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593화 (574/877)

땀을 뻘뻘 흘리는 백 미터 경기를 끝낸 후, 경찰견 중대 사람들은 지팡이를 짚고 편안하게 쉬었다.

“같이 입원하는 것도 나쁘지 않네.”

“음. 아무 생각 없이 요양만 하면 되니까, 휴가받은 거 같은데?”

“지금도 휴가잖아요?”

“병가지. 느낌이 다르잖아.”

코기남이 그렇게 말하면서 온몸에 힘을 뺀 가필드처럼 다리를 길게 뻗고는 넋을 놓기 시작했다.

병원 복도엔 별별 사람이 다 오가고, 특히 물을 뜨러 온 환자 보호자는 툭하면 금지된 이야기를 해서 경찰견 중대 어르신들의 귀가 즐거웠다.

여원도 보온병을 들고 물을 받으러 왔다가,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면서 걸었다.

“음. 위치 괜찮아. 시체 처리 잘했어?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해.”

경찰견 어르신들은 자세를 가다듬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표정까지 진지해졌다.

“해부 이야기겠지.”

“병원 영안실에 시체 많잖아.”

“의사가 살인할 때 도움이 필요하겠냐? 구급차로 실려 온 사람을 수술실에서 구하기도 하는데, 사람 죽이는 데 누구 도움이 왜 필요하겠어.”

그때 여원의 화제도 바뀌면서, 표정도 엄숙해졌다.

“이건 안락사지, 전기톱 살인마가 아니라고. 넌 시체 처리만 잘 하면 돼. 다른 건 상관할 필요 없어.”

이번엔 부대장도 안절부절하지 못해서는 지팡이를 짚고 여원 쪽으로 다가갔다.

여원은 핸드폰을 들고 느긋하게 뜨거운 물을 받아서 다른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부대장은 두말없이 지팡이를 짚고 뒤를 따랐고 대원들도 무조건 따라갔다.

복도 앞쪽에 작은 둥근 점이 있고, 그 뒤를 사내들이 지팡이를 짚고 걸음마 연습하듯 따르면서 땀을 뻘뻘 흘리는 광경이 펼쳐졌다.

“엘리베이터! 잠시만요!”

점점 뒤처지던 부대장은 여원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결국 고함을 질렀다.

여원은 냉정한 모습으로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환자들을 바라보면서 결국 기다려 주었다.

“여 선생님, 맞죠? 어디 가세요?”

부대장이 헉헉거리며 바로 심문했다.

“실험실이요.”

여원이 눈을 찌푸리며 대답하는 사이 엘리베이터 문이 드디어 닫혔다.

밀폐된 공간에서 부대장 일행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래서, 지금 말씀하신 시체라는 건?”

“흰쥐요.”

코기남이 뭐같이 헐떡거리며 묻는 말에 여원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

부대장 일행이 웃음을 터트렸다.

딩-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간 여원이 다시 뒤를 돌았다.

“믿으세요?”

딩-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부대장과 코기남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됐겠지?”

“됐어요, 됐어.”

엘리베이터 밖에서 여원이 비웃음을 지었다.

능연은 즐거워하며 수술 중이었고, 20분 만에 슬관절경 수술 완료를 선포했다.

“수술은 순조로웠습니다. 푹 쉬세요.”

능연은 한마디 한 후 장갑을 벗어 던지고는 좌자전 등이 마무리하는 걸 지켜봤다.

능연은 반신 마취로 하는 슬관절경 수술을 할 때는 전신마취 때와 달리 좌자전의 제안에 따라 바로 나가지 않고 잠시 곁에서 지켜보고 환자가 다른 요구가 없는 걸 확인하고서야 나갔다.

대부분 환자는 요구가 없었다.

그러나 오늘 환자는 의외였다.

“선생님. 저 나갈 때 마취 덜 깬 척해도 될까요?”

환자가 불쌍한 얼굴로 마취의와 능연을 바라봤다. 수술 한 번 하면서 권력이 누구에게 있는지 벌써 파악했다.

“왜 마취에서 덜 깬 척을 합니까?”

능연은 멍해져서 물었고 마취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전 괜찮습니다.”

그러자 환자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마누라가 말이 많거든요. 수술 전에 말을 많이 참았으니까, 이제 수술 끝났다고 얼마나 귀찮게 할지 모릅니다.”

능연은 이 일을 고민하는 데 머리를 좀 더 써야만 했다.

“능 선생, 그렇게 해주자. 불쌍하네.”

“아, 네.”

좌자전이 헛기침하며 말하자 능연이 순순히 따랐고 환자는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해하며 바로 잠든 척 다시 누웠다.

“데리고 나갑시다.”

마무리 작업을 끝낸 능연이 한마디 하자 간호사가 다가와 환자를 스트레처 카에 옮기고 천천히 밀었다.

환자는 끝까지 마취에 취한 모습을 유지했다.

수술실 입구까지 환자를 밀고 간 간호사가 그때 문득 물었다.

“마취됐는데 코 고는 건 이상하지 않아요?”

“삽관 안 했으면 코 골 수 있어. 잉? 잠들었어?”

마취의가 의문이라는 듯 물었다.

“네.”

“그냥 하던 대로 합시다. 코 고는 게 죄도 아니고.”

좌자전이 진지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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