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뜬 초 대장은 하품을 하고 머리맡에 핸드폰을 꺼내려고 손을 뻗어 몇 번이고 더듬어도 잡히지 않자 초조해져서 침대가 끽끽 울릴 정도로 휙 일어났다.
“막 수술 끝났습니다. 기억나세요?”
소가복은 빗자루를 탄 덤블도어처럼 둥근 의자를 타고 다가갔다.
“맞다. 나 수술했지.”
초 대장은 머리통을 만지면서 소가복을 돌아보며 기억을 떠올렸다.
“예. 수술 성공했습니다. 자, 테스트 좀 할게요.”
소가복은 나른하게 초 대장 맞은편에 섰다. 요즘 자주 간 절제 환자도 마취하는 마취의 소가복은 자신감이 꽤 생겼다. 통속적인 말로 하면, 팽창기에 접어든 소가복은 슬관절경 같은 류의 마취는 다소 눈에 안 찼다.
착착 검사를 마친 후 소가복은 고개를 끄덕이며 초 대장에게 말했다.
“한 시간 있다가 돌아갈 겁니다. 지금 상태는 매우 좋습니다.”
“병실로 안 가고요?”
“이따 다 같이 갈 겁니다.”
소가복이 입을 삐죽이며 양쪽을 가리키자 고개를 돌려 둘러본 초 대장은 그제야 가까이 놓인 침대 몇 개에 모두 사람이 누워 있음을 깨달았다.
수술 구역 회복실은 병실과 달라서 널찍한 공간에 침대와 침대 사이 간격을 1m 남짓으로 침대를 놓는다. 바쁠 때는 침대를 10개 놓을 때도 있는데 어차피 마취의 하나가 관리하고 많아야 둘이고 일만 생기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막 깨어난 환자의 정신이 또렷하길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도 있고, 다행히 다들 수술을 마친 다음이라 기본적으로 고분고분 침대에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 회복실의 임무도 환자들이 잘 깨어나는지 보는 것이어서, 나중에 병실로 보내면 그만이었다.
눈 감고 잠시 쉬던 초 대장이 다시 눈을 뜨고는 직업병처럼 곁에 사람들을 심문했다.
“무슨 수술 했습니까?”
“슬관절경이요.”
대략 마흔, 쉰 쯤 되어 보이는 옆 침대 남자가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문지르고 있었다.
“전신마취?”
초 대장도 이마를 문질렀다.
“네.”
“슬관절경 수술인데 왜 전신마취하셨어요?”
초 대장은 궁금한 듯 대화를 이어갔고, 그 이야기가 나오자 옆 환자는 조금 언짢은 듯 입을 열었다.
“앞에 수술한 멍청이가, 듣자 하니 경찰이라던데 말이 엄청 많아서 수술하는 데 영향을 줘서 뒤에 사람들은 다 전신마취로 했다지 뭡니까.”
초 대장은 저도 모르게 목을 움츠렸다.
“전신마취도 좋네요. 느낌이 없어서요. 그쪽은요?”
옆에 있는 사람의 말문이 열렸다.
“비슷하죠, 뭐. 저도 잠들어서요.”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환자가 또 한 명 실려 들어와서 초 대장의 다른 쪽 옆을 차지했다.
“그쪽도 슬관절경?”
초 대장도 지금까지 관찰하면서 경험이 생겼다.
마취 간호사가 심전도 기기를 전결한 후 입을 열었다.
“능 선생님이 오늘 주로 슬관절경을 해서 이따 환자 더 올 거예요.”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요?”
“정상이에요.”
마취의도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 요즘 능 선생 수술받겠다고 찾아오는 환자가 점점 많아진 터라, 슬관절경 같은 수술은 열흘에서 보름 정도 모으면 하루 종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능연이 정말로 하루 종일 슬관절경만 하진 않았다.
지금의 그로서는 슬관절경은 너무나 쉬운 수술이었다. 도전 정신이 필요 없는 슬관절경은 밤 새워 수술할 매력이 없는 수술이 되었다.
저녁 시간이 되자 능연은 하루의 수술을 마무리하고 교대하고는 집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능연의 제타 옆에 롤스로이스가 서 있었다.
능연이 나타나자 롤스로이스 문이 열리고 덩치 작은 여자가 내려서 맞은편 대형 버스 앞에 가서 힘껏 문을 쳤다.
잠시 후, 전칠이 대형 버스에서 내렸다.
“어머, 능연 씨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퇴근해요?”
“오늘은 관절경 수술했는데 다 끝나서요.”
능연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고기 구우러 가요. 당신 소, 살이 잘 올랐어요.”
전칠이 눈을 부릅뜨고 능연을 바라봤다.
“그래요. 갑시다, 고기 구우러.”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