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췌외과 병실에 에피프레넘 두 그루가 손에 손을 잡고 창틀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며 푸르른 잎을 빛냈다.
병상에 누운 환자는 다크써클, 하얀 입술, 거친 피부와 늘어진 볼 등,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다.
“회진입니다.”
의사 하나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했잖아요.”
“집도할 선생님이 한 번 살피러 왔습니다.”
침대 옆에 앉아서 핸드폰을 만지던 친구는 게임이 중단되는 것이 언짢은 듯했고 의사는 살짝 해명하고는 환자 옆으로 가서 섰다.
침대에 누워있던 이령은 눈꺼풀을 치켜들고 친구가 컴플레인하길 기다렸다. 병원은 너무 심심했다. 자신이 병원에 있기 싫은 만큼 친구도 병구완하기 싫을 텐데 초짜 의사가 알아서 들어왔으니 친구가 대신 컴플레인 해주면 속이라도 시원할 것 같았다.
병실에 슥슥 소리가 들리면서 몇 명인지 모를 의사들이 들어왔다.
친구의 질타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친구가 숨을 살짝 몰아쉬지 않았다면 심장이 멎은 게 아닐까 의심할 뻔했다.
이령은 고개를 들어 병실 문 쪽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목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
이렇게 잘생긴 의사가 있다고? 영화 촬영 아니고?
말도 안 된다. 영화에도 이렇게 잘생긴 오빠는 없다. 있다면 친구들이 이미 난리가 나서 영화관을 전세 냈겠지.
침대 옆에 서 있던 장안민이 잘 보이고 싶은 듯 미소 지었다.
“능 선생, 이령 씨야. 비결석성 담낭염. 건강한 편이고, 나이는······.”
“잠시만요!”
이령이 강시처럼 벌떡 일어나 앉으며 고함쳤다.
“여자 나이를 어떻게 함부로 말해요!”
“의사에게 환자분 병력을 설명하는 겁니다.”
“그래도 안 돼요!”
이령이 고집스럽게 고개를 젓고는 손으로 머리카락을 정리하면서 곁에 있는 친구에게 거울을 달라고 했다.
친구는 이령의 눈가에 말라붙은 분비물, 버석한 머리카락 그리고 화장기 하나 없는 생얼을 보고는 마음이 약해졌다.
“거울 화장실에 뒀어.”
“그럼 핸드폰! 핸드폰.”
이령이 조급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의사들은 냉정한 눈빛으로 마치 ‘환자 보듯이’ 침대 위의 이령을 바라봤다.
“이 환자는 수술 전 면담을 잘해야겠다. 수술 동의서도 2부 이상 받아야 하고.”
좌자전이 코치 주는 말에 장안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한테 연락하라고 할게요.”
“직접 체크 해야 해. 서명할 때 같이 있거나, 아니면 동영상 찍어 두라고 해. 아니면 안 돼.”
“오케이. 요즘 밑에 애들이 이런 건 잘해요.”
장안민은 그렇게 말하며 이마를 번쩍이며 능연을 바라봤다.
좌자전은 병실 문쪽에서 간담췌외과 의사 두세 명이 비좁게 서서 기이한 눈빛으로 병실 안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곁눈으로 힐끔 바라봤다.
딱히 긴장한 건 아니고 유비무환일 뿐이었다. 응급센터 의사들이 기세등등하게 간담췌외과 병실로 와서 회진하는데 간담췌외과 의사들이 겨우 두세 마리 머리를 내민다는 것만으로 이미 매우 화목한 상황이었다.
“생화학 검사 결과 좀 보죠.”
최악인 환자의 피부와 머리카락 상태를 본 능연은 역시 우선 확인하고 싶었다.
장안민이 뒤로 손을 내밀자 간담췌외과 레지던트가 허둥지둥 리포트를 건넸다.
부주임이 된 후로 장안민도 본인의 부하가 생겼다. 아직 치료팀을 따로 이끌진 못하지만, 상대적으로 입지가 생긴 셈이다.
간담췌외과에 몇 남지 않은 하 원장 줄이 아닌 의사들은 망설일 것도 없이 장안민를 따랐다.
주치의에서 부주임이 된 것은 한 단계 승진한 것뿐이지만, 병원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장안민은 과 주임을 ‘잠시’ 대리할 수 있고 운이 좋으면 이삼 년도 대리할 수 있다.
장안민 밑으로 들어간 간담췌외과 초짜 의사들로서는 줄이 하나 생긴 셈이었다. 어쩌면 간담췌 2과의 개국 공신이 될지도 모르니 설사 배신자라고 불리더라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눈에 장안민을 부주임 자리에 올린 능연의 능력은 이미 놀랄 노자였다.
능연은 리포트를 보고 사람들은 능연을 봤다.
침대에 누운 이령과 그의 절친은 더욱 탐욕스럽게 바라봤다.
“조금 영양 부족이지만, 할 수 있겠네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말한 능연이 다시 물었다.
“신체 검진 좀 하겠습니다. 배를 만져야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네네.”
이령은 흥분해서 난리였다. 능연이 알콜겔을 바르고 병원복을 펼쳐서 매끄러운 아랫배를 누르자 민망한 척 입을 열었다.
“피부가 안 좋죠? 평소에 관리를 잘 안 해서 그래요.”
침대 옆에 앉은 절친이 평소에 거울 보고 연습한 대로 귀여운 표정으로 입을 삐쭉 내밀었다.
절친은 이령이 평소에 얼마나 신경 써서 허리를 관리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밤에 자주 클럽을 놀러가면 얼굴엔 화장을 하지만, 피부가 좋은지 나쁜지는 허리를 만져 보면 알기 때문에 이령은 평소에 배에 팩까지 했다.
흉터 없이 수술할 수 있는 복강경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면, 이령은 차라리 아파 죽어도 담낭 수술받으러 병원을 찾지 않았을 것이다.
담낭을 절제하면 고기를 먹을 수 없는 후유증은 전혀 문제도 아니었다.
능연은 아무 말 없이 이령의 복부 검진을 하면서 아프면 말하라고 했다.
“아······. 조금 아파요.”
이령의 숨이 살짝 거칠어지자 침대 곁에 있던 젊은 의사들은 안색이 변해서 고개를 들었고, 이령의 얼굴을 보고는 다시 안색이 변했다.
“제, 피부······ 너무 거칠죠?”
이령이 숨을 몰아쉬며 능연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능연은 표정도 변하지 않고 평소처럼 대답했다.
그러자 이령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조금 멀리 떨어져 있던 연문빈은 이령의 피부는 보지 않고 이령의 얼굴을 보면서 안도하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의사는 각 연령층 환자를 다 봅니다. 할머니도 예외가 아니에요. 환자분 피부는 좋은 편입니다.”
그 말에 이령의 얼굴이 당장 일그러졌다. 그저께 클럽에 있던 남자라면 이딴 식으로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연문빈은 헬스장에서 단숨에 100킬로를 10번 들어 올린 것처럼 진실하고 겸손한 미소를 지었다.
“내일 아침에 수술하죠. 장 선생님이 어시하시고요.”
신체 검진을 마친 능연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다시 알콜겔로 손을 닦았다.
“오케이.”
좌자전이 즉시 노트에 표시했다. 장안민을 조수로 쓴다는 건 담낭 상태가 비교적 복잡하다는 것이니 케어 등 방면도 특별히 신경 써야 했다.
“다음 분은 옆 병실에 있어.”
노트를 닫은 좌자전은 앞에 선 의사들에게 나가라는 신호를 했고,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곁에 나란히 선 의사들이 기세등등하게 병실에서 나갔다.
침대에 누워서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던 이령은 한참 만에 눈가가 간지럽다는 걸 느끼고 힘껏 문지르다가 갑자기 동작을 멈췄다.
그러고는 화들짝 침대에서 일어나 링거 팩을 들고 그대로 화장실로 달려들어 갔다.
절친은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내려놓고 머리카락을 넘기고는 귀를 단단히 막았다.
몇 초 후, 화장실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이령은 잠들기 전에 다시 세심하게 연한 화장을 했다.
연한 화장이란, 남자들이 화장한 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한 듯 안 한 듯 세심하게 하는 화장을 말한다.
다시 90점짜리 여자로 돌아온 이령을 본 절친은 양심에 위배되는 칭찬을 몇 마디 한 후 계속 말했다.
“눈곱도 다 봤는데 이제 화장한다고 무슨 소용이니.”
“보면 뭐 어때? 좋게 생각하면 제일 못생긴 얼굴도 봤으니까 이제 무서울 게 없는 거지.”
이령이 깔깔 웃으며 눈빛을 빛내며 반박했다.
“내 가슴! 허리! 좀 보라고. 수술한 게 아니라 진짜 내 꺼라고.”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한 절친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능 선생도 정말로 잘생긴걸.”
“두려워 마. 젊은 꽃미남이 왜 좋은지 알아? 젊음! 젊다는 건 식견이 없다는 거지. 식견 없는 꽃미남은 아무리 잘생겼다고 해도 우리 손에 떨어지지 않겠어?”
이령은 자신에 넘치는 눈빛으로 그렇게 말했고, 우리라는 단어를 들은 절친은 순간 눈빛을 빛내며 망상에 빠졌다.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내가 우리라고 한 건 내가 나서고 넌 거들기나 하라는 거야.”
“그래, 그래.”
절친은 그들의 우정과 너무나 닮은 플라스틱 미소를 환하게 지어 보였다.