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대장이 대원 몇을 거느리고 능연의 진료실로 향했다.
좌자전이 문 앞에서 추가 번호를 나누어 주었다.
“능 선생은 하루에 10명만 보는데, 벌써 60명은 봤어요. 다들 조금만 기다리세요. 추가 번호 줄 맨 앞에 서시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지팡이를 짚은 초 대장이 연신 감사 인사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돌아봤다.
“좌 선생님은 다 만났었지? 내가 입원했을 때 도움을 많이 주셨다.”
대장한테 끌려온 사람들은 그렇게 내키진 않았지만, 의사 앞에서는 역시나 공손했다.
“좌 선생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혹시 잡힐 일 있어도 꼭 빼 드릴게요.”
“도박하다가 혹시 걸리면 제 이름 이야기하세요.”
“싸움 같은 건 제 이름 대세요.”
“사고는 저요!”
다들 개 돌보는 일이 주요 업무지만 아는 사람은 적지 않아서, 일제히 좌 선생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했다.
좌자전은 웃는 얼굴로 끄덕이면서, 사람들을 복도 한쪽으로 보내 앉아 있으라고 했다.
우르르 모여서 수다 떨면서 기다리니 기다리는 시간도 그렇게까지 지루하지 않았다.
잠시 후, 매점 사장 같은 남자가 누군가를 따라 들어왔다.
“초 대장님.”
다가온 키 작은 대원은 코기처럼 다리는 짧고 어깨는 굵은데 비쩍 마른 몸이었다.
“또 무슨 일인가?”
“이 친구가 우리 번호가 앞번호라니까, 사고 싶답니다.”
코기남이 눈을 깜빡이자 대원들이 익숙한 신호를 보냈다.
잡자!
“그게 무슨 뜻입니까?”
초 대장은 그제야 남자를 살피면서 물었다.
“저는 외지에서 왔거든요. 그런데 번호표를 못 받았어요. 그래서 여러분이 하나만 팔면 안 될까 싶어서요. 두 개면 더 좋고요.”
“우리도 진료받으러 온 겁니다.”
“아이고, 다 환자죠.”
암표상이 비참한 듯 웃어 보이고는 손가락으로 ‘8’를 그리면서 말을 이었다.
“여러분, 좀 도와주시지요. 하나도 괜찮습니다.”
“그게 무슨 뜻인데요?”
초 대장은 모르는 척, 암표상이 말을 꺼내게 만들었다.
“800이요. 두 개는 1800.”
“하나에 800?”
조금 전까지 잡담하던 사람들도 모두 놀랐다.
그들의 표정에 상황을 파악한 암표상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앞번호니까, 시장가로 800 드리는 겁니다. 속이는 거 아니라고요.”
“안 팝니다.”
상황이 확실해지자, 초 대장의 표정이 엄숙해졌다.
그러자 암표상은 미간을 좁혔다가 다시 폈다.
“여보슈. 그러지 맙시다. 하나 800이면 적은 게 아니라고요. 그래요, 그럼 900. 두 개 2000. 이건 괜찮지요?”
초 대장은 신분증을 꺼내 아무 말 없이 흔들었다.
암표상은 멍해졌다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순순히 돌아섰다.
“봤지? 번호 하나에 1,000위안짜리 의사야. 평소엔 찾을 수도 없다고.”
초 대장은 그 김에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말했다. 사람들은 혀를 끌끌 차며 뭐라고 웅얼거렸지만,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이제 없었다.
잠시 후, 초 대장 일행이 우르르 능연 사무실로 들어갔다.
“누구부터 보실 겁니까?”
그들을 바라보던 능연이 묻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코기남을 앞으로 밀었다.
“슬관절경입니까?”
초 대장의 약속을 떠올린 능연은 상대가 내민 사진을 보면서 바로 이미지를 그리기 시작했다. 코기남이 머뭇머뭇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 찍으세요. 상황에 별 변화 없으면 오후에 하죠. 다음.”
“오후요? 그렇게 빨리요?”
코기남이 다시 머뭇거렸다.
“다음 주도 괜찮습니다. 택일 수술은 급할 거 없거든요.”
“오후에 합시다.”
초 대장이 코기남을 노려보며 끼어들었다.
“다음 주에도 할 사람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