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597화 (578/877)

저녁 6시, 네 번째 수술이 끝나고 검사를 마친 능연은 장갑을 벗었다.

“전 밥 먹으러 갑니다.”

이번 타임 조수 연문빈이 곧바로 대답했다. 그는 오늘 탕 봉합 두 건 집도하고 힘이 넘칠 때였다.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수를 기다리지 않고 수술실에서 나갔다.

수술실은 원래 그렇다. 언제나 집도의가 더 많은 자유 시간을 가지고,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일은 덜한다. 결국, 집도의의 시간이 가장 가치 있다.

수술을 기다리거나, 기다려도 수술받을 수 없는 환자들은 언제나 초짜 의사의 대단하지도 않고 만족스럽지도 않은 서비스가 아닌 실력이 가장 좋은 고급 의사의 치료를 기다린다.

능연이 떠난 후 연문빈도 동작을 멈추고 뒤로 물러났다.

“마무리는 맡긴다.”

초짜 의사 중에 초짜 의사인 훈련의 구소렴은 순간 흥분해서 배가 열린 채 누워있는 환자에게 달려들었다. 수련의 임기 님은 적극적이지도 소극적이지도 않은 모습으로 조금 머뭇거렸다.

임기는 당연히 폐복 같은 작업을 대단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본인이 조작하는 걸 연문빈이 보고 싶어 하는 걸 알고 있어서 특별한 반응 없이 손을 놀렸다.

다른 수련의가 그의 병원으로 왔어도 똑같이 했을 것이다. 폐복은 간단하지만, 의사의 습관이 어떤지, 기본이 어떤지 볼 수 있다. 폐복을 잘한다고 좋은 의사는 아니지만, 조금 더 풀어줘도 될지는 증명할 수 있다. 폐복을 못하는 의사에게도 한두 번은 기회가 더 주어지겠지만, 거기서 실패하면 쓰레기라는 걸 증명할 뿐이다.

임기 맞은편에 선 구소렴은 임기의 실 보조를 하면서 눈을 부릅뜨고 본인이 할 때를 상상했다.

연문빈은 그저 팔짱을 끼고 지켜봤다.

폐복을 잘못해도 골치 아프다. 상처가 계속 감염되는 환자가 생기면 아무리 해도 유합되지 않아 괴로워진다.

위, 간 같은 장기는 신경이 없어서 어디가 반쯤 잘려도 환자 본인에겐 별 느낌이 없는 점이 가장 두려운 점이다.

하지만 작은 상처라도 눈앞에서 고름이 생기고 감염되면 아프든 안 아프든, 치명적이지 않든, 환자는 몹시 낙담하고 슬프고 불만이 생긴다.

침대 담당 의사인 연문빈은 그래서 더욱 폐복 퀄리티를 중시했고, 언제든 멈추라고 할 수 있도록 눈을 부릅뜨고 임기를 지켜봤다.

운화병원 같은 대형 삼갑병원에서 수련의는 표준적인 염가 노동력이다. 수련의 기술이 좋으면 병원도 기뻐하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기뻐하지도 않는다. 어쨌든 몇 달 뒤면 떠날 사람이니까. 수련의 실력이 평범하거나 심지어 최악이라도 병원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어차피 중점은 저렴하게 노동력을 이용하면서 사고 치지 않는 것에 있었다. 아니면 그 반대거나.

뭐가 어찌 됐든, 아무리 어리석은 외과의라도 쓸모는 있고, 한 몫은 할 테니 밤 당직을 세우기만 해도 괜찮았다.

그래서 연문빈은 임기가 봉합을 잘하는지만 주시했고 멈추라고 하는 게 그에게 영향을 미칠지 아닐지는 개의치 않았다.

임기는 긴장은 했지만 노련하게 폐복을 진행했다.

몇 분 만에 임기의 온몸에서 땀이 흘렀다.

“미안하지만 땀 좀 닦아 줘요.”

땀을 수술대에 흘릴 수는 없었다. 이런 저급한 실수는 실습생이나 용서될까, 그 같은 노련한 의사가 그런 실수를 했다가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간호사는 핀셋으로 거즈를 잡고 대충 땀을 닦아 주었다.

“고마워요.”

임기가 연신 고맙다고 인사했다. 현 병원에 있을 때는 간호사에게 적잖게 화를 냈지만, 상급 병원에서는 간호사와 초짜 의사에게 밉보이면 안 된다는 걸 잘 알았다.

“음, 됐습니다.”

아무리 긴장했대도, 임기는 실수 없이 폐복을 마무리했다. 폐복은 역시 너무 간단했다.

“음. 잊어버린 거 없고요?”

“잊어······?”

연문빈의 묻는 말에 바로 경계하고 되짚어 보던 임기는 잠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까 웃긴 이야기하다 말아서?”

연문빈이 입가를 실룩거리다가 헛기침을 했다.

“치우는 거 좀 도와주시고, 식사하러 오세요.”

연문빈은 거즈를 세면서 수술대를 수습하는 훈련의와 임기, 그리고 간호사 몇 명을 남겨 놓고 수술실에서 나갔다.

모든 것이 정리되자, 임기는 밥 먹는 데 시간을 쓸 엄두를 내지도 못하고 대충 찐빵 몇 개 받아서 배를 채우고는 다시 수술실로 달려갔다.

능연 팀 실습생과 훈련의는 다 그런 식이었고 오히려 다른 팀 실습생과 훈련의들은 의자에 제대로 앉아서 제대로 식사를 했다.

다른 팀은 수술이 적은 만큼 팀의 초짜 의사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모두 달랐다.

능연 이외의 치료팀은 일주일에 20번 정도 수술했고, 주치의와 선임 레지던트까지 내려가기도 부족해서 초급 레지던트, 훈련의와 실습생까지 내려가는 건 더욱 적었다. 초짜 의사가 아무리 빨리 달려도 폐복 기회조차 얻기 힘드니 당연히 원동력도 부족했다.

수술대에 설 수 있는 인원도 제한적이었다. 상급 의사의 수술이 적으니 하급 의사에게 바라는 것도 적었다. 특히 응급의학과 같은 진료과는 평소에도 할 일이 많고 무수한 잡일이 있어서 층층시하 하급 의사에게 하급 임무를 내린다.

임기는 확실히 조금 지쳤지만, 수술실에 가보니 수술이 벌써 시작된 걸 보고 앞으로 다가갔다. 좌자전을 본 그는 다급하게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능 선생, 밥 먹고 바로 수술하다니. 너무 프로패셔널하네요. 오늘은 몇 시까지 합니까?”

“오늘 마지막 수술입니다.”

좌자전이 미소 지었다.

“능 선생은 요즘 밥 먹고 수술 하나 하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에너지 소모가 잘 된다고. 밥 먹고 산책하는 거랑 비슷한 거죠. 끝나면 집에 갑니다.”

임기가 멍청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식후 수술이요.”

“그렇죠.”

좌자전은 싱긋 웃으면서 팔짱을 끼었다.

“오늘은 별일 없으니 일찍 가서 쉬세요.”

“아, 네.”

임기는 대답은 했지만 바로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직 그렇게 힘들지 않네요. 조금 더 보다 가겠습니다.”

고생하러 운화병원에 온 게 아니라 기술을 배우러 온 것이니, 지금은 간단한 복강경 하 담낭염 수술일지라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좌자전도 당연히 그를 재촉할 리 없고 그저 웃었다.

“보고 싶으면 그러세요. 체력 되면 내일 아침 일찍 나오고요.”

“네. 문제없습니다.”

임기가 대번에 대답했다.

“일하는 시간이 긴데, 적응하시겠어요?”

“괜찮습니다. 7시면 뭐, 현 병원이랑 비슷합니다.”

“그럼 다행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말하는 일찍은 정말 일찍입니다. 힘들면 말씀하세요. 시간 조정해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임기는 가벼워진 표정으로 싱긋 웃었다.

“내가 공부할 때는 실습생이 병원 화장실도 청소했는걸요. 일찍 일어나는 게 정상이죠. 맞다, 다들 보통 몇 시에 옵니까?”

“4, 5시? 적어도 능 선생보다 30분은 일찍 와야 하니까요.”

“4, 5시요?”

“빠르면 2, 3시고요. 그런데 그런 경우는 드뭅니다. 내일 일찍 나올 거면, 3시나 3시 반이면 되겠네요.”

임기가 드디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니까······. 우리 근무 시간이 사실 새벽 3시부터 저녁 7시였군요?”

“그렇죠.”

임기가 경계하며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여긴 화장실이 어디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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