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588화 (569/877)

운화 시 교외.

고속도로에서 내려 십 분 정도 더 달리면 호수와 언덕이 펼쳐진다.

언덕에 풀어놓은 소는 어슬렁어슬렁하는 놈도, 알아서 호숫가로 가서 물을 마시는 놈도, 아예 나무 그늘에서 쉬는 놈도 있었다.

직원들이 픽업트럭을 거칠게 몰고 와도 소 떼는 비키지도 않고 나른하게 바라만 봤다.

“자자, 어서 쌓아.”

픽업트럭에서 선두로 내린 작업반장이 사람들을 재촉해서 신속하게 차 뒤에 실어 온 나무를 쌓아서 모닥불 모양으로 만들고는 가림막을 만들어 바람을 막자 15분 만에 야영장이 설치되었다.

이어서 작업반장은 속셈이 있는 듯 소들을 바라보며 뒷짐 진 채 ‘아무도 내가 가는 길을 막을 수 없다’고 중얼거렸다.

브라질에서 온 제부 떼들은 멍하니 바라보는 건지 아니면 깔보는 건지, 무시하는 건지, 혹은 머리가 나쁜 건지, 하나 같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반장님, 제가 똑똑히 봤습니다. 저기 앞에 누워있는 놈, 저놈이 제일 실해요.”

작업자들은 매우 협조적으로 오늘 잡을 소를 골랐다.

“음. 자, 시작해.”

작업반장은 농장에 부는 바람이 자기 옷을 살짝 날릴 수 있도록 멋있게 포즈를 취했다.

작업자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얼빠진 소를 끌고 내려갔다.

머지않아 검은색 버스가 이제 막 세워진 야영장에 도착하자 작업반장이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버스 앞에서 허리를 숙이고 기다렸다.

전칠과 능연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차에서 내렸다.

능연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그는 호기심이 넘치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반에서 해부 수업을 할 때 가장 세심하고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다. 운화 부근에 숨어 있는 농장 겸 목장에 많은 의문이 있었다.

“여기 왜 목장이?”

운화 토박이인 능연은 넓은 초원을 보자 마음속에 파란이 일었다. 마치······ 사막에 사는 남자가 커다란 인공 호수를 봤을 때 느낌이랄까?

능연 앞에 펼쳐진 초원은 진짜 풀이었다. 한눈에 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바람 부는 풀밭에 소와 양이 넓게 펼쳐진 경치뿐이었다.

“목장은요, 처음에 빈 땅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채소를 심었어요. 가족끼리 먹으려고요. 그러다가 닭, 오리, 돼지 같은 동물을 길렀을걸요? 그러다가 가족 중에 식당을 차린 사람이 있어서 소를 잔뜩 샀는데 기를 때가 없었던가? 잘 기억 나지 않네요.”

전칠은 매우 진지하게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작업반장은 조심스럽게 능연을 바라봤다.

이 못 말릴 정도로 잘생긴 젊은이가 놀랍게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전칠의 말에 동의를 해?

작업반장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 표정을 볼까 봐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 두서없이 내뱉은 얘기도 쉽게 믿다니, 정말 괜찮은 걸까?

그러나 능연은 어떤 일들은 딱히 두서없이 얘기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운화 대학 앞 과일 가게만 해도, 그가 과일을 사러 가면 언제나 향긋한 과일을 살 수 있는데, 친구들이 가서 살 땐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었다. 이 일에 두서를 정리하고 이야기해야 할 가치가 있을까? 당연히 없다.

능연이 고개를 끄덕였을 때, 작업자들이 벌써 소 한 마리를 짊어지고 다가왔다.

“브라질에서 데리고 온 제부?”

능연이 그 단순한 육체를 살피며 물었다.

“맞아요. 통구이 하자고 했는데, 주 주방장님이 통구이는 보기만 좋고 맛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전칠은 능연의 표정을 유심히 보며 생긋 웃었다.

“통구이 먹고 싶으면 다음에 먹어요.”

“오늘 준비된 거부터 먹고요.”

모처럼 초원과 서서히 내려오는 밤의 장막을 본 능연은 기분이 매우 좋았다.

능연이 좋아하는 모습에 전칠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서 사람을 부르고는 능연과 나란히 앉았다.

“직접 구울까요? 아니면 주방장님이?”

“주방장님이 좋겠죠? 오늘은 충분히 많이 구웠거든요.”

전동메스로 구워내는 냄새는 소고기 굽는 냄새에 비할 바가 아니겠지만.

낯익은 요리사가 이미 처리를 마치고 옆에 걸어둔 소에 직접 칼을 놀려서 등심을 잘라내고는 크게 썰어서 나무 꼬치에 끼우고 그 자리에서 구우면서 작은 목소리로 변명했다.

“주 사부님은 안에서 내장 처리하고 있습니다. 고기 자르고 굽는 건 저도 평소에 많이 합니다.”

“감사합니다.”

능연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어서 별말 하지 않았다.

하늘도 아름답고, 모닥불 온도도 딱 그가 편안하게 느끼는 온도 정도로 따듯했다.

전칠도 마음이 릴렉스 되는 기분이었다.

소고기 꼬치가 눈앞에 놓이자, 전칠이 환하게 웃으면서 능연에게 하나 건네고 본인도 손에 들었다.

“요즘도 많이 바빠요? 수술 많이 하고요?”

“그렇죠.”

“다른 의사보다 수술 많이 하죠? 수술 그렇게 많이 하는 느낌이 어때요?”

“대체로 기분 좋죠. 며칠 전엔 위암 수술했어요. 사람 위도 소처럼 네 개라면 수술할 때 더 간단할 텐데.”

“그런데 소는 위가 네 개니까, 위암 발생률이 네 배가 되는 게 아닐까요?”

전칠이 물었다.

“그렇게 계산하는 건 정확한 건 아니에요. 1에서 4 사이? 구체적인 수치는 새로 분석해야겠지만요.”

“일리 있네요.”

생각하면서 천천히 하는 능연의 말에 전칠이 동의했다.

“그쪽은 요즘 뭐해요?”

턱을 문지르며 잠시 생각하던 능연은 꼬치를 먹어치우고는 화제를 바꿨다.

“할아버지가 회사 몇 개 사서 연습하래요.”

전칠이 입을 내밀었다.

“능 선생이랑 비교하면 재미없죠, 뭐. 있어도 되고 없어도 그만인 회사인데 사들이는 이유가 고작 잠재 경쟁상대를 없애고 우리 회사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서라니. 이런 일이 몇 년에 한 번씩 생기니까 재미없어요. 의사는 경쟁상대 걱정할 필요 없는 거 아니에요?”

잠시 생각하던 능연이 서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는 발전 방향이 있으니까요. 우리 병원 간담췌외과 하 주임님도 지금은 간암과 담관암을 전공하거든요.”

하원정을 아는 전칠은 저도 모르게 생긋 웃었다.

“회사는 사람이 아니라서 언제나 탐욕스럽게 모든 자원을 흡수해서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의사는 사람이니까, 사람은 언젠가는 은퇴하고 죽잖아요.”

능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의 황금기는 확실히 짧죠.”

“능 선생님은 안 그럴 거예요.”

전칠은 미소 지은 채 능연에게 막 구워진 고기를 건넸다.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이 주변 초원을 환하게 밝혔고, 레스토랑에서는 느낄 수 없는 초원의 향기가 풍겼다.

야영지 주변엔 민속 복장을 한 남녀 열 몇 팀이 조용히 춤을 추고 있었고, 열 몇 명의 작업자들이 카우보이로 위장해서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으며, 열 몇 명의 보디가드가 기사로 위장하여 말을 달리고 있었다. 덕분에 적막과 고요함이 적막과 지루함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