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연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능결죽은 이미 식사 준비를 마치고 마침 그릇을 차리고 있었다.
리모델링 후, 하구 진료소의 면적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주택과 진료소의 경계가 명확해졌다. 능가 식구는 이제 이웃들이 몰려들어서 음식을 달래서 껄끄럽거나, 달래지 않아서 껄끄럽거나 할 필요 없이 독립된 식당에서 식사할 수 있었다.
“오늘 호화롭네?”
테이블 한가득 생선도 있고, 돼지에, 소고기에, 일식 스키야키까지 있는 걸 본 능연이 물었다. 아무래도 특별히 신경 쓴 것 같은데?
능결죽이 팔짱을 끼고 웃는 모습에 능연이 눈썹을 치켜떴다.
“또 여행 가려는 거죠?”
능연의 말에 능결죽이 풀 죽은 얼굴이 되었다.
“너 이 시키. 아빠가 아들 밥 한 끼 차려주는 것도 안 되냐?”
“엄마한테 뭐 잘못했구나.”
“아니라고!”
능결죽이 화가 나서 큰 소리를 냈지만, 능연은 아랑곳도 하지 않고 세 번째 질문을 던졌다.
“손님 왔어?”
“아······니.”
능연이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빠가 한 게 아니네.”
“너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람을 모함하냐.”
능결죽은 화가 나서 입술까지 부르르 떨었는데 능연은 담담한 표정으로 본방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능결죽은 결국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피로한 듯 입을 열었다.
“이 자식이. 모르는 척도 못 하고. 나중에 사회생활 할 때 손해 본다.”
“나 벌써 사회생활 시작했는데요.”
“의사는 달라. 게다가 지금 너 같은 의사 생활은. 아주, 시중드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냐고.”
능결죽은 진심으로 걱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능연은 의심스러운 듯 아버지를 바라보고는 묻고 싶은 충동을 누르면서 말없이 바라봤다.
과연 잠시 후, 능결죽 본인이 못 견디고 털어놓았다.
“오늘도 봐라. 제약 회사 직원 둘이나 달려와서 집안일 돕겠다고. 결국, 둘이 다툴 뻔했다니까? 내가 어째야겠냐? 네가 말해봐라.”
“어딘데요?”
“창서랑 운리. 음, 되게 적극적이던걸 봐서 정상적인 제약 회사 맞다.”
능결죽은 아들을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
“일을 많이 시킨 것도 아니야. 그냥 시장 좀 보고 채소 좀 씻고, 회사마다 요리 몇 개씩 하라고 했지. 돈은 내가 다 냈다.”
능연이 테이블의 요리를 세어보니 여덟 가지 요리에 국 하나, 한 회사에서 네 가지를 하고 나머지 하나에서 다섯 가지를 한 모양이었다.
“됐다. 가서 엄마 불러오렴. 둘 다 돌아갔어. 먹고 가라고 붙잡았는데 둘이 됐다고 고집부리더구나.”
능결죽은 문득 켕기는 마음이 들어서 당부를 덧붙였다.
“엄마한텐 비밀이다. 엄마 그런 거 싫어해. 오늘은 정말 바빠서 어쩔 수 없었다고.”
능연은 의미 있는 미소를 아버지를 향해 보냈다.
식당에서 나가 다실로 들어가 아버지의 말을 전하니, 도평 곁을 둘러쌌던 이웃들이 하나씩 인사를 하고 나가서 수액 맞을 사람은 맞고, 약 받을 사람은 받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긴 세월 동안 하구 진료소 사업은 바로 이렇게 유지해왔다. 도평의 다도, 자수와 독서회가 없었다면 근처 이웃들은 어쩌면 하드웨어가 더 좋은 상구 진료소 등 경쟁 상대에게 갔을지도 모른다.
“연자는 다이어트 한다니까 진료소 보라고 하고, 웅 선생님은 아직 계시니까 식사하라고 모셔와.”
능연은 도평이 시키는 대로 심부름하러 갔다. 집에는 레지던트나 실습생이 없으니 직접 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웅 선생이 부채를 흔들면서 식탁 앞에 앉았다.
“안 그래도 걱정 중이었구만요. 오늘 손이 근질대서 너무 많이 만들었어.”
능결죽이 열정적으로 하는 말에 웅 선생은 전혀 믿지 않는 눈치로 부채를 흔들어댔다.
“누구 오는 거 아니고?”
“없습니다. 연자도 밥 안 먹는대고. 우리 넷이에요.”
능결죽이 미소지으며 하는 말에 웅 선생이 고개를 저었다.
“마누라한테 뭔 잘못 했구만.”
능결죽이 곁에 있던 도평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 모습에 웅 선생이 얼굴을 찌푸리며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딱 하나군.”
능결죽이 순간 긴장했다. 웅 선생은 65세 생일 때 손녀가 부채를 선물한 후로 제갈량이라고 칭하면서 부채를 흔들어댔다. 게다가 추리하는 것도 좋아하고. 오늘 제약 회사에서 올 때, 진료소 쪽 지나서 왔는데······.
“알았다!”
웅 선생이 부채를 테이블 위에 내리치고는 손이 아파서 부르르 떨며 말을 이었다.
“나한테 부탁이 있구먼! 맞지?”
“내가 무슨 부탁을요?”
능결죽이 습관적으로 웅 선생에게 대들었다.
“오늘은 그냥 좋은 요리를 했으니 드시라고 부른 겁니다.”
“요리 대접하는 것보다 월급 올려주는 게 좋아.”
웅 선생이 흥흥대며 말을 이었다.
“요즘 업무량이 얼마나 는 줄 아는가? 나랑 연자, 둘로는 못 버틴다고.”
“묘 선생도 있잖습니까.”
월급 이야기가 나오면 능결죽도 조금 뜨끔해졌다.
“묘가 놈이야 제 할 일만 하는걸. 지금은 연자까지 자꾸 불러다 쓴다고. 그래, 이 말도 하려고 했지. 연자도 얼마나 바쁜데, 양쪽으로 뛰게 하는 건 아니지. 온몸이 철로 됐더라도 못을 많이 박으면 무너져. 물론, 연자야 조금 더 박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일을 늘이면 쓰겠나?”
“예, 맞습니다. 맞아요.”
능결죽은 더욱 뜨끔해졌고, 웅 선생은 기회를 잡은 김에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능 소장. 요즘 진료소 장사도 잘되는데, 간호사 하나 뽑으면 안 되겠나?”
“하나 더요? 안 됩니다, 안 돼요.”
능결죽이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 하구 진료소는 원래 지출을 조절해서 살아남은 것이다. 웅 선생이 나이는 많아도 시장 최저가 중엔 상급이었다.
그런데 또 사람을 뽑아야 한다니, 돈을 얼마나 더 쓰라는 말인가.
“안 되면, 묘 선생한테 못 박게. 연자를 양쪽으로 부리지 말라고.”
“아이고, 웅 선생님. 일단 앉으세요. 여기 상석에 앉으시라고요. 네?”
능결죽은 웅 선생을 상석에 끌어당기고는 뒤를 돌아보다가 웃고 있는 아들을 보고 울컥했다.
“그럼 웅 선생님, 이러면 어떨까요? 제약 회사 녀석들한테 도와달라고 하는 거죠.”
웅 선생이 저도 모르게 눈을 가늘게 뜨고 능결죽을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찼다.
“능가 자네가 눈썹이 굵고 눈이 크다 했더니, 과 주임 재목인 걸 내가 몰랐네.”“우리 집안이 의사 집안이잖습니까.”
능결죽이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의사 집안이면 아버지가 의사고 아들도 의사여야지.”
능결죽은 순간 웃지를 못했고 도평이 웃으면서 나섰다.
“요즘 바쁘긴 하잖아요. 간호사 뽑아요.”
“간호사 월급이 얼만데요!”
꿍얼거리던 능결죽이 곧 한숨을 내쉬었다.
“그럽시다. 내가 찾아볼게요.”
“최대한 빨리 뽑게. 괜히 나중에 바빠서 잘못 돌아가게 되면 멀리서 여기까지 찾아온 환자가 언짢아할 걸세. 그럼 다시는 되돌리지 못해.”
“뭐 얼마나 멀리서 온다고요. 멀어봤자 상구인데.”
자기 일은 자기가 제일 잘 안다고, 동네에서 아무리 영업이 잘되고 사람이 많이 몰린다고 해도 지금 규모일 뿐이고, 그것도 다 같이 노력해야 유지할 수 있음을 능결죽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바로 다 같이 노력하고 있으므로 능결죽이 한숨 돌린 것도 있었다.
“에휴, 한 달에 2천 위안 더 나가겠네.”
능결죽은 식탁 위의 요리를 봐도 입맛이 없었다.
“요즘 시세로는 2천 위안으로 사람 못 뽑지.”
“알아요, 압니다.”
웅 선생이 한숨을 내쉬며 하는 말에 능결죽이 별말 없이 입을 삐죽였다.
문가 자리에 앉은 능연은 아랑곳도 하지 않고 신나게 음식을 먹었다.
한숨 자고 일어난 능연은 다음 날 아침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 겨우 수술 7건 하고 쉬었다.
퇴근 시간이 되었을 때는 응급의학과 낮 근무가 아직 끝나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이어서 이틀도 그런 리듬으로 흘렀다.
능 팀 의사들은 대부분 오후 4, 5시면 퇴근하면서 홀가분해했다.
수련의 임기를 제외하고.
또 하루가 흐르고, 새벽 3시 어두컴컴한 지하 주차장을 나서던 임기의 눈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남자는 쉽게 눈물을 흘리면 안 된다고 하지만, 매일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는 게 쉬운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현 병원에서 거의 10년 의사 생활을 해오면서, 임기는 자기가 충분히 노력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운화병원 의사와 비교하니 그게 아니었다. 응급센터에서 연수받는 며칠 동안 임기는 절망감을 느꼈다.
딩.
엘리베이터가 울리자 임기가 다급하게 눈을 문질러 남아 있는 물기를 깨끗이 닦았다.
다시 수술실에 들어갔을 때, 임기는 이미 모진 고난도 견디는 수련의 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연 선생, 벌써 왔어?”
탈의실에서 벗은 등을 본 임기는 바로 연문빈임을 알아봤다.
몸까지 만드는 외과의를 많이 보지 못했지만 연문빈은 특별한 사람이었다. 돈까지 많으니까.
살짝 고개를 돌리던 연문빈은 상대가 임기인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왔습니다.”
“정말 일찍 오네. 몇 시에 온 거야?”
“2시 좀 넘어서요?”
“2시······. 그럼 몇 시간 못 잔 거네.”
“가자마자 잤어요. 8시부터 잔 거니까 2시까지라도 6시간 잤네요”
말을 마친 연문빈이 자연스럽게 한마디 보탰다.
“어차피 집에 가도 혼잔데, 안 자면 뭐해요.”
말뜻을 알아들은 임기가 고개를 흔들었다.
“새벽에 나와서 돌아가면 잠만 자는데, 잘 사람을 찾지도 못하겠어.”
연문빈의 이두박근이 꿈틀거렸고, 임기는 그의 팔뚝이 굵어진 걸 똑똑히 봤다.
임기는 더는 그를 자극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저기, 연 선생. 우리 이런 수술 리듬, 얼마나 계속될까?”
“저도 모르죠. 열흘? 보름? 갈 수도 있고 며칠 만에 끝날 수도 있죠.”
연문빈은 느긋하게 수술복을 입으면서 배를 납작하게 만들면서 본인 일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가 때가 아닐 때 왔나 봐. 한 열흘 뒤에 올걸. 그지?”
“수술하는 거 싫어하세요?”
“좋아해도 정도가 있지. 이렇게 허구한 날 수술만 하는 건 좋아할 수가 없지.”
무슨 말인지 조금 알 것 같아진 연문빈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열흘쯤 지나면 그리워할 거예요.”
“음?”
“최근 두 달 동안 요 며칠이 수술량이 가장 적었으니까요.”
답을 내뱉은 연문빈은 임기의 표정이 경악에서 절망으로 변하는 걸 지켜봤다.
그리고······ 임기는 갑자기 앞으로 걸어 나가 문가에 걸려 있는 수술 리스트를 바라보면서 손가락으로 계속 밑을 훑었다.
임기의 손가락이 멈춘 자리에 ‘단일공 복강경’이라는 큰 글자가 적혀있었다.
“안 해보셨어요?”
연문빈은 한눈에 임기의 선택을 알아봤다. 임기는 조금 부끄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배에 구멍 세 개 뚫는 일반 복강경과 비교하면 하나만 뚫는 단일공 복강경은 배꼽만 뚫으면 되어서 난도며 회복시간이며 다 유리했다.
유일한 단점은 바로 외과의의 조작 난도가 확 올라간다는 것이다.
‘단일공 복강경’이라는 몇 글자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임기의 마음이 조금 불안정해졌다. 그로서는 필요한 기술이었다. 현 병원으로 돌아가서 설비 몇 대 사면 바로 새로운 수술 방식을 전개할 수 있었다.
임기는 다시 연문빈을 바라봤다.
“연 선생, 평소에 어떻게 스태미너 유지해?”
질문을 들은 연문빈은 멍해져서 한참을 생각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은행 대출로 받은 자극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