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595화 (576/877)

능연은 점심때 곽종군이 말한 추현에서 온 일반 외과 선임 주치의 임기를 만났다.

임기는 중간 키에 적당히 살찐 중년이었다. 매일 노래방 가는 현 병원 주류 사회인으로서 적당히 살찐 몸매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건 매우 노력했다는 뜻이다.

임기도 본인의 노력을 상당히 자랑스러워했고, 능 팀 의국에서 자기소개한 후 매우 자랑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

“다른 능력은 없지만, 힘든 거 하나는 잘 견딥니다. 능 선생, 무슨 일이든 맡겨 주십쇼. 새벽까지 버텨서라도 반드시 해낼 겁니다.”

그 말에 능 팀 의사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눈빛을 교환했다.

좌자전의 눈빛은, 이분은 빽이 없는 거 같네. 적어도 운화병원에는 없다는 말이지. 운화병원에 누군가 있다면 우리 수술 시간이 새벽이라는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이걸 모르겠어. 그 시간에 잡일을 하겠다니, 일은 안 할 생각인가?, 였다.

연문빈의 눈빛은, 입만 산 거 같네요. 힘든 거 하나는 잘한다더니. 새벽까지 일한다고 그게 무슨 힘든 거 잘 하는 거라고. 새벽까지 공부하고 몇 시간 자고 일어나 족발 삶는 거, 내가 자랑하는 거 봤어요? 내가 보기엔 일 제대로 달라고 선 그은 거 같은데요? 누군가 뒤에서 힌트 준 거 아니예요?, 였고.

마연린의 눈빛은, 나는 평민인가. 어젯밤에도 잘 잤는데요. 마누라 안고 푹 잤어요, 였다.

“주로 어떤 방면을 배우려고 연수 오셨습니까?”

능연은 매우 따듯하게 그를 대했다.

능연은 주변에 항상 이런저런 자기 이야기가 하는 일을 늘어놓은 사람이 많다. 때문에 일일이 관심 주자면 끝이 없어서 다른 사람이 뭘 하든 그렇게 신경 쓰는 타입이 아니고, 대신 일 자체를 신경 쓰는 편이었다.

하얀 가운 무리를 앞에 둔 임기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능 선생 밑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복이죠. 뭐든 상관없습니다. 뭐라도 배우면 좋지요.”

좌자전은 눈을 굴리면서 입을 내밀었다. 술도 안 먹고 이런 말을 하다니, 제법 허리를 낮출 줄 안다는 뜻이었고 이런 선수는 조금만 기술을 배워도 현 병원 같은 곳에서는 먹고살 만할 것이다.

다만, 좌자전은 상대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병원에 처음 왔을 때였다면, 마을 위생병원 경험밖에 없는 좌자전은 당연히 그를 큰 적으로 여겼겠지만, 지금 그는 이미 마흔 넘은 신입 레지던트가 아니었다.(이미 더 늙었다.)

게다가 운화병원 의사들의 일하는 스타일을 봐왔고, 상해의 골관절 센터도 가봤고, 북경 부속 2 병원 출장 수술에도 함께 했던 좌자전은 서서히 새로운 개념이 형성되었다.

기술이 뛰어난 능력자, 특히 상대적으로 폐쇄된 지방의 기술 능력자는 기술 아부 스킬이 높지는 않았다.

아부를 안 떤다는 말이 아니라, 아부를 연습할 기회가 얼마 없어서 아부 실력이 떨어지고, 뻔뻔함도 부족했다.

눈앞에 있는 임기는 아부 실력은 보통인데 뻔뻔함은 있는 걸 보면, 재능도 보통이고 기술 수준도 그다지라는 뜻이었다.

우리 능 선생은, 아부 기술로 모실 수 있는 사람이 아니란 말이다.

좌자전이 살며시 고개를 흔들었다.

“주로 무슨 수술을 하시죠?”

장안민이 능연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수련의가 온다는 말에, 게다가 그 수련의가 일반 외과라는 말에 일부러 온 것이다.

수련의와 실습생, 그리고 훈련의는 완전히 달랐다. 특히 오늘 온 이런 현 병원 선임 주치의는 수술을 장안민보다 훨씬 더 많이 했을 수도 있다. 물론, 수술 수준과 퀄티리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또 반드시 그러리라는 법도 없었다.

담낭 절제 같은 쉬운 수술만 해왔고, 불과 최근 일 년에 비교적 세밀한 수술을 접하기 시작한 장안민이 새로 온 수련의의 존재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 외과 수술은 이론적으로 간, 담 수술을 커버하기 때문에 둘의 위치가 겹쳤다.

임기의 수술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장안민이 가장 관심있는 부분이었다. 가능하다면, 장안민은 그 방면에서 상대를 누르고 싶었다. 어쨌든, 그는 능연의 담낭 수술을 가르쳤던 의사니까.

눈앞에 나타난 의사가 누구인지 잘 파악되지 않은 임기는 일단 웃으면 된다 싶었다.

“현 병원에서 일반 외과 수술은 뭐든 했습니다. 흔한 충수염, 장경색, 담낭염. 대장암 수술, 위 절제 수술같은 것도 했고요.”

“많이 하셨네요.”

장안민은 조금 부러울 정도였다.

임기가 하하하하 네 번 웃으며 말을 이었다.

“현 병원은 그렇죠. 있는 대로 합니다. 대형 일반 외과죠.”

“우리 능 선생 기술을 두 달 만에 다 배운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참, 그래서 뭘 제일 잘하시나요?”

장안민은 예방 주사 맞듯이 일단 안약을 넣었다. 부주임 신분에 어울리지 않을 수는 있지만, 때가 어느 땐데 그런 걸 신경 쓸 수는 없었다.

“흠흠. 잘한다고까지 말하긴 그렇고. 충수염이나 담낭염 같은 걸 제일 많이 했습니다.”

“한번 해보죠.”

능연은 더 들을 생각 없이 손을 휘두르면서 좌자전을 바라봤다.

“임 선생님을 어시로 배정하세요.”

“네.”

좌자전은 대답을 하고 임기에게 물었다.

“우리는 수술을 6, 7시까지 합니다. 괜찮겠어요?”

“그럼요. 문제없습니다.”

냉큼 대답한 임기가 웃으며 덧붙였다.

“새벽 한두 시까지도 수술합니다.”

“그렇죠. 우리도 그때까지 할 때도 가끔은 있습니다.”

좌자전이 미소 지었다.

“그렇죠? 7시, 저는 괜찮습니다.”

“묵을 곳은 마련하셨나요?”

좌자전이 계속 미소지었다.

“네. 곽 주임님이 독신자 숙소를 마련해주셨습니다.”

“그럼 됐네요.”

좌자전은 자리에서 일어나 임기의 어시 자리를 마련했다.

임기는 웃고 있는 주변 사람들을 경계하듯 바라보면서 자리를 뜨려는 좌자전을 살짝 잡았다.

“좌 선생님, 제가 혹시 큰소리를 쳤나요?”

“무슨 큰소리 쳤는데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좌자전은 매우 다정하게 웃으며 물었고, 임기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다들 웃긴 장면 구경하는 거 같아서요.”

티 나게 안절부절못하는 임기의 모습에 본인이 막 운화병원에 왔을 때를 떠올린 좌자전은 마음이 약해졌다.

“그렇다면 그러라고 하세요. 옛말 그른 거 없죠. 자연스럽게 하라.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그, 그런가요?”

임기는 가슴이 철렁했다.

“내 말대로 하면 됩니다.”

좌자전은 임기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사라졌다.

오후, 진료과의 출근 시간에 맞춰서 능 팀도 세 그룹으로 나뉘어 수술을 시작했다.

오늘 응급은 변함없이 약체 여원이 맡았다. 연문빈과 훈련의는 능연의 두 번째 수술 준비에 바빴다.

오후 첫 수술은 비교적 간단한 슬관절경으로 시작했다.

수술대에 나선 능연이 바로 임기에게 물었다.

“해봤습니까? 괜찮겠습니까?”

“두 번 해봤습니다. 괜찮습니다.”

임기가 다급하게 대답하자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술 시작을 선포했다.

수술실이 고요해졌다.

슬관절경에 익숙한 팀은 기구 전달하는 데 소리 하나 나지 않고, 능연은 당연히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오른쪽, 왼쪽 살피던 임기는 좌자전의 말을 떠올리고는 결국 어색함을 버리고 입을 열었다.

“제가 웃긴 얘기 하나 해드릴까요? 토끼랑 거북이 한 마리가 있는데요, 다들 숲에서 살았죠. 토끼는 스타킹을 신었는데, 거북이는······.”

“결국 거북이가 다리를 들고 ***를 드러내서······.”

“다른 이야기 할까요? 곰 한 마리가, 어느 날 유방암에 걸려서······.”

“쥐꼬리만 한 기술이 바닥난다고 하잖아요? 거기에 나오는 쥐는······.”

웃긴 이야기를 하는 유령처럼 임기의 목소리가 수술실 허공에서 맴돌았다.

능연은 딱히 그를 말리지 않았다. 본인이 이야기를 즐기진 않지만, 다른 사람이 이야기 나누는 거나 음악 트는 걸 반대하지는 않았다.

마취의도 딱히 말리지 않았다. 서전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임기는 입에 침이 마를 것 같아도 멈추지 않았다. 쉴 새 없이 웃긴 얘기하는 것도 웃기지만, 좌 선생한테 코치도 받았으니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희한한 외과의는 많고, 능연 같은 위치에 있는 의사가 웃긴 얘기를 즐긴다고 해도 희한할 것도 없으니까. 사실상 능연 같은 의사는, 웃긴 얘기 하나 듣자고 천진에서 수련의를 불러들인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기껏해야 상대의 웃긴 얘기가 바닥나면 돌려보내면 그만이고.

거기까지 생각한 임기는 가슴이 철렁해서 저도 모르게 이야기 속도를 늦췄다. 웃긴 얘기를 너무 빨리 다 해버리면 안 된다. 아라비안나이트의 황후처럼 황제를 오래 웃게 해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끝났습니다.”

능연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수술실에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임기는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미간을 좁혔다. 지금 수술이 이럴 정도로 어려운 수술이었나?

그는 슬관절경 수술을 많이 하지 못했지만, 그건 수술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진료과 분배문제였다.

의문을 품은 임기도 사실 한숨 돌렸다. 어찌 됐든, 운화병원에서 한 첫 번째 수술이 순조롭게 끝났다. 단숨에 30분 가까이 웃긴 얘기를 하느라고 조금 지쳤지만, 어쨌든 운화병원과 하나 되는 첫 번째 스텝이었다.

임기는 기대에 가득 차서 고개를 들고 물었다.

“다음 수술 있나요?”

마취의가 코기 엉덩이처럼 웃으면서 임기를 바라봤고, 간호사 두 명도 하하 웃으며 임기를 바라봤다. 그들은 웃을 때도 가장 예뻐 보이는 옆얼굴을 능연 쪽으로 향했다. 30분 이상 공들여 화장한 간호사들은 언제 봐도 아름다웠다.

“몇 번?”

능연은 임기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상급 의사가 하급 의사의 어리석은 질문을 일일이 대답할 바에야 차라리 의사를 그만두고 학교 선생님을 하는 게 나았다.

“3번 수술실이요.”

순회 간호사가 신속하게 대답하자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수술실에서 나갔다.

임기는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멍청하게 수술대 앞에 서 있었다.

“똑똑해 보였는데.”

그가 꿈쩍도 하지 않는 걸 본 마취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젓고는 냉큼 문 앞으로 달려가 에어타이트도어 옆에 있는 검은 테두리에 발을 밀어 넣고 문을 열었다.

마취의는 마취과 소속이지만, 운화병원 지금 분위기로는 개에게 물리는 한이 있어도 능연에게 서비스하는 것을 당연히 최우선에 두었다.

능연은 걸음을 멈추지도 않고 순조롭게 문을 나섰다. 그는 점점 누군가 문을 열어 주는 생활에 익숙해져서 개마취의를 향해 일반적인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3번 수술실로 향했다.

그제야 깨달은 임기는 제 뺨을 때리고 싶은 기분이 되어서 재빨리 앞으로 가서 마취의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미안해요. 내가 눈치가 없었네.”

“눈치 없는 수련의는 많아요. 서두르세요. 이번에도 내가 밟아요?”

마취의도 하급 의사에게 그렇게 안 좋은 내색을 할 생각은 없었다. 직급반 따지면 현 병원 주치의와 운화병원 주치의는 비슷하지만, 병원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급 병원은 하급 병원이다. 하급 병원 의사가 더 큰 권력이 있고, 더 편하고, 돈을 더 잘 벌고, 사회 지위가 더 높을지 몰라도, 상아탑인 병원에서 기술이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다.

임기는 다시 감사 인사를 전하고 허둥지둥 능연을 따라잡았다.

“능 선생.”

드디어 능연을 따라잡은 임기가 3번 수술실 앞에서 수술실 문을 밟아 열었다.

치익.

수술실 문이 열렸고, 장안민과 훈련의 구소렴이 이미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준비됐어요?”

능연은 들어가지 않고 문 앞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응, 다 준비됐어.”

장안민은 그렇게 말하고 부주임 의사의 눈빛으로 마취의 소가복을 바라봤고 소가복은 둥근 의자에서 일어나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든 시작할 수 있습니다.”

“시작하죠. 손 씻고 올게요.”

그리고 능연은 고개를 돌려 임기를 바라봤다.

“개복 간 절제, 해봤습니까?”

“실습할 때 한 번. 나도 우리 운화병원에서 실습했어요. 그때 일반 외과에 제일 오래 있었죠.”

임기는 서둘러 대답하고는 친한 척하듯 한마디 덧붙였다.

“간 내 담관 결석이고, 좌 간 절제할 겁니다.”

“아, 네.”

임기는 조금 긴장이 됐다. 좌 간이고 우 간이고, 간이라니. 그로서는 대단한 자극이었다.

일반 위 절제 수술밖에 못 해본 임기는 운화병원에 온 첫날부터 간 절제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능연은 더는 긴말 하지 않았다.

간 절제는 지금 능 팀의 주력 수술이었다. 그의 유명세가 올라감에 따라 ‘어서 의사에게 물어 봐’ 어플에서도 ‘간 절제 전문가’ 타이틀을 달았다. 운화병원에 직접 온 환자든 타지에서 온 환자든, 혹은 다른 의사 소개로 온 환자든, 능 팀이 매주 하는 간 절제 수술 환자는 점점 안정적인 숫자가 되었고, 수술 항목도 점점 안정되었다.

오늘 수술 역시 사전에 준비된 것이라 임기가 없었더라도 간 수술은 진행될 것이었다. 이런 큰 수술을 완전히 수련의를 고려해서 배정할 리도 없고, 퍼스트 어시든 세컨드 어시든 실력이 되면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안 되면 그만, 거기까지였다.

더욱 상세한 내용을 설명할 이유는 더욱 없었다.

능연은 묵묵히 손을 씻었다. 한 동작, 한 동작,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손 씻기라기보다 차라리 휴식에 가까웠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능연이 입을 열었다.

“MRI 판독합니까?”

곁에서 지루하게 손을 씻으면서 웃긴 얘기를 외우던 임기가 멈칫했다.

“압니다. 저희 병원에도 MRI 몇 대 있습니다.”

몇천만 위안짜리 기구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희소품이었지만, 국산화한 다음 MRI 보급률이 꽤 높아졌다.

“이따 MRI 좀 보고 수술 서세요. 다 볼 거 없고 T1 축상면 위주로 보면 됩니다. 서둘러서요.”

손을 다 씻은 능연은 그렇게 말하고는 통 안에 수건으로 손을 닦고 수술실로 들어갔고 뒤에 남은 임기는 살짝 멍해졌다.

T1 축상면이 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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