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초 대장은 눈을 뜨자마자 개를 발견했다.
개는 눈도 또랑또랑했고 이빨도 하얗고 밝았다.
“누가 내 개 양치해준 거야.”
초 대장은 고함을 지르면서 어깨로 버티면서 일어나서는 무릎을 움직여 보다가 아프지 않자 저절로 웃음을 터트렸다.
“내 아들이요.”
휠체어에 탄 서 경관 얼굴에 온화함이 가득했다.
“대장님 개, 내 아들 앞에선 꼼짝도 못 하던데요. 순식간에 깨끗해졌어요. 내 아들 녀석, 재능이 있는 거 같던데요. 흐흐흐.”
“개 다루는 재능을 뭘 자랑해.”
건강한 서 경관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져서 목소리도 높아졌다.
“할 일 없이 개는 왜 씻겨? 뽀뽀할 것도 아닌데.”
“곧 은퇴할 때 된 개를 씻겨 주는 사람 있으면 좋아해야죠.”
서 경관이 기세등등하게 반박하자 초 대장이 흥흥댔다.
“아들 학교는 안 가고?”
“운화로 돌아올 겁니다. 애 엄마도 드디어 깨달았나 봐요. 죽어라 공부시켜 봐야 뭐하겠어요. 나중에 정 안 되면 경찰 하라고 하기로 했어요.”
“애 경찰 되는 거 싫어했잖아.”
“우리 부부 다 친척도 얼마 없고 외롭잖아요. 경찰 되는 게 차라리 돌봐줄 사람도 있을 거 같아서요.”
서 경관이 대장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애 엄마가 이번에 우리 경찰의 따듯함을 느꼈나 봐요.”
초 대장은 조금 뿌듯해져서 껄껄 웃다가 바로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그 얘기 하니까 생각나네. 무릎 환자 몇 더 구해서 능 선생한테 주기로 했는데. 자자, 이리 와 봐. 계산해보자고.”
“뭘······ 계산해요?”
“수술하면 입원 기간도 있고 한 번에 다 할 순 없잖아. 그러니 합리적으로 분배해야지. 누가 먼저 할 건지, 나중에 할 건지. 누가 더 오래 쉴 건지. 안 그래?”
서 경관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일은 우리끼리 상의하고 다른 놈들은 모르게 하자고. 사람이 많으면 말도 많고. 원칙은 딱 세 가지. 하나, 대원 몸 상태, 둘, 업무. 셋, 최대한 대원 편의를 봐줄 수 있도록. 다른 어쩌고저쩌고는 싹 무시. 일단 리스트를 만들어 보자고.”
서 경관이 종이와 펜을 가지고 왔고, 두 사람은 침대맡에서 머리를 맞대고 무릎을 다친 적 있는 대원의 이름을 적었다.
작성을 시작하니 단숨에 명단이 몇 장이나 나왔다.
다 쓰고 난 서 경관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중대에 다친 사람이 이렇게나 많았군요.”
“그러게.”
초 대장도 한숨을 쉬면서 순서를 조율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원 이름과 별명 앞에 별표, X표 혹은 곡선을 그렸다.
그 모습을 계속 바라보던 서 경관이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대장, 이거 인신매매 같은데요?”
“그렇대도 해야지. 맞다, 자네 몸은 어떤가?”
초 대장은 고개 숙인 채 하얀 종이를 내려다보며 고개도 들지 않고 물었다.
“괜찮은 편입니다. 대장님은요?”
“좋아. 능 선생 수술을 잘하네. 에휴, 이 기회에 왕 경관 같은 나이 든 대원은 수술 싹 해야겠어. 늙어서 온몸이 고물이 되도록 둘 수 없잖아. 요즘이 어떤 시절이냐고, 머리로 범인 잡는 시절이잖아. 몸을 잘 돌봐야지.”
초 대장은 선배들을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생각이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