장을 향해 입을 벌리며 웃었다. 영정 사진 속 개는 독일 셰퍼드인데 셰퍼드와 래브라도 잡종처럼 못생겼고, 웃고 있는 입가는 대원이 직접 포샵을 한 것이었다.

대장은 화도 나고 어이가 없었다.

“양 대원, 새 경찰견 신청했다니까? 허구한 날 원앙이 사진 끼고 다니지 말라고.”

“작년에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올해도 개새끼 하나 못 봤는데요.”

“네가 개새끼다. 개 영정 사진 가지고 대장 보러 오는 놈이 어디 있냐?”

“쉿, 조용히 좀 하세요. 원앙이가 들으면 서운해할 거예요.”

양 대원이 개 귀를 막는 시늉을 했다.

초 대장은 기가 막혀서 웃음을 터트렸다.

“링거 아니었으면 네 머리통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팼을 거다. 못 믿겠냐?”

“무릎 안 다치셨을 때도 제 머리 못 깨셨는데, 두려울 게 뭐 있겠습니까.”

영정 사진을 껴안은 양 대원이 초 대장 앞에서 흔들흔들했다.

“계속 개 새로 안 주시면 제가 제 머리 깨서 대장님 몸에 바를 겁니다.”

“양 대원, 그만 좀 해. 개 한 마리로 얼마나 길게 얘기하려고 그래. 다들 진지해지자고. 대장님 수술하신다고. 자, 다들 모였으니, 차렷! 경례!”

곁에 있던 부대장이 도저히 못 봐주겠다는 듯 말했고 침대 주변에 몰려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침대에 누운 초 대장에게 경례하는 장면이 꽤나 장엄하고 엄숙했다.

8초 후, 병실에 웃음꽃이 피었다.

이제 막 침대에서 내려온 초 대장은 웃으면서 휠체어를 내리치다가 아파서 입을 벌렸다.

“다들 장난꾸러기시네요.”

듣고 있던 연문빈도 웃으며 거들었다.

“그래야 좋죠. 개도 장난 많은 놈이 제일 오래 살 거든요. 고생 잘 견디는 늙은 개는 순직하지 않더라도 여기저기 안 다친 곳이 없어요.”

초 대장은 그렇게 말하며 자기 무릎을 내려다봤다. 한두 번 다친 것도 아니었고, 억척스럽게 견디다가 초래한 일이었다.

“됐습니다. 다 나가세요.”

연문빈이 손을 휘적이며 사람을 내쫓기 시작하자 사람들도 별말 없이 알아서 밖으로 나가면서 그제야 진짜 덕담을 하기 시작했다.

“초 대장, 잘하세요!”

“작은 수술입니다. 떨지 마요. 서 경관님 배우세요.”

“대장, 외국인들도 다 능 선생님한테 수술받으러 온다니까, 걱정 말고 수술실에 들어가세요. 외국 놈들이 안 좋은 걸 하겠어요?”

서 경관도 웃는 얼굴로 조금 친해진 연문빈을 바라봤다.

“연 선생님, 우리 초 대장님 잘 부탁드립니다.”

“예에~ 어디 가서 좀 쉬세요. 슬관절경 수술은 금방 끝납니다. 족발 두 개 뜯을 시간 정도?”

연문빈은 그렇게 말하면서 큰 족발 냄비가 있고 간판, 가게 이름은 없이 거부하기 힘든 냄새만 풍기는 휴게 구역을 가리켰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그쪽으로 걸어가 마술에라도 걸린 것처럼 그 자리에 굳었다.

연문빈은 서둘러 수술실로 향했다.

슬관절경 역시 그가 좋아하는 수술 유형이었다. 탕 법 봉합과 비교하면 슬관절경이 쉬웠다. 물론, 고난도 슬관정경 수술은 쉽지 않지만.

배우는 데 2, 3년 걸리고 익숙해지는 데 3, 4년 걸리는 탕 봉합을 모든 의사가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연문빈이 지금 탕 봉합을 집도할 수 있는 것도 능연이 기회를 많이 준 덕분이었다. 그리고 직접 말과 몸으로 가르치기도 했고.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연문빈은 간단한 케이스나 가끔 할 엄두를 냈고, 조금이라도 어려워지면 그냥 놓아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은 사실 꽤나 답답했다.

슬관절경은 그보다 훨씬 친숙해서, 이론상으로 몇 개월만 있으면 집도할 정도까지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다른 많은 현급 병원 의사들도 큰 병원에서 한두 달 실습한 후에 자기 병원으로 돌아가 관련 수술을 시작할 정도다.

능연의 조건은 상대적으로 조금 더 까다로웠지만, 그가 가르쳐낸 의사들의 실력은 훨씬 높았다.

연문빈 같은 나이가 되어 계속 의사 생활을 할지 결정을 해야 할 때, 기술의 유혹력은 거의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초 대장은 신속하게 1번 수술실로 옮겨졌다.

참관실이 있는 1번 수술실은 다른 일반 의사들은 잘 사용하지 않았다.

대빵들에게야 넓고 밝은 참관실이 오매불망하던 끝내주는 세계겠지만, 일반 의사에게는 그렇게 널널한 곳이 아니었다. 게다가 집도의가 ‘수술 방해’, ‘분위기 영향’ 등 단어로 마음에 들지 않는 참관객을 몰아낼 수 있는 일반 수술실 안 참관과 달리 참관실은 수술실과 독립된 공간이라 집도의가 사람을 쫓아낼 권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심사도 견뎌내야 했다. 그리고 실력이 일정 정도가 되지 않을 땐, 창피를 당해야 할 각오도 해야 했다.

그러니 능연이 자연스럽게 1번 수술실의 단골손님이 되었다.

그가 1번 수술실을 좋아하는 이유는 1번 수술실이 넓고 밝아서일 뿐만 아니라 위생도 몹시 만족스러워서였다.

수술실은 절대로 깨끗한 곳이 아니다. 절대로 깨끗한 수술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말 그렇다면 그렇게 많은 병원 내 감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연속 수술 확률이 높은 병원에서 수술실을 모두 일정 청결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힘이 필요했다.

“능 선생, 이제 잘 부탁드립니다.”

역시 부분 마취를 선택한 초 대장의 얼굴에 고금리 이자로 빌려온 온순함이 가득했다.

능연은 손을 치켜든 채 마취약 효과가 돌길 기다리며 맞은편에 서서 그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푸른 수술복, 엄숙한 표정, 사방에 슬관절경 각종 설비, 그리고 바삐 움직이던 의사들의 모습에 초 대장의 표정이 빠르게 굳었다.

“심문실을 병원처럼 꾸며야겠어. 그러면 심문이 쉬워질 것 같아.”

초 대장은 최대한 입을 놀리며 걱정되는 마음을 덜었다.

“개 기르지 않으세요?”

그의 발 쪽을 지나가며 여원이 물었다.

“장난합니까? 우리 경찰견 중대가 담당하는 큰 사건, 중요한 사건 수는 절대적으로 손에 꼽힐 정도입니다. 우리 경찰견을 무시하면 안 됩니다. 마약쟁이, 살인범들도 우리 경찰견 보면 두려워서 벌벌 떨어요.”

“경찰견이 음식 뺏어 먹을 땐 어떻게 하세요?”

여원이 다시 묻는 말에 초 대장이 멈칫했다.

“개 길렀습니까?”

“그냥 궁금해서요.”

그때 수술실 에어타이트도어가 열리고 손을 씻은 연문빈이 들어와 경계하듯 여원을 바라봤다.

“여 선생, 이 수술은 내가 어시인데.”

“알아. 환자분 긴장 풀어드리고 있어.”

여원은 초 대장을 향해 웃어 보이고는 연문빈을 힐끔 보고 나갈 준비를 했고 초 대장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입가를 실룩거렸다.

그때 능연이 말을 꺼냈다.

“온 김에 수술 보고 가세요. 드문 수술이니까.”

“드물어? 어디가?”

여원이 멍해져서 물었다.

“환자 슬관절 내부가 너무 너덜너덜해요. 이런 건 드물죠.”

능연이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이것보다 더 심각한 무릎은 지난번에 했던 종합 격투기 선수 무릎이었을 걸요?”

“아, 기억난다. 맞아서 무릎이 거의 깨졌었지?”

여원의 기억력엔 문제가 없었다.

“맞아요”

“아, 니킥을 두 방이나 맞았댔지? 독일 놈을 참 대단하구만.”

능연이 고개를 끄덕였고, 연문빈도 꽥 고함쳤다.

하얀 가운 셋이 나누는 대화를 들은 초 대장은 후회가 되어 나지막이 마취의에게 물었다.

“지금 전신마취해도 늦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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